역주 · 원오심요 · 下권 68편
오교수(吳敎授)에게 드리는 글
示吳敎授
풀이 2
況은 사전상 '하물며'의 반어·강조 부사이므로 '하물며 사람마다 다 갖추고 저마다 원만히 이루어져 있음이겠습니까'로 옮긴 자체역이 옳다. 뒤의 '但以迷妄背此本心'과 이루는 況…但 구조와도 부합한다. 況을 '그런데 정작'의 단순 서술 접속으로 푼 책의 독해는 況의 표준 어의(然而가 아님)에 어긋난다.
十日은 '열 개의 해'다(莊子·淮南子 十日並出 고사). 책은 '천 개의 해'로 十을 千으로 잘못 옮겼으니 '열 개의 해'가 옳다. 뒤 편71 十日並出도 같은 오독이다.
풀이 4
'忘'을 忘身·忘懷의 뜻으로 살려 '정성으로 (몸/생각을) 잊고 믿음을 무겁게 한다'로 읽는 자체역과, '忘'을 독립 동사로 살리지 않고 '진실한 마음(誠)과 지중한 신심(信重)으로'로 묶어 옮긴 책의 독해가 양립한다. 誠忘信重은 용례가 드물고 구두(句讀)가 정해지지 않아 어느 한쪽을 확정할 결정적 전거가 없다.
풀이 5
풀이 12
無速은 六祖壇經 一宿覺 문답의 遲速(빠르고 늦음)이 없다는 뜻이다. 책은 '무상함이 없습니다'로 速을 常으로 오독했으니 '깨달으면 본래 빠름이 없다'가 옳다. 앞구 體卽無生의 體는 '본체'/'체달한즉' 양립 가능하다.
打不過는 '가시가 걸려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는 서술이다. 책은 '그대로 쳐버려'로 打를 타파의 명령으로 보아 오역했으니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가 옳다.
이 편의 낱말 31
- 單傳密印 단전밀인
문자를 세우지 않고(不立文字) 마음에서 마음으로 은밀히 전하는 조사선(祖師禪)의 전법이다. 밀인(密印)은 스승이 제자의 깨달음을 인가하는 심인(心印)이다.
- 不與萬法爲侶 불여만법위려
방거사(龐居士)가 마조(馬祖)에게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물은 문답이다. 마조는 '그대가 서강의 물을 한입에 다 마시면 일러 주겠다'고 답했고, 방거사는 그 말끝에 깨쳤다고 한다. 원오는 이 말을 온갖 것에 매이지 않는 본래의 사람을 가리키는 데에도 자주 쓴다.
- 十日並照 십일병조
열 개의 해가 나란히 비춤이다. 《장자(莊子)》·《淮南子》의 '십일병출(十日並出)' 고사를 빌려, 진심의 광명이 끊임없이 두루 비침을 비유한다.
- 金剛王 금강왕
금강 가운데 으뜸, 곧 가장 굳어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능엄경』에서 이미 늘 머물러 무너지지 않음을 이 말로 비유했다. 임제(臨濟)의 금강왕보검(金剛王寶劍)도 이 말을 칼에 붙인 것이다.
- 徑截大解脫 경절대해탈
경절(徑截)은 '지름길로 곧장 끊음'이다. 우회하는 점수(漸修)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이르는 돈문(頓門)·경절문(徑截門)의 큰 해탈이다. 원오(圜悟)·대혜(大慧)가 즐겨 쓰는 용어이다.
- 如救頭然 여구두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급박함이다. 연(然)은 연(燃)(탈 연)의 본자이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등의 '여구두연(如救頭燃)' 상용구이다.
- 懸崖撒手 현애살수
깎아지른 벼랑에 매달려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말이다. 목숨처럼 붙들던 알음알이와 기댈 곳을 한꺼번에 놓아 버리는 결단을 이른다. '크게 한 번 죽는다(大死一番)'와 통한다.
- 一念萬年·
萬年一念 일념만년·만년일념 삼조승찬(三祖僧璨) 《신심명(信心銘)》 "일념만년(一念萬年)"에서 온 말이다(석상칠거(石霜七去)의 '일념만년거(一念萬年去)'와도 통한다). 시간의 장단이 끊긴 절대 현재이다.
- 坐脫立亡 좌탈립망
앉은 채 또는 선 채로 자재하게 목숨을 벗음(遷化)이다. 도력이 무르익은 선사의 죽음이다.
- 行化倒蛻 행화도세
걸어가다 세상을 떠나고, 거꾸로 서서 허물 벗듯 떠난다는 말이다. 화(化)는 교화가 아니라 세상을 떠남(천화, 遷化)이고, 세(蛻)는 매미가 허물을 벗음이다. 흔히 앉거나 선 채로 떠남(좌탈립망, 坐脫立亡)과 짝지어, 도력 있는 선사가 죽음에 자재함을 이른다. 등은봉(鄧隱峰)이 물구나무선 채 떠난 일이 이름나다.
- 淘汰 도태
물에 일어 쌀과 모래를 가려내듯, 잡된 것을 씻어 걸러 깨끗이 한다는 말이다. 선문에서는 깨친 뒤에도 공부를 거듭 다듬어 순수하게 하는 일을 이른다.
- 走作 주작
마음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경계를 따라 밖으로 달아나 흩어지는 것을 이른다. 공부가 한결같지 못하고 틈이 생긴 상태를 가리킨다.
- 休去歇去·
如古廟裏香爐去 휴거헐거·여고묘리향로거 석상칠거(石霜七去)의 일부이다. 쉬고 또 쉬어 옛 사당의 향로처럼 싸늘히 식어 일념(一念)도 일지 않는 경지이다. 칠거(七去)=휴거(休去)·헐거(歇去)·冷湫湫地去·일념만년거(一念萬年去)·한회고목거(寒灰枯木去)·고묘향로거(古廟香爐去)·一條白練去이다.
- 體卽無生 체즉무생
《육조단경(六祖壇經)》기연품(機緣品) 일숙각(一宿覺) 문답이다. 육조(六祖)가 "하불체취무생(何不體取無生),了無速乎(어찌 무생(無生)을 체득하고 빠름 없음을 깨닫지 않는가)"라 하자 영가(永嘉)가 답한 말이다. 본체는 본래 남(生)이 없으니 깨닫고 보면 애초에 遲速(지속)이 없다는 돈오무생(頓悟無生)의 뜻이다.
- 念茲在茲 염자재자
『서경(書經)』 「대우모」에서 우(禹)가 순(舜)에게 한 말에서 나왔다. 생각도 여기에, 마음 둠도 여기에 있다는 뜻이다. 늘 한 가지 일을 잊지 않는 한결같음을 이른다.
- 中虗外順 중허외순
안으로는 텅 비워(無心) 밖으로는 인연에 순응함이다. 허(虗)는 허(虛)(빌 허)의 이체자이다.
- 卽心卽佛 즉심즉불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이다. 마조(馬祖) 스님이 부처를 밖에서 찾지 말라며 가르친 말로, 대매(大梅)가 이 말에 깨쳤다. 마조는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非心非佛)'라는 말도 썼다.
- 永嘉玄覺 영가현각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천태 지관을 닦다가 조계로 육조혜능을 찾아갔다. 문답 끝에 인가를 받고 하룻밤 묵고 떠나 일숙각(一宿覺)이라 불렸다. 그가 지었다는 「증도가(證道歌)」 구절이 선문에서 널리 인용된다.
- 古德 고덕
옛날의 덕 높은 스님을 이르는 말이다. 선사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앞사람의 말을 끌어 올 때 '고덕이 이르기를' 하고 흔히 쓴다. 가리키는 사람은 인용마다 다르다.
- 臘月三十日 납월삼십일
섣달 그믐날, 곧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선문에서는 목숨이 다하는 날, 죽음을 맞는 때를 이르는 말로 쓴다. 평소의 공부가 그날 쓸모 있느냐를 물을 때 자주 나온다.
- 香林澄遠 향림징원
향림징원(香林澄遠, ?~987)이다. 오대에서 송나라 초까지 산 선승으로, 운문(雲門)을 열여덟 해 동안 시자로 모시다 깨쳐 그 법을 이었다. 촉(蜀) 땅 청성산 향림원에 머물렀다. 세상을 떠날 때 '사십 년 만에 비로소 한 조각을 이루었다'고 한 말이 이름났다.
- 見刺 견자
'견해의 가시'라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제 견해나 알음알이를 세우면 그것이 가시처럼 마음에 박혀 걸림이 된다는 비유다.
- 石霜慶諸 석상경제
당나라 선승(807~888)으로, 도오원지(道吾圓智)의 법을 이었다. 담주(潭州) 석상산에 20년 머무는 동안 대중이 눕지 않고 앉은 채 지내 '고목중(枯木衆)'이라 불렸다. '쉬고 또 쉬라(休去歇去)'로 시작하는 이른바 석상칠거가 전한다. 송나라의 석상초원, 곧 자명(慈明)과는 다른 사람이다.
- 休去歇去 휴거헐거
쉬고 또 쉬라는 말이다. 당나라 석상경제(石霜慶諸)가 일렀다는 ‘일곱 가지 가라(七去)’ 법문의 첫머리다. 분별하고 구하는 마음을 다 쉬어, 옛 사당의 향로처럼 싸늘해지라는 가르침이다.
- 湧泉景欣 용천경흔
태주(台州) 용천의 경흔(景欣) 선사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석상경저(石霜慶諸)의 가르침을 받고 용천의 암자에 머물렀다. 원오의 법어에는 향림(香林)과 나란히, 사십 년을 닦고도 아직 마음이 달아나곤 했다는 사람으로 나온다.
- 吳敎授 오교수
원오가 법어 「시오교수」를 지어 준 재가 거사로, 그 글이 원오심요와 원오어록 권14에 실려 있다. '교수'는 송나라 때 주와 부의 관학에서 가르치던 벼슬 이름이니, 오씨 성의 지방 교육관이다.
- 一大事因緣 일대사인연
《법화경(法華經)》방편품(方便品) "제불세존유이일대사인연고출현어세(諸佛世尊唯以一大事因緣故出現於世)"에서 온 말이다. 부처가 세상에 나온 유일한 큰 목적, 곧 중생에게 불지견(佛知見)을 열어 보이는 것이다.
- 涅槃堂裏禪 열반당리선
열반당(涅槃堂)은 병들고 죽어가는 승려가 머무는 연수당(延壽堂)·병승당(病僧堂)이다. '열반당 속의 선'은 실제 죽음의 문턱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참선, 곧 생사(生死)에 시험되는 진짜 공부이다.
- 得意生身 득의생신
의생신(意生身)(manomaya-kāya)은 《능가경(楞伽經)》에 나오는, 업(業)의 견인 없이 뜻대로 나투는 몸이다. 생사를 벗은 뒤 자재히 화현하는 것이다.
- 一念萬年 일념만년
三祖僧璨 《信心銘》 "一念萬年"에서 온 말이다(石霜七去의 '一念萬年去'와도 통한다). 시간의 장단이 끊긴 절대 현재이다.
- 趙州大死底人 조주대사저인
조주(趙州)가 투자(投子)에게 '크게 죽은 사람이 도리어 살아날 때는 어떠한가' 하고 묻자, 투자는 '밤길을 가지 말고 날이 밝거든 가거라' 하고 답했다. 『벽암록』 제41칙에 실린 공안이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