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20편

침상인(琛上人)에게 주는 글

示琛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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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한문僧問趙州:如何是祖師西來意?州云:庭前栢樹子。不妨省力。
번역어떤 스님이 조주(趙州)에게 물었다. “무엇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조주가 말했다. “뜰 앞의 잣나무니라.” 참으로 힘을 덜었다.
如今參問之士,性識昏昧,只管去語言上咬,至了不柰何,下梢無合殺,遂滿肚懷疑,多作異見異解,蹉卻本分事。
그런데 요즘 참구하며 묻는 사람들은 성품과 의식이 어둡다. 오로지 말 위에서만 물어뜯다가, 끝내 어찌할 수 없는 데에 이른다. 마지막에는 매듭지을 곳조차 없다. 그래서 뱃속 가득 의심을 품고, 갖가지 다른 견해와 다른 풀이를 지어내어 본분사(本分事)를 그르친다.
쉽게 읽기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조주는 "뜰 앞의 잣나무니라"라고 답하였다. 참으로 힘을 덜어 주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도를 묻고 배우는 사람들은 타고난 성품과 마음이 어둡고 흐릿하다. 그래서 오로지 말꼬리만 물고 늘어진다. 그러다 끝내 어찌할 수 없는 데까지 이르고, 나중에는 매듭지을 곳조차 없다. 그리하여 뱃속 가득 의심을 품고, 갖가지 다른 생각과 풀이를 지어내어 본분사를 그르치고 만다.
풀이 3
庭前柏樹子 정전백수자조주(趙州) '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 공안은 종용록(從容錄) 제47칙 및 원오 문하 염고(拈古)의 대상으로 널리 회자되어, 본편 서두의 화두와 같은 계통이다.
庭前柏樹子 정전백수자조주(趙州) '庭前柏樹子' 공안은 從容錄 제47칙 및 원오 문하 염고(拈古)의 대상으로 널리 회자되어, 본편 서두의 화두와 같은 계통이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下梢無合殺
책 오역 → 책은 '당초에 합당치를 못하여'로 옮겨 下梢(마침내·결말)를 정반대인 '당초에(처음에)'로 뒤집고, 合殺(合煞=악곡·희곡 종결부에서 온 '매듭·결말')을 '합당'으로 오독하였다. 내 '마지막에는 매듭지을 곳조차 없다'가 下梢·合殺을 바르게 살렸다.
20.2
한문殊不知不在言語上,又不在事物邊,如擊石火、閃電光,略露風規,纔擬承當,早落二三也。
번역그것이 말 위에 있지 않고, 또 사물 언저리에도 있지 않음을 전혀 모른다. 돌을 쳐서 튀는 불꽃 같고 번쩍하는 번갯빛 같아서, 그 풍모(風規)를 잠깐 드러낼 뿐이다. 받아 지니려고 막 헤아리는 순간, 벌써 둘째 셋째로 떨어진다.
若要直截,應須退步就己,歇卻狂心,使知見解礙都盧淨盡,時節緣熟,瞥然明證,亦不爲難。
곧바로 끊어 들어가려면, 마땅히 한 걸음 물러나 자기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미친 마음을 쉬고, 알음알이와 견해의 막힘을 모조리 깨끗이 없애야 한다. 그러면 시절 인연이 무르익을 때, 언뜻 환히 증득(證得)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쉽게 읽기이들은 정작 그 뜻이 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도무지 모른다. 사물의 언저리에 있지도 않다. 그 뜻은 돌을 쳐서 튀는 불꽃 같고 번쩍이는 번갯빛 같다. 잠깐 그 모습을 내비칠 뿐이다. 그래서 막 붙잡아 지니려는 순간, 벌써 둘로 셋으로 갈라져 떨어진다. 만약 곧바로 끊어 쥐고 싶거든, 마땅히 한 걸음 물러나 자기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미친 마음을 쉬고, 알음알이와 막힌 생각을 남김없이 깨끗이 없애야 한다. 그리하여 시절 인연이 무르익으면, 어느 순간 환히 증득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풀이 2
承當 승당'纔擬承當,早落二三也' — 承當하려고 헤아리는 擬議 자체가 이미 分別이라는 말. 앞의 '如擊石火、閃電光'과 이어져, 承當이 생각보다 앞서야 함을 말한다.
20.3
한문似恁麼話,早葛藤了也,且作死馬毉會,當有趣入處。
번역이렇게 말하는 것부터가 벌써 얽힌 칡덩굴(葛藤)이다. 그래도 죽은 말을 고치는 셈 치고 새겨 보면, 마땅히 들어갈 곳이 있을 것이다.
但一則公案上透頂透底,信得及到無疑之地,餉間千種萬端,改頭換面,長句短句、多句少句、有句無句,一時透脫,豈有兩種也?
다만 한 칙(則)의 공안(公案)을 정수리까지 꿰뚫고 밑바닥까지 꿰뚫어, 믿음이 의심 없는 자리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면 잠깐 사이에, 천 가지 만 가지로 머리를 바꾸고 얼굴을 갈아 대는 긴 구절과 짧은 구절, 많은 구절과 적은 구절, 있는 구절과 없는 구절이 한꺼번에 꿰뚫려 벗어난다. 어찌 두 가지가 있겠는가?
所謂直指人心,見性成佛,一得永得,據自寶藏,運自家財受用,豈有窮極也?
이것이 이른바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룬다(直指人心 見性成佛)는 것이다.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다. 제 보배 창고에 기대어 제 집안의 재물을 부려 누려 쓰니,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쉽게 읽기이렇게 말하는 것조차 이미 갈등, 곧 부질없이 얽힌 말일 뿐이다. 그래도 죽은 말을 고쳐 보는 셈 치고 새겨 보면 들어갈 길이 있다. 다만 한 칙의 공안을 정수리에서 밑바닥까지 꿰뚫어, 믿음이 의심 없는 자리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면 잠깐 사이에, 천 가지 만 가지로 머리를 바꾸고 얼굴을 갈아 대는 말들이 한꺼번에 뚫려 벗어난다. 곧 긴 구절과 짧은 구절, 많은 구절과 적은 구절, 말 있는 구절과 말 없는 구절이 다 그렇다. 그러니 어찌 둘이 따로 있겠는가? 이것이 이른바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룬다는 것이다. 한번 얻으면 영영 얻는다. 제 보배 창고에 기대어 제 집안 재물을 마음껏 부려 쓰는 것이니,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풀이 3
直指人心·見性成佛 직지인심·견성성불원오불과선사어록(圜悟佛果禪師語錄)에는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자가보장(自家寶藏)(자기가재(自己家財))'·'일득영득(一得永得)'류 표현이 상투구로 반복되어, 본편 후반의 어법과 일치한다.
直指人心원오불과선사어록(圜悟佛果禪師語錄)에는 '直指人心 見性成佛'·'自家寶藏(自己家財)'·'一得永得'류 표현이 상투구로 반복되어, 본편 후반의 어법과 일치한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且作死馬毉會,當有趣入處
책 과의역 → 책 '거듭 쓸데없는 짓을 하였다'류로 옮겨 死馬醫(가망 없어도 죽은 말 고치는 셈 치고 시도하는 성어)를 통째로 놓치고, 當有趣入處를 뒷 문장의 조건절로 잘못 붙였다. 내 '죽은 말 고치는 셈 치고 새겨 보면 마땅히 들어갈 곳이 있을 것'이 성어와 구문을 보존하였다.
20.4
한문不見德山在龍潭吹紙燭,豁然瞥地,便道:從今日去,不疑天下老和尚舌頭也。
번역보지 못했는가. 덕산(德山)은 용담(龍潭)에서 종이 등불을 불어 끄는 자리에서 활짝 언뜻 깨쳤다. 그러고는 곧 말했다. “오늘부터는 천하 노화상(老和尙)들의 혀끝을 의심하지 않으리라.”
後來住山,打風打雨,不妨性懆,但恁麼參、但恁麼證、恁麼用,辦取肯心,必不相賺。
뒷날 산에 머물 때는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퍼붓듯 사납게 후려쳤으니, 성품이 자못 매서웠다. 다만 이렇게 참구하고, 이렇게 증득하고, 이렇게 써서 수긍하는 마음(肯心)을 갖추어 가면, 결코 서로 속이는 일이 없다.
쉽게 읽기보지 못하였는가? 덕산은 용담에게서 종이 등불을 불어 끄는 순간 활연히 깨쳤다. 그러고는 곧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부터는 천하 노화상들의 혀끝을 다시는 의심하지 않으리라." 뒷날 산에 머물 때는,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퍼붓듯 사납게 후려쳤다. 그 기상이 자못 매서웠다. 다만 이렇게 참구하고, 이렇게 증득하고, 이렇게 써 가라. 그러면서 수긍하는 마음을 갖추어 가면, 결코 서로 속이는 일이 없다.
풀이 3
龍潭 용담벽암록(碧巖錄) 제4칙(德山到潙山) 평창(評唱)은 원오가 덕산(德山)이 용담(龍潭)에서 지촉(紙燭)이 꺼지자 크게 깨닫고 '종금향거(從今向去) 경불의천하로화상설두(更不疑天下老和尚舌頭)'라 한 고사를 상술한 대목이다. 본편과 같은 전거를 원오 자신이 반복 활용한 예이다.
龍潭 용담벽암록(碧巖錄) 제4칙(德山到潙山) 평창(評唱)은 원오가 德山이 龍潭에서 紙燭이 꺼지자 크게 깨닫고 '從今向去 更不疑天下老和尚舌頭'라 한 고사를 상술한 대목이다. 본편과 같은 전거를 원오 자신이 반복 활용한 예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원문 '打風打雨'는 양립 가능한 이독이다. '바람 치고 비 치듯 사납게'로 옮기면 준렬한 방할(棒喝)을 휘두르는 덕산 자신을 주어로 삼는 독해이고, '비바람이 휘몰아치듯'으로 옮기면 기상·정경의 형용으로 보는 독해이다. 두 독해 모두 뒤에 이어지는 性懆(사납고 매서운 성품)와 호응하며, 어느 한쪽을 배제할 결정적 전거가 없어 함께 성립한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18
  1. 祖師西來意 조사서래의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달마(達磨)가 인도에서 와서 전한 참뜻, 곧 선의 근본을 묻는다. 선문답에서 가장 흔한 물음으로, 조주(趙州)의 '뜰 앞의 잣나무' 답이 이름났다.

  2. 趙州從諗 조주종심

    조주종심(趙州從諗, 778~897)이다. 당나라의 선승으로 남전(南泉)의 법을 이었다. 조주 땅 관음원(觀音院)에 오래 머물러 '조주'라 불렸고, 120세를 살았다고 전한다. 쉬운 말로 사람을 일깨웠으니,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 같은 문답이 널리 알려졌다.

  3. 庭前柏樹子 정전백수자

    한 스님이 조주(趙州)에게 '달마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조주는 '뜰 앞의 잣나무다'라고 답했다. 묻는 말의 뜻을 좇지 않고 눈앞의 것을 곧바로 내민 대답이다. 흔히 잣나무로 옮기지만 본디 측백나무다. 『무문관』과 『종용록』에 실렸다.

  4. 擊石火閃電光 격석화섬전광

    부싯돌을 쳐서 튀는 불꽃과 번쩍이는 번갯불이다. 헤아릴 틈 없이 빠른 것을 이르며, 선문에서는 깨달음의 기틀이 그러함을 비유한다. 흔히 ‘전광석화(電光石火)’라 한다.

  5. 承當 승당

    받아들여 떠맡는다는 뜻이다. 선에서는 제 본래 마음을 남의 말에 기대지 않고 몸소 받아들이는 일을 이른다. 흔히 직하승당(直下承當), 곧 그 자리에서 곧바로 떠맡는다고 쓴다.

  6. 狂心 광심

    미친 마음이다. 능엄경(楞嚴經)의 '광심돈헐(狂心頓歇) 헐즉보리(歇卽菩提)(미친 마음이 문득 쉬면 그 쉼이 곧 깨달음)'에서 온 표현이다.

  7. 死馬毉 사마의

    '죽은 말 고치기'이다. 가망 없어도 일단 시도해 본다는 송대(宋代) 속담이다. '且作死馬醫會'는 '죽은 말 고치는 셈 치고 새겨 보라'는 뜻이다. '의(毉)'는 '醫'의 옛 이체자이다.

  8. 有句無句 유구무구

    '있다'고 하는 구절과 '없다'고 하는 구절, 곧 온갖 말과 견해를 이른다. 위산 스님이 '유구와 무구는 등나무가 나무에 기댄 것과 같다'고 하자, 소산 스님이 '나무가 쓰러지고 등나무가 마르면 구절은 어디로 돌아갑니까' 하고 물은 공안이 이름났다(종용록 제87칙).

  9. 據自寶藏運自家財 거자보장운자가재

    제 보배창고에 의지해 제 집안 재물을 부려 씀이다. 마조도일(馬祖道一)이 대주혜해(大珠慧海)에게 '자가보장(自家寶藏) 일체구족(一切具足)(그대 집안 보배창고가 온갖 것을 다 갖췄다)'이라 한 데서 온 비유이다.

  10. 吹紙燭豁然瞥地 취지촉활연별지

    밤에 용담이 건네준 종이 등불(紙燭)을 불어 끄자 덕산이 활연히 깨달은 고사이다. 이어 '종금일거(從今日去) 불의천하로화상설두(不疑天下老和尚舌頭)(오늘부터 천하 노화상의 혓끝을 의심치 않으리)'라 하였다.

  11. 打風打雨 타풍타우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퍼붓듯 거침없이 휘두른다는 말이다. 깨친 선사가 몽둥이와 고함으로 학인을 매섭게 다그치며 교화하는 기세를 형용한다.

  12. 德山宣鑑 덕산선감

    덕산선감(德山宣鑑, 782~865)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용담숭신(龍潭崇信)의 법을 이었다. 『금강경』에 밝아 주금강이라 불렸다. 용담이 건넨 촛불을 불어 끄는 순간 깨치고, 지니던 『금강경』 주석서를 불살랐다. 몽둥이로 제자를 다그친 덕산방(德山棒)으로 이름났다.

  13. 本分事 본분사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어 마땅히 밝혀야 할 근본의 일, 곧 제 본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또 스승이 방편을 빌리지 않고 바로 그 근본으로 학인을 이끄는 본연의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14. 直指人心·見性成佛 직지인심·견성성불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켜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룬다’는 말이다. 글귀를 거치지 않고 제 마음을 바로 보게 하는 선종의 근본 뜻이다. 불립문자(不立文字)·교외별전(敎外別傳)과 함께 일컫는다.

  15. 葛藤 갈등

    칡과 등나무 덩굴이다. 덩굴처럼 얽히고설킨 말과 글, 곧 깨달음에 보탬이 안 되는 군더더기 말을 이른다. 선사들은 자기 법문을 낮추어 '갈등'이라 부르기도 했다.

  16. 公案 공안

    옛 조사들이 주고받은 문답이나 깨달음의 계기를 들어, 참선하는 이가 붙들고 궁구하게 한 것이다. 본래 관아의 판결 문서를 이르던 말이다. 화두(話頭)로 들어 의심을 일으키는 재료가 된다.

  17. 琛上人 침상인

    원오가 법어를 써 준 승려로, 그 글이 원오심요에 실려 있다. '상인'은 지혜와 덕을 갖춘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고, '침'은 그의 법명이다. 생애는 알려져 있지 않다.

  18. 龍潭 용담

    용담숭신(龍潭崇信)이다. 천황도오(天皇道悟)의 법을 이은 선사이다. 덕산이 그 회하에서 종이 등불 인연으로 깨달았다.

문단 4국역본 대조 3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18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