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64편

동감거사(同龕居士 傅申之)에게

示同龕居士(傅申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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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의 풀이 1
碧巖錄〔병렬용례〕 벽암록(碧巖錄) 제40칙(南泉一株花): '陸亙大夫'가 南泉普願에게 '肇法師道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를 들어 문답하는 장면이다. 본편이 거명한 陸亙大夫의, 원오 자신의 저작 내 병렬 용례이다.
64.1
한문學士大夫相見,多論理性差近根本,卽廣知見該涉玄妙,通天人之際會,同三教爲通儒,
번역학사와 사대부는 서로 만나면 흔히 이치와 본성(理性)을 논합니다. 이는 근본에 조금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견을 넓히고 그윽하고 묘한 이치를 두루 섭렵합니다. 하늘과 사람이 만나는 즈음을 꿰뚫고, 세 가르침(三敎)을 하나로 아울러 두루 통한 선비(通儒)가 됩니다.
以之著述欲垂名異世,頗顧踐履立節退聽修賢業,
이것으로 글을 지어 뒷세상에 이름을 드리우려 합니다. 자못 제 실천을 돌아보아 절개를 세우고, 물러나 남의 말을 들으며 어진 일을 닦기도 합니다.
有至膚淺要涉獵以資談柄,尚口好勝用伏同列增長我見,皆非正因。
그러나 아주 얕은 데에 이르는 이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주워 모아 말재주의 밑천으로 삼습니다. 말을 앞세워 이기기를 좋아하여 같은 반열의 사람들을 눌러 굴복시키고, 나라는 견해(我見)만 키웁니다. 이는 모두 바른 씨앗(正因)이 아닙니다.
雖賢於拍盲不知信向,任自己單見淺聞而生毀訾,昧果迷因墮入流俗者,
이들은 눈먼 채 믿고 향할 줄 모르는 이보다는 낫다고 해도, 제 좁은 견해와 얕은 견문에 내맡겨 남을 헐뜯고 비방합니다. 결과에 어둡고 원인에 미혹하여, 세속의 흐름에 떨어지는 이들입니다.
쉽게 읽기학사와 사대부는 서로 만나면 흔히 이치와 본성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근본에 조금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앎과 견해를 넓히고, 그윽하고 미묘한 이치를 두루 살핍니다. 하늘과 사람 사이를 꿰뚫고, 세 가르침을 하나로 아울러 두루 통한 선비가 됩니다. 이 힘으로 글을 지어 남겨, 뒷세상에 이름을 전하려 합니다. 더러는 제 행실을 돌아보아 절개를 세웁니다. 한발 물러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어진 일을 닦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주 얕은 데로 흐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이런저런 지식을 주워 모아 말재주의 밑천으로 삼습니다. 말로 이기기를 좋아하여, 같은 자리의 사람을 눌러 굴복시키려 합니다. 그러면서 ‘나’라는 견해만 키우니, 이는 모두 바른 씨앗이 아닙니다. 눈이 아주 먼 채 믿고 따를 줄조차 모르는 이보다야 낫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제 좁은 생각과 얕은 견문에만 기대어 남을 헐뜯고 비방합니다. 그리하여 결과에 어둡고 그 원인에도 미혹하여, 끝내 속된 흐름에 떨어지고 맙니다.
풀이 2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差近根本' —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差는 여기서 부사 '자못·조금'이니 差近은 자못 근본에 가깝다는 뜻이다. 책 "차이가 있습니다"는 差를 '차이나다'로 오독하였다. 뒤의 卽廣知見 이하 부연과도 "근본에 조금 가까워서"가 부합한다. 경미한 양립 여지는 있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有至膚淺' —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책은 至를 "좀 얕은 데가 있습니다"로 약화시켰다. "지극히 천박한 데 이르는 자도 있으니"가 至의 강세와, 이하 하위 부류(要涉獵以資談柄…)를 도입하는 구조를 정확히 반영한다.
64.2
한문然比之真實虗心潔己、刻苦退步、忘懷契證、腳蹋實地、透根塵、絕伎倆,與古爲儔,
번역그러나 이들을, 참으로 진실하게 마음을 비우고 자기를 깨끗이 한 이들과 견주어 보십시오. 그들은 뼈를 깎듯 애써 한 걸음 물러서고, 온갖 회포를 잊고 꼭 맞게 깨달았습니다. 발로 실제 땅을 밟아 감관과 대상(根塵)을 꿰뚫고 잔재주를 끊어, 옛사람과 짝이 되었습니다.
如維摩大士、給孤長者之流,克證道果超世出世。
유마 대사(維摩大士)와 급고독 장자(給孤長者) 같은 이들이 그렇습니다. 도의 열매를 능히 거두어, 세간을 뛰어넘고 세간을 벗어났습니다.
只如唐朝裴相國、陸亘大夫、陳操尚書、王敬常侍、于襄陽李習之、鄭愚、韋宙,莫不悉心體究,盡平生得受用。我宗尤洞明出沒窮深極奧,
또 당나라의 배 상국(裴相國) · 육긍 대부(陸亙大夫) · 진조 상서(陳操尚書) · 왕경 상시(王敬常侍) · 우양양(于襄陽) · 이습지(李習之) · 정우(鄭愚) · 위주(韋宙) 같은 이들은, 모두 마음을 다해 몸소 파고들어 평생토록 누려 쓰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우리 종문(宗門)에 대해서는 더욱 드러남과 숨음을 환히 밝히고, 깊은 데를 다하고 오묘한 데를 끝까지 갔습니다.
楊大年內翰、李駙馬都尉便可與龐居士並驅,
양대년 내한(楊大年內翰)과 이부마 도위(李駙馬都尉)는 곧 방 거사(龐居士)와 나란히 달릴 만합니다.
蓋具大力量,在仕路不捨宰官游方之外,提佛祖巴鼻鉗鎚世人,操同事攝向鴛鷺行中出作方面,與大宗師爲內外護,
대개 큰 역량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벼슬길에 있으면서도 재상과 관리의 자리를 버리지 않고 세속 밖에 노닐었습니다. 부처와 조사의 급소(巴鼻)를 들어 세상 사람들을 단련하였습니다. 함께 일하며 이끄는 방편(同事攝)을 지니고 벼슬아치의 대열 속에서 나와 한 방면을 맡아, 큰 종사(宗師)와 더불어 안팎으로 법을 지키는 이가 되었습니다.
豈非夙昔承靈山記莂,發百劫千生煉磨願行而闡如是機緣耶?
이 어찌 지난날 영산(靈山)의 수기(記莂)를 받들고, 백 겁 천 생에 걸쳐 갈고닦을 서원과 실천을 일으켜, 이와 같은 기연을 밝힌 것이 아니겠습니까.
쉽게 읽기그러나 이런 이들을, 참으로 마음을 비우고 자기를 깨끗이 한 이들과 견주어 보십시오. 그들은 뼈를 깎듯 애써 한 걸음 물러섭니다. 온갖 회포를 잊고, 진리에 꼭 들어맞아 몸소 깨닫습니다. 발로 실제 땅을 밟아, 감각과 그 대상을 꿰뚫고 온갖 잔재주를 끊어, 옛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들입니다. 이는 마치 유마 대사와 급고독 장자 같은 분들과 같습니다. 이분들은 도의 열매를 능히 거두어, 세상을 뛰어넘고 또 세상을 벗어났습니다. 당나라의 배 상국, 육긍 대부, 진조 상서, 왕경 상시, 우양양, 이습지, 정우, 위주 같은 이들도 그러합니다. 이들은 모두 마음을 다해 몸소 파고들어, 한평생 그 참된 쓸모를 얻었습니다. 우리 선문에서는 더욱 그러하여, 드러남과 숨음을 환히 밝히고 그 깊고 오묘한 데를 끝까지 다하였습니다. 양대년 내한과 이부마 도위는 방 거사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만합니다. 이들은 큰 힘을 갖추어, 벼슬길에 있으면서도 재상과 관리의 자리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세 밖에 노닐며, 부처와 조사의 급소를 잡아 세상 사람을 달구고 두드려 단련하였습니다. 남과 처지를 함께하며 이끄는 동사섭으로, 벼슬아치의 행렬 속에서 나와 한 방면을 맡았습니다. 그리하여 큰 스승과 더불어 안팎으로 불법을 지키는 이가 되었습니다. 이 어찌 지난날 영산에서 받은 수기를 받들어, 백 겁 천 생에 걸쳐 갈고닦을 서원과 실천을 세우고, 이와 같은 인연을 밝힌 것이 아니겠습니까.
풀이 2
鉗鎚 겸추'在仕路不捨宰官游方之外,提佛祖巴鼻鉗鎚世人'—鉗鎚를 동사로 써서, 楊大年·李駙馬 같은 사대부가 벼슬길에서 佛祖의 巴鼻를 들어 세상 사람을 단련함을 말했다.
64.3
한문近世佛法雖澆漓,而衣冠貴胄深信者極夥,殊有古風,要是前三流中相半。
번역요즈음 불법이 비록 얄팍해졌으나, 의관을 갖춘 귀족 자손 가운데 깊이 믿는 이가 매우 많아(極夥) 자못 옛 기풍이 있습니다. 요컨대 앞서 말한 세 부류 가운데 절반쯤은 됩니다.
儻有志乎此段,須攀上上大機,勿作中下體度,則超凡出塵得大解脫爲不難。
만약 이 일에 뜻이 있다면, 반드시 가장 높은 큰 근기(上上大機)를 붙잡아야 합니다. 중간이나 아래의 몸가짐과 태도를 짓지 마십시오. 그러면 범부를 뛰어넘고 티끌을 벗어나 큰 해탈을 얻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唯是專一久長,逢境界惡緣直截撥斷,所謂假使鐵輪頂上旋,定慧圓明終不失。
오직 한결같이 오래 이어 가십시오. 경계에서 나쁜 인연을 만나거든 곧바로 끊어 없애야 합니다. 이른바 “설령 쇠수레바퀴가 정수리 위에서 돈다 해도, 선정과 지혜(定慧)의 둥글고 밝음은 끝내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李渤拾遺出守九江,與拭眼歸宗相值,一面投契。
이발 습유(李渤拾遺)가 나가서 구강(九江)을 다스릴 때, 눈을 비비던 귀종(歸宗)을 만나 한 번 보고 뜻이 맞았습니다.
一日驀問:教中道:芥子納須彌。豈有是理耶?
하루는 대뜸 물었습니다. “가르침에서 ‘겨자씨가 수미산을 받아들인다(芥子納須彌)’고 하는데,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습니까?”
歸宗云:人傳公爲李萬卷,是不?對曰:然。
귀종이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공을 ‘이만권(李萬卷)’이라 전하던데, 그렇습니까?” 이발이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宗云:觀公身不滿三尺,萬卷書甚處著?李卽領旨。
귀종이 말했습니다. “공의 몸을 보니 세 자도 못 되는데, 만 권의 책을 어디에 두었습니까?” 이발이 곧 그 뜻을 알아차렸습니다.
此豈可與著相執情守見者論量哉?要是因指見月忘筌罤,得魚兔者根器,乃可以不守方便窠窟。
이 어찌 모양에 집착하고 정에 얽매여 제 견해를 지키는 이와 더불어 헤아려 논할 일이겠습니까. 요컨대 손가락으로 말미암아 달을 보고(因指見月), 통발과 그물을 잊고 물고기와 토끼를 얻는 그릇이라야, 방편의 굴을 지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爾直一舉便知落處,然後頴脫到七通八達之地,顯大受用矣。
한 번 들어 보이면 곧바로 그 떨어지는 자리(落處)를 압니다. 그런 뒤에야 쑥 빼어나(穎脫) 사방팔방으로 트인 자리에 이르러, 크게 누려 씀을 드러냅니다.
쉽게 읽기요즈음은 불법이 비록 얄팍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의관을 갖춘 귀족 자손 가운데 깊이 믿는 이가 매우 많아, 자못 옛 기풍이 있습니다. 대개 앞서 말한 세 부류 가운데 절반쯤은 됩니다. 만약 이 일에 뜻이 있다면, 모름지기 가장 높은 큰 그릇을 붙잡아야 합니다. 중간이나 아래의 몸가짐과 태도를 짓지 마십시오. 그리하면 범부를 뛰어넘고 티끌을 벗어나 큰 해탈을 얻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오직 한결같이 오래 이어 가십시오.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나쁜 인연을 만나거든, 곧바로 끊어 없애야 합니다. 이른바 “설령 쇠수레바퀴가 정수리 위에서 돌더라도, 정혜의 밝고 원만함은 끝내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발 습유가 구강에 나가 고을을 다스릴 때의 일입니다. 눈을 비비던 귀종 선사를 만나, 한 번 마주하고서 뜻이 맞았습니다. 하루는 이발 습유가 대뜸 물었습니다. “가르침에 겨자씨가 수미산을 받아들인다고 하니, 어찌 이런 이치가 있겠습니까?” 귀종이 되물었습니다. “사람들이 공을 이만권이라 부르던데, 그렇습니까?” 이발이 “그렇습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귀종이 다시 말하였습니다. “공의 몸을 보니 세 자도 못 되는데, 만 권의 책을 어디에 두었습니까?” 이발이 곧 그 뜻을 알아차렸습니다. 이 어찌 겉모습에 집착하고 감정에 얽매여 제 견해만 지키는 이와 더불어 헤아려 따질 일이겠습니까. 요컨대 손가락을 보고 달을 보며, 통발과 그물을 잊고 물고기와 토끼를 얻는 그릇이라야 합니다. 그래야 방편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습니다. 한 번 들어 보이면 곧바로 그 말이 떨어진 자리를 알고, 그런 뒤에야 쑥 빼어나 막힘없이 두루 통하는 경지에 이르러 큰 쓸모를 드러냅니다.
풀이 5
景德傳燈錄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7 歸宗智常章: 江州刺史 李渤이 '芥子納須彌'를 묻자 '摩頂至踵如椰子大,萬卷書向何處著'이라 했다. 뒤의 韓愈·大顛·三平 문답은 이 책에 없고 『聯燈會要』 권20·『五燈會元』 권5에 '先以定動,後以智拔'로 실렸다.
景德傳燈錄 경덕전등록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7 「여산귀종지상장(廬山歸宗智常章)」: 이발(李渤)이 '개자납수미(芥子納須彌) 기유시리(豈有是理)'를 묻자 지상(智常)이 '인전사군독만권서(人傳使君讀萬卷書)…만권서향하처저(萬卷書向何處著)'으로 답한다. 본편 개자납수미(芥子納須彌) 공안의 직접 전거이다.
국역본 대조 · 이 역주를 고침衣冠貴胄深信者極夥
저본은 極夥(매우 많다)이니 책의 '극히 많습니다'가 맞다. 옛 판정은 부록본 전사 '極尠'(드물다)을 두고 책을 오역이라 했으나 거두고, 이 역주의 번역도 '매우 많아(極夥)'로 고쳤다. 뒤의 '殊有古風'·'前三流中相半'과도 '많다'가 맞물린다(2026-10-23).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要是前三流中相半' —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책은 半을 사실상 伴으로 읽어 "서로 짝하려 해야 합니다"로 옮겼으나 자형은 半이다. "세 부류 가운데 절반쯤은 된다"가 자형·직역상 타당하다. 다만 前三流의 지시대상과 相半의 함의가 난해하여 각주감이다.
64.4
한문韓文公問大顛愈:公務事繁,佛法省要處請師一言。
번역한문공(韓文公)이 대전(大顚)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공무가 번잡합니다. 불법의 요긴한 곳을 스님께서 한 말씀 해 주십시오.”
顛只據坐,公罔然。是時三平侍立,卽撫禪床一下云:侍郎和尚道:先以定動,後以智㧞。
대전은 그저 앉은 채로 있었습니다. 공이 멍하니 있었습니다. 이때 삼평(三平)이 곁에 모시고 섰다가, 곧 선상을 한 번 치고 말했습니다. “시랑이시여, 화상께서는 ‘먼저 선정으로 흔들고, 뒤에 지혜로 뽑는다’고 하셨습니다.”
文公大喜曰:禪師佛法峭峻,愈卻於侍者處有箇入處,利根種性一撥便轉。
문공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선사의 불법이 험준하기도 한데, 저는 도리어 시자에게서 들어갈 곳(入處)을 하나 얻었습니다.” 근기가 날카로운 바탕은 한 번 튕겨 주면 곧 돌아섭니다.
看他師資互作方便,向不可名、不可言處發揮,非韓公俊快,安能領略?
저 스승과 제자가 서로 방편을 지어, 이름 붙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곳에서 펼쳐 보임을 보십시오. 한공의 빼어나고 날랜 재주가 아니었다면, 어찌 알아챌 수 있었겠습니까.
所謂揮斤者敏手,亦須受斤者有不動之質,然後二俱入妙,不然則成一場漏逗爾。觀此,那假日日入室、朝朝咨參?
이른바 도끼를 휘두르는 이(揮斤者)가 손이 빠르다 해도, 도끼를 받는 이에게 움직이지 않는 바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둘이 다 오묘한 데에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바탕 낭패(漏逗)가 되고 말 뿐입니다. 이것을 보건대, 어찌 날마다 방에 들고 아침마다 찾아가 묻기를 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是故昔人隔江招扇,渠便橫趨而領,今恁麼形紙墨,迺知而故犯也。
그러므로 옛사람이 강 건너에서 부채로 부르자, 그가 곧 비스듬히 달려가며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이제 이렇게 종이와 먹으로 그려 보이니, 이는 알면서도 짐짓 범한 것입니다.
쉽게 읽기한문공 한유가 대전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공무가 번잡합니다. 불법의 요긴한 곳을 스님께서 한 말씀 일러 주시기를 청합니다.” 대전은 다만 앉은 채로 있었습니다. 공이 멍하니 있으니, 이때 곁에서 모시고 섰던 삼평이 참선하는 평상을 한 번 쳤습니다. 그러고는 말하였습니다. “시랑이시여, 화상께서 「먼저 선정으로써 흔들고, 뒤에 지혜로써 뽑는다」고 하신 뜻입니다.” 문공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습니다. “선사의 불법이 험준하기도 한데, 저는 도리어 시자에게서 하나의 들어갈 곳을 얻었습니다.” 근기가 예리하게 타고난 바탕은 한 번 튕겨 주면 곧 돌아섭니다. 저 스승과 제자가 서로 방편을 지어, 이름 붙일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곳에서 솜씨를 드러냄을 보십시오. 한공의 빼어나고 밝은 재주가 아니었다면, 어찌 알아챌 수 있었겠습니까. 이른바 도끼를 휘두르는 이가 손이 빠르다 하더라도, 또한 도끼를 받는 이에게 움직이지 않는 자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둘이 다 오묘한 데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바탕 헛일이 되고 맙니다. 이로 보건대 어찌 날마다 스승 방에 들고 아침마다 찾아가 묻기를 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옛사람은 강 건너에서 부채로 부르면 그가 곧 비스듬히 달려와 알아챘던 것입니다. 이제 이렇게 종이와 먹으로 그려 보이니, 이는 곧 알면서도 짐짓 범한 것입니다.
풀이 5
三平義忠 삼평의충『五燈會元』 권5 大顛章: 韓愈가 '弟子軍州事繁 佛法省要處 乞師一語'를 청하고 大顛이 良久하자 侍者 三平이 禪牀을 세 번 치며 '先以定動 後以智拔'이라 하였다(X80n1565_p0112b01 앞뒤). 원오는 '撫禪床一下'로 적었다.
隔江招扇 격강초선'昔人隔江招扇,渠便橫趨而領'의 '橫趨'는 『景德傳燈錄』 권16의 '乃橫趨而去'에 대응한다. 昔人 = 德山, 渠 = 高亭簡.
景德傳燈錄 경덕전등록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대전보통장(大顚寶通章)」·연등회요(聯燈會要): 한유(韓愈)가 대전(大顚)에게 불법요(佛法要)처를 묻고 삼평(三平)이 선상을 쳐 '선이정동(先以定動) 후이지발(後以智拔)'을 밝히는 문답이다. 본편 후반 공안의 등록(燈錄) 병렬 전거이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35
  1. 鉗鎚 겸추

    쇠를 집는 집게와 두드리는 쇠망치다. 대장장이가 쇠를 달구고 두드려 그릇을 만들듯, 스승이 배우는 이를 다그쳐 단련하는 솜씨를 이른다. 흔히 화로와 풀무(爐韛)와 함께 말한다.

  2. 同事攝 동사섭

    사섭법(四攝法)(보시(布施)·애어(愛語)·이행(利行)·동사(同事))의 하나이다. 중생과 처지를 함께하며 교화함이니, 관직에 몸담고 방외에 노니는 거사의 행을 지칭한다.

  3. 鐵輪頂上旋·定慧圓明終不失 철륜정상선·정혜원명종불실

    영가현각(永嘉玄覺) 『증도가(證道歌)』의 구절이다. 극한의 악연 속에서도 정혜의 원명함을 잃지 않음을 인용한 것이다.

  4. 李渤拾遺 이발습유

    이발(李渤)(773-831)이다. 별명은 이만권(李萬卷)(만 권을 읽음)이며 습유(拾遺)·강주자사(江州刺史)를 역임하였다. 구강(九江) 부임 중 귀종지상(歸宗智常)과 '개자납수미(芥子納須彌)' 문답을 나눈 재가 거사이다.

  5. 拭眼歸宗 식안귀종

    귀종지상(歸宗智常)이다.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사이며 여산(廬山) 귀종사(歸宗寺) 주지로, 통칭 '적안귀종(赤眼歸宗)'(눈이 붉음)이다. '식안(拭眼)'은 그 안질 고사와 관련한 별칭이다(교감란 참조).

  6. 大顚寶通 대전보통

    대전보통(大顚寶通)(732-824)이다. 석두희천(石頭希遷)의 법사로 조주(潮州) 영산(靈山)에 주석하였다. 한유(韓愈)에게 거좌(據坐)(앉은 채 침묵)로 답한 선사이다.

  7. 韓文公 한문공

    한유(韓愈)(768-824)이다. 시호는 문공(文公)이다. 조주자사(潮州刺史)로 좌천 중 대전보통(大顚寶通)을 참방한 재가 문사로, 뒤에 시랑(侍郎)으로 호칭된다.

  8. 隔江招扇 격강초선

    고정간(高亭簡) 선사의 깨침 이야기다. 그가 강 건너 덕산(德山)을 보고 멀리 합장하며 인사하자, 덕산이 손에 든 부채로 불렀다. 고정간은 그 자리에서 깨치고 옆걸음으로 가 버렸다. 말 없는 몸짓 하나로 마음이 통한 예로 든다.

  9. 景德傳燈錄 경덕전등록

    송나라 도원(道原)이 1004년 무렵 엮어 조정에 바친 선종의 역사책이다. 과거 일곱 부처에서 법안의 제자들까지, 법을 이은 차례대로 선사들의 행적과 문답을 실었다. 30권이며, 뒷날 공안의 가장 큰 원천이 되었다.

  10. 龐居士 방거사

    당나라의 재가 거사 방온(龐蘊, ?~808)이다. 형양(衡陽) 사람으로, 석두(石頭)에게 먼저 묻고 마조(馬祖)에게서 깨달아 그 법을 이었다. 아내와 딸 영조(靈照)까지 온 집안이 도를 닦은 이야기로 이름났다.

  11. 巴鼻 파비

    붙잡을 데, 곧 요긴한 실마리를 이르는 말이다. 소의 코를 꿰어 끌듯 꽉 쥘 수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왔다. '납승의 파비'는 수행자가 꼭 붙들어야 할 핵심을 가리킨다.

  12. 維摩大士 유마대사

    유마힐(維摩詰) 거사를 높여 이른 말이다. 부처님 당시 비야리성에 살던 재가 보살로, 『유마경』의 주인공이다. 병문안 온 문수(文殊) 보살에게 침묵으로 '둘 아닌 법문'을 보였다. 세속에 살며 도를 이룬 거사의 본보기로 꼽힌다.

  13. 陳操尚書 진조상서

    진조(陳操)이다. 당나라 때 목주(睦州) 자사를 지낸 관인으로, 상서(尚書)라 불렸다. 목주 스님 진존숙의 법을 이은 재가 제자로, 찾아오는 승려마다 날카롭게 시험했다. 운문(雲門)과 나눈 문답, 자복과의 '원상' 문답이 전한다.

  14. 王敬常侍 왕경상시

    왕경초 상시(王敬初常侍)이다. 상시는 벼슬 이름이다. 당나라 양주(襄州)의 관리로, 위산(溈山)의 법을 이은 재가 제자이다.

  15. 李翱 이고

    당나라 문인 이고(李翱)이며, 습지(習之)는 그의 자(字)이다. 한유(韓愈)의 문인으로 이름난 문장가였다. 낭주자사로 있을 때 약산(藥山)에게 도를 물었다. '구름은 하늘에, 물은 병에'라는 답을 듣고 게송을 지어 바쳤다.

  16. 三平義忠 삼평의충

    삼평의충(三平義忠)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처음 석공(石鞏)을 찾았다가 대전(大顚)의 법을 이었다. 장주(漳州) 삼평산에 머물러 삼평이라 불린다. 석공이 활을 겨누자 가슴을 열어 맞선 일로 알려졌다.

  17. 裴休 배휴

    배휴(裴休, 797~870)이다. 당나라의 재상으로 자는 공미(公美)이다. 황벽(黃檗)을 스승으로 모셔 그 가르침을 『전심법요』로 엮었다. 선문에서는 재가 수행자의 본보기로 꼽힌다.

  18. 同龕居士·傅申之 동감거사·부신지

    본 편(제66편)의 수신자이다. 자가 신지(申之), 법호가 동감(同龕)인 사대부 재가 신자이다. 구체적 생평은 미상이나 문맥상 저술에 능한 사대부 인물이다.

  19. 給孤長者 급고장자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 수달다(Sudatta/Anāthapiṇḍada)이다. 기원정사(祇園精舍)(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를 보시한 재가 대시주로, 재가로 도과를 증득한 예이다.

  20. 陸亙大夫 육긍대부

    육긍(陸亙)(764-834)이다. 선주관찰사(宣州觀察使) 등을 역임한 대부(大夫)이다. 남전보원(南泉普願)에게 참한 재가 제자로('조법사도천지여아동근(肇法師道天地與我同根)' 문답), 벽암록(碧巖錄) 제40칙의 인물이다.

  21. 于襄陽 우양양

    우적(于頔)(?-818)이다. 양양절도사(襄陽節度使)로 자옥도통(紫玉道通)(마조(馬祖) 법사)과 아호대의(鵝湖大義)에게 참문한 재가 신자이다. '양양(襄陽)'은 그 부임지에 따른 호칭이다.

  22. 鄭愚 정우

    당말(唐末) 관료·문인이다. 위앙계(溈仰系) 등 선사와 교유하며 비문·찬(讚)을 지은 사대부로, 선문의 외호자로 거명된다.

  23. 章宙 장주

    당대(唐代) 관료 거사로 선문 외호자로 거명된다. (인명 표기는 위주(韋宙)일 가능성도 있음 — 교감란 참조.)

  24. 楊大年內翰 양대년내한

    양억(楊億)(974-1020)이다. 자는 대년(大年), 한림학사(翰林學士)(내한(內翰))이며 광혜원연(廣慧元璉)(임제종(臨濟宗) 수산성념하(首山省念下))의 법사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을 칙명으로 간정하였다. 원오의 종문(임제 수산하(首山下))과 동류이므로 '아종(我宗)'으로 거명된다.

  25. 李駙馬都尉 이부마도위

    이준욱(李遵勗)(988-1038)이다. 부마도위(駙馬都尉)로 곡은온총(谷隱蘊聰)(수산성념하(首山省念下))의 법사이며 『천성광등록(天聖廣燈錄)』을 편찬하였다. 양억(楊億)과 함께 원오 자신의 임제(臨濟) 수산성념(首山省念) 법류에 속하여 '아종(我宗)'으로 특기된다.

  26. 芥子納須彌 개자납수미

    겨자씨가 수미산을 받아들임이다. 유마경(維摩經)·화엄(華嚴)의 사사무애(事事無礙) 사상에 근거한 표현으로, 이발(李渤)과 귀종(歸宗)의 문답 공안의 발문(發問) 구이다.

  27. 先以定動後以智拔 선이정동후이지발

    삼평이 한유에게 밝힌 요어이다. 먼저 정(定)으로 흔들고 뒤에 지(智)로 뽑아냄이니, 정혜(定慧)의 순차적 접인(接引)을 이른다.

  28. 靈山記莂 영산기별

    영산회상에서 부처가 준 수기(授記)(vyākaraṇa)이다. '별(莂)'은 기별(記別)(수기)의 선적 상용 표기이다.

  29. 因指見月 인지견월

    손가락을 인해 달을 봄이다. 『능엄경(楞嚴經)』·『능가경(楞伽經)』 계열의 지월(指月) 비유로, 방편(指)에 집착 말고 본지(月)를 보라는 뜻이다.

  30. 忘筌罤得魚兔 망전제득어토

    『장자(莊子)』 외물(外物) '득어망전(得魚忘筌), 득토망제(得兔忘蹄)'에서 온 표현이다. 물고기·토끼(목적)를 얻으면 통발·올무(방편)를 잊음을 이른다.

  31. 揮斤·受斤 휘근·수근

    『장자(莊子)』 서무귀(徐無鬼)의 장석운근성풍(匠石運斤成風) 고사이다. 영인(郢人) 코끝의 백토를 도끼로 깎아내되 코를 상하지 않음이니, 휘근자(揮斤者)(사(師))와 수근자(受斤者)(제자(弟子))가 함께 오묘함에 듦의 비유이다.

  32. 鴛鷺行 원로행

    원앙과 해오라기의 행렬이다. 조정 관료의 반열(班列)을 비유하는 상투어이다.

  33. 同龕居士 동감거사

    본 편(제66편)의 수신자이다. 자가 申之, 법호가 同龕인 사대부 재가 신자이다. 구체적 생평은 미상이나 문맥상 저술에 능한 사대부 인물이다.

  34. 鐵輪頂上旋 철륜정상선

    永嘉玄覺 『證道歌』의 구절이다. 극한의 악연 속에서도 정혜의 원명함을 잃지 않음을 인용한 것이다.

  35. 揮斤 휘근

    『莊子』 徐無鬼의 匠石運斤成風 고사이다. 郢人 코끝의 백토를 도끼로 깎아내되 코를 상하지 않음이니, 揮斤者(師)와 受斤者(弟子)가 함께 오묘함에 듦의 비유이다.

이 편의 풀이 1건

碧巖錄〔병렬용례〕 벽암록(碧巖錄) 제40칙(南泉一株花): '陸亙大夫'가 南泉普願에게 '肇法師道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를 들어 문답하는 장면이다. 본편이 거명한 陸亙大夫의, 원오 자신의 저작 내 병렬 용례이다.

문단 4국역본 대조 4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35저본 《卍新纂續藏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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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