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원오심요 · 下권 60편
화엄거사(華嚴居士)에게 드리는 글
示華嚴居士
풀이 4
책 '어디로든지 나아가려 하면'은 纔(막·조금이라도)의 시간·정도 뜻을 방향어로 옮긴 오독이다. '조금이라도 그리로 나아가려 하면 곧 어긋난다'가 원의에 맞다.
풀이 4
책 '텅 비고 담박하게'는 冲을 虛(비움)로 취했고, 자체역 '순수하고 온화하며 담담함'은 冲淡을 담박·온화의 한 낱말로 읽었다. 冲(沖)은 虛와 澹의 두 뜻을 아울러 지녀 어느 쪽으로도 갈리는데, 어느 독해를 확정할 결정적 전거가 없어 양립한다.
較些子는 '그래도 조금 낫다/조금 차이가 남'을 뜻하는 선가 표준 관용구로, 較의 본뜻은 정오(正誤)가 아니라 비교우위('낫다')에 있다. 문맥도 앞의 '癡兀拍盲, 罔分皂白'을 받아 '絕學閑閑 真道人'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자리여서 '조금 낫다'가 밀착한다. 책의 '조금은 옳다 하리니'는 較를 정오로 읽어 어긋나며, 자체역 '그래도 조금은 낫습니다'가 옳다.
풀이 2
책 '궁극적으로 합당한 경계'는 合殺(곡·극의 결미를 뜻하는 악률·연희 용어)을 合當으로 읽은 과의역이다. 究竟合殺處는 궁극의 결말짓는 자리이므로 '구경의 마지막 매듭짓는 자리'가 옳다.
이 편의 낱말 30
- 圓陀陀 원타타
선가의 상투어 '원타타지광삭삭(圓陀陀地光爍爍)(둥글둥글 빛나는)'의 앞말이다. 원만하여 모난 데 없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의 형용이다.
- 澄澄絕照 징징절조
맑고 맑아(澄澄) 비추는 작용(照)마저 끊어짐이다. 능·소가 사라진 자리이다.
- 壁立萬仞 벽립만인
만 길 낭떠러지처럼 우뚝 서 있다는 말이다. 알음알이나 말로는 붙을 데가 없는 깨침의 자리, 또는 그런 엄한 가르침을 이른다. 원오의 『벽암록』에도 자주 나온다.
- 作玄作妙 작현작묘
현(玄)(그윽함)·묘(妙)(오묘함)라는 알음알이(知見)를 지어냄이다. 언어·개념으로 도를 꾸미는 것을 경계한다.
- 倚天長劒 의천장검
하늘에 기댄 장검이다. 송옥(宋玉) 大言賦 '長劍耿介,의천외(倚天外)'에서 유래한다. 범접 못 할 예리한 기봉(機鋒)의 비유이다. 검(劒)은 검(劍)의 이체이다.
- 無心境界 무심경계
분별하는 마음이 끊어진 무심(無心)의 경지이다. 무엇을 붙잡거나 따지는 생각이 없어, 일상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자유로운 자리를 이른다.
- 截生死流 절생사류
생사(生死)의 흐름(流)을 단칼에 끊음이다.
- 無爲舍 무위사
무위(無爲)(asaṃskṛta)의 집이다. 조작(造作) 없는 열반의 처소이다.
- 癡兀拍盲 치올박맹
어리석고 우두커니하며(癡兀) 아주 눈먼(拍盲) 듯함이다. 분별을 여읜 순박한 경계의 형용이다.
- 罔分皂白 망분조백
검음(皂)과 흼(白)조차 가리지 못함이다. '불분조백(不分皂白)'이다. 시비분별이 끊긴 상태이다.
- 絕學閑閑真道人 절학한한진도인
영가현각(永嘉玄覺) 증도가(證道歌) '절학무위한도인(絕學無爲閑道人),불제망상불구진(不除妄想不求真)'에서 온 말이다. 배움을 끊고 함 없이 한가로운 참 도인이다.
- 回光返照 회광반조
밖으로 내달리던 마음의 빛을 돌이켜 제 본성을 되비춘다는 말이다. 남의 말이나 바깥 경계를 좇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선 공부의 요긴한 가르침이다. 임제(臨濟)의 말에 보인다.
- 契寂 계적
고요(寂)에 계합(契合)함이다. 적조(寂照)에 하나됨이다.
- 絕滲漏 절삼루
번뇌의 새어나감(滲漏)을 끊음이다. 동산양개(洞山良价)의 삼종삼루(三種滲漏)(견(見)·정(情)·어(語))와 연관된 용어이다.
- 向上人 향상인
향상(向上)의 자리에 이른 사람이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자취나 부처라는 이름에도 머물지 않고, 그것마저 넘어선 이를 이른다.
- 不言而喻 불언이유
맹자(孟子) 진심상(盡心上) '불언이유(不言而喻)'이다. 말하지 않아도 절로 알아 통함이다.
- 懸崖撒手 현애살수
깎아지른 벼랑에 매달려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말이다. 목숨처럼 붙들던 알음알이와 기댈 곳을 한꺼번에 놓아 버리는 결단을 이른다. '크게 한 번 죽는다(大死一番)'와 통한다.
- 大休大歇 대휴대헐
크게 쉬고 크게 그친다는 말이다. 찾고 헤아리던 마음이 다 쉬어, 더 구할 것 없이 편안해진 깨침의 자리를 이른다.
- 合殺 합살
곡(曲)·극의 마지막을 맺는 결미(結尾)를 뜻하는 악률·연희 용어이다. '구경합살처(究竟合殺處)'는 궁극의 결말짓는 자리이다.
-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 圜悟佛果禪師語錄 원오불과선사어록
원오극근(圜悟克勤)의 설법을 제자 소륭(紹隆) 등이 엮은 20권의 어록이다. 법당 설법과 제자에게 준 법어, 옛 공안에 붙인 평과 게송을 실었다. 『원오심요』의 몇 편이 이 책의 법어에도 실려 있다.
- 腳蹋實地 각답실지
발로 참된 땅을 딛고 선다는 말이다. 관념에 들뜨지 않고 깨달음의 실제 자리에 단단히 발붙인 경지를 이른다. 흔히 각답실지(腳踏實地)라고 쓴다.
- 平常心是道 평상심시도
조주(趙州)가 스승 남전(南泉)에게 '무엇이 도입니까' 하고 묻자, 남전이 '평상심이 도다'라고 답하였다. 꾸밈없는 날마다의 마음이 그대로 도라는 뜻이다. 조주가 그리로 나아가도 되느냐고 묻자, 남전은 '나아가려 하면 곧 어긋난다'고 하였다. 본디 마조(馬祖)가 대중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 猛火聚 맹화취
사납게 타오르는 불더미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얼굴을 태우므로, 생각으로 더듬어 붙잡을 수 없는 반야(般若), 곧 깨달음의 지혜를 비유한다.
- 華嚴居士 화엄거사
원오 스님이 원오심요의 「시화엄거사」를 지어 준 재가 수행자이다. '화엄'은 그의 법명이고,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 坦蕩蕩 탄탕탕
논어(論語) 술이(述而) '군자탄탕탕(君子坦蕩蕩)'에서 온 말이다. 툭 트여 걸림 없이 평탄한 심경이다.
- 孤迥危峭 고형위초
홀로 아득히(孤迥) 우뚝하고 험준함(危峭)이다. 짝할 것 없는 절대의 경계이다.
- 攖鋒 영봉
칼끝(鋒)에 부딪쳐 건드림(攖)이다. 감히 정면으로 맞섬이다.
- 冲淡 충담
'충담(沖淡)'이다. 담박하고 온화함이다. 충(冲)은 충(沖)의 이체이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