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원오심요 · 下권 50편
엄(嚴)·수(殊) 두 도인에게 주는 글
示嚴殊二道人
풀이 6
책은 '轉好語'를 '선문답을 하면서'로 느슨히 옮겼고, 자체역은 轉語(전어)의 어감을 살려 '그럴듯한 말을 굴려 낸 것으로' 옮겼다. 헛된 언변을 배움으로 삼는 태도에 대한 경계라는 귀결은 같으나, 三五百轉이 가리키는 것(선문답 자체인가, 굴려낸 전어의 수인가)이 갈려 양립한다.
풀이 8
책은 '不輕毀'를 '경솔하게 다치지 않는다'로 옮기고 '上流'를 뒤 문장의 주어로 붙였으나, 이는 윗길의 높은 이를 함부로 헐뜯지 말라는 뜻이며 뒤 '愈透徹愈低細'의 주어는 久參之士 자신이다. 윗길의 사람을 함부로 헐뜯지 말라는 독법이 옳다.
책은 '達磨謂之一相三昧。一行三昧'를 이어 붙여 달마가 일상삼매·일행삼매 두 삼매를 함께 이른 것으로 읽었고, 자체역은 CBETA 저본 표점을 좇아 '일행삼매는 밟아 익혀 순숙케 하라'로 끊어 읽었다. 앞의 '심부동요·지무개역'(부동의 고요)을 一相三昧로, 뒤의 '고금 작용기연·칠달팔통'(활발한 작용)을 一行三昧로 나누어 잇는 교리 구도와 저본 표점은 자체역을 뒷받침하나, 一相·一行을 짝지어 달마에게 귀속하는 선가의 관례 또한 오래되어 어느 쪽도 결정적 전거로 물리치기 어렵다. 양립.
如는 '~과 같다'의 뜻으로 원문에 뚜렷하므로, '말후일어와 같아야 비로소 옳다'로 如를 살려 옮긴 자체역이 원문에 충실하다. 책의 '마지막 한마디를 알아야 한다'는 如(같다)를 실질상 知(알다)로 바꾸어 원문에서 벗어난다. 자체역이 옳다.
이 편의 낱말 29
- 三世諸佛 삼세제불
과거·현재·미래 삼세의 모든 부처이다. '역대조사(歷代祖師)'와 짝을 이루어 불조가 함께 증득·전수한 하나의 진실(一實)을 강조한다.
- 門頭戶底 문두호저
문 앞과 문지방 아래이다. 근본에 사무치지 못하고 겉·입구에만 머무는 얕은 이해를 비유한다.
- 窠窟 과굴
새의 둥지와 짐승의 굴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선에서는 수행자가 한 견해나 경지에 눌러앉아 벗어나지 못하는 자리, 곧 '소굴'을 비유한다. 틀에 박힌 말이나 수단을 가리키기도 한다.
- 機境 기경
기(機)는 스승이 내보이는 마음의 작용과 솜씨, 경(境)은 그때 드러내 보이는 사물과 장면이다. 가르침의 수단을 두루 이르나, 거기에 붙들려 알음알이를 지으면 병이 된다.
- 照用 조용
비춤(照)과 씀(用)이다. 지혜로 환히 비추어 살피는 일과, 그 지혜를 부려 배우는 이를 다루는 일을 이른다. 임제(臨濟)가 이 둘을 넷으로 짜 맞춘 '사조용(四照用)'이 유명하다.
- 臘月三十日 납월삼십일
섣달 그믐날, 곧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선문에서는 목숨이 다하는 날, 죽음을 맞는 때를 이르는 말로 쓴다. 평소의 공부가 그날 쓸모 있느냐를 물을 때 자주 나온다.
- 一千二百斤擔子 일천이백근담자
일천이백 근이나 되는 무거운 짐이다. 임종에 홀로 짊어지고 넘어가야 할 생사의 큰 짐을 무게로 형상화한 말이다.
- 翛然獨脫 소연독탈
얽매임 없이 훌쩍 홀로 벗어난다는 말이다. 소연(翛然)은 걸림 없이 홀가분한 모양을 이른다. 생사와 세속 인연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일을 말할 때 자주 쓴다.
- 凡聖情量 범성정량
범부와 성인을 나누어 헤아리는 정식(情識)의 분별이다. 이 이원적 헤아림이 다하지 못하면 윤회한다는 무업 가르침의 핵심어이다.
- 黠慧 힐혜
약삭빠른 지혜, 잔꾀 섞인 총명함이다. '총명힐혜(聰明黠慧)'는 도리어 도를 막는 근본이 된다고 하였다.
- 冥然扣寂 명연구적
그윽이(冥然) 고요함을 두드림(扣寂)이다. 알음알이를 쉬고 적적한 근원에 사무쳐 드는 공부를 이른다.
- 業根種子 업근종자
업의 뿌리와 종자이다. 윤회를 일으키는 업의 근본 습기·씨앗을 가리키며, 이를 뒤집어엎어야(翻卻) 함을 말한다.
- 違順境界 위순경계
거스르는(違) 경계와 순한(順) 경계이다. 뜻에 거슬리거나 맞는 온갖 상황을 아우른다.
- 一相三昧 일상삼매
하나의 상(相)에 든 삼매이다. 모든 경계에서 상대적 차별을 여의어 마음이 한결같이 흔들리지 않는 평등한 정(定)이다. 뒤의 '일행삼매(一行三昧)'와 짝을 이루며 『육조단경(六祖壇經)』 등에서 함께 설해진다.
- 一行三昧 일행삼매
하나의 행(行)으로 이어지는 삼매이다. 어느 때 어디서나 곧은 마음(直心)이 한결같이 이어지는 정(定)이다. '절의리천순숙(切宜履踐純熟)'은 이를 밟아 익혀 순숙케 하라는 당부이다.
- 任運 임운
억지로 짓지 않고 흐름에 맡겨 저절로 그러함을 이른다. 선에서는 애쓰는 마음이 쉬어 일상의 움직임이 꾸밈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경지를 말한다. 흔히 '등등임운(騰騰任運)'처럼 쓴다.
-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 菩提達磨 보리달마
보리달마(菩提達磨)다. 남인도에서 중국에 와 선(禪)을 전한 첫 조사로, 중국 선종의 초조라 부른다. 양나라 무제를 만났으나 뜻이 맞지 않아 위나라로 가서, 소림사에서 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눈 속에서 제 팔을 끊고 법을 구한 혜가(慧可)에게 법을 전했다.
- 本分事 본분사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어 마땅히 밝혀야 할 근본의 일, 곧 제 본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또 스승이 방편을 빌리지 않고 바로 그 근본으로 학인을 이끄는 본연의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 燈錄 등록
선종 스님들의 법의 계보와 문답을 차례로 적은 역사서를 두루 이르는 말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을 비롯한 다섯 책이 대표적이며, 이를 하나로 엮은 것이 『오등회원(五燈會元)』이다.
- 保任 보임
깨친 뒤에 그 자리를 잃지 않도록 잘 지키고 길러 가는 공부다. 흔히 보림이라고도 읽는다. 옛사람은 소 치는 이가 소를 지켜보아 남의 곡식을 밟지 않게 하듯 하라고 비유하였다.
- 腳蹋實地 각답실지
발로 참된 땅을 딛고 선다는 말이다. 관념에 들뜨지 않고 깨달음의 실제 자리에 단단히 발붙인 경지를 이른다. 흔히 각답실지(腳踏實地)라고 쓴다.
- 公案 공안
옛 조사들이 주고받은 문답이나 깨달음의 계기를 들어, 참선하는 이가 붙들고 궁구하게 한 것이다. 본래 관아의 판결 문서를 이르던 말이다. 화두(話頭)로 들어 의심을 일으키는 재료가 된다.
- 汾州無業 분주무업
분주무업(汾州無業)(761~822)이다.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사(法嗣)로, 배우러 오는 이에게 무엇을 묻든 늘 '망상하지 말라(莫妄想)'고만 하였다. 《경덕전등록》 권8.
- 嚴殊二道人 엄수이도인
원오 스님이 원오심요의 「시엄수이도인」을 지어 준 두 사람이다. '엄'과 '수'는 두 사람의 이름 가운데 한 글자씩이고, '도인'은 도를 닦는 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 五陰 오음
=오온(五蘊). 색·수·상·행·식의 다섯 무더기이다. '경중오음(輕重五陰)'은 업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오음을 받아 다시 태어나(隨念受生) 윤회함을 뜻한다.
- 七達八通 칠달팔통
=칠통팔달(七通八達). 일곱 군데로 통하고 여덟 군데로 사무침, 곧 어느 곳에도 막힘없이 두루 통달함(자재무애)을 이른다.
- 胸次 흉차
가슴속, 마음속이다. '不留在胸次'는 통달한 기연조차 가슴에 담아 두지 않음(자취를 남기지 않음)을 뜻한다.
- 末後一語 말후일어
=말후구(末後句). 온갖 말을 다한 끝에 오는 맨 마지막 한 마디, 궁극의 소식이다. 특히 암두전활(巖頭全豁)의 '말후구(末後句)'로 유명한 선문의 화두적 주제로, 임운의 경지마저 다시 넘어서야 함을 가리킨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