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8편

위학사(魏學士)에게 드리는 글

示魏學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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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한문覿面相呈,卽時分什了也。若是利根,一言契證,已早郎當,何況形紙墨,涉言詮,作路布,轉更懸遠。
번역얼굴을 마주하고 곧바로 드러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벌써 다 건네드린 것입니다. 근기(根機)가 날카로운 사람이라면 한마디 말에 맞아떨어져 증득하겠지만, 그것조차 벌써 어그러진 것입니다. 하물며 종이와 먹으로 드러내고, 말과 풀이를 거쳐, 짜 놓은 말길(路布)을 늘어놓는다면, 더욱더 아득히 멀어질 뿐입니다.
然此段大緣,人人具足,但向己求,勿從它覓。
그러나 이 큰 인연(大緣)은 사람마다 온전히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자기에게서 구하고, 남에게서 찾지 마십시오.
蓋自己心無相,虗閑靜密,鎮長印定,六根四大,光吞羣象。
본디 자기 마음은 모양이 없어, 텅 비고 한가하며 고요하고 은밀합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여섯 감관(六根)과 사대(四大)에 도장 찍어 정하니, 그 빛이 온갖 형상을 삼켜 버립니다.
若心境雙寂雙忘,絕知見,離解會,直下透徹,卽是佛心,此外更無一法。
마음과 경계가 둘 다 고요하고 둘 다 잊혀, 앎과 견해를 끊고 이해와 알음알이를 여의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사무쳐 통하면, 이것이 바로 부처의 마음입니다. 이 밖에 다시 한 법도 없습니다.
쉽게 읽기얼굴을 마주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보여 드리면, 그 순간 이미 다 건넨 것입니다. 근기가 날카로운 사람이라면 한마디에 딱 맞아떨어져 곧장 깨칩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벌써 어긋난 셈입니다. 하물며 종이와 먹으로 모양을 그리고, 말과 풀이를 거쳐 짜 놓은 말길을 늘어놓는다면, 더욱더 아득히 멀어질 뿐입니다. 그러나 이 큰 인연은 사람마다 고스란히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자기 안에서 찾을 일이지, 남에게서 구하지 마십시오. 본디 내 마음은 모양이 없어, 텅 비고 한가하며 고요하고 은밀합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여섯 감관과 사대를 도장 찍듯 붙들어 두니, 그 빛이 삼라만상을 삼켜 버립니다. 마음과 경계가 둘 다 고요해지고 둘 다 잊히면, 앎과 견해가 끊기고 이해와 알음알이를 벗어나 그 자리에서 곧장 사무쳐 통합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의 마음입니다. 이 밖에 따로 한 법도 없습니다.
풀이 4
郎當 낭당'若是利根,一言契證,已早郎當'—한마디에 契證하는 것조차 벌써 어그러졌으니, 하물며 紙墨·言詮이겠느냐는 말.
光吞羣象 광탄군상『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권7 반산보적(盤山寶積) '심월고원(心月孤圓) 광탄만상(光吞萬象)' — 본문 '광탄군상(光吞羣象)'의 어원적 병렬 용례다.
光吞羣象 광탄군상『景德傳燈錄』卷7 盤山寶積 '心月孤圓 光吞萬象' — 본문 '光吞羣象'의 어원적 병렬 용례다.
8.2
한문是故祖師西來,只言直指人心,教外別行,單傳正印,不立文字語句,要人當下休歇去。
번역그러므로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셔서 하신 말씀은 이것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키고(直指人心), 가르침 밖에 따로 행하며(敎外別行), 바른 도장(正印)만을 홑으로 전하고(單傳), 문자와 말과 글귀를 세우지 않아, 사람을 그 자리에서 쉬게 한다.”
若生心動念,認物認見,弄精魂,著窠窟,卽沒交涉也。
만약 마음을 내고 생각을 움직여, 사물을 참으로 여기고 견해를 참으로 여기며, 정신과 넋을 희롱하고 소굴에 들러붙는다면, 곧 아무 상관이 없게 됩니다.
石霜道:休去歇去,直教唇皮上醭生去,一條白練去,一念萬年去,冷湫湫地去,古廟裏香爐去。
석상(石霜)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쉬어 가고 쉬어 가라. 곧장 입술 위에 곰팡이가 피도록 하라. 한 가닥 흰 비단처럼 되어라. 한 생각이 만 년이 되게 하라. 싸늘하고 차갑게 되어라. 옛 사당 안의 향로처럼 되어라.”
但信此語,依而行之,放教身心如土木,如石塊,到不覺不知不變動處,靠教絕氣息,絕籠羅,一念不生,驀地歡喜,如暗得燈,如貧得寶,四大五蘊,輕安似去重擔,身心豁然明白,照了諸相,猶如空花,了不可得。
다만 이 말씀을 믿고 그대로 행하십시오. 몸과 마음을 흙이나 나무처럼, 돌덩이처럼 놓아 버려,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고 움직여 바뀌지도 않는 곳에 이르십시오. 숨결도 끊기고 얽매임도 끊기도록 기대어 두어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으면, 문득 기뻐집니다. 어둠 속에서 등불을 얻은 듯,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듯합니다. 사대와 오온(五蘊)이 무거운 짐을 벗은 듯 가뿐하고 편안해집니다. 몸과 마음이 활짝 밝아져 모든 형상을 비추어 보니, 허공의 꽃과 같아서 끝내 얻을 수 없습니다.
쉽게 읽기그러므로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셔서 하신 말씀은 오직 이것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키고, 가르침 밖에서 따로 전하며, 오직 하나의 바른 도장만을 홑으로 물려주고, 문자와 말과 글귀를 세우지 않아, 사람을 그 자리에서 쉬게 한다.' 만약 마음을 내고 생각을 굴려, 바깥 사물을 붙잡고 제 견해를 붙들며, 정신과 넋을 놀리고 알음알이의 소굴에 들어앉는다면,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집니다. 석상 선사께서는 이렇게 이르셨습니다. '쉬고 또 쉬어라. 입술에 곰팡이가 슬도록, 한 가닥 흰 비단처럼, 한 생각이 만 년이 되도록, 싸늘하고 차갑게, 옛 사당 안 향로처럼 되어라.' 다만 이 말씀을 믿고 그대로 따라, 몸과 마음을 흙이나 나무처럼, 돌덩이처럼 놓아 버리십시오. 그리하여 느끼지도 알지도 못하고 흔들리지도 않는 자리에 이르러, 숨결이 끊기고 얽매임이 끊기도록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으면, 문득 기쁨이 솟습니다. 어둠 속에서 등불을 얻은 듯,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듯합니다. 사대와 오온이 무거운 짐을 벗은 듯 가뿐하고 편안해지고, 몸과 마음이 활짝 밝아져 온갖 형상을 비추어 보니, 마치 허공의 꽃과 같아 끝내 붙잡을 수 없습니다.
풀이 7
石霜慶諸 석상경제『五燈會元』 권6 九峰道虔章 '休去。歇去。冷湫湫地去。一念萬年去。寒灰枯木去。古廟香爐去。一條白練去'와 대응. 心要는 '直教唇皮上醭生去'를 더하고 차례가 다르다.
休去歇去 휴거헐거이 편의 인용은 '休去歇去,直教唇皮上醭生去,一條白練去,一念萬年去,冷湫湫地去,古廟裏香爐去'로, 『五燈會元』 권6의 七去와 견주면 '唇皮上醭生去'가 더해지고 '寒灰枯木去'가 없으며 차례도 다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教外別行
저본 字는 '別行'(따로 행하다)이나 종문 상투어는 '教外別傳'이다. 字에 충실하면 '가르침 밖에 따로 행하며'이고, 傳 관용을 따르면 '따로 전한다'이다. 別行과 別傳은 이문으로 양립하며 저본에 '行'이 실재하는 이상 어느 쪽도 결정적 오독이 아니므로 자체역을 유지한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不立文字語句,要人當下休歇去
'只言'의 인용 범위가 갈린다. 자체역은 '要人當下休歇去'를 조사의 직접 인용 안에 넣었고, 책은 인용을 '不立文字語句'에서 닫아 '要人…'을 사람을 쉬게 하려는 의도로 밖에 두었다. 要人이 곧 조사의 의도이고 이 대목은 고정 정형구가 아니라 저자의 부연이므로 두 표점이 다 성립하여 유지한다.
8.3
한문此本來面目現,本地風光露,一道清虗,便是自己放身舍命,安閑無爲快樂之地。
번역이때 본래면목(本來面目)이 나타나고 본지풍광(本地風光)이 드러나, 한 줄기 맑고 텅 빕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가 몸을 놓고 목숨을 버린, 편안하고 한가하며 함이 없이 즐거운 자리입니다.
千經萬論只說此,前聖後聖作用方便妙門只指此,如將鑰匙開寶藏鎻。
천 가지 경과 만 가지 논이 오직 이것을 말할 뿐입니다. 앞선 성인과 뒤의 성인이 작용하신 방편의 묘한 문도 오직 이것을 가리킬 뿐입니다. 열쇠로 보배 창고의 자물쇠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門既得開,觸目遇緣,萬別千差,無非是自己本分合有底珍奇,信手拈來,皆可受用,謂之一得永得。
문이 열리고 나면, 눈에 닿고 인연을 만나는 천 가지 만 가지 차별이 모두 자기 본분에 본디 갖추어진 진귀한 보배 아닌 것이 없습니다. 손 가는 대로 집어 와도 다 누려 쓸 수 있습니다. 이를 일러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다(一得永得)’고 합니다.
盡未來際,於無得而得,得亦非得,乃真得也。
미래가 다하도록 얻음 없는 가운데 얻습니다. 얻어도 얻음이 아니니, 그것이 참으로 얻는 것입니다.
若不如是,便落有證有得相似,般若中卻不究竟也。
만약 이와 같지 못하면, 증득함이 있고 얻음이 있는 사이비 반야(相似般若)에 떨어져, 도리어 끝까지 이르지 못합니다.
쉽게 읽기이때 본래면목이 드러나고, 본지풍광, 곧 본디 제가 지녀 온 마음의 참모습이 나타나, 한 줄기 맑고 텅 빈 자리가 열립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가 몸을 놓고 목숨을 버려, 편안하고 한가로우며 아무 함이 없이 즐거운 경지입니다. 천 가지 경전과 만 가지 논서가 오직 이것만을 말하고, 앞선 성인도 뒤의 성인도 방편으로 지으신 묘한 문이 오직 이것만을 가리킵니다. 마치 열쇠로 보배 창고의 자물쇠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문이 한번 열리면, 눈에 닿고 인연으로 만나는 온갖 차별이 모두 제 본분에 이미 갖추어져 있던 진귀한 보배 아닌 것이 없습니다. 손 가는 대로 집어 와도 다 받아 쓸 수 있으니, 이를 두고 '한 번 얻으면 영영 잃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오는 세월이 다하도록, 얻음 없는 가운데 얻으니, 얻어도 얻은 것이 아닌 그것이 곧 참으로 얻는 것입니다. 만약 이와 같지 못하면, 증득함이 있고 얻음이 있는, 겉만 비슷한 반야에 떨어져, 도리어 끝까지 가지 못한 것입니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謂之一得永得。盡未來際,於無得而得
'盡未來際'의 소속이 갈린다. CBETA 표점은 '一得永得。' 뒤에 두어 '於無得而得'과 묶으므로 자체역('미래가 다하도록 얻음 없는 가운데 얻습니다')이 저본 표점에 정합하고, 책은 '한 번 얻으면 영원히'로 앞 구에 붙였다. 두 구분법 다 의미가 통하므로 유지한다.
8.4
한문既豁然達得此根本分明,然後起力作用,正好修行。
번역이미 활짝 열려 이 근본을 분명히 통달한 뒤에야, 힘을 일으켜 작용합니다. 이때가 바로 수행하기 좋은 때입니다.
二六時中,孜孜履踐,不取一法,不捨一法,當處圓融,處處是三昧,塵塵是祖師,而不留勝解之心,專行無人無我平等一相大道,奉戒持齋,精修三業,令純淨無染,滴水滴凍,乃至六度萬行,一一圓通。
하루 열두 때(二六時) 가운데 부지런히 밟아 행하십시오. 한 법도 취하지 않고 한 법도 버리지 않으면, 그 자리가 원만히 녹아 통하여, 곳곳이 삼매(三昧)요 티끌마다 조사입니다. 그러면서도 뛰어난 알음알이의 마음을 남겨 두지 않고, 오로지 남도 없고 나도 없는 평등한 한 모습의 큰 도를 행합니다. 계율을 받들고 재계를 지키며, 삼업(三業)을 정밀히 닦아, 순수하고 깨끗하여 물듦이 없게 하기를 물방울마다 얼어붙듯 합니다. 나아가 육바라밀(六度)과 만 가지 행이 하나하나 원만히 통하게 합니다.
發大機,啟大用,展轉令一切人信此、參此、悟此,須行解相應,慎勿作撥無因果、漭漭蕩蕩魔邪見解。纔作此,卽謗般若,卻招惡報去。
큰 기틀을 일으키고 큰 작용을 열어, 굴리고 굴려 모든 사람이 이것을 믿고, 이것을 참구하고, 이것을 깨닫게 하십시오. 반드시 행(行)과 앎(解)이 서로 맞아야 합니다. 삼가 인과(因果)를 부정하는, 아득하고 방탕한 마구니의 삿된 견해를 짓지 마십시오. 잠깐이라도 이런 견해를 지으면 곧 반야를 비방하는 것이니, 도리어 나쁜 과보를 부르게 됩니다.
所以佛祖垂教,謂之清淨明誨,當須依此正因,然後當證妙果。
그래서 부처와 조사께서 드리우신 가르침을 일러 ‘맑고 깨끗하며 밝은 가르침(淸淨明誨)’이라 합니다. 마땅히 이 바른 인(因)에 의지한 뒤에야 묘한 과(果)를 증득하게 됩니다.
쉽게 읽기이렇게 활짝 열려 이 근본을 환히 꿰뚫은 뒤에야 비로소 힘을 내어 쓰게 되니, 바로 이때가 수행하기에 알맞습니다. 하루 열두 때 내내 부지런히 밟아 나가되, 한 법도 붙잡지 않고 한 법도 버리지 마십시오. 그러면 그 자리가 두루 원만하게 통하여, 곳곳이 삼매요 티끌마다 그대로 조사입니다. 그러면서도 잘났다는 알음알이의 마음은 두지 않고, 오직 남도 나도 없는 평등한 한 모습의 큰 도만을 행합니다. 계율을 받들고 재계를 지키며, 삼업, 곧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을 정밀히 닦아, 물방울이 방울마다 얼어붙듯 순수하고 깨끗하여 물듦이 없게 하십시오. 나아가 육바라밀과 온갖 행이 하나하나 두루 통하게 합니다. 큰 기틀을 일으키고 큰 작용을 열어, 굴리고 또 굴려 모든 사람이 이것을 믿고 이것을 참구하며 이것을 깨닫게 하되, 반드시 실천과 이해가 서로 맞물리게 해야 합니다. 삼가 인과를 부정하는, 아득하게 방탕한 마구니와 삿된 견해를 짓지 마십시오. 잠깐이라도 이런 견해를 지으면 곧 반야를 비방하는 것이라, 도리어 나쁜 과보를 부르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와 조사께서 드리우신 가르침을 두고 '맑고 밝은 가르침'이라 합니다. 마땅히 이 바른 씨앗에 의지한 뒤에야 묘한 열매를 증득하게 됩니다.
풀이 2
撥無因果 발무인과'撥無因果、漭漭蕩蕩魔邪見解'는 『證道歌』 '撥因果,莽莽蕩蕩招殃禍'의 莽莽蕩蕩을 이어 쓴 것(漭=莽). 뒤의 '卽謗般若,卻招惡報'도 '招殃禍'에 대응한다.
8.5
한문所有一生力量,正要透脫死生。若一念圓證,念念修行,以無修而修,無作而作,煉磨將去,於一切境不執不著,不被善惡業緣縛,得大解脫。
번역한평생 지닌 온 힘은 바로 나고 죽음을 사무쳐 벗어나는 데 써야 합니다. 한 생각에 원만히 증득하고 생각마다 수행하되, 닦음 없이 닦고 지음 없이 지어, 갈고 다듬어 나아가십시오. 온갖 경계에서 잡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아, 선악의 업연(業緣)에 얽매이지 않으면, 큰 해탈(解脫)을 얻습니다.
到百年後,翛然獨脫,前程明朗,劫劫生生,不迷自己,便是千了百當。
백 년 뒤에 이르러 훌쩍 홀로 벗어나, 앞길이 환히 밝습니다. 겁마다 생마다(劫劫生生) 자기에게 어둡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완전히 마치고 온전히 다한 것입니다.
此皆顯不落言詮玄妙機境之致,應當冥心體究,俾透徹塵勞,證清淨妙果。
이 모두는 말과 풀이에 떨어지지 않는 현묘한 기틀과 경계의 극치를 드러낸 것입니다. 마땅히 마음을 그윽이 가라앉혀 몸소 파고들어(冥心體究), 번뇌를 사무쳐 뚫고 맑고 묘한 과를 증득하셔야 합니다.
쉽게 읽기한평생 지닌 온 힘은 바로 나고 죽는 일을 사무쳐 벗어나는 데 써야 합니다. 한 생각에 원만히 증득하고 생각마다 수행하되, 닦음 없이 닦고 지음 없이 지어, 갈고 다듬어 나아가십시오. 온갖 경계에서 붙잡지도 집착하지도 않고, 선악의 업연에 얽매이지 않으면, 큰 해탈을 얻습니다. 백 년 뒤 목숨을 마칠 때에 얽매임 없이 훌쩍 홀로 벗어나 앞길이 환히 밝고, 겁겁생생토록 제 자신을 미혹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온전히 마치고 다 이룬 것입니다. 이 모두는 말과 설명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현묘한 기틀과 경계의 극치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러니 마땅히 마음을 그윽이 가라앉혀 몸소 파고들어, 번뇌를 사무쳐 뚫고 맑고 묘한 열매를 증득하셔야 합니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便是千了百當。此皆顯…
'千了百當'의 무게중심이 갈린다. 자체역은 了(마침)에 무게를 두어 '완전히 마치고 온전히 다한 것입니다'로 문장을 끊었고, 책은 當(타당)에 무게를 두어 '백번 천번 타당한 것으로서'로 이었다. 千了百當은 了와 當을 겸한 성어라 어느 쪽 어감도 성립하므로 유지한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34
  1. 光吞羣象 광탄군상

    빛이 온갖 형상을 삼킴이다. 반산보적(盤山寶積)의 '심월고원(心月孤圓) 광탄만상(光吞萬象)'을 상기시키는 표현이다.

  2. 窠窟 과굴

    새의 둥지와 짐승의 굴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선에서는 수행자가 한 견해나 경지에 눌러앉아 벗어나지 못하는 자리, 곧 '소굴'을 비유한다. 틀에 박힌 말이나 수단을 가리키기도 한다.

  3. 休去歇去 휴거헐거

    쉬고 또 쉬라는 말이다. 당나라 석상경제(石霜慶諸)가 일렀다는 ‘일곱 가지 가라(七去)’ 법문의 첫머리다. 분별하고 구하는 마음을 다 쉬어, 옛 사당의 향로처럼 싸늘해지라는 가르침이다.

  4. 醭 복

    곰팡이다. '순피상복생거(唇皮上醭生去)'는 입술에 곰팡이가 슬도록 말을 끊고 쉼을 이른다.

  5. 古廟裏香爐去 고묘리향로거

    '옛 사당 안의 향로처럼 되어라'는 말이다. 석상경제(石霜慶諸)의 '칠거(七去)' 법문 가운데 한 구로, 크게 쉬어 버린(대휴헐, 大休歇) 철저한 경지를 이른다. 칠거는 휴거(休去)·헐거(歇去)·냉추추지거(冷湫湫地去)·일념만년거(一念萬年去)·고목한회거(枯木寒灰去)·고묘리향로거(古廟裏香爐去)·일조백련거(一條白練去)이다.

  6. 本來面目 본래면목

    본디 그대로의 제 참모습, 곧 분별 이전의 참 나를 이른다. 육조 혜능(慧能)이 혜명(惠明)에게 한 물음에서 널리 퍼졌다. '선도 악도 생각하지 않는 그때, 무엇이 그대의 본래면목인가.'

  7. 本地風光 본지풍광

    본지(本地)는 본래 자리, 풍광(風光)은 경치라는 뜻이다. 남에게서 얻지 않고 사람마다 본래 갖춘 마음자리의 참모습을 이른다. 흔히 본래면목(本來面目)과 짝지어 쓴다.

  8. 塵塵是祖師 진진시조사

    티끌마다 그대로 조사임이다. 두두물물(頭頭物物)이 곧 진리임을 이르는 표현이다.

  9. 滴水滴凍 적수적동

    떨어지는 물방울이 방울마다 그대로 얼어붙는다는 말이다. 조금의 틈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매섭고 철저한 모습을 이른다. 공부와 몸가짐이 빈틈없이 엄정함을 나타낼 때 쓴다.

  10. 撥無因果 발무인과

    인과(因果)를 아예 없다고 물리쳐 버리는 것을 이른다. 공(空)을 잘못 알아 선악의 갚음도 없다고 여기는 그릇된 견해다. 영가(永嘉)는 『증도가』에서 이를 재앙을 부르는 병으로 꼽았다.

  11. 劫劫生生 겁겁생생

    겁겁생생이다. 무수한 겁(劫)과 생(生)을 통틀어 언제나를 이른다.

  12.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3. 二六時中 이육시중

    하루 열두 때 내내, 곧 온종일·언제나를 이른다. 옛날에는 하루를 열두 때로 나누었고, 이육(二六)은 2×6=12를 말한다. 선어록에서 일상의 모든 순간을 가리킬 때 늘 쓴다.

  14. 直指人心 직지인심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킨다는 말이다. 경전의 글이나 이치를 거치지 않고 제 마음을 바로 짚어 깨닫게 한다. 흔히 '견성성불(見性成佛)'과 이어 써서 달마(達磨)가 전한 선의 요지로 삼는다.

  15. 祖師西來 조사서래

    조사(祖師) 달마(達磨)가 서쪽 인도에서 중국으로 온 일이다. 선에서는 그 뜻을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키는 데 둔다. 그 뜻을 묻는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는 선문의 대표적인 물음이다.

  16. 教外別行 교외별행

    경전의 가르침 밖에서 따로 전한다는 뜻이다. 깨달음은 글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곧바로 전한다는 선종의 근본 뜻으로, 흔히 불립문자(不立文字)·직지인심(直指人心)과 함께 쓴다.

  17. 三業 삼업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세 가지 업(業)을 이른다. 몸으로 하는 짓, 입으로 하는 말, 마음으로 품는 생각이 모두 업이 된다.

  18. 石霜慶諸 석상경제

    당나라 선승(807~888)으로, 도오원지(道吾圓智)의 법을 이었다. 담주(潭州) 석상산에 20년 머무는 동안 대중이 눕지 않고 앉은 채 지내 '고목중(枯木衆)'이라 불렸다. '쉬고 또 쉬라(休去歇去)'로 시작하는 이른바 석상칠거가 전한다. 송나라의 석상초원, 곧 자명(慈明)과는 다른 사람이다.

  19. 郎當 낭당

    너절하고 볼썽사납다, 일이 어그러져 낭패라는 뜻의 송나라 때 입말이다. 선어록에서는 이미 어긋나 꼴이 우습게 되었음을 꾸짖을 때 쓴다.

  20. 一得永得 일득영득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다는 말이다. 근본을 한번 제대로 깨치면 다시는 잃거나 물러서지 않음을 이른다. 원오의 글에 여러 번 나온다.

  21. 四大五蘊 사대오온

    사대(四大)는 몸을 이루는 흙·물·불·바람의 네 요소이고, 오온(五蘊)은 몸과 느낌·생각·지어감·앎의 다섯 덩어리다. 곧 사람의 몸과 마음 전체를 이른다.

  22. 不立文字 불립문자

    글자나 말을 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깨달음은 경전의 글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곧바로 전한다는 선종의 근본 뜻이다. 교외별전(敎外別傳)·직지인심(直指人心)과 함께 일컫는다.

  23. 三昧 삼매

    마음을 한곳에 모아 흩어지지 않게 하는 고요한 집중, 곧 선정(禪定)을 이른다. 인도 말을 소리대로 옮긴 말이다.

  24. 六根 육근

    여섯 감관(感官)이다. 눈·귀·코·혀·몸·뜻을 이르며, 이것들이 바깥 대상을 받아들여 앎이 일어난다.

  25. 翛然獨脫 소연독탈

    얽매임 없이 훌쩍 홀로 벗어난다는 말이다. 소연(翛然)은 걸림 없이 홀가분한 모양을 이른다. 생사와 세속 인연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일을 말할 때 자주 쓴다.

  26. 魏學士 위학사

    원오가 법어를 써 준 재가 사대부로, 그 글이 원오심요에 실려 있다. 학사는 한림학사처럼 글 짓는 일을 맡은 문신의 벼슬 이름이며,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27. 覿面相呈 적면상정

    얼굴을 마주 대하여(覿面) 곧바로 내보임이다. 언어 이전의 직접 제시를 뜻하는 선가 상용어다.

  28. 單傳正印 단전정인

    오직 하나의 바른 심인(心印)만을 홑으로 전함(單傳)이다. 조사선의 단전 종지다.

  29. 弄精魂 농정혼

    정신과 넋을 희롱함이다. 알음알이·분별심을 부리는 것을 낮춰 이르는 선가어다.

  30. 般若 반야

    분별을 넘어 모든 것의 참모습을 꿰뚫어 보는 지혜다. 여섯 바라밀 가운데 하나로, 깨달음의 근본이 되는 지혜를 이른다.

  31. 空花 공화

    허공의 꽃이다. 병든 눈에 헛보이는 꽃처럼 실체 없는 제상(諸相)의 비유다.

  32. 六度萬行 육도만행

    육바라밀(육파라밀(六波羅蜜)=육도(六度))과 온갖 수행(萬行)이다.

  33. 淸淨明誨 청정명회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다. 『능엄경(楞嚴經)』의 '사종청정명회(四種淸淨明誨)'(음·살·도·망을 끊으라는 네 가지 밝은 가르침)에서 온 말이다.

  34. 七種去 칠종거

    石霜慶諸가 學人에게 권한 일곱 가지 '~去'를 묶어 이르는 말. 『五燈會元』 권6 九峯道虔章에 九峯이 '先師道 休去。歇去。冷湫湫地去。一念萬年去。寒灰枯木去。古廟香爐去。一條白練去'라 전하며(X80n1565_p0124b04), 『從容錄』 제96칙 九峯不肯에도 실렸다(T48n2004_p0289b09). 圜悟도 '石霜勸人休去歇去,如古廟裏香爐去'라 하였다(『圜悟佛果禪師語錄』 권14, T47n1997_p0776b24).

문단 5국역본 대조 4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34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