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16
CBETA 표점은 세 句를 나누어 本分事(앞의 解黏去縛·抽釘拔楔을 가리킴)와 活句(操持·驅耕奪飢을 가리킴)를 별개로 읽게 하며, 자체역은 이 구두대로 '이것이 본분사이다' / '…이것이 활구이다'로 분리하였다. 책은 두 문장을 병합하여 手段(솜씨)을 活句에 등치하였다. 표점상으로는 분리역이 더 자연스러우나, 활구의 주어를 操持·驅耕奪飢으로 보는 병합역도 의미상 성립하므로 양쪽이 양립한다.
依稀는 '어렴풋함·흐릿함'을 뜻하는 첩운연면어인데(고증: 부촉이 분명치 못함을 경계함), 책은 稀를 '드물다'로 끊어 '희귀하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로 옮겨 오역하였다. 내 번역 '어렴풋하게 함을 절대로 꺼린다'가 고증·문맥(切忌依稀便骨董)에 부합한다.
이 편의 낱말 28
- 德山靜長老 덕산정장로
정주(鼎州)(상덕(常德)) 덕산(德山)의 주지 정(靜) 장로이다. 표제 '시정주덕산정장로(示鼎州德山靜長老)'의 수신인이다. 덕산(德山)은 덕산선감(德山宣鑑)이 주석한 명산으로, 이곳 주지에게 준 부촉의 글이다.
- 撥轉上頭關 발전상두관
저 맨 위의 관문을 틀어 돌림이다. 상두관(上頭關)=향상(向上)의 최후 관문(末後牢關)이다. 발전(撥轉)은 벽암록(碧巖錄)의 관열자(關捩子)(관문 빗장·활전추)를 돌린다는 활구적 표현으로, 향상일로의 최후 돌파를 촉구한다.
- 龍象蹴蹋非驢所堪 용상축답비려소감
용상(뛰어난 수행자, 대기(大器))이 밟고 내닫는 경계는 나귀(小根)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원오가 즐겨 쓴 상투구로, 대기대용(大機大用)은 상근(上根)만이 감당함을 비유한다.
- 解黏去縛 해점거박
끈끈하게 들러붙은 것을 떼어 주고 묶인 것을 풀어 준다는 말이다. 스승이 학인의 집착과 얽매임을 풀어 주는 일을 이른다.
- 抽釘拔楔 추정발설
못을 뽑고 쐐기를 빼 준다는 말이다. 스승이 학인의 집착과 막힘을 풀어 주는 수단을 이르며, 흔히 해점거박(解黏去縛)과 짝지어 쓴다. 『임제록(臨濟錄)』 '여인추정발설(與人抽釘拔楔)'에서 나와 원오(圜悟)의 『벽암록(碧巖錄)』 수시(垂示)·평창(評唱)에 자주 쓰인다.
- 操持 조지
다잡아 쥠이다. 학인을 다잡아 몰아붙이는 제접으로, 뒤의 '驅耕奪飢'와 이어져 사정없이 빼앗는 전기(全機)를 형용한다.
- 驅耕夫之牛·
奪飢人之食 구경부지우·탈기인지식 ‘밭 가는 농부의 소를 몰아가고, 굶주린 이의 밥을 빼앗는다’는 말이다. 배우는 이가 가장 아끼고 기대는 것까지 남김없이 빼앗아 홀로 서게 하는, 스승의 매서운 솜씨를 이른다.
- 活句 활구
살아 있는 말이다. 생각으로 헤아려 붙잡을 수 없어, 듣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깨닫게 하는 말을 이른다. 뜻을 따져 알게 되는 죽은 말, 곧 사구(死句)와 맞선다.
- 機要事理·
明暗語默 기요사리·명암어묵 기틀의 요체와 사(事)·리(理), 밝음과 어둠, 말함과 침묵이다. 제접상의 상반된 국면을 짝지은 열거로, 모두 '아래 글(下文)/그 가운데'에 이미 갖춰져 있음을 말한다.
- 上頭關 상두관
맨 꼭대기의 관문이다. 향상(向上)의 마지막 관문, 곧 말후뇌관(末後牢關)으로, 말과 분별로는 뚫을 수 없는 궁극의 관문이다. '발전상두관(撥轉上頭關)'은 이 관문을 뒤집어 돌려 단번에 뚫고 지나감을 뜻한다.
- 依稀 의희
어렴풋함·흐릿함이다. 부촉이 분명치 못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 承當 승당
받아들여 떠맡는다는 뜻이다. 선에서는 제 본래 마음을 남의 말에 기대지 않고 몸소 받아들이는 일을 이른다. 흔히 직하승당(直下承當), 곧 그 자리에서 곧바로 떠맡는다고 쓴다.
- 箇中人 개중인
'그 가운데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 일, 곧 본분의 소식 속에 몸소 들어선 사람을 이른다. 깨친 눈을 갖추어 이 일을 맡을 만한 사람이다.
- 臨濟義玄 임제의현
임제의현(臨濟義玄, ?~866)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황벽(黃檗)의 법을 이었고 임제종을 열었다. 황벽에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은 뒤 대우(大愚)의 말끝에 깨쳤다. 벼락 같은 고함으로 학인을 이끌어 임제할(臨濟喝)로 이름났다.
- 雲門文偃 운문문언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이다. 당말·오대의 선승으로 목주(睦州)에게서 눈을 뜨고 설봉(雪峰)의 법을 이었다. 소주의 운문산에 머물며 운문종을 열었다. 짧은 한마디로 물음을 끊는 솜씨로 이름났으니,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 그의 말이다.
- 本分事 본분사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어 마땅히 밝혀야 할 근본의 일, 곧 제 본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또 스승이 방편을 빌리지 않고 바로 그 근본으로 학인을 이끄는 본연의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 大機大用 대기대용
큰 기틀과 큰 작용이다. 깨달은 이의 근본 힘과, 그 힘이 걸림 없이 쓰이는 것을 함께 이른다. 황벽(黃檗)이 스승 백장(百丈)의 이야기를 듣고 '마조(馬祖)의 대기대용을 보았다'고 한 말이 유명하다.
- 玄沙師備 현사사비
현사사비(玄沙師備, 835~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복주(福州) 사람이다. 젊어서 고기잡이를 하다 서른에 출가했고, 고행을 엄하게 지켜 '비두타(備頭陀)'라 불렸다. 설봉(雪峰)의 법을 이었고, 그 계통에서 법안종이 나왔다.
- 雪峰義存 설봉의존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천주(泉州) 남안(南安) 사람이다. 덕산(德山)의 법을 이었고, 복주(福州) 설봉산에 머물며 많은 제자를 길렀다. 제자 운문(雲門)과 현사(玄沙)의 계통에서 운문종과 법안종이 나왔다.
- 睦州道明 목주도명
목주도명(睦州道明)이다. 당나라의 선승으로 황벽(黃檗) 스님의 법을 이었다. 성이 진씨라 진존숙(陳尊宿)이라 불렸고, 짚신을 삼아 어머니를 봉양해 진포혜라고도 했다. 매서운 기봉으로 운문(雲門)을 처음 깨우쳐 주었다.
- 道林 도림
담주(潭州) 상서(湘西)의 도림사(道林寺)다. 지금의 중국 호남성 장사(長沙) 땅이다. 원오(圜悟)가 협산(夾山)에 있다가 옮겨 가 머문 절이다.
- 黃檗希運 황벽희운
황벽희운(黃檗希運, ?~850)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백장(百丈) 스님의 법을 이었다. 홍주 고안현의 황벽산에 머물러 '황벽'이라 불린다. 임제(臨濟)의 스승이며, 배휴(裴休)가 그의 법문을 모아 『전심법요』를 엮었다.
- 圓照 원조
원만한 비춤, 완전한 관조의 경지이다. 인명(원조종본(圓照宗本) 등)이 아니라 술어로 읽는다. '일어편계원조무유(一語便契圓照無遺)'는 한마디에 원만한 비춤에 계합함을 뜻한다.
- 擒縱殺活 금종살활
사로잡음(把住)과 놓아줌(放行), 죽임과 살림이다. 살인도(殺人刀)·활인검(活人劍)의 자재한 작용이다. 임제·운문가의 기용을 요약하는 대구이다.
- 潙仰 위앙
위산령우(潙山靈祐)와 앙산혜적(仰山慧寂) 사제가 이룬 위앙종(潙仰宗)이다. 개인이 아니라 일종(一宗)을 집합적으로 거명한 것이다.
- 室中 실중
방장실이다. 스승이 학인을 입실시켜 은밀히 점검·부촉하는 곳이다. '실중답저차관(室中蹋著此關)'은 입실 제접에서 이 관문을 밟게 함을 뜻한다.
- 付授·
付囑 부수·부촉 법의 전수·부촉이다. '부수지제우재뇌실(付授之際尤在牢實)'은 전할 때 더욱 견실해야 함을 말한다.
- 骨董 골동
골동품, 곧 오래된 잡동사니이다. 선가에서는 생기를 잃고 낡은 틀에 굳어 버린 지식이나 말을 낮추어 이를 때 쓴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