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12편

정주(鼎州) 덕산 정(德山靜) 장로에게 드리는 글

示鼎州德山靜長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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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한문長老道林相從,迺宿昔有大緣,撥轉上頭關,一語便契,圓照無遺。
번역장로(長老)께서는 도림(道林) 때부터 나와 서로 따라 지내 오셨다. 오래전 지난 세상에 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맨 위의 관문을 뒤집어 돌리시고, 한마디에 곧 계합하여, 두루 비추어 남김이 없으셨다.
從上來莫不皆以是大機大用,龍象蹴蹋,非驢所堪。
예로부터 이 큰 기틀과 큰 작용(大機大用)으로 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용과 코끼리(龍象)가 밟고 내닫는 것은 나귀가 감당할 바가 아니다.
若不具此手段,云何與人解黏去縛,抽釘拔楔?此本分事也。但只一向操持,驅耕奪飢,迺活句也。
이런 솜씨를 갖추지 못했다면, 어떻게 남에게 끈끈한 것을 풀어 주고 묶인 것을 벗겨 주며(解黏去縛), 못을 뽑고 쐐기를 빼 주겠는가. 이것이 본분(本分)의 일이다. 다만 한결같이 다잡아 쥐고서, 밭 가는 이의 소를 몰아가고 굶주린 이의 밥을 빼앗는다(驅耕奪飢). 이것이 곧 살아 있는 말(活句)이다.
一切語言,機要事理,明暗語默,擒縱殺活,皆在下文,不消一揑。
온갖 말과 요긴한 기틀, 일과 이치, 밝음과 어둠, 말함과 침묵, 사로잡음과 놓아줌, 죽임과 살림(擒縱殺活)이 모두 아래 글에 들어 있다. 새삼 한 번 집어 보일 것도 없다.
唯黃檗、臨濟、睦州、雲門、溈仰、雪峰、玄沙,尤得妙也。
오직 황벽(黃檗)·임제(臨濟)·목주(睦州)·운문(雲門)·위앙(潙仰)·설봉(雪峰)·현사(玄沙)가 그 묘함을 더욱 얻었다.
山僧室中,不曾蹋著此關,斷定不放過。
저 산승(山僧)의 방장실에서는, 이 관문을 밟아 보지 못한 이를 결단코 그냥 놓아 보내지 않는다.
付授之際,尤在牢實,切忌依稀便骨董也。
법을 부촉하여 전할 때에는 더욱 야무지고 튼튼해야 한다. 어렴풋하게 하는 것을 절대로 꺼린다. 그러면 곧 골동품(骨董)이 되고 만다.
차라리 받아 감당할 사람이 없는 편이 낫다. 있다면 반드시 이 가운데 사람(箇中人)이라야 비로소 된다.
쉽게 읽기장로께서는 도림에 계실 때부터 저와 서로 따르며 지내 오셨다. 오래전 지난 생에 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로께서는 가장 높은 관문을 단번에 뒤집어 돌리셨다. 그리하여 한마디 말에 곧 원만한 비춤과 딱 들어맞아, 조금의 남김도 없으셨다. 예로부터 이 큰 기틀과 큰 작용으로 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용상, 곧 뛰어난 큰 인물이 밟고 내닫는 경지는 나귀 따위가 감당할 바가 아니다. 이런 솜씨를 갖추지 못했다면, 어떻게 남을 위해 끈끈이를 풀어 주고 얽매임을 벗겨 주겠는가. 어떻게 못을 뽑고 쐐기를 빼 줄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본분의 일이다. 다만 한결같이 꽉 다잡아 몰아붙인다. 밭 가는 이의 소를 몰아가고 굶주린 이의 밥을 빼앗듯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말, 곧 활구이다. 온갖 말과 요긴한 핵심, 일과 이치, 밝음과 어둠, 말함과 침묵, 사로잡음과 놓아줌, 죽임과 살림이 모두 아래 글에 들어 있다. 그러니 새삼 다시 집어 보일 것도 없다. 그중에서도 황벽·임제·목주·운문·위앙·설봉·현사, 이 스승들이 그 묘함을 더욱 깊이 얻었다. 나 산승은 방장실에서 누구든 이 관문을 반드시 밟게 한다. 그냥 지나가게 한 적이 없고, 결코 그대로 놓아 보내지 않는다. 법을 물려주어 전할 때에는 더욱 야무지고 튼튼하게 해야 한다. 어렴풋하게 하는 것은 결코 삼간다. 그렇게 하면 곧 낡은 골동품이 되고 마는 까닭이다. 차라리 받아 감당할 사람이 없는 편이 낫다. 있다면 반드시 이 가운데 될 사람이라야 비로소 된다.
풀이 16
活句 활구'驅耕奪飢'는 '驅耕夫之牛,奪飢人之食'의 줄임으로, 원오가 本分 宗師의 手段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碧巖錄』 권1; 『圜悟語錄』 권15). 여기서는 學人을 몰아붙이는 그 手段을 곧 활구로 규정한다.
本分事 본분사'云何與人解黏去縛,抽釘拔楔?此本分事也'로 이어지므로 宗師가 학인을 제접하는 소임(②)의 뜻이다.
承當 승당'付授之際…寧可無人承當'에서 承當은 法을 이어받아 짊어짐, 곧 嗣法의 뜻이다.
箇中人 개중인'付授之際,尤在牢實…寧可無人承當,有則須是箇中人始得'—傳法의 엄정함을 말한 대목으로, 箇中人은 법을 받아 이을 만한 사람.
道林 도림'長老道林相從,迺宿昔有大緣'—德山 靜長老가 圜悟의 道林 住持 때부터 서로 따랐다는 뜻.
依稀 의희'付授之際,尤在牢實,切忌依稀便骨董也'는 법을 줄 때 엄정하게 하라는 경계다. 어렴풋한 채로 인가하여 죽은 틀(骨董)로 굳히지 말라는 것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此本分事也。但只一向操持,驅耕奪飢,迺活句也
CBETA 표점은 세 句를 나누어 本分事(앞의 解黏去縛·抽釘拔楔을 가리킴)와 活句(操持·驅耕奪飢을 가리킴)를 별개로 읽게 하며, 자체역은 이 구두대로 '이것이 본분사이다' / '…이것이 활구이다'로 분리하였다. 책은 두 문장을 병합하여 手段(솜씨)을 活句에 등치하였다. 표점상으로는 분리역이 더 자연스러우나, 활구의 주어를 操持·驅耕奪飢으로 보는 병합역도 의미상 성립하므로 양쪽이 양립한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依稀
依稀는 '어렴풋함·흐릿함'을 뜻하는 첩운연면어인데(고증: 부촉이 분명치 못함을 경계함), 책은 稀를 '드물다'로 끊어 '희귀하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로 옮겨 오역하였다. 내 번역 '어렴풋하게 함을 절대로 꺼린다'가 고증·문맥(切忌依稀便骨董)에 부합한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寧可無人承當…始得'의 '承當' →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 承當은 '받아 짊어짐, 법을 감당해 이음'인데(고증), 책은 '알아차린 사람이 없다면…'으로 옮겨 承當을 '알아차림(이해)'으로 약화하고 寧可(차라리 ~함이 낫다)의 어세도 흐렸다. 내 '차라리 받아 감당할 사람이 없는 것이 낫다'가 부합한다. 箇中人 또한 내 '이 가운데 사람'이 고증에 부합하며, 책 '이 문중의 사람'은 宗門으로 좁힌 의역이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8
  1. 德山靜長老 덕산정장로

    정주(鼎州)(상덕(常德)) 덕산(德山)의 주지 정(靜) 장로이다. 표제 '시정주덕산정장로(示鼎州德山靜長老)'의 수신인이다. 덕산(德山)은 덕산선감(德山宣鑑)이 주석한 명산으로, 이곳 주지에게 준 부촉의 글이다.

  2. 撥轉上頭關 발전상두관

    저 맨 위의 관문을 틀어 돌림이다. 상두관(上頭關)=향상(向上)의 최후 관문(末後牢關)이다. 발전(撥轉)은 벽암록(碧巖錄)의 관열자(關捩子)(관문 빗장·활전추)를 돌린다는 활구적 표현으로, 향상일로의 최후 돌파를 촉구한다.

  3. 龍象蹴蹋非驢所堪 용상축답비려소감

    용상(뛰어난 수행자, 대기(大器))이 밟고 내닫는 경계는 나귀(小根)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원오가 즐겨 쓴 상투구로, 대기대용(大機大用)은 상근(上根)만이 감당함을 비유한다.

  4. 解黏去縛 해점거박

    끈끈하게 들러붙은 것을 떼어 주고 묶인 것을 풀어 준다는 말이다. 스승이 학인의 집착과 얽매임을 풀어 주는 일을 이른다.

  5. 抽釘拔楔 추정발설

    못을 뽑고 쐐기를 빼 준다는 말이다. 스승이 학인의 집착과 막힘을 풀어 주는 수단을 이르며, 흔히 해점거박(解黏去縛)과 짝지어 쓴다. 『임제록(臨濟錄)』 '여인추정발설(與人抽釘拔楔)'에서 나와 원오(圜悟)의 『벽암록(碧巖錄)』 수시(垂示)·평창(評唱)에 자주 쓰인다.

  6. 操持 조지

    다잡아 쥠이다. 학인을 다잡아 몰아붙이는 제접으로, 뒤의 '驅耕奪飢'와 이어져 사정없이 빼앗는 전기(全機)를 형용한다.

  7. 驅耕夫之牛·奪飢人之食 구경부지우·탈기인지식

    ‘밭 가는 농부의 소를 몰아가고, 굶주린 이의 밥을 빼앗는다’는 말이다. 배우는 이가 가장 아끼고 기대는 것까지 남김없이 빼앗아 홀로 서게 하는, 스승의 매서운 솜씨를 이른다.

  8. 活句 활구

    살아 있는 말이다. 생각으로 헤아려 붙잡을 수 없어, 듣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깨닫게 하는 말을 이른다. 뜻을 따져 알게 되는 죽은 말, 곧 사구(死句)와 맞선다.

  9. 機要事理·明暗語默 기요사리·명암어묵

    기틀의 요체와 사(事)·리(理), 밝음과 어둠, 말함과 침묵이다. 제접상의 상반된 국면을 짝지은 열거로, 모두 '아래 글(下文)/그 가운데'에 이미 갖춰져 있음을 말한다.

  10. 上頭關 상두관

    맨 꼭대기의 관문이다. 향상(向上)의 마지막 관문, 곧 말후뇌관(末後牢關)으로, 말과 분별로는 뚫을 수 없는 궁극의 관문이다. '발전상두관(撥轉上頭關)'은 이 관문을 뒤집어 돌려 단번에 뚫고 지나감을 뜻한다.

  11. 依稀 의희

    어렴풋함·흐릿함이다. 부촉이 분명치 못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12. 承當 승당

    받아들여 떠맡는다는 뜻이다. 선에서는 제 본래 마음을 남의 말에 기대지 않고 몸소 받아들이는 일을 이른다. 흔히 직하승당(直下承當), 곧 그 자리에서 곧바로 떠맡는다고 쓴다.

  13. 箇中人 개중인

    '그 가운데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 일, 곧 본분의 소식 속에 몸소 들어선 사람을 이른다. 깨친 눈을 갖추어 이 일을 맡을 만한 사람이다.

  14. 臨濟義玄 임제의현

    임제의현(臨濟義玄, ?~866)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황벽(黃檗)의 법을 이었고 임제종을 열었다. 황벽에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은 뒤 대우(大愚)의 말끝에 깨쳤다. 벼락 같은 고함으로 학인을 이끌어 임제할(臨濟喝)로 이름났다.

  15. 雲門文偃 운문문언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이다. 당말·오대의 선승으로 목주(睦州)에게서 눈을 뜨고 설봉(雪峰)의 법을 이었다. 소주의 운문산에 머물며 운문종을 열었다. 짧은 한마디로 물음을 끊는 솜씨로 이름났으니,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 그의 말이다.

  16. 本分事 본분사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어 마땅히 밝혀야 할 근본의 일, 곧 제 본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또 스승이 방편을 빌리지 않고 바로 그 근본으로 학인을 이끄는 본연의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17. 大機大用 대기대용

    큰 기틀과 큰 작용이다. 깨달은 이의 근본 힘과, 그 힘이 걸림 없이 쓰이는 것을 함께 이른다. 황벽(黃檗)이 스승 백장(百丈)의 이야기를 듣고 '마조(馬祖)의 대기대용을 보았다'고 한 말이 유명하다.

  18. 玄沙師備 현사사비

    현사사비(玄沙師備, 835~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복주(福州) 사람이다. 젊어서 고기잡이를 하다 서른에 출가했고, 고행을 엄하게 지켜 '비두타(備頭陀)'라 불렸다. 설봉(雪峰)의 법을 이었고, 그 계통에서 법안종이 나왔다.

  19. 雪峰義存 설봉의존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천주(泉州) 남안(南安) 사람이다. 덕산(德山)의 법을 이었고, 복주(福州) 설봉산에 머물며 많은 제자를 길렀다. 제자 운문(雲門)과 현사(玄沙)의 계통에서 운문종과 법안종이 나왔다.

  20. 睦州道明 목주도명

    목주도명(睦州道明)이다. 당나라의 선승으로 황벽(黃檗) 스님의 법을 이었다. 성이 진씨라 진존숙(陳尊宿)이라 불렸고, 짚신을 삼아 어머니를 봉양해 진포혜라고도 했다. 매서운 기봉으로 운문(雲門)을 처음 깨우쳐 주었다.

  21. 道林 도림

    담주(潭州) 상서(湘西)의 도림사(道林寺)다. 지금의 중국 호남성 장사(長沙) 땅이다. 원오(圜悟)가 협산(夾山)에 있다가 옮겨 가 머문 절이다.

  22. 黃檗希運 황벽희운

    황벽희운(黃檗希運, ?~850)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백장(百丈) 스님의 법을 이었다. 홍주 고안현의 황벽산에 머물러 '황벽'이라 불린다. 임제(臨濟)의 스승이며, 배휴(裴休)가 그의 법문을 모아 『전심법요』를 엮었다.

  23. 圓照 원조

    원만한 비춤, 완전한 관조의 경지이다. 인명(원조종본(圓照宗本) 등)이 아니라 술어로 읽는다. '일어편계원조무유(一語便契圓照無遺)'는 한마디에 원만한 비춤에 계합함을 뜻한다.

  24. 擒縱殺活 금종살활

    사로잡음(把住)과 놓아줌(放行), 죽임과 살림이다. 살인도(殺人刀)·활인검(活人劍)의 자재한 작용이다. 임제·운문가의 기용을 요약하는 대구이다.

  25. 潙仰 위앙

    위산령우(潙山靈祐)와 앙산혜적(仰山慧寂) 사제가 이룬 위앙종(潙仰宗)이다. 개인이 아니라 일종(一宗)을 집합적으로 거명한 것이다.

  26. 室中 실중

    방장실이다. 스승이 학인을 입실시켜 은밀히 점검·부촉하는 곳이다. '실중답저차관(室中蹋著此關)'은 입실 제접에서 이 관문을 밟게 함을 뜻한다.

  27. 付授·付囑 부수·부촉

    법의 전수·부촉이다. '부수지제우재뇌실(付授之際尤在牢實)'은 전할 때 더욱 견실해야 함을 말한다.

  28. 骨董 골동

    골동품, 곧 오래된 잡동사니이다. 선가에서는 생기를 잃고 낡은 틀에 굳어 버린 지식이나 말을 낮추어 이를 때 쓴다.

문단 1국역본 대조 3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8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