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35편

신시자(信侍者)에게 주는 글

示信侍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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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한문學道之要,在深根固蔕,於二六時中,照了自己根腳,當大起念,百不干懷時,圓融無際,脫體虗凝,一切所爲,曾無疑間,謂之現成本分事。
번역도(道)를 배우는 요체는 뿌리를 깊이 내리고 꼭지를 단단히 하는 데 있다. 하루 열두 때 가운데 제 근본 발판을 비추어 밝혀라. 아직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 온갖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때에는, 원융(圓融)하여 끝이 없고 온몸이 텅 비어 고요히 엉긴다. 하는 일마다 의심의 틈이 없다. 이것을 눈앞에 그대로 이루어진 본분사(本分事)라고 한다.
及至纔起一毫頭見解,欲承當作主宰,便落在陰界裏,被見聞覺知、得失是非籠罩,半醉半醒,打疊不辦。
그러다 털끝만 한 견해라도 막 일으켜, 그것을 떠맡아 주인(主宰)으로 삼으려 하면, 곧 음계(陰界) 속에 떨어진다.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見聞覺知)과 얻고 잃음, 옳고 그름에 뒤덮인다. 반쯤 취하고 반쯤 깬 채로, 추슬러 내지 못한다.
쉽게 읽기도를 배우는 핵심은 뿌리를 깊이 내리고 꼭지를 단단히 하는 데 있다. 하루 열두 때 내내 자기의 근본 발판을 비추어 밝혀라. 아직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 온갖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는 원융하여 끝이 없고, 온몸이 텅 비어 고요히 엉긴다. 무슨 일을 하든 의심의 틈이 없다. 이것을 눈앞에 그대로 드러난 본분사라 한다. 그러나 털끝만 한 생각 하나라도 일으켜, 그것을 붙들어 내 것으로 삼고 주인으로 세우려 하면 어떻게 되는가. 곧바로 음계 속으로 떨어진다.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과 얻고 잃음, 옳고 그름에 온통 뒤덮인다. 반쯤 취하고 반쯤 깬 듯하여, 마음을 추슬러 내지 못한다.
풀이 1
교감 · 當大起念'當大起念' — 저본(X69n1357 p0466c11)은 '當大起念'이다. 원오의 같은 글을 실은 『圜悟佛果禪師語錄』(T47n1997 p0780a27)은 '當未起念'이고, 뒤의 '及至纔起一毫頭見解'(막 털끝만 한 견해를 일으키면)와 맞서려면 未라야 한다. → 大는 未의 잘못으로 보고 '아직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로 옮긴다.
35.2
한문的實而論,但於閙閧閧中管帶得行,如無一事相似,
번역참으로 실답게 말하자면, 다만 시끌벅적한 가운데서도 챙겨 지녀 나아가되, 아무 일도 없는 듯해야 한다.
透頂透底,直下圓成,了無形相,不費工用,不妨作爲,語默起倒,終不是別人。
정수리부터 밑바닥까지 사무쳐, 그 자리에서 원만히 이루어지고 아무 형상도 없다. 공력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 말하고 잠잠하고 일어서고 넘어지는 것이, 끝내 다른 사람이 아니다.
稍覺纖毫滯礙,悉是妄想,直教灑灑落落,如大虗空,如明鏡當臺,如杲日麗天,
조금이라도 털끝만 한 막힘과 걸림을 느끼면, 그것은 모두 망상이다. 곧바로 시원스레 툭 트이게 하라. 큰 허공 같고, 밝은 거울이 경대에 놓인 것 같고, 밝은 해가 하늘에 걸린 것 같게 하라.
쉽게 읽기참으로 실답게 말하자면 이렇다.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늘 챙겨 지녀 행하라. 그러면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하라. 정수리부터 밑바닥까지 사무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원만히 이루어지고 아무 형상도 없다. 애써 힘들이지 않아도 하는 일에 걸리지 않는다. 말하고 침묵하고 일어서고 넘어져도 끝내 다른 사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털끝만 한 막힘이나 걸림을 느끼면 그것은 다 망상이다. 그러니 곧바로 시원하게 툭 트여라. 큰 허공처럼 되고, 밝은 거울이 경대에 놓인 듯하며, 밝은 해가 하늘에 높이 걸린 듯하라.
풀이 4
明鏡當臺·杲日麗天 명경당대·고일려천'如大虗空,如明鏡當臺,如杲日麗天'은 虛空·明鏡·杲日 세 비유로 털끝만 한 막힘도 없는 자리를 그린다. 『圜悟佛果禪師語錄』 권14 「示信侍者」에도 같은 글이 있다(T47n1997_p0780b03).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不妨作爲
'不妨作爲'는 不妨(무애·무방)에 作爲를 이어 '작위에 걸림이 없다'로 읽을 수도, 不[妨作爲]로 끊어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로 읽을 수도 있다. 앞의 不費工用과 對를 이루는 구조는 후자를, 不妨의 관용적 용법은 전자를 지지하여 어느 한쪽으로 확정할 결정적 전거가 없다. 다만 두 독해 모두 無功用而不失作用(공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작용을 잃지 않음)의 취지로 귀결하므로 양립한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終不是別人
'不是別人'은 '다름아닌 바로 자기', 곧 '끝내 남이 아니다'라는 禪門 상투 표현이다. 내 '끝내 다른 사람이 아니다'가 정확하다. 책 '결코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니'는 없는 인과를 넣어 語默起倒가 곧 자기라는 원의를 흐렸으니 내 번역을 유지함이 옳다.
35.3
한문一動一靜,一去一來,不從外得,放教自由自在,不被法縛,不求法脫,
번역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고요하며, 한 번 가고 한 번 오는 것이 밖에서 얻은 것이 아니다. 놓아 두어 자유자재(自由自在)하게 하라. 법(法)에 묶이지도 말고, 법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도 마라.
盡始盡終,打成一片,何處離佛法外別有世法,離世法外別有佛法也?
처음부터 끝까지 다하여 한 덩어리를 이루면, 어디에 불법(佛法)을 떠나 따로 세간법(世間法)이 있겠는가. 세간법을 떠나 따로 불법이 있겠는가.
是故祖師直指人心,金剛般若貴人離相,譬如壯士屈伸臂頃,不借他力。
그러므로 조사(祖師)는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켰고, 금강반야(金剛般若)는 사람이 모양(相)을 떠나는 것을 귀하게 여겼다. 비유하면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와 같아서, 남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쉽게 읽기한번 움직이고 한번 고요함, 한번 감과 한번 옴, 이 모두가 밖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자유자재하게 놓아두어라. 법에 얽매이지도 말고, 법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도 마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하여 한 덩어리를 이루어 보라. 그러면 불법을 떠나 따로 세간법이 어디 있으며, 세간법을 떠나 따로 불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조사는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켰다. 금강반야는 사람이 상을 떠나는 것을 귀하게 여겼다. 비유하면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잠깐과 같다. 남의 힘을 조금도 빌리지 않는다.
35.4
한문如此省要,好長時自退步體究,令有箇落著諦實證悟之地,卽是念念徧參無邊無量大善知識也。切切諦信,勉力作工夫,乃善之善也。
번역이처럼 간단하고 요긴하다. 부디 오래도록 스스로 한 걸음 물러나 몸소 파고들어(體究), 내려앉을 곳, 곧 실답게 깨달아 증득하는 자리가 있게 하라. 이것이 바로 생각생각마다 가없고 헤아릴 수 없는 큰 선지식(善知識)을 두루 찾아뵙는 것이다. 간절하고 간절하게 실답게 믿고, 힘써 공부를 지어 가라. 이것이 좋은 것 가운데서도 좋은 일이다.
쉽게 읽기이처럼 요점만 간추린 것이다. 부디 오랜 세월 스스로 한 걸음 물러나 몸소 궁구하라. 그리하여 마음이 내려앉을 곳, 곧 실답게 깨쳐 증득하는 경지를 얻어라. 이것이 바로 생각마다 가없고 헤아릴 수 없는 큰 선지식을 두루 찾아뵙는 일이다. 간절히 실답게 믿고 힘써 공부를 지어 나가라. 이것이 곧 착함 가운데서도 참으로 착한 일이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如此省要
省要는 고증상 '간요·핵심만 간추림'의 명사구이다. 내 '이처럼 간요하니'가 부합한다. 책 '이처럼 요점을 살펴서'는 省을 동사, 要를 목적어로 분해해 省要 고정어와 어긋나니 내 번역을 유지함이 옳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7
  1. 根腳 근각

    근본 발판·입각처이다. 자기의 본지(本地)·본래 자리이다.

  2. 百不干懷 백불간회

    온갖 것이 마음에 간섭·저촉되지 않음이다. '만불간회(萬不干懷)' 류와 같은 상투어이다.

  3. 陰界 음계

    오음(五陰)과 십팔계(十八界)를 줄인 말로, 몸과 마음과 그 모든 경계를 뜻한다. 선에서는 여기에 갇힘을 '음계에 떨어진다', 벗어남을 '음계를 나온다'고 한다.

  4. 見聞覺知 견문각지

    보고 듣고 느끼고 앎. 육근(六根)의 인식·분별 작용으로, 선문에서는 흔히 넘어서야 할 정식(情識)으로 말한다. 문견각지(聞見覺知)라고도 적는다.

  5. 打疊 타첩

    마음을 수습·정돈함이다.

  6. 管帶 관대

    늘 붙들어 챙기고 몸에 지닌다는 말이다. 깨친 마음자리를 잠시도 놓치지 않고 이어 지켜 가는 공부를 이른다. 보임(保任)과 뜻이 통한다.

  7. 明鏡當臺·杲日麗天 명경당대·고일려천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려 있다', '밝은 해가 하늘에 걸려 있다'는 비유이다. 티 없이 맑고 밝아 무엇이든 그대로 비추는 마음에 빗댄다. 원오는 벽암록에서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리면 고운 것 미운 것이 저절로 가려진다'(제9칙 수시), '밝디밝은 해가 하늘에 걸렸다'(제42칙 수시)고 썼다.

  8. 不被法縛·不求法脫 불피법박·불구법탈

    법에 묶이지도 벗어남을 구하지도 않음이다. 박(縛)·탈(脫) 양변을 여읜 무애(無礙)이다(임제(臨濟)·고덕(古德)의 취지).

  9. 打成一片 타성일편

    여럿이 한 덩어리로 뭉쳐 틈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공부가 무르익어,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세상일과 불법이 하나로 어우러진 경지를 이른다.

  10. 祖師直指人心 조사직지인심

    달마(達磨) 이래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다.

  11. 金剛般若貴人離相 금강반야귀인리상

    「금강경(金剛經)」의 '이일체제상(離一切諸相) 즉명제불(卽名諸佛)'·'범소유상개시허망(凡所有相皆是虛妄)'이다. 상(相) 여읨을 귀히 여김이다.

  12. 壯士屈伸臂頃 장사굴신비경

    힘센 사람이 팔을 한 번 굽혔다 펴는 사이라는 뜻으로, 아주 짧은 순간을 이른다. 경전에서 한순간에 다른 세계에 이르는 모습을 그릴 때 흔히 쓴 비유다.

  13. 省要 성요

    간요·핵심만 간추림이다.

  14. 退步體究 퇴보체구

    밖으로 향함을 돌이켜 한 걸음 물러나 자기를 몸소 궁구함이다.

  15. 落著 낙착

    마땅히 떨어져 자리 잡는 곳, 곧 일이 끝내 귀결되는 자리를 이른다. 선문에서는 공부와 말이 가 닿는 참된 자리를 알아차리는 것을 ‘낙착을 안다’고 한다. 낙착(落着)으로도 적는다.

  16. 念念徧參·大善知識 염념편참·대선지식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 선지식(善知識)을 두루 참례함(「화엄경(華嚴經)」입법계품(入法界品))에 빗댐이다. 스스로의 제실(諦實) 참구가 곧 편참(徧參)이다.

  17. 信侍者 신시자

    원오를 시봉하던 납자 '신(信)'이다. 끝의 '절절제신(切切諦信)'의 신(信)은 '실답게 믿으라'와 시자의 이름을 겹친 중의이다.

  18.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9. 二六時中 이육시중

    하루 열두 때 내내, 곧 온종일·언제나를 이른다. 옛날에는 하루를 열두 때로 나누었고, 이육(二六)은 2×6=12를 말한다. 선어록에서 일상의 모든 순간을 가리킬 때 늘 쓴다.

  20. 本分事 본분사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어 마땅히 밝혀야 할 근본의 일, 곧 제 본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또 스승이 방편을 빌리지 않고 바로 그 근본으로 학인을 이끄는 본연의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21. 根腳 근각

    뿌리와 발, 곧 발밑의 근본 바탕이다. 선문에서 '자기 근각'은 제 발밑의 본래 자리를 이르고, '근각이 굳지 못하다'는 공부의 바탕이 단단히 서지 못했다는 말이다.

  22. 圜悟心要 원오심요

    원오극근(圜悟克勤)이 제자와 사대부에게 써 준 법어와 편지를 모은 책이다. 원오의 법을 이은 자문(子文)이 엮었으며, 모두 4권으로 전한다.

  23. 太虗空 태허공

    끝없이 넓고 텅 빈 큰 허공이다. 걸림도 막힘도 없이 모든 것을 품는 마음의 바탕을 비유한다. 허(虗)는 허(虛)와 같은 글자다.

  24. 太虛空 태허공

    태허공·경대의 밝은 거울·하늘의 밝은 해이다. 淸淨圓明한 心地의 三喩이다.

  25. 不被法縛 불피법박

    법에 묶이지도 벗어남을 구하지도 않음이다. 縛·脫 양변을 여읜 無礙이다(臨濟·古德의 취지).

  26. 念念徧參 염념편참

    善財童子가 53 善知識을 두루 참례함(「華嚴經」入法界品)에 빗댐이다. 스스로의 諦實 참구가 곧 徧參이다.

  27. 明鏡當臺·杲日當空 명경당대·고일당공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리고 밝은 해가 하늘에 떴다는 비유. 막힘 없이 밝아 무엇이 오든 있는 그대로 비추는 마음을 이른다. 禪錄에서는 흔히 '如明鏡當臺,明珠在掌,胡來胡現,漢來漢現'으로 쓰인다(『碧巖錄』 제24칙 評唱, T48n2003_p0165a27; 제9칙 垂示 '明鏡當臺,妍醜自辨', p0149a14). '杲日當空'('杲日麗天'이라고도 함)도 禪錄의 상투어이다(『圜悟語錄』 권1 '杲日當空宇宙明', T47n1997_p0717a09).

문단 4국역본 대조 3교감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7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