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원오심요 · 上권 32편
허봉의(許奉議·庭圭)에게 드리는 글
與許奉議(庭圭)
이 편의 풀이 2
풀이 4
轉變은 언구 위에서 말을 굴리고 변전시키는 이미지인데, 내 번역 '알음알이를 지어'가 이를 흘려 놓쳤다(책 '전변할 줄 알고'가 오히려 축자적이다). '언구 위에서 말을 이리저리 굴리는 것을 알음알이로 얻어'로 보강함이 옳다.
過는 능가·지남의 뜻으로, '이 경지를 세간에서 능가할 것이 없다 여긴다'는 자부·자족의 함의이다. 책 '세간에선 숭상할 게 없다'는 過를 어색하게 옮겨 자부의 함의를 놓쳤다. 내 번역 '세간에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여기며'가 원의이다.
'이로 인해 진퇴(오르내림·동요)를 이룬다'가 원의인데, 내 번역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게'는 進退兩難의 반대 뉘앙스로 굳혔다. '나아갔다 물러났다 동요하게 되니'로 수정함이 옳다.
풀이 12
구두점(、)이 名位·權實·意氣를 卒難調伏의 세 병렬 주어로 세운다. 책 '권과 실의 의기'는 意氣를 권실의 수식 대상에 종속시켜 구조를 오독하였다. 내 번역 '명예와 지위, 권세(權勢), 의기 따위'가 원문 구조에 맞다(權實은 원오어록 같은 글의 '權勢'를 따름 — 교감).
信得及은 '믿음이 사무치다·충분히 믿다'의 禪門 성어이다. 책 '믿음으로써 여기에 이르렀을 뿐'은 及을 '이르다(到)'로 분해해 오독하였다. 내 번역 '그것을 확실히 믿었기에'가 옳다.
풀이 5
이 편의 낱말 39
- 一聞千悟 일문천오
한 번 듣고 천 가지를 깨친다는 말이다. 타고난 그릇이 크고 지혜가 날카로운 사람은 한마디만 듣고도 단번에 다 깨친다는 뜻으로 쓴다.
- 腳跟牢實 각근뇌실
「발꿈치가 견고·진실함」이다. 각근(腳跟)(발꿈치)은 수행자의 근본 입지·실지 경계를 뜻하는 선어(禪語)이다.
- 打成一片 타성일편
여럿이 한 덩어리로 뭉쳐 틈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공부가 무르익어,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세상일과 불법이 하나로 어우러진 경지를 이른다.
- 七處割截 칠처할절
몸을 일곱 군데나 베인다는 말로, 법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고통을 견디는 일을 비유한다. 흔히 인욕선인(忍辱仙人)이 몸을 베이고도 성내지 않은 이야기와 이어 읽는다.
- 大丈夫超情 대장부초정
정량(情量)(분별·감정)을 초월해 생사를 뚫는 기개 있는 수행자이다. 선문(禪門)의 이상적 인격이다.
- 火中出蓮 화중출련
불 속에서 연꽃이 핀다는 말이다. 있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귀한 일을 비유한다. 『유마경(維摩經)』에서 욕망 속에 살면서 선을 닦는 일을 불 속의 연꽃에 견준 데서 왔다.
- 南閻浮提 남염부제
수미산(須彌山)을 둘러싼 네 큰 땅 가운데 남쪽 땅으로,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을 이른다. 줄여서 염부제라고도 하고, 남섬부주라고도 한다.
- 折本 절본
밑천을 잃음이다(장사 은유). 헛된 생을 「밑진 장사」에 빗댄다.
- 佛法無多子 불법무다자
「불법엔 별것 없다」이다. 임제의현(臨濟義玄)이 대우(大愚) 문하에서 크게 깨치며 「원래황벽불법무다자(元來黃檗佛法無多子)」라 한 데서 유래한다. 임제록(臨濟錄) 전거이다.
- 俱胝一指 구지일지
구지(俱胝) 화상이 무엇을 묻든 손가락 하나만 세워 보인 일이다. 구지는 천룡(天龍) 화상이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이자 크게 깨쳤고, 그 뒤로 평생 그렇게만 답했다. 세상을 떠날 때 ‘천룡의 한 손가락 선을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했다’고 하였다.
- 打地只打地 타지지타지
타지화상(打地和尚)이다.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제(法弟)로, 무엇을 물어도 몽둥이로 땅만 쳤다. 시자(侍者)가 몽둥이를 감추자 입만 벌렸다는 일기(一機)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 鳥窠吹布毛 조과취포모
조과도림(鳥窠道林) 선사가 베실 한 올을 불어 보인 일이다. 시자 회통(會通)이 불법을 배우러 떠나겠다고 하자, 조과는 ‘불법이라면 나에게도 조금 있다’며 옷에서 실오라기를 집어 훅 불었다. 회통은 그 자리에서 깨달아 ‘포모시자(布毛侍者)’라 불렸다.
- 無業莫妄想 무업막망상
분주무업(汾州無業)의 기연이다. 무업은 마조(馬祖)의 법을 이은 당나라 선승이다. 배우는 이가 무엇을 물어 오든 대개 '망상하지 말라(莫妄想)' 한마디로 답했다. 묻고 따지는 그 마음을 그 자리에서 쉬게 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 中邑哆哆和和 중읍치치화화
중읍홍은(中邑洪恩)(마조(馬祖) 법제(法弟))이다. 「치치화화(哆哆和和)」는 갓난아기의 옹알이 소리로 분별 이전의 본지(本地)를 가리킨다. 앙산(仰山)과의 불성(佛性)·호손(猢猻)(원숭이·육창(六窓)) 문답으로 알려졌다.
- 古堤無佛性 고제무불성
고제화상(古堤和尚)이 오는 승려를 보면 곧 '물러서라, 물러서라, 너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한 기연이다. 뒤에 오직 앙산혜적(仰山慧寂)만이 그 참뜻을 알았다고 한다. '무불성(無佛性)'은 조주구자(趙州狗子) 이래 집착을 깨는 상투어이다.
- 壁立萬仞·
特立孤危 벽립만인·특립고위 만 길 벼랑처럼 우뚝하여 범접 못할 준초한 경계이다. 불병조병(佛病祖病)·현묘리성(玄妙理性)까지 다 버린 절대 입지이다.
- 佛病祖病 불병조병
부처라는 병과 조사라는 병이다. 부처나 조사를 높이 받들어 그 말과 자취에 매이는 것도 병이 된다는 뜻이다. 부처·조사라는 생각마저 벗어나야 비로소 자유롭다.
- 三家村裏人 삼가촌리인
몇 집 안 되는 두메 시골 사람이다. 꾸밈없이 「백불지백불회(百不知百不會)」한 질박무사의 경지 비유이다.
- 十語九中不如一嘿 십어구중불여일묵
「열 마디 중 아홉이 맞아도 한 번의 침묵만 못하다.」이다. 언전(言詮)보다 무언(無言)(일묵(一默), 유마(維摩)의 묵연(默然)과 통함)을 귀히 여긴 선문(禪門) 상투어이다. 묵(嘿)=묵(默).
- 無心道人 무심도인
분별하고 꾸미는 마음이 다 쉬어 아무 데도 매이지 않은 도인이다. 황벽(黃檗) 스님의 『전심법요』에 ‘시방의 부처를 공양함이 무심도인 하나를 공양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 求一箇無心道人難得 구일개무심도인난득
황벽희운(黃檗希運)의 말이다(완능록(宛陵錄) 계열). 모두 부처 되기를 구할 뿐 무심(無心) 도인(道人)은 드물다는 취지이다. 앞의 배상국(裴相國)이 기록한 황벽(黃檗) 가르침과 호응한다.
- 無相真修 무상진수
행지하되 상(相)에 집착 않고 덕(德)에 머물지 않는 「형상 없는 참된 닦음」이다. 원오 수증관의 핵심 용어이다.
- 香象渡河截流而過 향상도하절류이과
큰 코끼리가 강물을 밟아 바닥까지 끊고 건넘이다. 열반경(涅槃經) 삼수도하(三獸渡河)(토(兔)·마(馬)·향상(香象))의 향상(香象)에 해당하며 철저한 구경(究竟)의 증득을 비유한다.
- 滴水滴凍 적수적동
떨어지는 물방울이 방울마다 그대로 얼어붙는다는 말이다. 조금의 틈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매섭고 철저한 모습을 이른다. 공부와 몸가짐이 빈틈없이 엄정함을 나타낼 때 쓴다.
-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 圜悟佛果禪師語錄 원오불과선사어록
원오극근(圜悟克勤)의 설법을 제자 소륭(紹隆) 등이 엮은 20권의 어록이다. 법당 설법과 제자에게 준 법어, 옛 공안에 붙인 평과 게송을 실었다. 『원오심요』의 몇 편이 이 책의 법어에도 실려 있다.
- 無爲無事 무위무사
억지로 짓는 일 없는 무위(無爲)와 따로 일삼는 일 없는 무사(無事)를 함께 이른다. 분별과 애씀이 다 쉰 평상한 경지다. 임제(臨濟)는 일 없는 이가 귀한 사람이라 하였다.
- 此箇事 차개사
'이 일'이라는 말로, 선문에서 깨달음의 근본 과제를 가리킨다. 나고 죽는 큰일을 푸는 일, 곧 본분사(本分事)를 이름 붙이지 않고 곧바로 가리키는 말이다.
- 太虗空 태허공
끝없이 넓고 텅 빈 큰 허공이다. 걸림도 막힘도 없이 모든 것을 품는 마음의 바탕을 비유한다. 허(虗)는 허(虛)와 같은 글자다.
- 裴休 배휴
배휴(裴休, 797~870)이다. 당나라의 재상으로 자는 공미(公美)이다. 황벽(黃檗)을 스승으로 모셔 그 가르침을 『전심법요』로 엮었다. 선문에서는 재가 수행자의 본보기로 꼽힌다.
- 黃檗希運 황벽희운
황벽희운(黃檗希運, ?~850)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백장(百丈) 스님의 법을 이었다. 홍주 고안현의 황벽산에 머물러 '황벽'이라 불린다. 임제(臨濟)의 스승이며, 배휴(裴休)가 그의 법문을 모아 『전심법요』를 엮었다.
- 圜悟克勤·
著者 원오극근·저자 송나라 임제종 양기파의 선승(1063~1135)이다. 오조법연의 법을 이었으니, 법맥은 양기방회 · 백운수단 · 오조법연으로 이어진다. 벽암록 · 원오불과선사어록 · 격절록을 남겼고, 제자와 거사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다.
- 許奉議·
庭圭 허봉의·정규 수신인이다. 이름은 허정규(許庭圭), 관직은 봉의랑(奉議郎)(약칭 봉의(奉議), 북송(北宋) 문산관계(文散官階))의 재가 거사이다. 원오가 「재가보살수출가행(在家菩薩修出家行)」의 수행을 설한 상대이다. 상세한 전기는 미상이다.
- 大寂定 대적정
대적멸정(大寂滅定), 크게 고요한 삼매이다. 일체(一切) 동란이 쉰 근본 정경(定境)이다.
- 維摩詰 유마힐
Vimalakīrti. 유마경(維摩經)의 주인공이자 재가 보살의 전형이다. 재가 수신인에 맞춘 재가 승사(勝士) 열거의 첫 표본이다.
- 傅大士 부대사
부흡(傅翕)(497~569), 선혜대사(善慧大士)이다. 양대(梁代)의 거사로 유마후신(維摩後身)으로 일컬어진다(심왕명(心王銘) 등). 재가 선지식의 표본이다.
- 楊內翰 양내한
양억(楊億)(974~1020)이다. 북송(北宋) 한림학사(翰林學士)(내한(內翰))로 임제종(臨濟宗) 광혜원연(廣慧元璉)의 재가 제자이며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을 교정하고 서문을 지었다. 재가 문사(文士) 선객의 표본이다.
- 正因 정인
정인불성(正因佛性)이다. 삼인불성(三因佛性)의 하나로, 성불의 바른 원인을 이른다.
- 骨剉 골좌
'뼈를 간다'는 뜻의 말이다. 당나라 나한종철(羅漢宗徹) 선사가 누가 무엇을 물어도 '골좌야(骨剉也)'라고만 답해 '골좌 화상'이라 불렸다.
이 편의 풀이 2건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