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원오심요 · 下권 51편
도명(道明)에게 주는 글
示道明
풀이 4
이 구절의 주어는 앞의 '善決擇之士'이다. '須遇…之士,剔撥猛咬斷綫索'의 표준 구문상 앞에서 만난 그 스승이 이어지는 동작의 주체가 되며, 특히 '猛咬(사납게 물어뜯음)'는 행위 주체의 능동적 동작이어서 스승이 후벼 파고 물어뜯어 얽어맨 실끈을 끊어 주는 것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학인 시점의 수동('깎이고 뽑히며')으로 읽은 책은 주어를 잘못 잡은 것이므로, 능동으로 읽은 자체역이 옳다.
풀이 6
뒤의 '拈筯把匙·種種作爲·皆入場屋'과 병렬되는 구체적 일상 노무(밭 갈고 땅 쓸기)인데, 책은 '심전지를 쓸어버려'로 田地를 내면의 心田地로 은유화하여 병렬 구조를 깨뜨린 과의역이다. 다만 綿綿密密과 이은 心地 은유 독법의 여지는 남는다.
'場屋'은 본래 科場(과거 시험장)을 가리키는 말로, 여기서는 은유적으로 쓰였다. 科場의 어원을 살려 '수행(검증)의 마당'으로 푼 자체역과, '場'을 타작마당·거처로 느슨히 잡아 '자기 집안'으로 푼 책이 갈린다. 앞의 '種田'·'掃田掠地' 등 농사 어휘를 감안하면 집·거처로 읽는 책 독법도 통하고, 科場의 본뜻을 살린 자체역도 통하므로, 결정적 전거 없이 양립 가능한 이독이다.
저본은 '博'으로, 이를 博得(밭 갈아 밥을 얻어 먹음)으로 읽는 자체역과, '摶'으로 교감하여 摶飯(주먹밥을 먹음)으로 읽는 책이 갈린다. '摶飯'의 용례가 실재하고 동일 구문을 확정할 결정적 전거(등록·어록의 대응 대목)를 얻을 수 없어, 저본대로의 博得과 교감본의 摶이 모두 성립하는 양립 가능한 이독이다.
이 편의 낱말 15
- 教外別行 교외별행
경전의 가르침 밖에서 따로 전한다는 뜻이다. 깨달음은 글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곧바로 전한다는 선종의 근본 뜻으로, 흔히 불립문자(不立文字)·직지인심(直指人心)과 함께 쓴다.
- 烹煆淨盡 팽하정진
삶고 단련하여(烹煉鍛鍊) 남김없이 정화함이다. 광석을 달구듯 번뇌와 지해(知解)를 녹여 없애는 단련의 비유이다.
- 平常心不可得 평상심불가득
남전보원(南泉普願)의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한 걸음 넘겨 그 평상심조차 얻을 수 없다고 굴린 일전어(一轉語)이다.
- 南方說禪浩浩地 남방설선호호지
강남(南方)의 요란하고 번다한(浩浩) 설선(說禪) 풍조를 나무란 말이다. 뒤의 '내 밭 갈아 밥 먹는 것만 하겠느냐'와 대비되어 일상 실천의 실질을 높인 것이다.
- 種田博飯喫 종전박반끽
밭 갈아(種田) 밥을 얻어(박(博)=박득(博得)) 지어 먹음이다. 농작·노무의 일상이 곧 지극한 진실(至實)임을 보인 지장(地藏)의 말이다.
- 繁興大用 번흥대용
번다하게(繁興) 일어나는 크나큰 작용(大用)이다. 갖가지 거칠고 얕은 일상사(麤淺) 그대로가 지극한 쓰임이 됨을 이른다.
- 上士一決一切了 상사일결일체료
영가(永嘉) 증도가(證道歌)의 구절 '상사일결일체료(上士一決一切了), 중하다문다불신(中下多聞多不信)'이다. 근기 높은 이는 한 번 결단으로 온갖 것을 마친다는 뜻이다.
- 窠窟 과굴
새의 둥지와 짐승의 굴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선에서는 수행자가 한 견해나 경지에 눌러앉아 벗어나지 못하는 자리, 곧 '소굴'을 비유한다. 틀에 박힌 말이나 수단을 가리키기도 한다.
- 永嘉玄覺 영가현각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천태 지관을 닦다가 조계로 육조혜능을 찾아갔다. 문답 끝에 인가를 받고 하룻밤 묵고 떠나 일숙각(一宿覺)이라 불렸다. 그가 지었다는 「증도가(證道歌)」 구절이 선문에서 널리 인용된다.
- 無間道 무간도
본래 교학에서 번뇌를 끊는 바로 그 순간의 수행 단계를 이르는 말이다. 앞뒤 사이에 틈이 없다 하여 무간이라 한다. 선문에서는 한순간도 끊어짐 없이 곧장 이어 가는 공부의 길을 뜻한다.
- 地藏桂琛 지장계침
나한계침(羅漢桂琛, 867~928)이다. 오대 때의 선승으로 현사(玄沙) 스님의 법을 이었다. 복주 서쪽 석산의 지장원(地藏院)에 십여 년 머물러 '지장'이라 불렸고, 뒤에 장주 나한원으로 옮겼다. 법안(法眼)의 스승이다.
- 理障 이장
원각경(圓覺經)의 이장(二障)(사장(事障)·이장(理障)) 중 하나이다. 바른 앎을 가로막는 소지장(所知障)에 해당하는 '이치의 장애'이다. 탈거리장(脫去理障)은 이 관념적 걸림마저 벗는 것이다.
- 極則之地 극칙지지
더 나아갈 데 없는 지극한 준칙(極則)의 경지이다. 선에서 궁극의 도달점을 이르는 상투어이다.
- 場屋 장옥
과거(科擧)의 시험장(科場)이다. 밭 쓸고 젓가락 드는 온갖 일상 행위가 모두 수행의 시험장(마당) 안으로 든다는 비유이다.
- 地藏桂琛·
地藏 지장계침·지장 漳州 羅漢院 桂琛. 흔히 地藏이라 부르며, 法眼文益·龍濟紹修의 스승이다(『景德傳燈錄』 권21, T51n2076_p0371a02; 法嗣는 권24). 南方 佛法을 '商量浩浩地'라 하자 '爭如我這裏種田博飯喫'이라 한 문답이 『從容錄』 제12칙 地藏種田으로 이름났다(T48n2004_p0234c13).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