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51편

도명(道明)에게 주는 글

示道明

51.1
한문此道至玄玅深䆳,是以佛祖不容擬議,要直截承當,超出見聞色聲之表,單契密領,謂之教外別行。
번역이 도(道)는 더없이 그윽하고 오묘하며, 깊고 아득하다. 그래서 부처와 조사(祖師)께서도 헤아려 따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곧장 끊어 그대로 떠맡아야 한다. 보고 듣는 것과 빛깔과 소리의 겉을 뛰어넘어, 홀로 들어맞고 남몰래 알아차려야 한다. 이를 가르침 밖에 따로 행함(敎外別行)이라 한다.
쉽게 읽기이 도는 더없이 그윽하고 오묘하며, 깊고 아득하다. 그래서 부처와 조사도 이러니저러니 따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곧장 끊고 그대로 떠맡아야 한다. 보고 듣는 것, 빛깔과 소리의 겉모습을 훌쩍 뛰어넘어야 한다. 홀로 딱 들어맞고 남몰래 알아차려야 한다. 이를 두고 가르침 밖에서 따로 행한다는 교외별행이라 한다.
51.2
한문然得之奧,用之徹,脫去理障,烹煆淨盡,到極則之地,須遇大達善決擇之士,
번역그러나 그 깊은 데를 얻고 그 쓰임을 사무치게 하며, 이치의 장애(理障)를 벗어 던지고 남김없이 삶아 단련하여, 더 갈 데 없는 자리(極則之地)에 이르려면, 반드시 크게 통달하여 잘 가려 주는(決擇) 이를 만나야 한다.
그가 후벼 파고 사납게 물어뜯어 얽어맨 실끈을 끊어 주어야, 비로소 부처라는 소굴(窠窟)도 조사라는 소굴도 없앨 수 있다.
只平白汎汎地,於日用之間,透頂透底擔荷,無一法當情,無一念可得,等閑作爲,向一切境界之中,圓融無際,亦無圓可融,亦無融可圓,
그다음은 그저 담담하고 평범하게 지낸다. 날마다 쓰는 가운데서 정수리부터 밑바닥까지 사무치게 짊어진다. 한 법(法)도 마음에 걸리지 않고, 한 생각도 얻을 것이 없이, 예사로이 해 나간다. 온갖 경계 속에서 두루 어우러져(圓融) 가없되, 어우러지게 할 ‘원(圓)’도 없고 원만하게 할 ‘융(融)’도 없어야 한다.
始行無間道中,游歷絕功勛處,喚作平常心不可得。
그래야 비로소 틈 없는 길(無間道)을 걷고, 공훈(功勛)이 끊어진 자리를 노닌다. 이를 ‘평상심(平常心)조차 얻을 수 없다’고 한다.
쉽게 읽기그러나 그 깊은 경지를 얻고, 그 쓰임을 끝까지 사무치게 하기는 쉽지 않다. 먼저 이치에 걸리는 장애를 벗어 던져야 한다. 그다음 광석을 녹이듯 삶아 단련하여 남김없이 없앤다. 이렇게 더 갈 데 없는 자리에 이르려면, 크게 통달하여 잘 가려 줄 스승을 반드시 만나야 한다. 그 스승이 후벼 파고 사납게 물어뜯어, 얽어맨 실끈을 끊어 준다. 그래야 부처라는 소굴에서도, 조사라는 소굴에서도 벗어난다. 그다음은 그저 담담하고 평범하게 지내는 일이다. 날마다 쓰는 일상 속에서,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으로 짊어진다. 한 가지 법도 마음에 걸리지 않고, 한 생각도 붙잡을 것이 없이, 아무렇지 않게 해 나간다. 온갖 경계 속에서 두루 걸림 없이 어우러지되, 어우러질 것도 없고 어우러지게 할 것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틈 없는 큰길을 걷고, 애쓴 공로마저 끊어진 자리에서 노닌다. 이것을 두고 '평상심조차 얻을 수 없다'고 한다.
풀이 4
窠窟 과굴'始能無佛無祖窠窟'은 '비로소 부처의 소굴도 조사의 소굴도 없게 된다'로 읽힌다(추정). 窠窟을 벗어날 대상으로 쓰는 다른 용례(作窠窟·守住窠窟)와 맞는다.
平常心不可得 평상심불가득'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남전(南泉)·조주(趙州))는 무문관(無門關) 제19칙과 원오의 염제(拈提)에 자주 등장하며, 본편의 '평상심불가득(平常心不可得)'은 이를 다시 굴린 일전어(一轉語)이다.
平常心不可得 평상심불가득'平常心是道'(南泉·趙州)는 無門關 第19則과 원오의 拈提에 자주 등장하며, 본편의 '平常心不可得'은 이를 다시 굴린 一轉語이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剔撥猛咬斷綫索
이 구절의 주어는 앞의 '善決擇之士'이다. '須遇…之士,剔撥猛咬斷綫索'의 표준 구문상 앞에서 만난 그 스승이 이어지는 동작의 주체가 되며, 특히 '猛咬(사납게 물어뜯음)'는 행위 주체의 능동적 동작이어서 스승이 후벼 파고 물어뜯어 얽어맨 실끈을 끊어 주는 것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학인 시점의 수동('깎이고 뽑히며')으로 읽은 책은 주어를 잘못 잡은 것이므로, 능동으로 읽은 자체역이 옳다.
51.3
한문似此腳蹋實地,無落虗底工夫,綿綿密密,便掃田掠地,拈筯把匙,種種作爲,皆入場屋。
번역이처럼 두 발로 실지(實地)를 딛고, 허공에 떨어지지 않는 공부를 끊임없이 빈틈없이 이어 간다. 그러면 밭을 쓸고 땅을 훑는 일, 젓가락을 집고 숟가락을 드는 갖가지 일이 모두 수행의 마당 안으로 들어온다.
是故地藏呵僧云:南方說禪浩浩地,便道爭如我箇裏,種田博飯喫。
그래서 지장(地藏) 스님께서 한 승려를 꾸짖어 말씀하셨다. “남방(南方)에서는 선을 말하는 것이 그리도 요란하다마는, 내가 여기서 밭 갈아 밥 지어 먹는 것만 하겠느냐.”
准此而推,忍苦捍勞,繁興大用,雖麤淺中,皆爲至實。
이에 비추어 미루어 보면, 괴로움을 참고 수고를 견디며 갖가지로 큰 작용(大用)을 일으키는 것이, 거칠고 얕은 가운데 있더라도 모두 지극한 진실이 된다.
쉽게 읽기이처럼 두 발로 땅을 굳게 딛고, 헛디디지 않는 공부를 촘촘히 이어 간다. 그러면 밭을 쓸고 땅을 훑는 일, 젓가락을 집고 숟가락을 드는 온갖 일이 모두 수행의 마당 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지장 스님도 어떤 승려를 꾸짖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녘에서는 선을 두고 떠드는 것이 그리도 요란하다마는, 그것이 내가 여기서 밭 갈아 밥 지어 먹는 것만 하겠느냐.' 이 말씀에 견주어 미루어 보면 알 수 있다. 괴로움을 참고 수고로움을 견디며 갖가지로 크게 일으키는 쓰임은, 비록 거칠고 얕아 보여도 모두 지극한 진실이 된다.
풀이 6
地藏桂琛 지장계침『從容錄』 제12칙 '地藏種田': 地藏이 脩山主에게 南方 佛法을 묻자 '商量浩浩地'라 하니 '爭如我這裏種田博飯喫'이라 했다. 心要는 상대를 '僧'으로 적었다.
地藏桂琛 지장계침지장계침(地藏桂琛)의 '종전박반(種田博飯)' 가승화(呵僧話)는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오등회원(五燈會元) 법안종(法眼宗) 나한(羅漢)(지장(地藏))계침장(桂琛章)에 실린 등록(燈錄) 소재이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便掃田掠地
뒤의 '拈筯把匙·種種作爲·皆入場屋'과 병렬되는 구체적 일상 노무(밭 갈고 땅 쓸기)인데, 책은 '심전지를 쓸어버려'로 田地를 내면의 心田地로 은유화하여 병렬 구조를 깨뜨린 과의역이다. 다만 綿綿密密과 이은 心地 은유 독법의 여지는 남는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皆入場屋
'場屋'은 본래 科場(과거 시험장)을 가리키는 말로, 여기서는 은유적으로 쓰였다. 科場의 어원을 살려 '수행(검증)의 마당'으로 푼 자체역과, '場'을 타작마당·거처로 느슨히 잡아 '자기 집안'으로 푼 책이 갈린다. 앞의 '種田'·'掃田掠地' 등 농사 어휘를 감안하면 집·거처로 읽는 책 독법도 통하고, 科場의 본뜻을 살린 자체역도 통하므로, 결정적 전거 없이 양립 가능한 이독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種田博飯喫
저본은 '博'으로, 이를 博得(밭 갈아 밥을 얻어 먹음)으로 읽는 자체역과, '摶'으로 교감하여 摶飯(주먹밥을 먹음)으로 읽는 책이 갈린다. '摶飯'의 용례가 실재하고 동일 구문을 확정할 결정적 전거(등록·어록의 대응 대목)를 얻을 수 없어, 저본대로의 博得과 교감본의 摶이 모두 성립하는 양립 가능한 이독이다.
51.4
한문惟貴心不易移,一往直前,履踐將去,生死亦不柰我何,何況餘事。永嘉道上士,一決一切了,信矣。
번역오직 귀한 것은 마음이 쉬이 옮겨 가지 않는 것이다. 한결같이 곧장 앞으로 나아가 밟아 가면, 생사(生死)도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하물며 그 밖의 일이겠는가. 영가(永嘉)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뛰어난 이는 한 번 결단하여 온갖 것을 마친다(上士一決一切了).” 참으로 그렇다.
쉽게 읽기오직 귀한 것은 마음이 쉽게 흔들리거나 옮겨 가지 않는 것이다. 한결같이 곧장 앞으로 나아가 밟아 행해 간다. 그러면 나고 죽음조차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 하물며 그 나머지 일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영가 스님께서 이르시기를 '뛰어난 이는 한 번 결단으로 온갖 것을 마친다'라고 하셨으니, 참으로 그러하다.
풀이 3
永嘉玄覺 영가현각「證道歌」 '上士一決一切了。中下多聞多不信'(T48n2014_p0396a01)의 앞 구. 『圜悟佛果禪師語錄』 권15에도 두 구를 함께 든 곳이 있다(T47n1997_p0781a01).
上士一決一切了 상사일결일체료영가(永嘉) 증도가(證道歌)의 '상사일결일체료(上士一決一切了), 중하다문다불신(中下多聞多不信)'은 원오가 벽암록(碧巖錄)·원오어록(圜悟語錄)에서 근기 판별의 전거로 즐겨 인용하는 구절이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15
  1. 教外別行 교외별행

    경전의 가르침 밖에서 따로 전한다는 뜻이다. 깨달음은 글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곧바로 전한다는 선종의 근본 뜻으로, 흔히 불립문자(不立文字)·직지인심(直指人心)과 함께 쓴다.

  2. 烹煆淨盡 팽하정진

    삶고 단련하여(烹煉鍛鍊) 남김없이 정화함이다. 광석을 달구듯 번뇌와 지해(知解)를 녹여 없애는 단련의 비유이다.

  3. 平常心不可得 평상심불가득

    남전보원(南泉普願)의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한 걸음 넘겨 그 평상심조차 얻을 수 없다고 굴린 일전어(一轉語)이다.

  4. 南方說禪浩浩地 남방설선호호지

    강남(南方)의 요란하고 번다한(浩浩) 설선(說禪) 풍조를 나무란 말이다. 뒤의 '내 밭 갈아 밥 먹는 것만 하겠느냐'와 대비되어 일상 실천의 실질을 높인 것이다.

  5. 種田博飯喫 종전박반끽

    밭 갈아(種田) 밥을 얻어(박(博)=박득(博得)) 지어 먹음이다. 농작·노무의 일상이 곧 지극한 진실(至實)임을 보인 지장(地藏)의 말이다.

  6. 繁興大用 번흥대용

    번다하게(繁興) 일어나는 크나큰 작용(大用)이다. 갖가지 거칠고 얕은 일상사(麤淺) 그대로가 지극한 쓰임이 됨을 이른다.

  7. 上士一決一切了 상사일결일체료

    영가(永嘉) 증도가(證道歌)의 구절 '상사일결일체료(上士一決一切了), 중하다문다불신(中下多聞多不信)'이다. 근기 높은 이는 한 번 결단으로 온갖 것을 마친다는 뜻이다.

  8. 窠窟 과굴

    새의 둥지와 짐승의 굴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선에서는 수행자가 한 견해나 경지에 눌러앉아 벗어나지 못하는 자리, 곧 '소굴'을 비유한다. 틀에 박힌 말이나 수단을 가리키기도 한다.

  9. 永嘉玄覺 영가현각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천태 지관을 닦다가 조계로 육조혜능을 찾아갔다. 문답 끝에 인가를 받고 하룻밤 묵고 떠나 일숙각(一宿覺)이라 불렸다. 그가 지었다는 「증도가(證道歌)」 구절이 선문에서 널리 인용된다.

  10. 無間道 무간도

    본래 교학에서 번뇌를 끊는 바로 그 순간의 수행 단계를 이르는 말이다. 앞뒤 사이에 틈이 없다 하여 무간이라 한다. 선문에서는 한순간도 끊어짐 없이 곧장 이어 가는 공부의 길을 뜻한다.

  11. 地藏桂琛 지장계침

    나한계침(羅漢桂琛, 867~928)이다. 오대 때의 선승으로 현사(玄沙) 스님의 법을 이었다. 복주 서쪽 석산의 지장원(地藏院)에 십여 년 머물러 '지장'이라 불렸고, 뒤에 장주 나한원으로 옮겼다. 법안(法眼)의 스승이다.

  12. 理障 이장

    원각경(圓覺經)의 이장(二障)(사장(事障)·이장(理障)) 중 하나이다. 바른 앎을 가로막는 소지장(所知障)에 해당하는 '이치의 장애'이다. 탈거리장(脫去理障)은 이 관념적 걸림마저 벗는 것이다.

  13. 極則之地 극칙지지

    더 나아갈 데 없는 지극한 준칙(極則)의 경지이다. 선에서 궁극의 도달점을 이르는 상투어이다.

  14. 場屋 장옥

    과거(科擧)의 시험장(科場)이다. 밭 쓸고 젓가락 드는 온갖 일상 행위가 모두 수행의 시험장(마당) 안으로 든다는 비유이다.

  15. 地藏桂琛·地藏 지장계침·지장

    漳州 羅漢院 桂琛. 흔히 地藏이라 부르며, 法眼文益·龍濟紹修의 스승이다(『景德傳燈錄』 권21, T51n2076_p0371a02; 法嗣는 권24). 南方 佛法을 '商量浩浩地'라 하자 '爭如我這裏種田博飯喫'이라 한 문답이 『從容錄』 제12칙 地藏種田으로 이름났다(T48n2004_p0234c13).

문단 4국역본 대조 4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15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