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35편

본선인(本禪人)에게 주는 글

示本禪人

35.1
한문常獨行,常獨步,達者同游涅槃路。此蓋不與萬法爲侶之大旨也。
번역늘 홀로 다니고, 늘 홀로 걷는다. 통달한 이는 함께 열반(涅槃)의 길에 노닌다. 이것이 ‘만법(萬法)과 짝하지 않는다’는 큰 뜻이다.
況自己本有根腳,生育聖凡,含吐十虗,無一法不承他力,無一事不從他出,豈有外物爲障爲隔?但恐自信不及,便把不住去。
하물며 자기에게는 본래 근본 발판이 있다. 그것이 성인과 범부를 낳아 기르고, 시방 허공을 머금었다가 토해 낸다. 어느 한 법도 그 힘을 입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한 일도 거기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니 어찌 바깥 사물이 막고 가리겠는가. 다만 스스로 믿음이 미치지 못해, 곧 붙잡아 지니지 못할까 걱정될 뿐이다.
若洞明透脫,只一心不生,何處更有如許多?所以道:靈光獨耀,迥脫根塵。
환히 밝혀 꿰뚫어 벗어나면, 다만 한 마음이 나지 않을 뿐이다. 어디에 다시 그토록 많은 것이 있겠는가. 그래서 말한다. “신령한 빛이 홀로 빛나, 근(根)과 진(塵)을 멀리 벗어났다.”
쉽게 읽기늘 홀로 다니고 늘 홀로 걷는다. 통달한 이는 그렇게 함께 열반의 길에 노닌다. 이것이 바로 만법과 짝하지 않는다는 큰 뜻이다. 게다가 나 자신에게는 본래 갖추어진 근본 발판이 있다. 이 발판이 성인과 범부를 낳아 기르고, 시방 허공을 머금었다 토해 낸다. 그러니 어느 한 법도 그 힘을 입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한 일도 거기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그렇다면 어찌 바깥 사물이 장애가 되고 가로막이가 되겠는가. 다만 스스로 믿음이 모자라, 곧바로 붙잡아 지니지 못할까 걱정될 뿐이다. 환히 밝혀 꿰뚫어 벗어나 보라. 그러면 오직 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뿐이니, 어디에 다시 그토록 많은 것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옛사람은 ‘신령한 빛이 홀로 빛나 감각 기관인 근과 그 대상인 진을 멀리 벗어난다’고 하였다.
풀이 8
不與萬法爲侶 불여만법위려'常獨行,常獨步,達者同游涅槃路'는 永嘉玄覺 『證道歌』(T48, no. 2014; 『景德傳燈錄』 권30)의 구절이다. 원오는 이를 '不與萬法爲侶之大旨'라 하였다.
不與萬法爲侶 불여만법위려《벽암록(碧巖錄)》제42칙「방거사호설편편(龐居士好雪片片)」평창(評唱)이다. 원오가 방온(龐蘊)·마조(馬祖)의 '불여만법위려(不與萬法爲侶)…일구흡진서강수(一口吸盡西江水)' 문답을 직접 인용·해설하니, 본편의 두 구절과 동일한 전거이다.
靈光獨耀 영광독요《원오불과선사어록(圜悟佛果禪師語錄)》 상당(上堂)·시중(示衆)이다. '영광독요(靈光獨耀),형탈근진(迥脫根塵)'과 '상독행상독보(常獨行常獨步)'를 거듭 인용하는 원오의 상용 법어 어법으로, 승당(承當)·평상을 강조하는 본편과 논지가 일치한다.
承他力 승타력'自己本有根腳…無一法不承他力,無一事不從他出'의 他는 他人이 아니라 앞의 本有根腳, 곧 自己 本體를 받는 대명사다. 어느 법도 그 본체의 힘을 입지 않은 것이 없다는 뜻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本有根腳
況自己本有根腳, 生育聖凡의 구문에서 生育聖凡의 주체를 '근본 발판'으로 세워 그것이 성인·범부를 낳아 기른다고 읽는 자체역과, 根腳을 '발 밑'으로 직역하여 그 처소에서 성범이 태어난다고 붙여 읽는 책이 모두 성립한다. 어느 쪽도 결정적 전거(연등록·어록·구문)로 배제되지 않고 '근본 바탕·본래면목'이라는 실지(實旨)는 동일하게 유지되므로, 통사 결속을 달리 파싱하는 양립 이독으로 둔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便把不住去
把不住는 把住(굳게 붙잡음)의 부정으로, '붙잡아 지니지 못하다'로 축자역한 자체역과 '흔들리다'로 의역한 책이 모두 '자기 본체를 놓침'이라는 뜻을 담아 성립한다. 순수 동의어 대치가 아니라 축자와 의역의 이미지 선택 차이이며, 결정적 전거가 어느 한쪽을 오역으로 배제하지 않으므로 양립 이독으로 유지한다.
35.2
한문要須直下承當從本以來自有底活卓卓妙體,
번역모름지기 본래부터 스스로 지녀 온, 살아서 우뚝한 묘한 본체(妙體)를, 바로 그 자리에서 받아 지녀야 한다.
然後於一切時、一切處,無不逢渠,無不融攝,喫飯著衣,凡百作爲,世出世間,皆非外得。
그런 뒤라야 모든 때 모든 곳에서 그를 만나지 않음이 없고, 녹여 거두어들이지 않음이 없다. 밥 먹고 옷 입는 일, 온갖 하는 일, 세간과 출세간이 모두 바깥에서 얻은 것이 아니다.
既達此矣,只守平常,不生諸見,說什麼一口吸盡西江水?
여기에 이미 사무쳤거든, 다만 평상(平常)을 지키고 온갖 견해를 내지 말라. “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신다”는 말은 해서 무엇 하겠는가.
쉽게 읽기모름지기 바로 그 자리에서 곧장 받아 지녀야 한다. 본래부터 스스로 지녀 온, 살아 있고 우뚝한 묘한 본체를 받아 지녀야 한다. 그런 뒤라야 온갖 때와 온갖 곳에서 그를 만나지 않는 일이 없다. 그것을 원융히 거두어들이지 않는 일도 없다. 그리하여 밥 먹고 옷 입는 일부터 온갖 하는 일까지, 세간과 출세간이 모두 바깥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이미 여기에 사무쳤거든, 그저 늘 그대로임을 지키고 온갖 견해를 내지 말라. 무슨 ‘한 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셔 버린다’는 말이 필요하겠는가.
풀이 4
承當 승당앞의 '靈光獨耀,迥脫根塵'은 百丈懷海의 上堂語(『五燈會元』 권3). 이어 '直下承當從本以來自有底活卓卓妙體'라 하여, 承當할 것이 본래 갖춘 妙體임을 밝힌다.
一口吸盡西江水 일구흡진서강수《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권6(백장회해(百丈懷海))은 '영광독요형탈근진(靈光獨耀迥脫根塵)' 계열 법어의 등록(燈錄) 전거이고, 권8(방온거사(龐蘊居士))은 마조(馬祖) '일구흡진서강수(一口吸盡西江水)' 문답의 등록 전거이다.
百丈懷海《景德傳燈錄》卷6(百丈懷海)은 '靈光獨耀迥脫根塵' 계열 법어의 등록(燈錄) 전거이고, 卷8(龐蘊居士)은 馬祖 '一口吸盡西江水' 문답의 등록 전거이다.
35.3
한문設使百千諸佛、無量祖師,顯現無邊恠異神變,不消一劄。但恁麼信及見徹,行腳事豈不辦耶?
번역설령 백천의 부처와 헤아릴 수 없는 조사가 가없이 기이한 신통변화를 나타내 보여도, 종잇조각 하나만큼도 소용이 없다. 다만 이렇게 믿음이 미치고 보는 눈이 사무치면, 행각(行脚)의 일을 어찌 마치지 못하겠는가.
쉽게 읽기설령 백천의 모든 부처가 나타난다 하자. 헤아릴 수 없는 조사들이 가없이 기이한 신통변화를 나타내 보인다 하자. 그래도 종잇조각 하나만큼도 소용이 없다. 다만 이처럼 믿음이 미치고 견처가 사무친다면, 스승을 찾아 두루 다니며 닦는 일을 어찌 마치지 못하겠는가.
풀이 1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不消一劄
消(소용·필요)의 뜻은 양쪽이 일치하나, 劄을 札(종잇조각)으로 보아 '종잇조각 하나만큼도 소용없다'로 읽는 자체역과, 一著·一手(바둑 한 수)로 보아 '한 수 쓸 필요도 없다'로 읽는 책이 갈린다. 劄의 자의가 두 갈래여서 결정적 전거로 어느 쪽도 오역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어의(語義) 양립 이독으로 유지한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19
  1. 常獨行常獨步 상독행상독보

    '늘 홀로 다니고 늘 홀로 걷는다'는 말이다.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의 『증도가(證道歌)』 구절로, 세속의 만법과 짝하지 않고 홀로 도를 행함을 이른다.

  2. 達者同游涅槃路 달자동유열반로

    '통달한 이라야 함께 열반의 길에 노닌다'는 말이다. 영가현각(永嘉玄覺)의 『증도가(證道歌)』에서 '상독행상독보(常獨行常獨步)'에 이어지는 구절이다. 유(游)는 유(遊, 놀 유)와 통한다.

  3. 不與萬法爲侶 불여만법위려

    방거사(龐居士)가 마조(馬祖)에게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물은 문답이다. 마조는 '그대가 서강의 물을 한입에 다 마시면 일러 주겠다'고 답했고, 방거사는 그 말끝에 깨쳤다고 한다. 원오는 이 말을 온갖 것에 매이지 않는 본래의 사람을 가리키는 데에도 자주 쓴다.

  4. 本有根腳 본유근각

    본래부터 갖춘 근본 바탕이다. 근각(根腳)은 근각(根腳)의 이체로 발판·근저(根底)를 뜻하니, 곧 자기 본래면목(本來面目)이다.

  5. 生育聖凡 생육성범

    성인(聖)과 범부(凡)를 낳아 기른다는 뜻이다. 자기 본체가 성·범 일체를 낳는 근원임을 말한다.

  6. 含吐十虗 함토십허

    시방 허공(십허(十虛)=시방허공(十方虛空), 시방허공)을 머금었다 토해낸다는 뜻이다. 허(虗)는 허(虛)(빌 허)의 이체자이다.

  7. 承他力 승타력

    그의 힘을 입는다, 그것에 힘입는다는 말이다.

  8. 把不住 파불주

    붙잡아 지니지 못함이다(파주(把住)=붙잡아 지님). 스스로 믿음이 미치지 못하여 자기 본체를 놓쳐버림을 말한다.

  9. 靈光獨耀·迥脫根塵 영광독요·형탈근진

    백장회해(百丈懷海)(720~814)의 법어 '영광독요(靈光獨耀),형탈근진(迥脫根塵);체로진상(體露真常),不拘文字…'의 앞 두 구이다. 신령한 빛이 홀로 빛나 육근(六根)·육진(六塵)(육근·육진)을 아득히 벗어난다는 뜻이다. 형(迥)은 아득히·멀리이다.

  10. 活卓卓妙體 활탁탁묘체

    살아 있고 우뚝한(탁탁(卓卓), 탁탁) 오묘한 본체이다. 본래면목의 생생하고 뚜렷한 작용을 형용하는 원오 특유의 어법이다.

  11. 只守平常·不生諸見 지수평상·불생제견

    평상심(平常心)을 지켜 온갖 견해(제견(諸見), 제견)를 내지 않음이다. 마조(馬祖)·남전(南泉) 계열의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평상심이 도)'와 상통한다.

  12. 一口吸盡西江水 일구흡진서강수

    방거사(龐居士)가 마조(馬祖)에게 ‘온갖 것과 짝하지 않는 이는 누구입니까’ 하고 묻자, 마조가 ‘그대가 서강(西江)의 물을 한입에 다 마시면 그때 일러 주겠다’고 답한 일이다. 방거사는 이 말끝에 깨쳤다. 헤아림으로는 닿을 수 없는 자리를 보인 말로 일컬어진다.

  13. 不消一劄 불소일차

    종잇조각(또는 송곳으로 한 번 찌름) 하나만큼도 소용없음이다. 차(劄)(찌를/문서 찰)은 札과 통용되고 소(消)는 소용·필요함이다. 온갖 신통변화조차 본분에는 하잘것없음을 말한다.

  14. 行腳 행각

    수행승이 스승을 찾아 여러 곳을 두루 다니며 묻고 닦는 일이다. 넓게는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 생활 전체를 이른다.

  15. 承當 승당

    받아들여 떠맡는다는 뜻이다. 선에서는 제 본래 마음을 남의 말에 기대지 않고 몸소 받아들이는 일을 이른다. 흔히 직하승당(直下承當), 곧 그 자리에서 곧바로 떠맡는다고 쓴다.

  16. 本禪人 본선인

    원오가 원오심요의 「본선인에게 주는 글」을 지어 준 선인(참선 수행자)이다. '본'은 그의 이름이다.

  17. 靈光獨耀 영광독요

    百丈懷海(백장회해, 720~814)의 법어 '靈光獨耀,迥脫根塵;體露真常,不拘文字…'의 앞 두 구이다. 신령한 빛이 홀로 빛나 六根·六塵(육근·육진)을 아득히 벗어난다는 뜻이다. 迥(형)은 아득히·멀리이다.

  18. 只守平常 지수평상

    평상심(平常心)을 지켜 온갖 견해(諸見, 제견)를 내지 않음이다. 馬祖·南泉 계열의 '平常心是道(평상심이 도)'와 상통한다.

  19. 評唱 평창

    古則과 頌을 들어 낱낱이 따지고 풀어 설하는 강설. 『碧巖錄』은 圜悟가 雪竇重顯의 頌古 百則에 垂示·著語·評唱을 붙인 책으로, 첫머리에 '評唱雪竇顯和尚頌古語要'라 하였다(T48n2003_p0140a11).

문단 3국역본 대조 3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19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