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8
翛然은 소요·유연·거침없는 자재의 모양이다. 책 '홀연히'는 忽然(문득)으로 읽은 경미한 오역 소지가 있고, 내 '훌쩍(홀로 우뚝)'이 翛然의 결에 더 부합한다.
諸根을 '근기'(자체역)와 '6근'(책)으로 모두 옮길 수 있다. 諸根猛利는 관용상 信進念定慧 五根을 포함한 근기의 예리함을 뜻하므로 근기 쪽이 무난하나, 諸根이 六根(감각기관)을 가리키는 불전 용례도 흔하여 책의 독해 또한 성립한다. 결정적 전거로 어느 한쪽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양립가능한 이독으로 유지한다.
풀이 2
淡泞을 '맑고 잔잔'(자체역)과 '담담히 떠가고'(책)로 모두 읽을 수 있다. 泞은 濘의 이체자로 저본 이문은 교감으로 처리하며, 흰 구름의 담박한 모습을 형용하는 어구로서 두 독법이 모두 성립하는 양립이독이므로 유지한다.
이 편의 낱말 25
- 壁立萬仞 벽립만인
만 길 낭떠러지처럼 우뚝 서 있다는 말이다. 알음알이나 말로는 붙을 데가 없는 깨침의 자리, 또는 그런 엄한 가르침을 이른다. 원오의 『벽암록』에도 자주 나온다.
- 了事衲僧 요사납승
일을 마친 납승(衲僧)이다. 나고 죽는 큰일을 다 마쳐 더 구할 것이 없는 선승을 이른다. 납승은 누더기 옷을 입은 선승이다.
- 枯木朽株寒灰死火 고목후주한회사화
사량분별이 끊긴 대휴헐(大休歇)의 비유이다. 다만 침공체적의 사선(死禪)이 아니라 '진휴헐(真休歇)'로 규정되니, 뒤의 무주본(無住本) 유출과 짝한다.
- 毗盧 비로
비로자나불(毗盧遮那佛)을 줄인 말이다. 온 누리에 빛을 비추는 부처로, 진리 그 자체인 법신(法身)을 나타낸다. 선어록에서는 '비로자나를 넘어선다'처럼 부처의 경지에도 머물지 말라는 뜻으로 쓴다.
- 菩提達磨 보리달마
보리달마(菩提達磨)다. 남인도에서 중국에 와 선(禪)을 전한 첫 조사로, 중국 선종의 초조라 부른다. 양나라 무제를 만났으나 뜻이 맞지 않아 위나라로 가서, 소림사에서 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눈 속에서 제 팔을 끊고 법을 구한 혜가(慧可)에게 법을 전했다.
- 少林 소림
숭산(嵩山)에 있는 절 소림사(少林寺)다. 달마가 이 절에 머물며 날마다 벽을 마주하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로 이름나, 선종이 비롯된 곳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 達磨少林面壁九年 달마소림면벽구년
보리달마(菩提達磨)(Bodhidharma)가 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에서 9년간 면벽(面壁)(벽을 마주하고 좌선)한 고사이다. 선문(禪門) 좌선 정진의 대표 전고이다.
- 二祖慧可 이조혜가
중국 선종의 둘째 조사(487~593)로, 달마(達磨)의 법을 이었다. 처음 이름은 신광(神光)이다. 눈 속에 서서 팔을 끊어 법을 구했다는 '입설단비(立雪斷臂)'와, 달마에게 마음을 편안케 해 달라고 하자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하여 깨친 '안심(安心)' 문답이 전한다. 그 법은 삼조 승찬(僧璨)에게 이어졌다.
- 三拜依位 삼배의위
세 번 절하고 제자리에 섬. 달마(達磨)가 제자들에게 얻은 바를 말하게 하여, 도부(道副)·이총지(尼總持)·도육(道育)에게는 각각 살갗(皮)·살(肉)·뼈(骨)를 얻었다 하고, 혜가(慧可)가 절을 올린 뒤 제자리에 서자 '그대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汝得吾髓)'라고 하였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 보리달마장(菩提達磨章)에 실렸다.
- 玄沙舁屍 현사여시
현사사비(玄沙師備)가 사람들이 주검을 메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중에게 '네 명의 죽은 놈이 한 명의 산 놈을 메고 간다(사개사한여일개활한, 四箇死漢舁一箇活漢)'고 보인 공안이다. 『오등회원(五燈會元)』 권7 현사사비장(玄沙師備章)과 『현사사비선사광록(玄沙師備禪師廣錄)』에 나온다.
- 四箇死漢舁一箇活漢 사개사한여일개활한
현사(玄沙)가 시신 메기를 보고 한 공안이다. 오음신(五陰身)을 '사한(死漢)', 향상정안으로 견정을 여읜 이를 '활한(活漢)'으로 가리킨다. 정견으로 보면 도리어 현사(玄沙)가 전도되어 보인다.
- 玄沙師備 현사사비
현사사비(玄沙師備, 835~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복주(福州) 사람이다. 젊어서 고기잡이를 하다 서른에 출가했고, 고행을 엄하게 지켜 '비두타(備頭陀)'라 불렸다. 설봉(雪峰)의 법을 이었고, 그 계통에서 법안종이 나왔다.
- 向上 향상
위로 향한다는 말로, 부처와 조사의 자리마저 넘어선 그 위의 궁극을 이른다. 말과 단계가 끊어진 자리라 '향상일로'라고도 한다. 방편으로 내려오는 향하(向下)와 짝을 이룬다.
- 向上正眼 향상정안
향상일로(向上一路)의 정법안(正法眼)이다. 견을 여의고 정을 초월한 눈이다.
- 白雲淡泞·
而人自鬧 백운담녕·이인자뇨 '불견고덕도(不見古德道)'로 인용된 고덕(古德)의 게송이다. '만법은 본래 한가한데 사람이 스스로 시끄럽다'는 뜻이다. 특정 출전 미상의 고덕(古德) 말로 처리한다.
- 陰界 음계
오음(五陰)과 십팔계(十八界)를 줄인 말로, 몸과 마음과 그 모든 경계를 뜻한다. 선에서는 여기에 갇힘을 '음계에 떨어진다', 벗어남을 '음계를 나온다'고 한다.
- 本分事 본분사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어 마땅히 밝혀야 할 근본의 일, 곧 제 본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또 스승이 방편을 빌리지 않고 바로 그 근본으로 학인을 이끄는 본연의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 一段大因緣 일단대인연
'한 가닥 큰 인연'이니, 부처와 조사가 세상에 나온 단 하나의 큰일을 이른다. 곧 나고 죽음을 벗어나 제 성품을 깨치는 일이다. 『법화경』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에서 온 말이다.
- 達磨得髓 달마득수
달마가 제자를 시험하여 혜가(慧可)가 절하고 물러서자 '득오수(得吾髓)'라 한 것이다(皮肉骨髓).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卷)3에 실린다.
- 師承法脈 사승법맥
스승에게서 법을 이어받음, 또는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법의 계보이다. 원오 극근(1063~1135)은 임제종 양기파로, 스승은 오조 법연, 그 스승은 백운 수단, 다시 그 스승은 양기 방회이다.
- 忘懷獨得 망회독득
회포(생각)를 잊고 홀로 증득함이다. '불립아견(不立我見)·불자공고(不自貢高)'과 이어지는 보임행리이다.
- 無爲無事道人 무위무사도인
임제계(臨濟系)의 '무사인(無事人)'이다. 짓고 세움 없는 도인의 살림살이(행리)이다.
- 無住本 무주본
유마경(維摩經) 관중생품(觀衆生品) '종무주본립일체법(從無住本立一切法)'의 무주본(無住本)이다. 머묾 없는 근본에서 일체(一切)가 유출되어 묘용이 된다.
- 抽釘拔楔 추정발설
못을 뽑고 쐐기를 빼 준다는 말이다. 스승이 학인의 집착과 막힘을 풀어 주는 수단을 이르며, 흔히 해점거박(解黏去縛)과 짝지어 쓴다. 『임제록(臨濟錄)』 '여인추정발설(與人抽釘拔楔)'에서 나와 원오(圜悟)의 『벽암록(碧巖錄)』 수시(垂示)·평창(評唱)에 자주 쓰인다.
- 白雲淡泞 백운담녕
'不見古德道'로 인용된 古德의 게송이다. '만법은 본래 한가한데 사람이 스스로 시끄럽다'는 뜻이다. 특정 출전 미상의 古德 말로 처리한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