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23편

광선인(光禪人)에게 주는 글

示光禪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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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한문欲得親切,第一不用求,求而得之,已落解會。況此大寶藏,亘古亘今,歷歷虗明,從無始劫來,爲自己根本,舉動施爲,全承他力。
번역사무치게 맞닿고자(親切) 한다면, 첫째로 구하지 마라. 구해서 얻으면 벌써 알음알이(解會)에 떨어진다. 하물며 이 큰 보배 곳간(大寶藏)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또렷또렷 텅 비고 밝아, 시작 없는 겁(無始劫)부터 자기의 근본이 되어 왔다. 몸을 움직이고 무엇을 하든, 모두 그 힘을 입는다.
쉽게 읽기간절히 사무치는 경지를 얻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구하려 들지 마라. 구해서 얻는다면, 그것은 이미 머리로 따지는 앎, 곧 알음알이에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우리 안에는 큰 보배 곳간이 있다. 이 곳간은 예나 지금이나 훤하게 텅 비고 밝다. 시작조차 없는 아득한 겁부터 내 근본이 되어 왔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고 무슨 일을 하든, 모두 이 곳간의 힘을 빌려 나오는 것이다.
23.2
한문唯是休歇到一念不生處,則便透脫,不墮情塵,不居意想,迥然超絕,
번역오직 쉬고 또 쉬어(休歇)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곳에 이르면, 곧 꿰뚫고 벗어난다(透脫). 감정과 티끌(情塵)에 떨어지지 않고, 뜻과 생각에 머물지 않아, 아득히 뛰어넘어 뚝 끊어진다.
則徧界不藏,物物頭頭,渾成大用,一一皆從自己胸襟流出。
그러면 온 세계에 감춘 것이 없다(徧界不藏). 낱낱 사물 하나하나가 온통 큰 작용(大用)을 이루고, 하나하나가 다 자기 가슴속에서 흘러나온다.
古人謂之運出家財,一得永得,受用豈有窮極耶?
옛사람은 이것을 ‘집안 살림을 꺼내어 쓴다(運出家財)’고 했다. 한 번 얻으면 영영 얻으니, 누려 쓰는 데에 어찌 끝이 있겠는가?
쉽게 읽기오직 쉬고 또 쉬어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자리에 이르러 보라. 그러면 곧바로 모든 것을 꿰뚫고 벗어난다. 감정과 티끌에 떨어지지 않는다. 뜻과 생각에도 머물지 않는다. 이렇게 훌쩍 뛰어넘어 뚝 끊어진다. 그러면 온 세계 어디에도 감출 것이 없다. 낱낱 모든 것이 온통 큰 작용을 이룬다. 그 하나하나가 다 자기 가슴속에서 흘러나온다. 옛사람은 이를 두고 '집안 살림을 꺼내어 쓴다'고 하였다. 한 번 얻으면 영영 얻으니, 가져다 쓰는 데에 어찌 끝이 있겠는가.
풀이 4
蓋天蓋地'一一皆從自己胷襟流出'은 巖頭가 鰲山에서 雪峰에게 '他日若欲播揚大教,一一從自己胸襟流出,將來與我蓋天蓋地去'라 한 말을 받은 것이다(『碧巖錄』 제22칙 評唱, T48n2003_p0163a01). 『圜悟佛果禪師語錄』 권14에도 이 편과 같은 글 '一一皆從自己胸襟流出'이 있다(T47n1997_p0778b22).
休歇 휴헐「휴헐(休歇)…일념불생(一念不生)…직하승당(直下承當)」·「운출가재(運出家財), 일득영득(一得永得)」 — 「원오심요(圜悟心要)」의 다른 시(示)·서간(書簡) 전반에서 반복되는 상용 지시어·결어이다(같은 저작 내 상호 방증).
休歇 휴헐「休歇…一念不生…直下承當」·「運出家財, 一得永得」 — 「圜悟心要」의 다른 示·書簡 전반에서 반복되는 상용 지시어·결어이다(같은 저작 내 상호 방증).
교감 · 胸襟'胸襟'의 '胸' — 저본 글자 [(曷-曰)/月](U+2E30E, CBETA CB05577)는 胸의 이체로, 웹 글꼴에 없어 정자 '胸'으로 실음(CBETA 정규자 胸; X69n1357 p0462a09). 이체이며 뜻이 같다.
23.3
한문但患體究處根腳不牢,不能徹證,直須猛截諸緣,令無纖毫依倚,放身捨命,直下承當,無第二箇。縱使千聖出來,亦不移易,
번역다만 걱정은, 몸소 파고드는(體究) 자리에서 발밑(根腳)이 굳지 못해 사무치게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곧바로 온갖 인연을 매섭게 끊어, 터럭만큼도 기댈 데가 없게 하라. 몸을 던지고 목숨을 버려, 그 자리에서 곧장 떠맡으라(直下承當). 두 번째 것은 없다. 설령 천 명의 성인이 나온다 해도, 이것을 바꾸어 옮기지 못한다.
쉽게 읽기다만 한 가지가 걱정이다. 몸소 파고들어 참구할 때, 발밑이 튼튼하지 못한 일이다. 발밑이 굳지 않으면 사무치게 깨치지 못한다. 그러니 곧장 온갖 인연을 맹렬히 끊어라. 터럭만큼도 무엇에 기대거나 붙지 마라. 몸을 던지고 목숨을 버려, 그 자리에서 곧장 떠맡으라. 두 번째 물건이란 없다. 설령 천 명의 성인이 나온다 해도, 이 자리를 바꾸거나 옮기지 못한다.
풀이 1
放身捨命 방신사명〔병렬용례〕 「放身捨命」·「大死一番」 계열 — 圜悟語錄·大慧語錄에서 大死·결단의 상투로 공유되는 어휘이다.
23.4
한문隨時任運,喫飯著衣,長養聖胎,不存知解,可不是省要徑截殊勝法門耶?
번역때를 따라 되는 대로 맡겨(隨時任運) 밥 먹고 옷 입으며, 성인의 태(聖胎)를 길이 기르되, 알음알이를 두지 마라. 이것이 어찌 간추려 요긴하고(省要) 곧장 질러가는(徑截) 뛰어난 법문이 아니겠는가?
쉽게 읽기때에 맞춰 인연에 맡겨 밥 먹고 옷 입으며 살라. 그러면서 성인의 태를 오래 길러 가라. 다만 알음알이만은 두지 마라. 이것이야말로 힘을 덜고 곧장 질러가는 길이다. 어찌 이보다 뛰어난 법문이 있겠는가.
풀이 2
長養聖胎 장양성태'隨時任運,喫飯著衣,長養聖胎'는 馬祖 示衆 '隨時著衣喫飯,長養聖胎,任運過時'(『景德傳燈錄』 권6)를 말 순서만 바꾸어 끌어 쓴 것이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6
  1. 全承他力 전승타력

    여기 '타(他)'는 아미타(阿彌陀) 타력이 아니라 앞의 대보장(大寶藏)(자기 근본)을 지칭한다. 일상 동용(動用)이 모두 그 본체의 힘을 빌린다는 뜻이다. 정토 타력으로 오독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2. 迴然超絕 회연초절

    아득히 홀로 뛰어나 끊어짐. '형연(逈然)(형연(迥然))독탈(獨脫)/초절(超絕)'과 동류 어법이다(글자 문제는 교감 참조).

  3. 徧界不藏 편계불장

    '편계불증장(遍界不曾藏)' — 온 법계가 그것을 감춘 적 없이 도처에 드러나 있다는 선종 상투구. 편(徧)=편(遍) 이체.

  4. 物物頭頭 물물두두

    낱낱 사물·갈피갈피. 사사물물(事事物物)을 강조하는 첩어이다.

  5. 大用 대용

    본체(體)에 대한 묘용(妙用). 전체대용(全體大用)·대기대용(大機大用).

  6. 從自己胸襟流出 종자기흉금류출

    깨달음의 작용이 남에게서가 아니라 자기 가슴속에서 흘러나옴. 원오 「벽암록(碧巖錄)」 평창(評唱)의 서명적 표현이다.

  7. 一得永得 일득영득

    한 번 얻으면 영원히 얻는다는 말이다. 근본을 한번 제대로 깨치면 다시는 잃거나 물러서지 않음을 이른다. 원오의 글에 여러 번 나온다.

  8. 根腳 근각

    뿌리와 발, 곧 발밑의 근본 바탕이다. 선문에서 '자기 근각'은 제 발밑의 본래 자리를 이르고, '근각이 굳지 못하다'는 공부의 바탕이 단단히 서지 못했다는 말이다.

  9. 猛截諸緣 맹절제연

    온갖 반연을 맹렬히 끊음. 운문삼구(雲門三句)의 절단중류(截斷衆流) 취지와 통한다.

  10. 千聖 천성

    천 명의 성인, 곧 수많은 부처와 조사를 통틀어 이른다. 선문에서는 '천성도 옮기지 못한다'처럼 써서, 어떤 성인도 손댈 수 없는 근본 자리를 드러낸다.

  11. 長養聖胎 장양성태

    성태(聖胎), 곧 성인이 될 씨앗을 오래 길러 간다는 말이다. 깨친 뒤 그 마음을 잘 지켜 무르익게 하는 공부, 곧 보임(保任)을 이른다. 마조(馬祖)의 말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12. 省要徑截 성요경절

    힘을 덜고 곧바로 질러가는 요긴한 길. 뒷날 대혜 '경절문(徑截門)'과 같은 계열 어휘이다.

  13.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4. 休歇 휴헐

    온갖 생각과 얽매임을 쉬어 그침을 이른다. 밖으로 찾아 헤매는 마음을 내려놓는 그 자리가 곧 깨달음이라는 뜻에서, 선문에서 공부의 요긴한 말로 썼다.

  15. 情塵 정진

    ‘정(情)’은 보고 듣고 가려 아는 마음, ‘진(塵)’은 그 마음이 좇는 바깥 경계를 이른다. 둘이 맞물려 일으키는 망상과 번뇌, 곧 마음을 흐리는 티끌을 통틀어 말한다.

  16. 放身捨命 방신사명

    몸을 놓아 버리고 목숨까지 내던진다는 뜻이다. 알음알이와 '나'에 대한 집착을 남김없이 버리고 온몸으로 뛰어드는 결단을 이른다. 현애살수(懸崖撒手)와 나란히 쓴다.

  17. 示光禪人 시광선인

    광(光) 선인에게 준 글의 제목이다. 선인(禪人)은 참선하는 수행승을 이른다. 광 선인의 행적은 더 알려져 있지 않다.

  18. 透脫 투탈

    꿰뚫고 벗어난다는 말이다. 나고 죽음과 번뇌, 분별의 그물을 뚫고 나와 걸림 없이 자유로워진 것을 이른다. 철저한 깨달음을 가리킨다.

  19. 大寶藏 대보장

    자기 본래의 불성(佛性)·심지를 '큰 보배 곳간'에 비유하였다. 승조(僧肇)(전칭) 「보장론(寶藏論)」의 '건곤지내우주지간중유일보비재형산(乾坤之內宇宙之間中有一寶祕在形山)'의 일보(一寶)와 통하는 선종 상투 비유이다.

  20. 無始劫 무시겁

    시작을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과거 겁. 불교 시간관 용어이다.

  21. 一念不生處 일념불생처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분별 이전의 본지(本地). '일념불생(一念不生), 전후제단(前後際斷)'류 상투구이다.

  22. 運出家財 운출가재

    '자기 집안 살림을 꺼내 쓴다' — 밖에서 구하지 않고 본래 갖춘 것을 수용함의 비유이다. '고인(古人)'의 구체 출전은 미상이다(선문 상용 성어로 추정).

  23. 體究 체구

    온몸으로 몸소 궁구·참구함. 원오계 참구어이다.

  24. 直下承當 직하승당

    본분사를 그 자리에서 곧장 떠맡음. 원오 상용어. 무제이개(無第二箇)=본분의 '한 물건'뿐 둘이 없음.

  25. 隨時任運·喫飯著衣 수시임운·끽반저의

    때를 따라 자재히 인연에 맡겨 밥 먹고 옷 입는 일상 그대로가 도.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저의끽반(著衣喫飯) 계열이다.

  26. 隨時任運 수시임운

    때를 따라 자재히 인연에 맡겨 밥 먹고 옷 입는 일상 그대로가 도. 平常心是道·著衣喫飯 계열이다.

문단 4교감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6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