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5편

덕문거사(德文居士)에게 드리는 글

示德文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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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한문樸實,頭腳跟著地,修行淨意,是大便宜。所謂說得一丈,不如行取一尺。
번역꾸밈없이 진실하게, 발꿈치를 땅에 딱 붙이고 수행하여 뜻을 맑게 하는 것, 이것이 크게 이로운 일입니다. 이른바 ‘한 길을 말하는 것이 한 자를 행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읽기소박하고 진실하게, 발꿈치를 땅에 붙이듯 착실히 닦아 뜻을 맑게 하는 것, 이것이 크게 이로운 일입니다. 이른바 한 길을 말로 떠드는 것이 한 자를 몸소 행하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풀이 2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大便宜
책 과의역 → 便宜는 이익·편의다. 번역 '크게 이로운 일'이 원의에 가깝다. 출판본 '가장 잘하는 것'은 便宜의 어의를 벗어난 느슨한 의역이다.
교감 · 樸實,頭脚跟著地구두 '樸實,頭脚跟著地' — '樸實頭,脚跟著地'로 끊어 읽는다(樸實頭 = 꾸밈없는 사람).
5.2
한문然見性悟理,情念俱捐,胸次廓然,離一切相,融徹虗通,
번역그러나 성품을 보아 이치를 깨달으면, 감정과 망념이 다 버려집니다. 가슴속이 툭 트여 온갖 모양(相)을 떠나고, 두루 녹아 사무쳐 텅 비게 통합니다.
然後透頂透底,物我一如,生與死齊,佛與眾生等。
그런 뒤에야 정수리부터 밑바닥까지 꿰뚫습니다. 사물과 내가 하나같고, 삶과 죽음이 가지런하며, 부처와 중생이 평등해집니다.
至於動靜語默,觸處逢原,舉一毫一塵,靡不該收,
움직이고 고요하고 말하고 침묵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닿는 곳마다 근원을 만납니다. 한 터럭 한 티끌을 들어도 거두어들이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然後日用之中,如踞地師子,誰敢當前?
그런 뒤에야 날마다 쓰는 가운데 땅에 웅크린 사자와 같으니, 누가 감히 그 앞에 나서겠습니까?
쉽게 읽기성품을 보아 이치를 깨달으면, 온갖 감정과 헛된 생각이 다 떨어져 나가고, 가슴속이 툭 트여 온갖 형상에 대한 집착을 벗어납니다. 그리하여 두루 녹아 사무치고 텅 비어 통하게 됩니다. 그런 뒤에야 정수리에서 밑바닥까지 훤히 꿰뚫립니다.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되고, 삶과 죽음이 나란해지며, 부처와 중생이 평등해집니다. 움직임과 고요함, 말과 침묵에 이르기까지 닿는 곳마다 근원을 만나고, 한 터럭 한 티끌을 들어 보아도 거두어들이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 날마다의 살림살이 속에서 마치 땅에 웅크린 사자와 같으니, 누가 감히 그 앞에 나서겠습니까?
풀이 1
교감 · 胸次'胸次'의 '胸' — 저본·부록본 글자 [(曷-曰)/月](U+2E30E, CBETA CB05577)는 胸의 이체자로, 웹 글꼴에 없어 정자 '胸'으로 실음(CBETA 정규자 胸; X69n1357 p0478a20). 胸次는 흉차, 곧 심중이다. 판단.
5.3
한문乃一相一行,得徧行三昧,根機既脫,一出無心,纔有纖微,悉皆截斷,方是向上人行履。
번역이에 한 모양 한 행(一相一行)으로 두루 행하는 삼매(徧行三昧)를 얻습니다. 근기(根機)가 이미 벗겨지면, 온갖 것이 무심(無心)에서 나옵니다. 조금이라도 미세한 것이 있으면 모두 끊어 버립니다. 이래야 비로소 향상인(向上人)이 밟아 가는 길입니다.
所以古老貴參玄之士,先悟妙心,行無修之修,證無證之證,不用向外馳求,只自回光便了。
그러므로 옛 어른들은 현묘함을 참구하는 이를 귀히 여겼습니다. 그런 이는 먼저 묘한 마음을 깨닫고, 닦음 없는 닦음을 행하며, 깨침 없는 깨침을 깨칩니다. 밖으로 치달아 구할 것 없이, 다만 스스로 빛을 돌이키면 그만입니다.
쉽게 읽기이에 어디서나 한결같은 삼매를 얻습니다. 근기라는 틀마저 벗어 버리면, 온갖 것이 무심에서 흘러나오고, 조금이라도 미세한 것이 남으면 모두 끊어 버립니다. 이것이야말로 향상인이 날마다 살아가는 실제 모습입니다. 옛 어른들이 현묘한 도리를 파고드는 이를 귀히 여긴 까닭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먼저 묘한 마음을 깨달아, 닦음 없는 닦음을 닦고 얻음 없는 얻음을 얻어, 밖을 향해 치달아 구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빛을 돌이키면 그것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一出無心
나는 '온갖 것이 무심에서 나옴'(一=온통·남김없이, 無心에서 발현)으로, 출판본은 '단번에 무심의 경계가 나타남'(一出=단번에, 無心→無心境界)으로 읽었다. 두 독해 모두 통사상 성립하여 결정적 전거 없이 양립하므로 이독으로 병존한다.
5.4
한문不見古人投機,隔江招扇,倒卻剎竿,竪指吹毛,見桃花,聞擊竹,皆是契證處。佛法豈有許多來?正要絕伎倆,當陽便承當,卽是安樂修證之地也。
번역보지 못하셨습니까, 옛사람들이 기틀이 맞아떨어진(投機) 일을. 강 건너에서 부채를 흔들어 부르고, 찰간(剎竿)을 넘어뜨리고, 손가락을 세우고, 베올을 불어 보이고, 복숭아꽃을 보고, 대나무 치는 소리를 들은 것이 모두 꼭 맞아 깨친 자리였습니다. 불법에 어찌 그리 많은 것이 있겠습니까? 바로 온갖 재주를 끊고, 환한 대낮에 곧바로 떠맡아야 합니다. 이것이 곧 편안하고 즐겁게 닦아 깨닫는 자리입니다.
쉽게 읽기옛사람들이 기틀이 딱 맞아떨어져 깨친 일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강 건너에서 부채를 흔들어 부른 일, 세워 둔 깃대를 넘어뜨린 일,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인 일, 베실 한 올을 불어 보인 일, 복숭아꽃을 본 일, 대나무 치는 소리를 들은 일이 모두 이치에 꼭 들어맞아 깨달은 자리였습니다. 불법에 무슨 그리 많은 것이 있겠습니까? 온갖 재주와 수단을 끊어 버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곧바로 알아차려 짊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곧 편안하고 즐겁게 닦아 깨닫는 자리입니다.
풀이 5
吹毛 취모'竪指吹毛'는 깨달음의 계기(投機)를 늘어놓은 대목이므로, 俱胝竪指와 鳥窠吹布毛(『景德傳燈錄』 권4)를 아울러 든 것이다. 吹毛劍으로 읽는 설은 문맥에 맞지 않는다.
投機 투기이어지는 여섯은 高亭簡이 德山의 부채에 깨친 일(隔江招扇, 『景德傳燈錄』 권16), 阿難의 剎竿(『無門關』 제22칙), 俱胝의 竪指, 吹毛, 靈雲의 桃花·香嚴의 擊竹(『景德傳燈錄』 권11). '吹毛'는 鳥窠吹布毛로 보인다(추정).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當陽便承當
나는 '환한 대낮에 곧바로 떠맡음'(當陽=정면·환히 드러난 자리)으로, 출판본은 '그 자리에서 알아차린다면'으로 옮겼다. 當陽을 '환히 드러난 빛의 자리'로 취하느냐 '바로 그 자리'로 취하느냐의 차이일 뿐 어느 한쪽을 배제할 결정적 전거가 없어 이독으로 병존한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29
  1. 樸實頭 박실두

    소박하고 진실함을 뜻하는 선가의 구어다. 두(頭)는 명사화 접미사(뜻 없는 어조사)로 '머리(頭)'가 아니다. 따라서 '박실두(樸實頭), 각근저지(腳跟著地)'는 "꾸밈없이 진실하게, 발꿈치를 땅에 붙이고(착실히)"로 읽어야 한다.

  2. 腳跟著地 각근착지

    발꿈치가 땅에 닿음이다. 관념에 들뜨지 않고 실지(實地)에 굳게 선 착실한 수행 태도의 비유다. 선문에서 견지(見地)가 확실함을 이르는 상용구다.

  3. 說得一丈不如行取一尺 설득일장불여행취일척

    "한 길(丈)을 말함이 한 자(尺)를 실행함만 못하다"는 선문 격언이다. 지해(知解)보다 실천을 중시하는 뜻이다.

  4. 見性悟理 견성오리

    자기 본성을 보아(見性) 이치를 깨침(悟理)이다. 견성성불(見性成佛)로 대표되는 선종의 종지다.

  5. 情念俱捐 정념구연

    정(情)(정식·감정)과 망념(妄念)이 다 버려짐(연(捐), 버릴 연)이다. 능소(能所)의 분별심이 소멸함이다.

  6. 胸次廓然 흉차곽연

    흉차(胸次)는 가슴속·심중이다. 곽연(廓然)은 툭 트여 텅 빈 모양이다. 달마(達磨)의 '곽연무성(廓然無聖)'과 통하는 어감이다.

  7. 物我一如 물아일여

    바깥 사물과 내가 하나여서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보는 나와 보이는 대상이 갈라지지 않은, 분별이 끊어진 경지를 이른다.

  8. 觸處逢原 촉처봉원

    봉원(逢原)은 봉원(逢源)이다. 닿는(觸) 곳마다 근원을 만남이다. 두두시도(頭頭是道)·촉목보리(觸目菩提)의 경계로, 일상 어디서나 도가 드러난다.

  9. 踞地師子 거지사자

    땅에 웅크리고 앉아 덮칠 기세를 갖춘 사자다. 임제 스님이 할(고함)의 네 가지 쓰임을 말하며 '어떤 할은 땅에 웅크린 금빛 털 사자 같다'고 한 데서 왔다(임제록). 누구도 맞서지 못할 크고 날랜 기세에 빗댄다.

  10. 一相一行·徧行三昧 일상일행·편행삼매

    일상삼매(一相三昧)·일행삼매(一行三昧)(육조단경(六祖壇經))를 아울러 어디에나 두루 통하는 삼매(편행삼매(徧行三昧), 편행삼매(遍行三昧))다. 하나의 상(相)·하나의 행(行)에서 일체에 두루 통함을 이른다.

  11. 根機既脫 근기기탈

    근기(根機)(타고난 자질·틀)마저 벗어남이다. 능력·경계에 대한 집착이 다 벗겨진 상태다.

  12. 向上人 향상인

    향상(向上)의 자리에 이른 사람이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자취나 부처라는 이름에도 머물지 않고, 그것마저 넘어선 이를 이른다.

  13. 無修之修·無證之證 무수지수·무증지증

    닦음 없는 닦음, 증득 없는 증득이다. 본래 갖춘 묘심(妙心)을 전제로 한 무공용(無功用)의 수증이다.

  14. 回光返照 회광반조

    밖으로 내달리던 마음의 빛을 돌이켜 제 본성을 되비춘다는 말이다. 남의 말이나 바깥 경계를 좇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선 공부의 요긴한 가르침이다. 임제(臨濟)의 말에 보인다.

  15. 隔江招扇 격강초선

    고정간(高亭簡) 선사의 깨침 이야기다. 그가 강 건너 덕산(德山)을 보고 멀리 합장하며 인사하자, 덕산이 손에 든 부채로 불렀다. 고정간은 그 자리에서 깨치고 옆걸음으로 가 버렸다. 말 없는 몸짓 하나로 마음이 통한 예로 든다.

  16. 倒卻門前剎竿 도각문전찰간

    아난(阿難)이 가섭(迦葉)에게 '세존께서 금란가사 말고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하고 묻자, 가섭이 '아난아!' 하고 불렀다. 아난이 '예' 하고 대답하자 가섭은 '문 앞의 찰간을 넘어뜨려라'라고 했다. 찰간은 절 앞에 세워 설법이 있음을 알리던 깃대다. 가섭이 아난에게 법을 전한 기연으로 꼽히는 공안이다.

  17. 竪指 수지

    구지(俱胝) 화상의 일지두선(一指頭禪)이다. 천룡(天龍)의 손가락 하나(一指)에 깨친 뒤 무엇을 물어도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였다. 무문관(無門關) 제3칙이다.

  18. 吹毛 취모

    '터럭을 분다'는 말로, 선문에서 두 가지로 쓴다. 하나는 취모검(吹毛劍)이다. 칼날에 터럭을 불어 대면 잘릴 만큼 날카로운 칼로, 번뇌를 끊는 지혜를 비유한다. 또 하나는 조과(鳥窠) 선사가 옷의 실오라기를 불어 시자를 깨우친 일이다.

  19. 見桃花 견도화

    영운지근(靈雲志勤)이 복사꽃이 핀 것을 보고 활연히 깨친 고사다. 오도송 "자종일견도화후(自從一見桃花後), 직지여금경불의(直至如今更不疑)"다. 위산(溈山)의 인가를 받았다.

  20. 聞擊竹 문격죽

    향엄지한(香嚴智閑)이 마당을 쓸다가 기왓조각이 대나무에 부딪는 소리(擊竹)에 활연대오한 고사다. 위산(溈山) 문하의 대표적 오도기연(悟道機緣)이다.

  21. 當陽承當 당양승당

    당양(當陽)은 환한 햇빛 아래, 곧 정면으로 환히 드러난 자리다. 승당(承當)은 떠맡음이다. 에두르지 않고 정면에서 곧바로 담당함이다.

  22. 投機 투기

    스승과 배우는 이의 기틀(機)이 딱 맞아떨어져 마음이 통하고 깨달음이 열림을 이른다. 이때 깨친 마음을 읊어 바치는 게송을 투기게(投機偈)라 한다.

  23. 行履 행리

    걸음걸이와 발자취, 곧 날마다 몸으로 행하며 살아가는 실제 모습을 이른다. 선문에서는 깨친 뒤의 수행과 처신, 그 사람의 살림살이를 두루 가리킨다.

  24. 示德文居士 시덕문거사

    원오가 덕문 거사에게 써 준 글(원오심요)의 제목이다. 거사는 집에 머물며 불법을 닦는 재가 신자를 이른다. 덕문 거사가 누구인지는 더 알려져 있지 않다.

  25. 一出無心 일출무심

    온갖 작용이 남김없이 무심(無心)에서 나옴이다.

  26. 參玄 참현

    현묘(玄妙)한 도리를 참구함이다. 참현지사(參玄之士)는 그런 납자다.

  27. 契證 계증

    이치에 계합(契)하여 증득(證)함이다. 위 여섯 기연이 모두 '계증처(契證處)'다.

  28. 絕伎倆 절기량

    기량(伎倆)은 재주·꾀·수단이다. 온갖 알음알이와 조작을 다 끊어 없앰이다.

  29. 見桃花·聞擊竹 견도화·문격죽

    영운 지근 스님이 복숭아꽃을 보고 깨친 일과, 향엄 지한 스님이 기와 조각이 대나무에 부딪는 소리를 듣고 깨친 일이다. 두 일 모두 경덕전등록 권11에 실렸고, 선가에서 깨침의 계기를 말할 때 대표로 든다.

문단 4국역본 대조 3교감 2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9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