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32편

자선인(自禪人)에게 주는 글

示自禪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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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한문初發心人,性識勇猛,忘餐廢寢,專誠堅碓爲可喜。
번역처음 마음을 낸(發心) 사람이 성품과 식견이 굳세고 날래다. 먹는 것도 잊고 잠도 거른 채, 오로지 정성스럽고 굳게 힘쓴다. 기뻐할 만한 일이다.
況春秋鼎盛,不戀鄉井溫煥,依清高雅眾,體究此一段大因緣,是誠宿有大根器。
하물며 나이가 한창 왕성한데도 고향의 따뜻하고 편안함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맑고 높고 반듯한 대중에 기대어, 이 한 가닥 큰 인연을 몸소 파고든다. 참으로 전생부터 큰 그릇을 지니고 온 것이다.
然更宜日慎一日,業業兢兢,直下脫灑,滴水滴凍,蹈規循矩。
그러나 날마다 하루하루 더 삼가야 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곧바로 훌쩍 벗어나 시원하되, 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얼어붙듯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법도와 규범을 밟아 따라야 한다.
既以爲道之心,代眾持盂,不爲不好事業。
이미 도를 위하는 마음으로 대중을 대신해 발우를 들었다. 좋지 않은 일이 아니다.
要須居三家村裏,亦如稠人廣眾,所謂自作一叢林也。
모름지기 세 집뿐인 두메 마을에 머물더라도, 사람이 빽빽한 큰 대중 속에 있듯이 해야 한다. 이른바 스스로 하나의 총림(叢林)을 이룬다는 것이다.
袖疏投刺,見人折節恭謹,於日用中,當自參取。
소매에 권선문(疏)을 넣고 명함을 들이며, 사람을 만나면 몸을 낮추어 공손하고 삼가라. 날마다 쓰는 일 가운데서 마땅히 스스로 참구해 얻어야 한다.
쉽게 읽기처음 마음을 낸 사람이 성품과 그릇이 굳세다. 먹는 것도 잊고 잠도 미룬 채 오로지 정성껏 굳게 힘쓴다. 참으로 기뻐할 만한 일이다. 게다가 나이가 한창 젊고 기운찬데도, 고향의 따뜻함과 편안함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맑고 높고 반듯한 대중 곁에 기대어, 이 한 가닥의 큰 인연을 몸소 파고든다. 이는 전생부터 큰 그릇을 타고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날마다 더욱 삼가고 조심하며 두려워해야 한다. 곧바로 그 자리에서 훌쩍 벗어나 시원하되, 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얼어붙듯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법도와 규범을 잘 밟아 따라야 한다. 이미 도를 위하는 마음으로 대중을 대신해 발우를 받든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 집 서너 채뿐인 외딴 두메 마을에 머물러도, 많은 사람이 모인 큰 무리 속에 있는 듯이 지내야 한다. 이른바 홀로 있어도 스스로 하나의 총림을 이루는 것이다. 소매에 글월을 넣고 명함을 건네며 어른을 찾아뵌다. 사람을 만나면 제 고집을 굽혀 공손하고 삼간다. 그리고 날마다 쓰는 일 속에서 스스로 참구해 얻어야 한다.
풀이 3
三家村 삼가촌'要須居三家村裏,亦如稠人廣眾,所謂自作一叢林也'—외진 곳에서도 대중 속처럼 規矩를 지키라는 쓰임. '所謂'로 든 말은 上/3의 古德語와 같은 뜻이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滴水滴凍
책 오역·누락이다. 책은 이 구를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자유로이'를 넣어 뒤 축을 탈락시켰다. 滴水滴凍은 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얼어붙듯 빈틈없고 준엄·즉각한 기틀을 뜻하는 선어로, '자유로이'와는 오히려 반대 뉘앙스다. 直下脫灑(자유·활발)와 滴水滴凍(준엄·빈틈없음)의 긴장된 대구가 이 문장의 요체이니, 두 축을 모두 살린 자체역이 옳다.
32.2
한문萬境萬緣,皆爲自己入路,一塵中透脫,徧界皆是大寶藏。
번역온갖 경계와 온갖 인연이 모두 자기가 들어가는 길이 된다. 한 티끌 속에서 꿰뚫어 벗어나면, 온 세계가 다 큰 보배 창고다.
發此蘊奧,八萬塵勞,皆八萬波羅蜜。轉物歸己,隨處了心,並爲作工夫處。
이 깊고 그윽한 이치를 열어 밝히면, 팔만 가지 티끌 번뇌가 모두 팔만 가지 바라밀(波羅蜜)이다. 사물을 굴려 자기에게 돌리고, 이르는 곳마다 마음을 깨쳐 안다. 이 모두가 공부하는 자리다.
是故古德道:山僧爲汝發機卻有限,不如他山河大地一切音聲,及自己心念所起,乃文殊、普賢、觀世音妙門。
그래서 옛 큰스님이 말씀하셨다. “산승이 그대를 위해 기틀을 열어 주는 것은 도리어 한계가 있다. 저 산하대지의 온갖 소리와,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곧 문수(文殊)·보현(普賢)·관세음(觀世音)의 미묘한 문이니, 그것만 못하다.”
쉽게 읽기온갖 경계와 온갖 인연이 모두 제가 도에 들어서는 길이 된다. 한 티끌 속에서 꿰뚫어 벗어나면, 온 세상이 다 큰 보배 창고이다. 이 깊고 그윽한 이치를 열어 밝히면, 팔만 가지 티끌 번뇌가 그대로 팔만 가지 바라밀이 된다. 사물에 끌려가지 않고 도리어 굴려 제게로 돌린다. 이르는 곳마다 마음을 훤히 꿰뚫어 안다. 이 모두가 공부하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옛 큰스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산승이 그대를 위해 기틀을 열어 주는 것은 오히려 한계가 있다. 저 산과 강과 온 땅의 온갖 소리, 그리고 제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 바로 그것이 문수·보현·관세음의 미묘한 문이다. 내 가르침은 그만 못하다.”
풀이 3
文殊 문수文殊(智)·普賢(行)·觀世音(悲) 세 大士를 들어, 山河大地의 一切音聲과 自心의 念起가 그대로 入道의 妙門임을 말한다. '古德道'의 출처는 찾지 못했다.
轉物歸己 전물귀기전물귀기(轉物歸己)·일진함법계(一塵含法界)이다. 《능엄경(楞嚴經)》「약능전물즉동여래(若能轉物卽同如來)」에 근거하며, 원오어록(圜悟語錄) 및 《벽암록(碧巖錄)》의 화엄적 사사무애(事事無礙)·진진삼매(塵塵三昧) 서술과 병렬한다.
32.3
한문豈不見寶壽作緣,化於閙市,見二人相爭,傍人解勸,你得恁無面目,渠便桶底脫去。
번역보지 못했는가. 보수(寶壽)가 인연을 지으러 시끄러운 저잣거리에서 시주를 빌 때의 일을. 두 사람이 서로 다투는데, 곁의 사람이 말리며 말했다.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낯짝도 없소.” 그 말에 그는 곧 통 밑바닥이 빠지듯 벗어났다.
後來出世,打風打雨,但一如初心,專一不移,將來自己七通八達,到無疑之地,自可超佛越祖,透脫生死,乃餘事耳。
뒷날 세상에 나와서는 바람을 치고 비를 쳤다. 다만 처음 마음 그대로 한결같이, 오로지 하나에 마음을 두어 옮기지 마라. 그러면 앞으로 자기가 일곱으로 통하고 여덟로 트여, 의심 없는 자리에 이른다. 저절로 부처를 넘고 조사를 넘을 수 있다. 생사를 꿰뚫어 벗어나는 것은 남은 일일 뿐이다.
쉽게 읽기보지 못하였는가. 보수 선사가 인연을 지으려 시끄러운 저잣거리에서 시주를 빌던 때의 일이다. 두 사람이 서로 다투는데, 곁에 있던 이가 말리며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낯짝이 없는가”라고 하였다. 선사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통 밑바닥이 쑥 빠지듯 크게 깨쳐 벗어났다. 뒷날 세상에 나와,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쏟아지듯 거침없이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러니 처음 낸 그 마음 그대로 한결같이 하라. 오로지 하나에만 마음을 쏟아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앞으로 스스로 일곱으로도 통하고 여덟으로도 통달하여, 의심 없는 경지에 이른다. 나아가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을 수 있다. 나고 죽음을 벗어나는 일 따위는 오히려 나머지 일에 지나지 않는다.
풀이 7
寶壽 보수『五燈會元』 권11: '一日 街頭見兩人交爭 揮一拳曰 你得恁麼無面目 師當下大悟'(X80n1565_p0228c03). 원문에서는 다투던 이가 주먹을 휘두르며 한 말인데, 원오는 '傍人解勸'으로 옮겼다.
打風打雨 타풍타우寶壽和尚(第二世)이 街坊에서 두 사람이 다투다 '你得恁麼無面目'라 하는 말을 듣고 깨친 일(『五燈會元』 권11)에 이어, 出世한 뒤의 교화를 打風打雨로 형용했다.
桶底脫去 통저탈거보수소(寶壽沼)의 시중(市中) 오도 인연이다. 《오등회원(五燈會元)》권십일(卷十一)「진주보수소선사(鎮州寶壽沼禪師)」및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이 본문 '보수작연(寶壽作緣)…이인상쟁(二人相爭)…통저탈거(桶底脫去)'의 직접 출전이다.
超佛越祖 초불월조〔병렬용례〕 《碧巖錄》이다. 圜悟는 제창에서 桶底脫·超佛越祖·滴水滴凍 등의 어구를 상투적으로 구사하여 활연대오와 향상의 기틀을 표현하였다.
桶底脫去 통저탈거보수소(寶壽沼)의 시중(市中) 오도 인연이다. 《五燈會元》卷十一「鎮州寶壽沼禪師」및 《景德傳燈錄》이 본문 '寶壽作緣…二人相爭…桶底脫去'의 직접 출전이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25
  1. 業業兢兢 업업긍긍

    긍긍업업(兢兢業業)과 같다. 늘 삼가고 두려워하며 조심조심함이다.

  2. 滴水滴凍 적수적동

    떨어지는 물방울이 방울마다 그대로 얼어붙는다는 말이다. 조금의 틈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매섭고 철저한 모습을 이른다. 공부와 몸가짐이 빈틈없이 엄정함을 나타낼 때 쓴다.

  3. 蹈規循矩 도규순구

    법도(規矩)를 밟아 따름이다. 총림의 청규(淸規)와 위의(威儀)를 어기지 않음이다.

  4. 三家村 삼가촌

    집 서너 채뿐인 외딴 시골 마을이다. 선문에서는 사람 드문 외진 곳을 이르거나, 꾸밈없고 어수룩한 시골 사람에 빗대어 깨닫고도 티를 내지 않는 평범한 모습을 그린다.

  5. 袖疏投刺 수소투자

    소매에 소(疏)(문서·서상(書狀))를 넣고 자(刺)(명함·名帖)를 던져 알림이다. 존숙(尊宿)을 찾아 예를 갖추고 청익(請益)하는 절차이다.

  6. 折節恭謹 절절공근

    절개(자기 고집)를 굽혀 공손하고 삼감이다.

  7. 一塵中透脫·徧界皆是大寶藏 일진중투탈·편계개시대보장

    한 티끌 속에서 꿰뚫어 벗어나면 온 법계(편계(徧界)=편계(遍界))가 다 큰 보배창고라는 뜻이다. 일진함법계(一塵含法界)·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의 화엄 사사무애(事事無礙) 사상이다. 편(徧)은 편(遍)의 이체자이다.

  8. 轉物歸己 전물귀기

    바깥 경계에 끌려가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굴려 자기에게로 돌린다는 말이다. 능엄경의 '사물을 굴릴 수 있으면 곧 여래와 같다'는 구절에 근거한다.

  9. 桶底脫去 통저탈거

    통 밑바닥이 쑥 빠지듯 일시에 활연대오(豁然大悟)함이다. 대오철저를 이르는 선가 상투어이다.

  10. 打風打雨 타풍타우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퍼붓듯 거침없이 휘두른다는 말이다. 깨친 선사가 몽둥이와 고함으로 학인을 매섭게 다그치며 교화하는 기세를 형용한다.

  11. 七通八達 칠통팔달

    일곱 갈래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트인다는 말이다. 어디로 가나 막힘없이 훤히 통함을 이르며, 깨친 이의 걸림 없는 자재함을 그린다.

  12. 超佛越祖 초불월조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넘어섬이다. 불조의 자취(格)에도 얽매이지 않는 향상(向上)의 경지이다.

  13.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4. 一段大因緣 일단대인연

    '한 가닥 큰 인연'이니, 부처와 조사가 세상에 나온 단 하나의 큰일을 이른다. 곧 나고 죽음을 벗어나 제 성품을 깨치는 일이다. 『법화경』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에서 온 말이다.

  15. 文殊 문수

    문수사리(文殊師利) 보살이다. 지혜를 상징하는 큰 보살로,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과 짝을 이룬다. 『유마경』에서는 병든 유마거사를 문병하고, 말 없는 그의 침묵을 참된 '둘 아닌 법문'이라 찬탄했다.

  16. 寶壽 보수

    진주(鎭州) 보수원의 둘째 대 주지인 보수화상(寶壽和尙)이다. 임제(臨濟)의 제자 보수소(寶壽沼)를 모시다가 그 법을 이었다. 거리에서 싸우던 사람의 '어찌 이리 낯짝이 없느냐'는 말에 크게 깨쳤다. 개당하던 날 삼성(三聖)이 내민 승려를 때린 일로도 알려졌다.

  17. 自禪人 자선인

    원오가 원오심요의 「자선인에게 주는 글」을 지어 준 젊은 납자(수행승)이다. 발심한 지 오래지 않았고, 원오는 그의 용맹한 정진과 젊은 근기를 칭찬하며 일깨웠다. 자세한 전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18. 春秋鼎盛 춘추정성

    나이(春秋)가 한창 왕성함이다. 젊고 혈기왕성한 시기를 이르는 관용구이다.

  19. 代眾持盂 대중지우

    대중을 대신하여 발우(盂)를 받들어 지님이다. 총림에서 대중을 위해 소임을 맡아 봉사함을 이른다.

  20. 自作一叢林 자작일총림

    홀로 있어도 스스로 하나의 총림(叢林)(큰 수행도량)을 이룸이다. 어디에 있든 대중 속에 있듯 위의를 지키라는 뜻이다.

  21. 八萬塵勞·皆八萬波羅蜜 팔만진로·개팔만바라밀

    팔만사천 번뇌(塵勞)가 그대로 팔만사천 바라밀(度)이 됨이다.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의 취지이다.

  22. 文殊·普賢·觀世音 문수·보현·관세음

    지혜(문수)·행원(보현)·자비(관음)의 삼대사(三大士)이다. 산하대지의 온갖 소리와 마음의 움직임이 그대로 삼성(三聖)의 묘문(妙門)임을 이른다.

  23. 古德道 고덕도

    인용된 고덕(古德)은 미상이라 확정하기 어렵다. 산하대지의 음성을 곧 삼성(三聖) 묘문(妙門)으로 삼는 취지는 현사사비(玄沙師備) 계열의 '소리를 통한 접인(接引)' 설법과 상통하나, 특정 출전은 확인되지 않는다.

  24. 一塵中透脫 일진중투탈

    한 티끌 속에서 꿰뚫어 벗어나면 온 법계(徧界=遍界)가 다 큰 보배창고라는 뜻이다. 一塵含法界·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의 화엄 事事無礙 사상이다. 徧은 遍의 이체자이다.

  25. 八萬塵勞 팔만진로

    팔만사천(八萬四千) 가지 번뇌(塵勞), 곧 온갖 번뇌. '팔만진로가 그대로 팔만바라밀이 된다'고 하여 번뇌가 곧 보리(煩惱卽菩提)임을 나타낼 때 쓴다.

문단 3국역본 대조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5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