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下 243

사면산에서 법을 이은 편지가 오다

四面專使文詳持法嗣書到

243.1
한문四面專使文詳持法嗣書到,師於法座前授書,拈起問專使云:「這箇是四面底,闍梨底在什麼處?」使云:「驗在目前。」師云:「幾不問過。」
번역사면산(四面山)의 전사(專使) 문상(文詳)이 법을 이었음을 밝히는 사서(嗣書)를 가지고 왔다. 선사가 법좌 앞에서 편지를 받아 집어 들고, 전사에게 물었다. “이것은 사면 화상의 것이다. 그대의 것은 어디에 있는가?” 전사가 말했다. “증험이 눈앞에 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하마터면 묻지 못하고 지나칠 뻔했다.”
쉽게 읽기사면산에서 보낸 심부름꾼 문상 스님이 법을 이었음을 알리는 편지를 가지고 왔다. 스님이 법좌 앞에서 편지를 받아 집어 들고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이것은 사면산 화상의 것이다. 그대의 것은 어디에 있는가?” 문상이 답했다. “증거는 눈앞에 있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하마터면 묻지도 않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풀이 1
243.2
한문遂陞座云:「好事難逢,何不出來大家唱和?」時有僧出問云:「石頭馳書猶是鈍漢,玄沙白紙謾說同風,四面齎來有何祥瑞?」
번역이어 법좌에 올라 말했다. “좋은 일은 만나기 어렵다. 어찌 나와서 다 함께 주고받으며 노래하지(唱和) 않는가?”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석두(石頭)가 편지를 들고 달려간 것도 오히려 둔한 놈이고, 현사(玄沙)가 백지를 보낸 것도 부질없이 같은 가풍이라 한 것입니다. 사면에서 가져온 이것에는 무슨 상서로움이 있습니까?”
쉽게 읽기이어 법좌에 올라 말했다. “좋은 일은 만나기 어려운데, 왜 나와서 다 함께 주고받으며 노래하지 않는가?” 그때 어떤 승려가 나와서 물었다. “석두 스님이 편지를 들고 달려간 것도 오히려 둔한 짓이었고, 현사 스님이 흰 종이를 보낸 것도 괜히 같은 가풍이라고 내세운 것입니다. 사면산에서 가져온 이 편지에는 무슨 좋은 조짐이 있습니까?”
풀이 2
② '석두가 편지를 달려 보내다(石頭馳書)'는 석두희천(石頭希遷)이 스승 청원행사(靑原行思)의 편지를 들고 남악회양(南嶽懷讓)에게 간 고사다(『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5, T51n2076 p0240b19).
③ '현사의 백지(玄沙白紙)'는 현사사비(玄沙師備)가 편지 대신 백지를 보냈다는 고사다.
243.3
한문師云:「春氣發來無硬地。」進云:「與麼則衝開千頃浪,透過祖師關。」師云:「真箇也無。」進云:「可謂是黃梅熟後無人識,獨許東山一老師。」師云:「更有人在。」
번역선사가 말했다. “봄기운이 피어나면 굳은 땅이 없다.” 스님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천 이랑 물결을 헤치고, 조사의 관문을 꿰뚫고 지나가겠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정말 그러한가?” 스님이 다시 말했다. “‘황매(黃梅)가 익은 뒤로 알아보는 이 없고, 오직 동산(東山)의 늙은 스승 한 분만 인정한다’고 할 만합니다.” 선사가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이 있다.”
쉽게 읽기스님이 말했다. “봄기운이 피어오르면 굳은 땅이 없다.” 그 승려가 말했다. “그렇다면 천 이랑 물결을 헤치고 조사의 관문을 뚫고 지나가겠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정말 그러한가?” “‘황매가 익은 뒤로 알아보는 이가 없고, 오직 동산의 늙은 스승 한 분만 인정한다’고 하겠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있다.”
풀이 1
243.4
한문進云:「和尚也不要疑著。」師云:「也落在闍梨後。」進云:「只如四面無門,老和尚向甚處得這消息來?」師云:「爾向甚麼處去來?」
번역스님이 다시 말했다. “화상께서도 의심하지 마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그것도 그대 뒤에 처졌다.” 스님이 다시 말했다. “사면에는 문이 없다는데, 노화상께서는 어디서 이 소식을 얻어 오셨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어디를 다녀왔는가?”
쉽게 읽기“화상께서도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것도 그대 뒤에 처졌다.” “저 사면산에는 문이 없다는데, 노화상께서는 어디서 이 소식을 얻어 오셨습니까?” “너는 어디를 다녀왔느냐?”
243.5
한문僧指東畔云:「這箇直歲得恁麼黑。」又指西畔云:「這箇知客得恁麼肥。」師云:「不得指東劃西。」僧以坐具一劃云:「者箇不可喚作東西也。」師云:「看爾亂走。」
번역스님이 동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직세(直歲)는 어찌 저리 검습니까?” 또 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지객(知客)은 어찌 저리 살쪘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동쪽을 가리키고 서쪽을 긋지 말라.” 스님이 좌구(坐具)로 한 번 긋고 말했다. “이것은 동서라 부를 수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어지러이 내닫는 꼴을 좀 보라.”
쉽게 읽기그 승려가 동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절 일을 맡은 이 직세는 어쩌면 저렇게 시커멓습니까?” 또 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님을 맞는 이 지객은 어쩌면 저렇게 살쪘습니까?” 스님이 말했다. “동쪽을 가리키고 서쪽을 긋고 하지 말라.” 그 승려가 좌구로 바닥을 한 번 그으며 말했다. “이것은 동쪽이라고도 서쪽이라고도 부를 수 없습니다.” “네가 이리저리 날뛰는 꼴 좀 보아라.”
243.6
한문進云:「和尚低聲,恐人聞得。」師云:「爾適來也郎當不少。」僧以手摑口云:「是我招得。」
번역스님이 다시 말했다. “화상께서는 소리를 낮추십시오. 남이 들을까 두렵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아까부터 꼴사나운 짓이 적지 않았다.” 스님이 손으로 제 입을 치며 말했다. “제가 자초한 일입니다.”
쉽게 읽기“화상께서는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남이 들을까 걱정입니다.” “너는 아까부터 꼴사나운 짓을 적잖이 했다.” 그 승려가 손으로 제 입을 때리며 말했다. “제가 자초한 일입니다.”
243.7
한문師乃云:「大眾!四面長老有書,對大眾前,須當說過。四面大漆桶,詳師分半桶,白蓮峯下開。薰却我鼻孔。且道為什麼如此?無爾出氣處。」
번역선사가 이어 말했다. “대중이여, 사면 장로가 편지를 보내왔으니, 대중 앞에서 마땅히 한마디 해 두어야겠다. 사면은 커다란 옻통(漆桶)이고, 문상 스님은 그 반 통을 나누어 받았다. 백련봉(白蓮峯) 아래서 열어 보니, 내 콧구멍을 그을린다. 자, 말해 보라. 왜 이런가? 그대들이 숨 쉴 곳이 없다.”
쉽게 읽기스님이 이어 말했다. “대중이여, 사면산의 장로가 편지를 보내왔으니, 대중 앞에서 한마디 짚어 두어야겠다. 사면산은 커다란 옻칠 통이고, 문상 스님은 그 반 통을 나누어 받았다. 백련봉 아래에서 열어 보니, 도리어 내 콧구멍을 그을린다. 자, 말해 보라. 왜 이런가? 그대들이 숨 쉴 곳이 없다.”
해설사면산의 사자 문상(文詳)이 사면 화상의 사서(嗣書, 법 이음을 증명하는 편지)를 가져온 자리의…

사면산의 사자 문상(文詳)이 사면 화상의 사서(嗣書, 법 이음을 증명하는 편지)를 가져온 자리의 문답이다. 법연은 편지를 들고 '이건 사면의 것인데 그대 자신의 것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 문서로 증명되는 법통 너머 각자의 본분(本分)을 곧장 겨눈다. 이어 한 스님이 나와 석두·현사(玄沙)의 편지 고사를 끌며 도전하고, 동쪽·서쪽을 가리키고 좌구(坐具)를 긋는 등 기봉을 주고받다가 결국 스스로 입을 치며 물러선다. 마지막에 법연은 사면을 '큰 옻통(漆桶, 캄캄한 무명의 상징)'에 빗대고 그 반 통을 나눠 받았다며, 법 이음을 문서의 격식으로 굳히지 않고 도리어 파격의 웃음으로 흩어, '그대들이 숨 쉴 곳이 없다'고 몰아붙인다.

卷下 차례 (130단)

이 단의 낱말 13
  1. 四面山 사면산

    서주(舒州)에 있던 산이다. 오조법연이 처음 주지가 되어 개당한 곳으로, 그 무렵 법연은 자신을 '사면'이라 부르곤 했다. 운문종의 법수(法秀) 등 여러 선승도 이 산에서 법을 폈다.

  2. 專使 전사

    일 하나를 맡겨 특별히 보내는 심부름꾼이다. 선원에서는 새 주지를 모셔 오거나, 법을 이었음을 알리는 편지(사서)를 스승에게 전할 때 이렇게 사람을 보냈다. 받는 절에서는 정해진 예법으로 그를 맞았다.

  3. 法嗣書 법사서

    새로 절의 주지가 되어 법을 펴게 된 제자가, 자기가 누구의 법을 이었는지 밝혀 스승에게 올려 보내는 편지다. 줄여서 사서(嗣書)라고 한다. 이것을 받은 스승은 흔히 대중 앞에서 이를 알리고 법문을 했다.

  4. 石頭希遷 석두희천

    석두희천(石頭希遷, 701~791)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청원행사(青原行思)의 법을 이었다. 남악 형산(衡山)의 절 동쪽 너럭바위 위에 암자를 짓고 살아 '석두 화상'이라 불렸다. 『참동계(參同契)』를 지었고, 그 법맥에서 조동·운문·법안 세 종파가 나왔다.

  5. 玄沙師備 현사사비

    현사사비(玄沙師備, 835~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복주(福州) 사람이다. 젊어서 고기잡이를 하다 서른에 출가했고, 고행을 엄하게 지켜 '비두타(備頭陀)'라 불렸다. 설봉(雪峰)의 법을 이었고, 그 계통에서 법안종이 나왔다.

  6. 祖師關 조사관

    조사(祖師)의 관문이라는 뜻이다. 참선하는 사람이 반드시 뚫고 지나가야 할 깨달음의 고비를 성문의 관문에 견준 말이다. 경전의 이치나 말재주로는 지나갈 수 없고, 화두를 들어 몸소 깨쳐야 열린다고 한다.

  7. 黃梅 황매

    기주(蘄州) 황매현으로, 오조홍인(五祖弘忍)이 법을 펴던 곳이다. 선문에서는 흔히 땅 이름으로 홍인 스님 자신을 가리킨다. 육조혜능(六祖慧能)이 이곳에 찾아가 법을 이었다.

  8. 東山 동산

    기주(蘄州) 황매현의 산으로, 선종의 다섯째 조사 홍인(弘忍)이 법을 펴던 곳이다. 그래서 오조산(五祖山)이라고도 부르고, 홍인의 가르침을 '동산법문'이라 한다. 오조법연이 만년에 이곳에 머물러 '오조', '동산'이라 불렸다.

  9. 直歲 직세

    선원에서 건물을 고치고 논밭을 돌보며 나무하고 짐 나르는 일 같은 바깥 일과 울력을 맡아보는 소임이다. 감원(監院)·유나(維那)·전좌(典座)와 함께 절 살림을 맡는 지사(知事)의 하나다.

  10. 知客 지객

    선원에서 찾아오는 손님과 여러 곳에서 온 스님들을 맞이하고 대접하는 소임이다. 손님이 묵을 자리를 마련하고 주지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일도 맡았다. 수좌·서장 같은 두수(頭首) 소임의 하나다.

  11. 坐具 좌구

    스님이 지니고 다니는 네모난 깔개다. 인도 말을 옮겨 니사단(尼師壇)이라고도 한다. 앉을 때 깔고, 부처나 스승께 절할 때 펴고 그 위에서 절한다. 선문답에서는 좌구를 들어 보이거나 펴는 몸짓으로 뜻을 드러내기도 한다.

  12. 漆桶 칠통

    옻칠을 담는 통이다. 안팎이 새까매서 빛이 들 틈이 없으므로, 선문에서는 꽉 막혀 아무것도 깨치지 못한 사람이나 그런 캄캄한 마음을 이 말로 꾸짖는다. 그 통을 깨뜨린다는 '타파칠통'은 깨달음을 이르는 말이다.

  13. 白蓮峯 백련봉

    기주(蘄州) 황매 동산(東山), 곧 오조산의 봉우리 이름이다. 오조법연이 만년에 이 산에 머물렀으므로, 법연은 법문에서 이 봉우리 이름으로 자기가 머무는 절이나 자기 자신을 일컫기도 했다.

황매동산연화상어록 黃梅東山演和尚語錄주석 4해설낱말 13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이 어록의 편자: 門人惟慶編.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