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39편

용도자(湧道者) 비구니에게 주는 글

示湧道者(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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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
한문古人爲此大法,捐軀捨命,歷無邊無量辛懃,
번역옛사람은 이 큰 법을 위해 몸을 던지고 목숨을 버렸다. 가없고 헤아릴 수 없는 고생을 두루 겪었다.
及至洞明奧旨,鄭重如至寶,保護如眼睛,造次動轉,不令輕觸,
마침내 깊고 오묘한 뜻을 환히 밝히고 나서는, 지극한 보배처럼 소중히 여기고 눈동자처럼 지켰다. 잠깐 움직일 때에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게 했다.
纔起一毫勝解知見,卽若雲翳青天,塵昏鏡面。
한 터럭만큼이라도 뛰어난 알음알이나 지견(知見)을 일으키면, 곧 구름이 푸른 하늘을 가리고 티끌이 거울 면을 흐리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조주(趙州)가 말했다. “내가 남방에서 삼십 년을 지냈는데, 죽 먹고 밥 먹는 두 때만은 마음을 잡되게 쓴 자리였다.”
쉽게 읽기옛사람들은 이 큰 법을 위해 몸을 던지고 목숨을 버렸다. 끝도 없이 많은 고생을 두루 겪었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깊고 오묘한 뜻을 환히 깨쳤다. 깨친 뒤에는 그것을 더없는 보배처럼 소중히 여기고, 눈동자처럼 지켰다. 잠깐을 움직일 때에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한 터럭만큼이라도 뛰어난 알음알이나 지견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구름이 푸른 하늘을 가리고, 티끌이 거울 면을 흐리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주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남방에 삼십 년을 머물면서, 죽 먹고 밥 먹는 두 때를 빼고는 따로 마음 쓸 자리가 없었다. 그 두 때가 바로 마음을 잡되게 쓴 자리였다.”
풀이 3
趙州從諗 조주종심『趙州錄』 '除二時齋粥是雜用心力處,餘外更無別用心處'의 인용 꼴. 깨친 뒤에도 눈동자처럼 보호하라는 말의 증거로 들었다.
국역본 대조 · 이 역주를 고침除粥飯二時是雜用心處
자체역 오류이다. '죽과 밥 먹는 두 때를 빼놓고는 마음을 잡되게 쓴 자리이다'로 옮기면 두 때를 제외한 나머지가 雜用心處로 읽혀 뜻이 정반대로 뒤집힌다. 실제 취지는 하루 중 오직 죽·밥 두 때만이 雜用心處이고 그 밖은 無事(본분)라는 데 있다. 책의 '죽밥 두 때는 제외하니'가 옳아 개정하였다.
39.2
한문曹山指人保任此事,如經蠱毒之鄉,水也不得沾他一滴,始得以忘心絕照,踐履到如如實際,無事於心,
번역조산(曹山)은 사람들에게 이 일을 지켜 가는 것(保任)을 일러, 독충의 독이 서린 고장을 지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물 한 방울도 몸에 묻히지 않아야 비로소 된다. 마음을 잊고 비춤을 끊어 여여(如如)한 실제(實際)에 밟아 이르면, 마음에 일을 두지 않는다.
於心無事,平澹無爲,超然獨運。自既腳蹋實地,方可爲人
마음에 일이 없으니, 담담하여 함이 없고(無爲) 초연히 홀로 움직인다. 스스로 이미 발로 실지(實地)를 밟은 뒤라야, 비로소 남을 위할 수 있다.
쉽게 읽기조산은 사람들에게 이 일을 지녀 지키고 익히는 것을 두고 이렇게 비유했다. 마치 독충의 독이 서린 고장을 지날 때와 같다고 했다. 그런 곳에서는 물 한 방울도 몸에 묻히지 않아야 비로소 일을 이룰 수 있다. 마음을 잊고 비추는 작용마저 끊어, 여여한 참자리에 실답게 밟아 이르러야 한다. 그다음에는 마음에 아무 일이 없어야 한다. 마음에 일이 없어 담담하고, 아무 함이 없이 홀로 초연히 움직인다. 스스로 이미 발이 실지를 밟은 뒤라야, 비로소 남을 위할 수 있다.
풀이 7
曹山本寂 조산본적'如經蠱毒之鄉,水不得霑著一滴'은 '學人十二時中如何保任'에 대한 曹山의 답(『景德傳燈錄』 권17 曹山章). 『五燈會元』 권13은 '水也不得沾著一滴'.
保任 보임曹山本寂이 '學人十二時中如何保任'에 '如經蠱毒之鄉,水不得沾著一滴'이라 답한 말(『撫州曹山本寂禪師語錄』; 『景德傳燈錄』 권17). 『心要』는 '水也不得沾他一滴'으로 끌었다.
腳蹋實地 각답실지'自既腳蹋實地,方可爲人解去黏縛' — 自利가 서야 爲人이 가능하다는 순서.
腳踏實地〔병렬용례〕 각답실지·위인(腳踏實地·爲人): 『벽암록』 評唱의 '自己腳跟下'·'自救不了'·'方可爲人' 어법과 나란하다. 自立(踐履 실지) 후에야 度人한다는 원오 특유의 順序 논리이다.
39.3
한문解去黏縛,度盡一切人,實無人可度,直須用取最後句,物物頭頭有出身之地也。
번역들러붙고 얽매인 것을 풀어 주어 모든 사람을 다 건지되, 실은 건질 사람이 없다. 다만 반드시 마지막 한 구절(最後句)을 잡아 써야 한다. 그러면 사물마다 낱낱이 몸을 벗어날 자리가 있다.
쉽게 읽기들러붙어 얽매인 것을 풀어 준다. 그렇게 모든 사람을 다 건지되, 실은 건질 만한 사람이 따로 없다. 다만 모름지기 마지막 한 구절을 잡아 써야 한다. 그러면 낱낱 사물마다 저마다 몸을 빼내 벗어날 자리가 있게 된다.
풀이 2
末後一句 말후일구'最後句'는 末後句와 같은 뜻으로 보인다(추정). '物物頭頭有出身之地'로 이어져, 마지막 한 구절에서 사물마다 벗어날 길이 열림을 말한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2
  1. 勝解知見 승해지견

    남보다 뛰어나다고 여기는 이해와 견해이다. 원오는 깨친 뒤라도 이런 알음알이가 한 터럭만 일어나면 푸른 하늘을 가리는 구름, 거울을 흐리는 먼지와 같다고 경계하였다(원오심요 「용도자 비구니에게 주는 글」).

  2. 我在南方三十年·除粥飯二時是雜用心處 아재남방삼십년·제죽반이시시잡용심처

    조주가 남방(남전(南泉) 문하) 오랜 수행시절에 하루 중 오직 죽·밥 두 끼때만 마음을 '잡용(雜用)'했을 뿐 달리 마음 쓸 자리가 없었다는 뜻이다. 통행본(通行本)은 '십이시중제이시재죽시잡용심력처(十二時中除二時齋粥是雜用心力處)' 계열이다. 무사(無事)·본분(本分)을 강조하여 인용하였다.

  3. 雜用心 잡용심

    본분사가 아닌 잡스러운 마음 씀이다. 두 끼때조차 '잡용(雜用)'이라 할 만큼 철저한 무사(無事)를 표현한다.

  4. 保任 보임

    깨친 뒤에 그 자리를 잃지 않도록 잘 지키고 길러 가는 공부다. 흔히 보림이라고도 읽는다. 옛사람은 소 치는 이가 소를 지켜보아 남의 곡식을 밟지 않게 하듯 하라고 비유하였다.

  5. 蠱毒 고독

    독충·독기(蠱)이다. 사견·정식(情識)·승해지견(勝解知見)에 의한 오염의 비유이다.

  6. 水也不得沾他一滴 수야불득첨타일적

    물 한 방울도 몸에 묻히지 않음. '독충의 고장을 지나듯(如經蠱毒之鄉)' 하라는 비유와 이어져, 깨친 것을 지녀 지킬(보임, 保任) 때 한 터럭의 정식(情識)에도 물들지 말라는 뜻이다. 흔히 쓰는 꼴은 '여인행고독지향 수야불득첨저일적자(如人行蠱毒之鄉 水也不得沾著一滴子)'이다.

  7. 忘心絕照 망심절조

    마음을 잊고 능조(能照)의 비춤(照)마저 끊음이다. 능소(能所)가 다한 자리이다.

  8. 超然獨運·無爲 초연독운·무위

    평담(平淡)·무사(無事)로 초연히 홀로 운용함이다. 원오·선문의 본분(本分) 표현이다.

  9. 腳蹋實地 각답실지

    발로 참된 땅을 딛고 선다는 말이다. 관념에 들뜨지 않고 깨달음의 실제 자리에 단단히 발붙인 경지를 이른다. 흔히 각답실지(腳踏實地)라고 쓴다.

  10. 度盡一切人·實無人可度 도진일체인·실무인가도

    『금강경(金剛經)』 '멸도일체중생이이무유일중생실멸도자(滅度一切衆生已而無有一衆生實滅度者)'의 취지를 원용한 도생무도(度生無度)이다.

  11. 最後句 최후구

    최후·궁극의 한 구절이다. '末後句始到牢關'(巖頭全豁). 이것을 잡아 써야 낱낱 사물에 出身之地가 열린다.

  12. 出身之地 출신지지

    몸을 빼내 벗어나는 자리, 곧 죽음 가운데서 살아나는(사중득활, 死中得活) 활로(活路)이다. 출신처(出身處)라고도 한다.

  13.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4. 趙州從諗 조주종심

    조주종심(趙州從諗, 778~897)이다. 당나라의 선승으로 남전(南泉)의 법을 이었다. 조주 땅 관음원(觀音院)에 오래 머물러 '조주'라 불렸고, 120세를 살았다고 전한다. 쉬운 말로 사람을 일깨웠으니,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 같은 문답이 널리 알려졌다.

  15. 曹山本寂 조산본적

    조산본적(曹山本寂, 840~901)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동산양개(洞山良价)의 법을 이었고 무주(撫州) 조산에 머물렀다. 스승 동산과 함께 조동종(曹洞宗)의 조사로 받든다. 동산을 떠날 때 '변하지 않는 곳으로 간다'고 답한 문답이 이름났다.

  16. 圜悟心要 원오심요

    원오극근(圜悟克勤)이 제자와 사대부에게 써 준 법어와 편지를 모은 책이다. 원오의 법을 이은 자문(子文)이 엮었으며, 모두 4권으로 전한다.

  17. 末後一句 말후일구

    맨 마지막 한마디, 곧 말후구(末後句)다. 암두(巖頭)가 ‘덕산(德山) 노인도 말후구는 모른다’고 한 일화로 널리 알려졌다. 말과 분별이 다 끊어진 끝자리의 소식을 가리킨다.

  18. 湧道者尼 용도자니

    원오가 원오심요의 「시용도자(니)」를 지어 준 비구니이다. '도자'는 수행자를 부르는 말이고, '니'는 비구니라는 뜻이다.

  19. 如如實際 여여실제

    여여(眞如)한 진실 그대로의 경계, 실제(實際)(bhūtakoṭi)이다. 여기에 실제로 밟아 이르러야(踐履) 한다.

  20. 最後句·末後句 최후구·말후구

    최후·궁극의 한 구절이다. '말후구시도뇌관(末後句始到牢關)'(암두전활(巖頭全豁)). 이것을 잡아 써야 낱낱 사물에 출신지지(出身之地)가 열린다.

  21. 超然獨運 초연독운

    平淡·無事로 초연히 홀로 운용함이다. 원오·선문의 本分 표현이다.

  22. 度盡一切人 도진일체인

    『金剛經』 '滅度一切衆生已而無有一衆生實滅度者'의 취지를 원용한 度生無度이다.

문단 3국역본 대조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2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