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38편

서울을 떠나는 자문거사(自聞居士)를 전송하며

送自聞居士(出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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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
한문何處蹋著來?若是移舟諳水勢,舉棹別波瀾,何消抵死叮嚀,自可一揮便了。
번역어디를 밟고 오셨습니까. 배를 옮기며 물의 형세를 훤히 알고, 노를 들어 물결을 가려낸다면, 어찌 죽을힘을 다해 신신당부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절로 한 번 휘두르면 곧 끝납니다.
所以風馳電閃,擬議則千里萬里去也,只接俊流,不管懵底。
그러므로 바람이 내닫고 번개가 번쩍이듯 합니다. 머뭇거리며 헤아리면 곧 천 리 만 리 멀어져 버립니다. 다만 빼어난 무리만 맞을 뿐, 흐리멍덩한 자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是故垂鉤四海,只釣獰龍,格外玄機,爲尋知識。
이런 까닭에 온 사해(四海)에 낚싯바늘을 드리우되, 오직 사나운 용(獰龍)만 낚습니다. 격식 밖의 그윽한 기틀(格外玄機)은 선지식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쉽게 읽기어느 곳을 밟고 오셨습니까. 배를 저어 가면서도 물길을 훤히 알고, 노를 저어 물결을 가려낼 줄 안다면, 굳이 죽을힘을 다해 신신당부할 까닭이 없습니다. 저절로 한 번 휘두르면 곧 끝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바람이 내닫고 번개가 번쩍이듯 합니다. 이리저리 머리로 따지려 들면, 곧 천 리 만 리로 어긋나 버립니다. 이 자리는 오직 빼어난 그릇을 지닌 사람만 받아들이고, 흐리멍덩한 이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온 세상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되, 오직 사나운 용만을 낚습니다. 격식을 벗어난 그윽한 기틀로, 참된 선지식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풀이 6
碧巖錄 벽암록벽암록(碧巖錄) 등 원오 저작의 상투구 '의심즉차(擬心卽差)·의의즉괴(擬議卽乖)(차(差))'는 본문 '의의칙천리만리거야(擬議則千里萬里去也)'와 동일 취지로, 사량분별 금지 해석의 근거이다.
垂鈎四海 수구사해선자덕성(船子德誠) 낚시 게(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오등회원(五燈會元) 계열) '천척사윤직하수(千尺絲綸直下垂)… 금(金)(금(錦))인(鱗)…'는 본문 '수구사해(垂鈎四海), 지구영룡(只鈎獰龍)'의 이미지 전거이다. 큰 근기만 낚는 격외 접인이다. 다만 '영룡(獰龍)'은 원오 특유의 어휘로 보인다(추정).
碧巖錄 벽암록벽암록(碧巖錄) 등 원오 저작의 상투구 '擬心卽差·擬議卽乖(差)'는 본문 '擬議則千里萬里去也'와 동일 취지로, 사량분별 금지 해석의 근거이다.
垂鈎四海 수구사해선자덕성(船子德誠) 낚시 게(景德傳燈錄·五燈會元 계열) '千尺絲綸直下垂… 金(錦)鱗…'는 본문 '垂鈎四海, 只鈎獰龍'의 이미지 전거이다. 큰 근기만 낚는 격외 접인이다. 다만 '獰龍'은 원오 특유의 어휘로 보인다(추정).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舉棹別波瀾
양립가능한 이독. 別을 '분별(물결을 가려냄)'로 새긴 자체역과 '물결을 가르다'로 새긴 책이 갈린다. 諳水勢와 짝을 이루는 대구로 보면 別=분별이 어의에 더 밀착하나, 舉棹의 동작 이미지에서는 '물결을 가르다'도 통하여 확정이 곤란하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自可一揮便了
양립가능한 이독. 自可를 '저절로(~할 만하다)'로 새긴 자체역과 自를 재귀 주어 '스스로'로 새긴 책이 갈린다. 고전어 自可는 '저절로'가 더 정합하나 '스스로'도 성립하며, 一揮(휘두름/휘저음)의 해석은 서로 같다.
38.2
한문既達此宗,觀一切世出世間曾不移易,一一透頂透底,便解放身捨命,於萬別千差境界恬然不動,縱遇風刀恒坦坦,假饒毒藥也閑閑,
번역이 종지(宗旨)에 사무치고 나면, 모든 세간과 출세간을 보아도 조금도 옮겨지거나 바뀌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정수리까지 꿰뚫고 밑바닥까지 사무칩니다. 그러면 곧 몸을 놓고 목숨을 버릴 줄 알아, 천차만별의 경계에서도 담담히 흔들리지 않습니다. 설령 바람 같은 칼날(風刀)을 만나도 늘 태연하고, 설사 독약을 마셔도 한가롭습니다.
쉽게 읽기이 종지에 한번 통달하고 나면, 세상 안의 일이든 세상 밖의 일이든 아무리 살펴보아도 마음이 조금도 옮겨지거나 바뀌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든 정수리부터 밑바닥까지 꿰뚫어 봅니다. 그러면 몸도 놓아 버리고 목숨마저 내던질 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천차만별의 어떤 경계에서도 편안하여 흔들리지 않습니다. 죽음에 이르러 살을 에는 바람 같은 칼날을 만나도 늘 태연하고, 독약을 마셔도 도리어 더없이 한가롭습니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觀一切世出世間曾不移易
양립가능한 이독. 曾不=결코 …않는다는 양쪽이 공유하나, 不移易을 '옮겨지거나 바뀌지 않는다(현상의 불변)'로 본 자체역과 '세·출세가 다르지 않다(不二)'로 본 책이 갈려, 移易의 지시 대상(현상의 불변이냐 세·출세의 무차별이냐)이 확정되지 않는다.
38.3
한문儻不踐履長養,安能揭日月大通大明自在出沒?此地從來無向背,直須撥轉上頭關。
번역만약 몸소 밟아 가며 오래 기르지 않는다면, 어찌 해와 달을 높이 들어 크게 통하고 크게 밝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겠습니까. 이 자리는 예부터 향함도 등짐도 없습니다. 곧바로 맨 위의 관문(上頭關)을 돌려 열어젖혀야 합니다.
쉽게 읽기하지만 실제로 밟아 행하고, 오래도록 길러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는 해와 달을 높이 들어 올리듯 크게 통하고 크게 밝게,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습니다. 이 자리는 예로부터 향하고 등지는 일이 본래 없습니다. 그러니 곧바로 저 맨 꼭대기의 관문을 비틀어 열어젖혀야 합니다.
풀이 3
撥轉上頭關 발전상두관벽암록(碧巖錄)의 관열자(關捩子)(활전추)·말후뇌관(末後牢關)·향상일로(向上一路) 용례는 본문 '발전상두관(撥轉上頭關)'이 향상 최후 관문의 돌파를 뜻함을 뒷받침한다.
揭日月·大通大明 게일월·대통대명'大通大明'은 大通智勝如來를 떠올리게 하지만, 여기서는 '揭日月'을 받는 서술어로 읽는다(추정).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1
  1. 移舟諳水勢·舉棹別波瀾 이주암수세·거도별파란

    배를 부리며 물길을 알고 노 저으며 물결을 가려낸다는 뜻으로, 근기·상황을 꿰뚫어 자재히 응하는 종사의 솜씨 비유이다. 뒤의 수구(垂鈎)(낚시) 비유와 이어지는 선자덕성(船子德誠) 계열 뱃사공 이미지이다. 원오의 대구식 변려구로 보이며 특정 출전은 미상이다(추정).

  2. 抵死叮嚀 저사정녕

    죽기 살기로 신신당부함이다. 정영(叮嚀)=정녕(丁寧)이다. 근기가 뛰어난 이에게는 구구한 당부가 불필요하다는 취지이다.

  3. 擬議則千里萬里 의의칙천리만리

    헤아려 따지면 진실과 천리만리 어긋난다는 뜻이다. 선종 상투구 의심즉차(擬心卽差)·의의즉괴(擬議卽乖)(차(差))의 변형으로, 원오가 즐겨 쓰는 사량분별 경계의 표현이다.

  4. 只接俊流·不管懵底 지접준류·불관몽저

    준수한 상근기만 접인하고 흐리멍덩한 자(懵底)는 상대하지 않음이다. 임제·원오류의 상근기 위주 접화 태도이다.

  5. 垂鈎四海·只鈎獰龍 수구사해·지구영룡

    사해에 낚시를 드리워 오직 사나운 용만 낚음이다. 격외의 수단으로 큰 그릇(眞龍)만 낚는다는 비유이다. 선자덕성(船子德誠) 낚시 화두와 원오어록의 조영룡(釣獰龍) 이미지이다.

  6. 透頂透底 투정투저

    정수리에서 밑바닥까지 꿰뚫는다는 말이다. 위아래 남김없이 철저히 사무쳐 깨친 경지를 형용한다.

  7. 放身捨命 방신사명

    몸을 놓아 버리고 목숨까지 내던진다는 뜻이다. 알음알이와 '나'에 대한 집착을 남김없이 버리고 온몸으로 뛰어드는 결단을 이른다. 현애살수(懸崖撒手)와 나란히 쓴다.

  8. 毒藥也閑閑 독약야한한

    독약을 먹어도 한가로움이다. 어떤 역경계·독해에도 부동함의 비유이다(풍도(風刀)와 대구).

  9. 揭日月·大通大明 게일월·대통대명

    '해와 달을 높이 들어 올린 듯 크게 통하고 크게 밝다'는 말이다. 걸림 없이 환히 밝아 자유자재한 경지를 그린다.

  10. 自在出沒 자재출몰

    생사·거래·은현에 걸림 없이 자유자재로 드나듦이다.

  11. 此地從來無向背 차지종래무향배

    이 본지(本地)는 본래 향(向)(향함)·배(背)(등짐), 곧 취사·상대(二邊)가 없음이다.

  12. 撥轉上頭關 발전상두관

    저 맨 위의 관문을 틀어 돌림이다. 상두관(上頭關)=향상(向上)의 최후 관문(末後牢關)이다. 발전(撥轉)은 벽암록(碧巖錄)의 관열자(關捩子)(관문 빗장·활전추)를 돌린다는 활구적 표현으로, 향상일로의 최후 돌파를 촉구한다.

  13.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14. 自聞居士 자문거사

    원오가 원오심요의 「송자문거사(출경)」을 지어 준 재가 거사이다. 서울을 떠나는 그를 전송하며 준 글이며, 생몰과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15. 格外玄機 격외현기

    격식·언교 밖(格外)의 그윽한 활기틀이다. 아래 발전관열(撥轉關捩) 이미지와 상통한다.

  16. 風刀 풍도

    임종 때 풍대(風大)(바람 요소)가 몸을 칼처럼 해체한다는 풍도해체(風刀解體)의 바람칼이다. 죽음의 극통을 뜻하며, 그런 극한에서도 태연함을 말한다.

  17. 踐履長養 천리장양

    실지로 밟아 행하고(踐履) 오래 길러냄(長養)이다. 장양(長養)은 오후(悟後) 보임(保任)·장양성태(長養聖胎)의 그 장양(長養)으로, 깨친 뒤의 지속적 함양을 강조한다.

  18. 移舟諳水勢 이주암수세

    배를 부리며 물길을 알고 노 저으며 물결을 가려낸다는 뜻으로, 근기·상황을 꿰뚫어 자재히 응하는 종사의 솜씨 비유이다. 뒤의 垂鈎(낚시) 비유와 이어지는 船子德誠 계열 뱃사공 이미지이다. 원오의 대구식 변려구로 보이며 특정 출전은 미상이다(추정).

  19. 只接俊流 지접준류

    준수한 상근기만 접인하고 흐리멍덩한 자(懵底)는 상대하지 않음이다. 임제·원오류의 상근기 위주 접화 태도이다.

  20. 垂鈎四海 수구사해

    사해에 낚시를 드리워 오직 사나운 용만 낚음이다. 격외의 수단으로 큰 그릇(眞龍)만 낚는다는 비유이다. 船子德誠 낚시 화두와 원오어록의 釣獰龍 이미지이다.

  21. 揭日月 게일월

    해와 달을 높이 내걸다. 훤히 드러나 가림이 없음을 이르며, 흔히 '若揭日月而行'(해와 달을 내건 듯 다닌다)으로 쓰인다(『佛祖歷代通載』 권9 '吾宗從上來事,昭昭若揭日月而行', T49n2036_p0549a27; 『圜悟心要』 「示達禪人」 '常執此大明普照,若揭日月而行', X69n1357_p0488a22).

문단 3국역본 대조 3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1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