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5
앞 문맥이 '無師自悟'한 자기 증득의 경지(渾圝成現·不須煅煉而自純熟)를 서술하므로, 放·把·作의 대상이 될 타자(가르침 받는 학인)가 문맥에 없다. 따라서 得은 가능·자재를 나타내는 가능보어로 보아 '놓아도 자유로이 행하고, 붙잡아도 굳게 지키며, 스스로 주인이 된다'로 읽는 것이 옳다. 특히 作得主는 '스스로 주재할 수 있다(自作主宰)'는 선문 상용 관용구여서, 대상 없는 사역역('주인이 되게 하다')은 성립하기 어렵다. 사역으로 푼 책의 독해를 따르지 않고 자체역을 취한다.
풀이 2
풀이 2
正知見과 定力을 병렬된 두 기용으로 보아 '바른 지견과 선정의 힘으로'라 읽을 수도 있고(현행 번역), 正知見이 定力을 수식하여 '바른 지견에서 나오는 선정의 힘'으로 읽을 수도 있다. 원오 어록에서는 正知見·定力의 병렬 용례가 더 표준적이나, 어느 쪽도 문맥상 무리 없이 성립하므로 판정을 보류하고 각주로 병기한다.
이 편의 낱말 39
- 威音王 위음왕
『법화경』에 나오는 아득한 옛 부처, 위음왕불(威音王佛)이다. 같은 이름의 부처 가운데 맨 처음 부처다. 선어록에서는 '위음왕 이전'이라 하여 시간과 분별이 생기기 전의 본래 자리를 가리킨다.
- 無師自悟 무사자오
스승 없이 스스로 깨침이다. 선문의 상투구 '위음왕이전즉득(威音王已前卽得), 위음왕이후무사자오진시천연외도(威音王已後無師自悟盡是天然外道)'에서 보듯, 위음왕불 이전이라면 되지만 그 이후에 스승 없이 깨쳤다 하면 천연외도(天然外道)라 한다.
- 千聖同途 천성동도
일천 성인이 함께 걷는 한 길이다. 궁극처는 모든 성인이 동일함을 뜻하는 선어이다.
- 放得行·
把得住 방득행·파득주 선사의 이용(二用)인 방행(放行)(놓아줌)과 파주(把住)/파정(把定)(붙잡음)이다. 살활자재의 기용이다.
- 渾圝成現 혼란성현
혼난(渾圝)(=홀윤(囫圇)·혼윤(渾淪))은 나뉘지 않은 전체가 온전하고 원만하게 드러남이다.
- 煅煉 단련
담금질·단련이며, 후천적 수행 연마이다.
- 威音已後 위음이후
위음왕불(威音王佛) 이후이다. 이때부터는 스승 없이 스스로 깨쳤다 하면 천연외도(天然外道)라 하여, 반드시 스승의 인가를 받아야 함을 말할 때 쓴다.
- 承當 승당
받아들여 떠맡는다는 뜻이다. 선에서는 제 본래 마음을 남의 말에 기대지 않고 몸소 받아들이는 일을 이른다. 흔히 직하승당(直下承當), 곧 그 자리에서 곧바로 떠맡는다고 쓴다.
- 法器 법기
법을 담을 그릇이며, 법을 감당할 근기이다.
- 正因 정인
정인불성(正因佛性)이다. 삼인불성(三因佛性)의 하나로, 성불의 바른 원인을 이른다.
- 資授師傳 자수사전
자(資)는 제자, 사(師)는 스승이다. 스승이 전하고 제자가 이어받는 사자상승이다.
- 世智辯聰 세지변총
세상살이의 지혜와 말재주, 총명함을 이른다. 불법을 만나기 어려운 여덟 가지 처지(八難)의 하나로 꼽힌다. 똑똑함이 도리어 알음알이를 키워 깨달음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 見聞覺知 견문각지
보고 듣고 느끼고 앎. 육근(六根)의 인식·분별 작용으로, 선문에서는 흔히 넘어서야 할 정식(情識)으로 말한다. 문견각지(聞見覺知)라고도 적는다.
- 截生死流·
破無明殻 절생사류·파무명각 생사의 흐름을 끊고 무명의 껍질을 깨뜨림이다.
- 參扣 참구
참구하여 두드려 물음이다.
- 時節緣稔 시절연임
시절인연이 무르익음이다.
- 桶底子脫 통저자탈
통 밑바닥이 쑥 빠진다는 말이다. 막혔던 알음알이가 한꺼번에 무너지며 크게 깨치는 순간을 이른다. 설봉(雪峰)이 덕산 문하에서 깨친 때를 '통 밑이 빠진 듯했다'고 회고했다.
- 廓然省悟 곽연성오
곽연(廓然)은 탁 트여 텅 빈 모양이며(cf. 벽암록(碧巖錄) 달마(達磨) '곽연무성(廓然無聖)'), 활연히 깨달음이다.
- 如下水船不勞篙棹 여하수선불로고도
물길 따라 내려가는 배처럼 삿대·노가 필요 없음이다. 오후(悟後) 무공용(無功用)의 비유이다.
- 針芥相投 침개상투
바늘 끝에 겨자씨가 맞듯 지극히 드문 정확한 상응이다. 열반경(涅槃經) 등 '침개(針芥)(인신난득)' 비유에서 유래하며 사자상계(師資相契)를 뜻한다.
- 得旨 득지
종지를 얻음이다.
- 管帶 관대
늘 붙들어 챙기고 몸에 지닌다는 말이다. 깨친 마음자리를 잠시도 놓치지 않고 이어 지켜 가는 공부를 이른다. 보임(保任)과 뜻이 통한다.
- 長養聖胎 장양성태
성태(聖胎), 곧 성인이 될 씨앗을 오래 길러 간다는 말이다. 깨친 뒤 그 마음을 잘 지켜 무르익게 하는 공부, 곧 보임(保任)을 이른다. 마조(馬祖)의 말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 正知見·
定力 정지견·정력 바른 지견(正見)과 선정의 힘이다.
- 成一片 성일편
한 조각으로 뭉쳐 틈 없게 됨이다. 원오의 대표적 상용어이다.
- 無爲無事大解脫人 무위무사대해탈인
함도 일도 없는 대해탈인이다. 임제(臨濟)의 무사인(無事人)·무위진인(無位真人) 취지이다.
- 能事已辦·
行腳事畢 능사이판·행각사필 할 일을 다 마침(소작이판(所作已辦), 아라한 경지의 정형어)과 수행 편력(행각)의 종료이다.
-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 圜悟心要·
佛果圜悟真覺禪師心要 원오심요·불과원오진각선사심요 원오극근(圜悟克勤)(1063–1135)의 서간·법어집 2권본이다. 제44 시실선로(示實禪老)는 실(實)이라는 노납에게 준 법어(示)이다.
- 楊岐派 양기파
양기 방회 스님을 시조로 하는 임제종의 한 갈래이다. 양기 방회에서 백운 수단, 오조 법연을 거쳐 원오 극근으로 이어진다.
- 實禪老 실선로
수신자이다. '선로(禪老)'는 노숙한 선승의 존칭이다. 극근(克勤) 문하 또는 참문하던 노납으로 추정되며 구체적 전기는 미상이다.
- 威音王佛·
威音已前· 위음왕불·已後 위음이전· 이후 위음왕(威音王)(Bhīṣmagarjitasvararāja)은 법화경(法華經)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의 최초 부처이다. 선문에서 '위음나반(威音那畔)·위음이전(威音已前)'은 일체 분별 이전 본래자리를 가리키는 상투어이다.
- 作得主 작득주
어디서나 주인공이 됨이다. 임제(臨濟) '수처작주립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真)'과 통한다.
- 決擇印可 결택인가
결택(決擇)(viniścaya)은 판별·결택이며, 인가(印可)는 스승이 깨달음을 인가·증명함이다.
- 善友知識·
善知識 선우지식·선지식 kalyāṇamitra로, 참되고 바른 스승·도반이다.
- 胷次 흉차
가슴속, 마음자리이다.
- 達磨廓然無聖 달마확연무성
양나라 무제(武帝)가 달마(達磨)에게 '거룩한 진리의 첫째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달마는 '텅 비어 거룩하다 할 것도 없다(廓然無聖)'고 답했다. 무제가 '내 앞에 있는 그대는 누구냐'고 다시 묻자 '모른다'고 했다. 뜻이 통하지 않자 달마는 강을 건너 위(魏)나라로 갔다. 『벽암록』 첫째 칙으로 널리 알려진 공안이다.
- 魔孽 마얼
마(魔)가 일으키는 재앙이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