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下 227

상당 — 온 땅덩이가 좁쌀 한 알만 하다

上堂 · 古人道無邊剎境

227.1
한문上堂云:「古人道:『無邊剎境,自他不隔於毫端,十世古今,始終不離於當念。』」師云:「是即是,只是太舊。
번역상당하여 말했다. 옛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가없는 세계와 경계가 나와 남 사이에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다. 십세(十世)의 예와 지금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이 생각을 떠나지 않는다.” 선사가 말했다. “옳기는 옳다. 다만 너무 낡았다.”
쉽게 읽기상당하여 말했다. 옛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끝없이 넓은 세계라도 나와 남 사이는 털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도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이 한 생각을 떠나지 않는다.” 스님이 말했다. “옳기는 옳다. 다만 너무 낡았다.”
풀이 1
① '가없는 국토가 털끝만큼도 떨어지지 않고 십세의 예와 지금이 지금 이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다(無邊剎境,自他不隔於毫端,十世古今,始終不離於當念)'는 것은 화엄 법계관(法界觀)의 구절이다.
227.2
한문雪峯示眾道:『盡大地撮來,如粟米粒大,拋向面前漆桶不會,打鼓普請看。』
번역설봉(雪峯)이 대중에게 보여 말했다. “온 대지를 움켜쥐어 오니 좁쌀 한 톨만 하다. 얼굴 앞에 내던져도 칠통(漆桶)들은 알지 못한다. 북을 쳐서 대중을 다 불러 찾아보게 하라.”
大眾!雪峯對面熱瞞諸人不少也。然雖如是,還有與雪峯同步底麼?試出來與五祖相見。有麼?若無……」遂拈拄杖卓一下舉起云:
대중이여, 설봉이 얼굴을 맞대고 여러분을 뜨겁게 속인 것이 적지 않다. 그렇기는 하지만, 설봉과 발걸음을 나란히 할 사람이 있는가? 한번 나와서 오조(五祖)와 만나 보라. 있는가? 없다면…… 그러고는 주장자를 집어 한 번 내리치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쉽게 읽기설봉 스님이 대중에게 말했다. “온 땅덩이를 한 손에 집어 오니 좁쌀 한 알만 하다. 그것을 눈앞에 던져 주어도 옻칠한 통 속처럼 꽉 막힌 그대들은 알아보지 못한다. 북을 쳐서 대중을 다 불러 모아 찾아보게 하라.” 대중이여, 설봉이 얼굴을 맞대고 여러분을 단단히 속인 것이 적지 않다. 그렇기는 하지만, 설봉과 나란히 걸을 만한 사람이 있는가? 한번 나와서 이 오조산의 나를 만나 보라. 있는가? 없다면 — 그러고는 주장자를 집어 한 번 내리찍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풀이 1
② '온 대지를 집어 오니 좁쌀 한 알만 하다(盡大地撮來,如粟米粒大)'는 설봉의 유명한 시중어다(벽암록 제5칙).
227.3
한문「五祖今日與雪峯,同乘槎泛四大海,穿八大龍王髑髏,經過百千箇須彌山,却回來法座上坐,又送雪峯歸雪峯山,只是不曾動著一步。
번역오조가 오늘 설봉과 함께 뗏목을 타고 네 큰 바다(四大海)를 떠다녔다. 팔대용왕(八大龍王)의 해골을 꿰뚫고, 백천 개의 수미산을 지나, 다시 돌아와 법좌 위에 앉았다. 또 설봉을 설봉산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한 걸음도 움직인 적이 없다.
諸人還信得及麼?若信不及……」遂舉拄杖云:「豈不見先師翁道:『放在臥床頭,急要打老鼠。』」
그대들은 믿을 수 있는가? 믿지 못한다면…… 그러고는 주장자를 들고 말했다. “보지 못했는가. 돌아가신 사옹(師翁)이 말했다. ‘침상 머리맡에 놓아두었다가, 급할 때 쥐를 때려잡는다.’”
쉽게 읽기내가 오늘 설봉과 함께 뗏목을 타고 네 큰 바다를 떠다니며, 여덟 용왕의 해골을 꿰뚫고, 수없이 많은 수미산을 지나서, 다시 돌아와 법좌에 앉았다. 또 설봉을 설봉산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한 걸음도 움직인 적이 없다. 그대들은 이것을 믿을 수 있는가? 믿지 못한다면 — 그러고는 주장자를 들고 말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스승 양기 스님이 한 말을 보지 못했는가? ‘침상 머리맡에 놓아두었다가, 급할 때 쥐를 때려잡는다.’”
풀이 1
해설먼저 화엄의 경계를 읊은 옛 구절—가없는 세계가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떨어지지 않고 시방삼세가 한…

먼저 화엄의 경계를 읊은 옛 구절—가없는 세계가 나와 남이 털끝만큼도 떨어지지 않고 시방삼세가 한 생각을 떠나지 않는다—을 들고 "옳긴 옳으나 너무 낡았다"고 눌러, 상투가 된 이치에 안주하지 못하게 한다. 이어 설봉 의존(雪峯義存)의 "온 대지를 움켜쥐니 좁쌀 한 톨만 하다"는 유명한 시중(示衆)을 들어, 그마저 학인을 속이는 방편이라 짚으며 설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가 있느냐 다그친다. 그러고는 주장자를 내리치며 오조 자신이 설봉과 함께 뗏목 타고 사대해를 누비고 수미산을 지나 도로 법좌에 앉되 한 걸음도 움직인 적 없다고 하여, 감과 옴·움직임과 고요가 둘이 아닌 자리를 보인다. 끝에 돌아가신 사옹(師翁) 양기방회(楊岐方會)의 "침상 머리맡에 두었다가 급히 늙은 쥐를 때려잡으려 함"이라는 말을 인용해, 주장자가 곧 그런 살아 있는 작용의 도구임을 드러낸다.

卷下 차례 (130단)

이 단의 낱말 7
  1. 雪峰義存 설봉의존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천주(泉州) 남안(南安) 사람이다. 덕산(德山)의 법을 이었고, 복주(福州) 설봉산에 머물며 많은 제자를 길렀다. 제자 운문(雲門)과 현사(玄沙)의 계통에서 운문종과 법안종이 나왔다.

  2. 漆桶 칠통

    옻칠을 담는 통이다. 안팎이 새까매서 빛이 들 틈이 없으므로, 선문에서는 꽉 막혀 아무것도 깨치지 못한 사람이나 그런 캄캄한 마음을 이 말로 꾸짖는다. 그 통을 깨뜨린다는 '타파칠통'은 깨달음을 이르는 말이다.

  3. 五祖法演 오조법연

    오조법연(五祖法演, ?~1104)이다. 송나라 임제종 양기파의 선승으로 백운수단(白雲守端)의 법을 이었다. 사면산·백운산을 거쳐 기주(蘄州) 오조산에 머물러 오조라 불린다. 원오극근(圜悟克勤)의 스승이다.

  4. 四大海 사대해

    불교의 옛 세계관에서 세계 한가운데 솟은 수미산(須彌山)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는 큰 바다다. 그 바다 가운데 네 큰 땅덩이가 있고,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은 그 남쪽 땅이라고 한다. 온 세상을 통틀어 이를 때 흔히 쓴다.

  5. 八大龍王 팔대용왕

    『법화경』 첫머리에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러 모였다고 나오는 여덟 용왕이다. 난타·발난타 같은 이들로, 바닷속에 살며 비를 내리고 불법을 지켜 준다고 여겨진다.

  6. 須彌 수미

    수미산(須彌山)이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세계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는 아주 큰 산으로, 산스크리트 수메루(Sumeru)를 소리로 옮긴 말이다. 가장 크고 무거운 것의 비유로 쓰이며, 『유마경』의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는다'는 말처럼 크고 작음의 분별을 깨뜨릴 때 자주 든다.

  7. 楊岐方會 양기방회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992~1049)이다. 자명초원(慈明楚圓)의 법을 잇고 원주(袁州) 양기산에서 법을 폈다. 그 법맥을 양기파라 부르며, 백운수단(白雲守端)·오조법연을 거쳐 원오극근에게 이어졌다.

황매동산연화상어록 黃梅東山演和尚語錄주석 3해설낱말 7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이 어록의 편자: 門人惟慶編.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