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백운수단 어록 · 卷上 3

시중 — 인연 따라 감응하다, 양기·자명의 기연

示眾 佛身充滿於法界

이 편의 풀이 2
교감광록本 병행편: 卷一 法華山證道禪院語錄 ‘次夜 小參’ 뒷부분(佛身充滿…양기·자명 三喝).
교감△ 이체·통용: 羣/群, 祇/只, 者/底, 裡/裏, 徧/遍 등.
3.1
번역대중에게 말했다. “부처의 몸은 법계에 가득 차서 모든 중생 앞에 두루 나타난다. 인연 따라 감응하여 미치지 않는 데가 없으면서도, 늘 이 보리좌(菩提座)에 머문다.”① 대중이여!
作麼生說個隨緣赴感底道理?祇於一彈指間,盡大地含生根機一時應得周足,而未甞動著一毫頭,便且喚作隨緣赴感而常處此座。
‘인연 따라 감응한다(隨緣赴感)’는② 도리를 어떻게 말하겠는가?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에 온 대지 중생의 근기에 한꺼번에 두루 응한다. 그러면서도 터럭 하나 움직인 적이 없다. 이것을 두고 ‘인연 따라 감응하되 늘 이 자리에 머문다’고 한다.
쉽게 읽기시중하여 말했다. “‘부처의 몸은 온 진리의 세계에 가득하여 모든 중생 앞에 두루 나타난다. 인연을 따라 감응하여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면서도, 늘 이 깨달음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대중이여! ‘인연 따라 감응한다’는 이치를 어떻게 말하겠는가?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에 온 대지 중생의 그릇에 한꺼번에 빠짐없이 응하면서도, 터럭 하나 움직인 적이 없다. 이것을 두고 ‘인연 따라 감응하면서도 늘 이 자리에 머문다’고 한다.
풀이 2
① 佛身充滿於法界 … 常處此菩提座『화엄경』(80권본)의 게송. 부처의 몸이 법계에 두루하면서도 자리를 옮기지 않음을 노래한 것으로, 이 시중 전체의 화두가 된다.
② 隨緣赴感 수연부감인연을 따라 감응하여 나아감. 부처가 중생의 기틀에 응하는 작용.
3.2
한문祇如山僧此者受法華請,相次與大眾相別,去宿松縣裡開堂了方歸院去。
번역그런데 나는 이번에 법화사(法華寺)의 청을③ 받았다. 머잖아 여러분과 헤어져 숙송현(宿松縣)에④ 가서 개당(開堂)을 마치고, 그 뒤에야 절로 들어갈 것이다.
且道還離此座也無?若道離,則世諦流布;若道不離,作麼生見得個不離底事?
자, 말해 보라. 그러면 나는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인가, 떠나지 않는 것인가? 떠난다고 하면 세속의 흔한 말(世諦流布)에 떨어진다. 떠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 떠나지 않는 일을 어떻게 보겠는가?
莫是無邊剎境自他不隔於毫端,十世古今始終不離於當念麼?又莫是一切無心一時自遍麼?
‘가없는 세계에서 나와 남이 터럭 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십세(十世)의 예와 지금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이 한 생각을 떠나지 않는다’는⑤ 그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에 무심하면 한꺼번에 저절로 두루 미친다’는 것인가?
쉽게 읽기그런데 나는 이번에 법화사의 청을 받아, 머지않아 여러분과 작별하고 숙송현에 가서 개당 법회를 연 뒤에야 법화사로 들어가게 된다. 자, 말해 보라. 그러면 나는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인가, 떠나지 않는 것인가? 떠난다고 하면 세속의 흔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떠나지 않는다고 하면, 그 ‘떠나지 않는’ 일을 어떻게 보겠는가? ‘가없는 세계에서도 나와 남이 터럭 끝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고, 까마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세월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 이 한 생각을 떠나지 않는다’는 그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에 무심하면 한꺼번에 저절로 두루 미친다’는 것인가?
풀이 3
③ 法華請법화사(法華寺)로부터 받은 개당(開堂) 초청. 백운이 곧 그곳으로 옮겨 감을 말한다.
④ 宿松縣 숙송현지금의 안휘성 안경(安慶) 숙송현.
⑤ 無邊剎境, 自他不隔於毫端; 十世古今, 始終不離於當念이통현(李通玄) 『신화엄경론(新華嚴經論)』 권1의 구절(원문은 ‘始終不移於當念’). 공간(찰경)과 시간(십세)의 걸림 없음을 말한다.
3.3
한문若恁麼,正是掉棒打月。到者裏直須悟始得,悟後更須遇人始得。
번역만약 그렇다면,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치는 격이다.⑥ 여기에 이르면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깨달은 뒤에는 다시 사람을 만나야 한다.
汝道既悟了便休,又何必更須遇人?若悟了遇人底,當垂手方便之時,著著自有出身之路,不瞎却學者眼。
그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미 깨달았으면 그만이지, 어째서 굳이 다시 사람을 만나야 하느냐고. 깨닫고 나서 사람을 만난 이는, 손을 드리워 방편을 베풀 때 수마다 저절로 빠져나갈 길이 있다. 그래서 배우는 이의 눈을 멀게 하지 않는다.
若祇悟得乾蘿蔔頭底,不唯瞎却學者眼,兼自已動,便先自犯鋒傷手。
그러나 그저 마른 무 대가리(乾蘿蔔頭)만⑦ 깨친 이는, 배우는 이의 눈을 멀게 할 뿐 아니라, 제가 움직이자마자 먼저 제 칼끝에 손을 벤다.
쉽게 읽기그렇게 여긴다면, 그야말로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치려는 꼴이다. 여기에 이르면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깨달은 뒤에는 다시 눈 밝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대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미 깨달았으면 그만이지, 무엇 하러 또 사람을 만나야 하느냐고. 깨달은 뒤에 사람을 만난 이는, 손을 내밀어 방편을 베풀 때 한 수 한 수마다 저절로 빠져나갈 길이 있어서, 배우는 이의 눈을 멀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라비틀어진 무 대가리 같은 깨달음만 얻은 이는, 배우는 이의 눈을 멀게 할 뿐 아니라, 제가 움직이자마자 먼저 제 칼날에 제 손을 벤다.
풀이 2
⑦ 乾蘿蔔頭 건라복두마른 무 대가리. 물기 없이 말라붙은 죽은 지견(知見)을 비유한다.
3.4
한문汝看我楊岐先師問慈明師翁道:幽鳥語喃喃,辭雲入亂峰時如何?答云:我行荒草裡,汝又入深村。
번역그대들은 보라. 나의 스승 양기(楊岐) 선사가⑧ 사옹(師翁)인 자명(慈明)께⑨ 여쭈었다. ‘그윽한 산새가 재잘재잘 울며 구름을 떠나 어지러운 봉우리로 들어갈 때는 어떻습니까?’ 자명이 답했다. ‘나는 거친 풀숲을 가는데, 너는 또 깊은 마을로 들어가는구나.’
進云:官不容針,更借一問。師翁便喝,進云:好喝。
다시 여쭈었다. ‘관가에서는 바늘 하나도 들이지 않는다지요.⑩ 한 번 더 여쭙겠습니다.’ 자명이 곧바로 할(喝)을 하자, 스승이 다시 말했다. ‘좋은 할입니다.’
師翁又喝,先師亦喝,師翁乃連喝兩喝,先師遂禮拜。大眾!
자명이 또 할을 하니 스승도 할을 했다. 자명이 잇달아 두 번 할을 하자, 스승이 마침내 절을 올렸다.⑪ 대중이여!
쉽게 읽기보라. 나의 스승 양기 스님이 스승의 스승인 자명 스님께 여쭈었다. ‘깊은 산 새가 재잘재잘 울며 구름을 떠나 어지러운 봉우리 속으로 들어갈 때는 어떻습니까?’ 자명 스님이 답했다. ‘나는 거친 풀숲을 헤치고 가는데, 너는 또 깊은 마을로 들어가는구나.’스승이 다시 여쭈었다. ‘관청에서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여쭙겠습니다.’ 자명 스님이 곧바로 할을 했다. 스승이 ‘좋은 할입니다’ 하자, 자명 스님이 또 할을 했다. 스승도 할을 했다. 자명 스님이 잇달아 두 번 할을 하자, 스승은 마침내 절을 올렸다. 대중이여!
풀이 4
⑨ 慈明師翁 자명 사옹자명은 양기방회의 스승이므로 백운에게는 사옹(師翁, 스승의 스승)이 된다.
⑩ 官不容針“관(공)에서는 바늘도 용납하지 않으나 사사로이는 수레와 말도 통한다(官不容針, 私通車馬)”는 선어에서 온 것으로, 공적으로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음을 뜻한다.
⑪ 幽鳥語喃喃 … 遂禮拜양기가 자명에게 나아가 세 차례 할을 주고받고 절한 기연. 『양기방회화상어록』·『오등회원』 등에 전한다.
3.5
한문須知悟了遇人者,向十字街頭與人相逢,却在千峰頂上握手;向千峰頂上相逢,却在十字街頭握手。所以山僧甞有頌云:
번역반드시 알아야 한다. 깨닫고 나서 사람을 만난 이는, 네거리에서 만나면 도리어 천 봉우리 꼭대기에서 손을 맞잡는다. 천 봉우리 꼭대기에서 만나면 도리어 네거리에서 손을 맞잡는다.⑫ 그래서 내가 일찍이 게송을 지어 읊었다.
他人住處我不住,他人行處我不行,不是與人難共聚,大都緇素要分明。
‘남이 머무는 곳에 나는 머물지 않고 / 남이 가는 곳으로 나는 가지 않네 / 사람과 어울리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 무릇 승과 속은 분명히 가려야 하기 때문일세.’
山僧此者臨行解開布袋頭,一時撒在諸人面前了也,有眼者莫錯怪好。珍重!
내가 이번에 떠나며 포대 자루를 풀어, 여러분 앞에 한꺼번에 쏟아 놓았다. 눈 있는 이는 부디 잘못 탓하지 말라. 몸조심들 하라(珍重)!
쉽게 읽기반드시 알아야 한다. 깨닫고 나서 사람을 만난 이는, 네거리 한복판에서 만나도 천 봉우리 꼭대기에서 손을 맞잡고, 천 봉우리 꼭대기에서 만나도 네거리 한복판에서 손을 맞잡는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 이런 게송을 지었다. ‘남이 머무는 곳에 나는 머물지 않고 / 남이 가는 길을 나는 가지 않네 / 남과 어울리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 스님과 재가자는 분명히 가려야 하기 때문이네.’ 나는 이번에 떠나면서 포대 자루를 풀어, 여러분 앞에 한꺼번에 다 쏟아 놓았다. 눈 있는 이는 부디 잘못 탓하지 말라. 모두 몸 잘 살피라.”
풀이 2
⑫ 十字街頭·千峰頂上저잣거리(세간·화광동진)와 봉우리 꼭대기(출세간·고준)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회호(回互)의 경지를 말한다.
교감 · 他人住處我不住, 他人行處我不行① 광록本 소참은 게송 「他人住處我不住, 他人行處我不行」 뒤를 곧바로 ‘解開布袋頭…’로 줄이나, 底本(어록)은 그 사이에 「不是與人難共聚, 大都緇素要分明」 두 구를 더 싣는다(어록本이 완본).

어록 卷上 차례 (9편)

이 편의 낱말 7
  1. 法華山 법화산

    서주(舒州)에 있는 산이다. 백운수단(白雲守端)이 이 산의 증도선원(證道禪院)에 머물며 법을 폈고, 그때 스스로를 '법화'라 일컬었다. 승천·원통에 이어 머문 곳이고, 그 뒤 용문·흥화·해회로 옮겼다.

  2. 開堂 개당

    새로 주지가 된 선사가 처음으로 법좌에 올라 설법하는 의식이다. 관원과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임명 글을 읽고, 황제와 관원을 위해 향을 사르며, 법을 이어 준 스승을 위해서도 향을 올린다.

  3. 掉棒打月 도방타월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친다는 말이다. 아무리 애써도 닿지 않는 헛수고를 빗댄다. 선문에서는 말이나 알음알이로 본분을 붙잡으려는 일을 두고 흔히 쓴다.

  4. 楊岐方會 양기방회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992~1049)이다. 자명초원(慈明楚圓)의 법을 잇고 원주(袁州) 양기산에서 법을 폈다. 그 법맥을 양기파라 부르며, 백운수단(白雲守端)·오조법연을 거쳐 원오극근에게 이어졌다.

  5. 慈明楚圓 자명초원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986~1039)으로, 석상초원(石霜楚圓)이라고도 한다. 분양선소(汾陽善昭)의 법을 이었고, 그 문하에서 양기방회(楊岐方會)와 황룡혜남(黃龍慧南)이 나와 임제종의 두 갈래를 이루었다.

  6. 喝 할

    큰 소리로 꾸짖듯 내지르는 외마디 고함이다. 선문에서는 배우는 이의 분별과 망설임을 단번에 끊어 버리는 수단으로 쓴다. 임제(臨濟)가 특히 즐겨 써서, 덕산(德山)의 몽둥이(방, 棒)와 함께 '덕산방 임제할'이라 일컫는다. 임제는 할의 쓰임을 넷으로 나누어 보이기도 했다.

  7. 緇素 치소

    검게 물들인 옷(緇)과 흰 옷(素)이라는 뜻이다. 검은 옷을 입는 출가한 스님과 흰 옷을 입는 재가 신도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흑과 백, 옳고 그름을 가른다는 뜻으로도 쓴다.

이 편의 풀이 2건

교감광록本 병행편: 卷一 法華山證道禪院語錄 ‘次夜 小參’ 뒷부분(佛身充滿…양기·자명 三喝).
교감△ 이체·통용: 羣/群, 祇/只, 者/底, 裡/裏, 徧/遍 등.

주석 12교감 3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7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語錄』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語錄』. 門人 處凝 等編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