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원오심요 · 下권 44편
등상인(燈上人)에게 주는 글
示燈上人
풀이 5
鞠을 내 번역은 竟·窮(마침내)으로 읽어 '마침내 하나의 진실제로 돌아감'으로 옮겼고, 책은 掬(움켜쥐다)의 가차로 보아 '움켜쥐어 귀결시켰다'로 옮겼다. 앞 구 '無塵緣可得'(얻을 진연이 없음)과 정면으로 어긋나므로 문맥상 '끝내 귀결'이 옳다. 掬 가차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책 쪽이 과·오역에 가깝다.
'十八上'의 '上'은 나이 '~살 무렵'을 뜻하는 백화 어법이니 '열여덟 살에'가 옳고 내 번역과 일치한다. 책 '열여덟 차례만에'는 上을 횟수로 오독한 것으로 南泉의 상용 어투에 어긋난다.
풀이 1
'直下'는 '바로 그 자리에서·곧장'의 뜻이다. 책 '행리는 간결하나 깊숙하고 엄하다'는 直下의 즉하(卽下) 뜻을 버리고 '간결하나'라는 대비적 뉘앙스를 임의로 보탠 과의역이다.
이 편의 낱말 24
- 迥絕知見 형절지견
'형(迥)'은 아득히 멀다는 뜻이다. 분별과 알음알이(知見)를 까마득히 벗어남을 형용한다.
- 太虗 태허
태허(太虛)(끝없는 허공)와 같다. '허(虗)'는 '허(虛)'의 이체자이다.
- 杲日 고일
높이 떠 환히 밝은 해다. '고(杲)'는 해가 나무 위로 떠올라 밝다는 뜻이다. 선어록에서는 걸림 없이 밝은 마음의 비유로 쓴다.
- 不與萬法爲侶底人 불여만법위려저인
'만법(萬法)과 짝하지 않는 사람'이다. 방거사(龐居士)(방온(龐蘊))가 마조도일(馬祖道一)에게 '불여만법위려자시십마인(不與萬法爲侶者是什麼人)(만법과 짝하지 않는 자는 어떤 사람입니까)'이라 물은 데서 유래한다. 마조는 '대여일구흡진서강수(待汝一口吸盡西江水), 즉향여도(卽向汝道)(그대가 한 입에 서강 물을 다 마셔버리면 일러주겠다)'라 답하였다. '저(底)'는 '~하는'을 뜻하는 백화(白話) 어조사이다. 어떤 대상과도 상대하지 않는 절대 주체를 가리킨다.
- 正印一印印定 정인일인인정
바른 심인(心印)으로 도장 찍듯 한 번 찍어 인가(印可)하여 확정함이다. 선종의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인가를 도장(印)에 비유한 표현이다.
- 鞠歸一真實際 국귀일진실제
'국(鞠)'은 '마침내·끝내(=경(竟)·궁(窮))'의 뜻이니 국귀(鞠歸)는 마침내 돌아감이다. 일진실제(一真實際)는 하나의 진실한 실제(實際), 곧 진여실상(眞如實相)의 궁극 자리이다.
- 退步 퇴보
한 걸음 물러섬이다. 밖으로 치닫는 반연을 거두어 자기 근원을 돌이켜 살피는 선 수행의 공부로, 뒤의 휴헐(休歇)과 짝을 이룬다.
- 一日之功便抵一劫 일일지공편저일겁
하루의 공부가 한 겁(劫)에 맞먹는다는 말이다. 퇴보(退步)·휴헐(休歇)의 공효가 지극함을 강조한다.
- 南泉普願 남전보원
당나라의 선승(748~835)이다. 마조(馬祖)의 법을 잇고 남전산에 머물렀다. 속성이 왕씨여서 스스로 '왕 노사'라 했다. 고양이를 벤 일과 '평상심이 도'라는 말로 이름났고, 조주(趙州)가 그 제자다.
- 王老師十八上便會作活計 왕로사십팔상편회작활계
남전이 '나 왕노사는 열여덟에 이미 살림살이(活計) 지을 줄 알았다'고 한 말이다. '활계(活計)'는 살림살이·생계이나, 선가에서는 본분의 자유로운 작용(전신수용의 살림)을 비유한다. '십팔상(十八上)'의 '상(上)'은 '~살 무렵'을 뜻하는 백화 표현이다. 조작이 아닌 자연스러운 본분 작용을 뜻한다.
- 揭搦強爲 게닉강위
억지로 붙잡아 조작함이다. '게(揭)'는 들어올림이고 '닉(搦)'은 손으로 쥐거나 누름이니, 작위(作爲)·조작을 부정하는 말이다.
- 任運騰騰 임운등등
인연에 맡겨(任運) 걸림 없이 유유자적한 모양이다. '등등임운(騰騰任運), 임운등등(任運騰騰)'의 게송에서 온 선가 관용어이다.
- 無間力用 무간역용
간단(間斷) 없이 이어지는 힘의 작용, 곧 끊임없이 발현되는 본분의 대기대용(大機大用)이다.
- 不與萬法爲侶 불여만법위려
방거사(龐居士)가 마조(馬祖)에게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물은 문답이다. 마조는 '그대가 서강의 물을 한입에 다 마시면 일러 주겠다'고 답했고, 방거사는 그 말끝에 깨쳤다고 한다. 원오는 이 말을 온갖 것에 매이지 않는 본래의 사람을 가리키는 데에도 자주 쓴다.
- 淨倮倮 정라라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고 깨끗이 발가벗었다는 말이다. 아무것에도 가려지거나 기대지 않은 본래 마음의 맨모습을 그린다. 흔히 정라라적쇄쇄(淨倮倮赤灑灑)로 이어 쓴다.
- 休歇 휴헐
온갖 생각과 얽매임을 쉬어 그침을 이른다. 밖으로 찾아 헤매는 마음을 내려놓는 그 자리가 곧 깨달음이라는 뜻에서, 선문에서 공부의 요긴한 말로 썼다.
- 行履 행리
걸음걸이와 발자취, 곧 날마다 몸으로 행하며 살아가는 실제 모습을 이른다. 선문에서는 깨친 뒤의 수행과 처신, 그 사람의 살림살이를 두루 가리킨다.
- 塵緣 진연
티끌 같은 인연, 곧 빛깔·소리·냄새·맛·감촉·법이라는 여섯 경계(육진, 六塵)와 얽히는 인연을 이른다. 마음을 바깥으로 끌어내어 어지럽히는 세속의 인연을 가리킨다.
- 燈上人 등상인
원오 스님이 원오심요의 「시등상인」을 지어 준 승려이다. '상인'은 덕 높은 승려를 높여 부르는 말이고, '등'은 그의 법명 가운데 한 글자이다.
- 一段 일단
'한 가지 일'이라는 말이다. 선가에서는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는 근본 소식, 곧 본래면목 · 불성을 '이 한 가지 일'이라 부르며,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제 발밑에 본래 있는 것임을 강조할 때 쓴다.
- 如來正徧知覺 여래정편지각
부처의 열 가지 명호(如來十號) 중 '정편지(正徧知)(정변지, 산스크리트 samyak-saṃbuddha)'이다. '편(徧)'은 편(遍)(변)의 이체자이다. 온갖 법을 두루 바르게 아는 부처의 깨달음을 이른다.
- 天龍鬼神 천룡귀신
천룡팔부(天龍八部)와 귀신이다. 온갖 신령한 존재조차 무심한 사람의 마음 자취(起心行處)를 엿볼 수 없음을 말한다.
- 曹溪路 조계로
조계(曹溪)는 육조혜능(六祖慧能)이 주석한 소주(韶州)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이다. '조계로(曹溪路)'는 혜능이 연 남종선(南宗禪)의 정법(正法)의 길, 곧 조사선(祖師禪)의 대도를 상징한다.
- 淨裸裸·
迥絕知見 정라라·형절지견 '정라라'는 털끝만 한 가림도 없이 깨끗이 드러난 모양이고, '형절지견'은 앎과 견해가 미치지 못할 만큼 아득히 벗어나 있음을 이른다. 둘 다 본래 갖춘 근본 자리를 그릴 때 원오 스님이 즐겨 쓴 말로, '정라라 적쇄쇄(깨끗이 벗고 말끔히 씻은 듯함)'는 벽암록과 원오 어록에 거듭 나온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