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中 139

왕 제형이 산에 들자 상당 — 깃대를 넘어뜨리라

王提刑入山上堂

139.1
한문王提刑入山,上堂云:「祖師門下如箭中的,手辦眼親無得無失。」
번역왕제형(王提刑)이 산에 들어오자, 상당하여 말했다. 조사(祖師)의 문하는 화살이 과녁에 맞는 것과 같다. 손이 날래고 눈이 밝으면, 얻음도 없고 잃음도 없다.
쉽게 읽기왕 제형이 산에 들어오자 상당하여 말했다. 조사의 문하는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것과 같다. 손놀림이 능숙하고 눈이 밝으면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풀이 1
139.2
한문僧問:「朝蓋臨筵,清風匝座,學人上來請師決破。」師云:「殘臘一雨即漸迎春。」
번역어떤 스님이 물었다. “조정의 일산이 법석에 이르고, 맑은 바람이 자리를 두릅니다. 학인(學人)이 올라왔으니, 청컨대 스님께서 판가름해 밝혀 주십시오.” 선사가 답했다. “남은 섣달에 비가 한 번 오면, 차츰 봄을 맞는다.”
學云:「天垂寶蓋地布金蓮去也。」師云:「未為多在。」
스님이 말했다. “하늘이 보배 일산을 드리우고, 땅이 금 연꽃을 폅니다.” 선사가 답했다. “아직 많다 할 것도 못 된다.”
學云:「多底事作麼生?」師云:「人天眾前不欲造次。」
스님이 물었다. “많다는 그 일은 어떠합니까?” 선사가 답했다. “사람과 하늘(人天)의 대중 앞에서 경솔하게 굴고 싶지 않다.”
學云:「覺海波瀾增浩渺,釋天日月轉光輝。」師云:「也不消得。」
스님이 말했다. “깨달음의 바다(覺海)는 물결이 더욱 아득하고, 제석천(釋天)의 해와 달은 더욱 빛납니다.” 선사가 답했다. “그럴 것까지도 없다.”
쉽게 읽기어떤 승려가 물었다. “조정 관원의 일산이 법회 자리에 오시고 맑은 바람이 온 자리를 감돕니다. 제가 앞에 나왔으니 스님께서 분명하게 판가름해 주십시오.” 스님이 답했다. “섣달 끝자락에 비가 한 번 내리면 차츰 봄이 다가온다.” “하늘은 보배 일산을 드리우고 땅은 황금 연꽃을 깔아 놓은 듯합니다.” “아직 많다고 할 것도 없다.” “그 많다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사람과 하늘의 대중 앞에서 경솔하게 굴고 싶지 않다.” “깨달음의 바다는 물결이 더욱 넓고 아득해지고, 제석천의 해와 달은 더욱 환하게 빛납니다.” “그럴 것까지는 없다.”
139.3
한문乃舉:「阿難問迦葉:『世尊傳金襴外,別傳何物?』迦葉召阿難,阿難應喏,迦葉云:『倒却門前剎竿著。』又永嘉道:『建法幢,立宗旨,明明佛勅曹溪是。』」
번역이어 옛이야기를 들어 보였다. 아난(阿難)이 가섭(迦葉)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금란가사(金襴袈裟)를 전하신 것 말고,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가섭이 “아난아!” 하고 부르자, 아난이 “예!” 하고 대답했다. 가섭이 말했다. “문 앞의 찰간대(剎竿)를 넘어뜨려라.” 또 영가(永嘉)가 말했다. “법의 깃발을 세우고 종지(宗旨)를 세우니, 분명하고 분명한 부처님의 칙명이 바로 조계(曹溪)다.”
쉽게 읽기이어서 옛 이야기를 들어 말했다. 아난이 가섭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금빛 가사를 전하신 것 말고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가섭이 “아난아!” 하고 부르자 아난이 “예.” 하고 대답했다. 가섭이 말했다. “문 앞의 깃대를 넘어뜨려라.” 또 영가 스님은 “법의 깃발을 세우고 근본 가르침을 세우니, 분명하고 분명한 부처님의 명령이 바로 조계다.” 하고 말했다.
풀이 4
⑤ 건법당 입종지(建法幢立宗旨)는 영가현각 「증도가」의 구절로, 조계(육조)의 종지를 세움을 이른다.
139.4
한문師云:「迦葉教倒却剎竿,永嘉又教立宗旨,且道倒底是?立底是?到者裏須是具擇法眼始得。
번역선사가 말했다. “가섭은 찰간대를 넘어뜨리라 가르쳤고, 영가는 또 종지를 세우라 가르쳤다. 자, 말해 보라. 넘어뜨리는 것이 옳은가, 세우는 것이 옳은가. 여기에 이르러서는 법을 가리는 눈(擇法眼)을 갖추어야 비로소 된다.
畢竟如何?倒也七縱八橫,立也二三成六,七峯閣上共談玄,一句一言清耳目。」
결국 어떠한가. 넘어뜨려도 이리저리 거침없고(七縱八橫), 세워도 둘에 셋이 여섯을 이룬다. 칠봉(七峯) 누각 위에서 함께 현묘한 이치를 이야기하니, 한 구절 한 마디에 귀와 눈이 맑아진다.”
쉽게 읽기스님이 말했다. “가섭은 깃대를 넘어뜨리라고 가르쳤고, 영가 스님은 또 종지를 세우라고 가르쳤다. 자, 말해 보라. 넘어뜨리는 것이 옳은가, 세우는 것이 옳은가? 여기에 이르면 법을 가려보는 눈을 갖추어야 비로소 된다. 결국 어떠한가? 넘어뜨려도 가로세로 자유자재요, 세워도 둘에 셋을 곱하면 여섯이다. 칠봉 누각 위에서 함께 깊은 도리를 이야기하니, 한 구절 한 마디에 귀와 눈이 맑아진다.”
풀이 1
해설왕제형(王提刑)이라는 관인의 방문에 맞춘 긴 상당이다. 조사 문하를 화살이 과녁을 맞히는 것에 비유해…

왕제형(王提刑)이라는 관인의 방문에 맞춘 긴 상당이다. 조사 문하를 화살이 과녁을 맞히는 것에 비유해 정확한 기봉을 강조하고, 이어지는 문답은 학인의 화려한 칭송(하늘의 보배 일산, 각해의 물결 등)을 선사가 '아직 많지 않다' '그럴 것도 없다'며 번번이 눌러 관념적 미화를 걷어 낸다. 후반에는 가섭이 아난에게 '찰간대를 넘어뜨리라(倒却剎竿)' 한 것과 영가의 '종지를 세우라(立宗旨)'를 대비시켜, 넘어뜨림과 세움의 어느 쪽이 옳은가를 물으며 택법안(擇法眼)을 요구한다. '넘어뜨림도 세움도' 다 자재하다는 결론과 칠봉 누각의 청담(淸談)으로 마무리해 양변을 초월한 자리를 가리킨다.

卷中 차례 (95단)

이 단의 낱말 9
  1. 提刑 제형

    제점형옥공사(提點刑獄公事)의 준말이다. 송나라 때 여러 고을을 묶은 '노(路)'마다 두어 형벌과 옥사를 살피고 관리들을 감찰하던 벼슬이다. 선사들을 찾아와 법을 묻던 사대부 가운데 이 벼슬에 있던 이가 많다.

  2. 帝釋 제석

    제석천(帝釋天)이다.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忉利天)의 임금으로, 범천과 함께 불법을 지키는 하늘의 신이다. 본디 인도 신화의 인드라(Indra)로, 경전에는 부처님의 설법 자리에 늘 나와 법을 듣고 공양하는 이로 나온다.

  3. 阿難 아난

    아난다(Ānanda). 다문제일(多聞第一), 부법 제2조다. 가섭에게서 법을 이었다.

  4. 摩訶迦葉 마하가섭

    마하가섭(摩訶迦葉)이다. 부처님의 큰 제자로, 욕심을 떨치는 두타(頭陀) 수행이 으뜸이었다. 영산에서 부처님이 꽃을 들어 보이자 홀로 미소 지어 법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선종에서는 인도의 첫 조사로 받들며, 금색두타라고도 부른다.

  5. 金襴 금란

    금란가사(金襴袈裟). 세존이 가섭에게 전한 금실 가사로 의발 전승의 표징이다.

  6. 倒卻剎竿 도각찰간

    아난(阿難)이 가섭(迦葉)에게 '세존께서 금란가사 말고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하고 묻자, 가섭이 '아난아!' 하고 불렀다. 아난이 '예' 하고 대답하자 가섭은 '문 앞의 찰간을 넘어뜨려라'라고 했다. 찰간은 절 앞에 세워 설법이 있음을 알리던 깃대다. 가섭이 아난에게 법을 전한 기연으로 꼽히는 공안이다.

  7. 永嘉玄覺 영가현각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천태 지관을 닦다가 조계로 육조혜능을 찾아갔다. 문답 끝에 인가를 받고 하룻밤 묵고 떠나 일숙각(一宿覺)이라 불렸다. 그가 지었다는 「증도가(證道歌)」 구절이 선문에서 널리 인용된다.

  8. 六祖慧能 육조혜능

    중국 선종의 여섯째 조사(638~713)다. 신주(新州)에서 나무를 팔던 사람으로,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황매(黃梅)의 오조 홍인(弘忍)을 찾아가 법을 이었다. 소주(韶州) 조계의 보림사(寶林寺)에서 가르침을 펴 '조계'라고도 불린다. 남종선을 열었고, 뒤의 선종 여러 갈래가 모두 그에게서 나왔다.

  9. 擇法眼 택법안

    법의 옳고 그름, 참과 거짓을 가려보는 눈이다. 스승의 말이 바른지 삿된지, 공안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가려내는 안목으로, 참선하는 이와 가르치는 이가 꼭 갖추어야 할 눈으로 일컬어진다.

서주백운산해회연화상어록 舒州白雲山海會演和尚語錄주석 6해설낱말 9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