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백운수단 광록 · 卷一 108

청을 받은 날 상당 — 사승은 서지 않되

受請日上堂 龍門有請師親赴

108.1
한문師受請日,上堂。僧問:龍門有請師親赴,法華今日事如何?師云:符到奉行。
번역선사가 청을 받은 날 상당했다. 한 승이 물었다. “용문이 청하여 스님이 몸소 가시니, 법화의 오늘 일은 어떠합니까?” 선사가 말했다. “공문이 이르면 받들어 행한다.”
僧云:恁麼則象王行處絕孤蹤。師云:你且寬心。
승이 말했다. “그렇다면 코끼리 왕이 가는 곳에는 여우 자취(狐蹤)가 끊깁니다.” “그대는 우선 마음을 놓아라.”
僧云:齋後相送。師云:三十年後。僧禮拜,師乃云:
승이 말했다. “공양 뒤에 배웅하겠습니다.” “삼십 년 뒤에.” 승이 절하자, 선사가 이에 말했다.
쉽게 읽기백운 스님이 용문사의 청을 받은 날 상당했다. 한 승려가 물었다. “용문에서 청하여 스님께서 몸소 가시게 되었습니다. 법화의 오늘 일은 어떻습니까?” 스님이 말했다. “공문이 오면 받들어 따를 뿐이다.” “그렇다면 코끼리 왕이 가는 곳에는 여우 발자국이 끊어지겠습니다.” “너는 우선 마음을 놓아라.” “공양을 마친 뒤에 배웅하겠습니다.” “삼십 년 뒤에나.” 승려가 절하자 스님이 말했다.
풀이 1
교감 · 孤蹤「孤蹤」 — 卍續藏 교주 ‘孤疑狐’(X69n1352 p0311b22)대로 ‘狐蹤’(여우 발자국)으로 읽음. 선가 관용구 ‘象王行處絕狐蹤’(코끼리 왕 가는 곳에 여우 자취 끊김). 원문 글자는 저본대로 둠.
108.2
한문拈花付囑,靈山謾說親承;就座多身,龍門別有一竅。
번역“꽃을 들어 부촉한 일은, 영산에서 몸소 이어받았다고 부질없이 말한다. 자리에 나아가 여러 몸으로 나눈 일은, 용문에 따로 구멍 하나가 있다.
到者裏,師承不立,代代相承,普應高低,宗風不墜。
여기에 이르면 스승을 이음(師承)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대로 서로 잇는다. 높고 낮음에 두루 응하여, 종풍이 떨어지지 않는다.
大眾!既是師承不立,為什麼却代代相承?
대중이여! 스승을 이음이 서지 않는다면서, 어째서 도리어 대대로 서로 잇는가?”
良久,云:葉零零兮秋暮半凋,花片片兮春暖齊發。
한참 있다가 말했다. “잎은 우수수, 가을이 저물어 반쯤 시들었다. 꽃잎은 팔랑팔랑, 봄이 따스해 한꺼번에 핀다.”
쉽게 읽기“꽃을 들어 법을 맡긴 일을 두고 영산에서 몸소 이어받았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말이고, 자리에 나아가 여러 몸으로 나투는 데는 용문에 따로 한 구멍이 있다. 여기에 이르면 스승에게서 이어받는다는 것이 서지 않으면서도 대대로 서로 이어지고, 높은 이 낮은 이에게 두루 응하여 종풍이 무너지지 않는다. 대중이여, 스승에게서 이어받는 것이 서지 않는다면서, 어째서 도리어 대대로 이어진다는 것인가?” 한참 말없이 있다가 말했다. “잎이 우수수 지니 늦가을에 반쯤 시들고, 꽃잎이 팔랑팔랑 날리니 따스한 봄에 한꺼번에 피어나네.”
풀이 1
① 師承不立, 代代相承사자상승의 자취를 세우지 않으면서도 대대로 이어짐 — 이심전심의 역설을 편다.

광록 卷一 차례 (121편)

이 편의 낱말 8
  1. 白雲守端 백운수단

    송나라 임제종 양기파의 선승(1025~1072)으로, 양기방회(楊岐方會)의 법을 이었다. 서주(舒州) 백운산 해회선원에 머물러 '백운'이라 불린다. 그 법이 오조법연(五祖法演)을 거쳐 원오극근(圜悟克勤)에게 이어졌으니, 원오에게는 스승의 스승이 된다.

  2. 龍門山 용문산

    서주(舒州)에 있던 산과 그 절이다. 북송 때 여러 선승이 주지를 지냈는데, 선록에서는 그 주지를 흔히 '용문'이라 불렀다. 백운수단의 제자 운개지본(雲蓋智本)이 처음 주지로 나선 곳이 여기이고, 뒤에 오조법연의 제자 불안청원이 주지가 되었다.

  3. 法華山 법화산

    서주(舒州)에 있는 산이다. 백운수단(白雲守端)이 이 산의 증도선원(證道禪院)에 머물며 법을 폈고, 그때 스스로를 '법화'라 일컬었다. 승천·원통에 이어 머문 곳이고, 그 뒤 용문·흥화·해회로 옮겼다.

  4. 三十年後 삼십년후

    '삼십 년 뒤'라는 말로, 선사들이 문답을 맺으며 흔히 썼다. 지금은 알아듣지 못해도 오랜 세월 공부한 뒤에야 알게 되리라는 뜻이다. 때로는 훗날 이 말을 들어 널리 펼 사람이 있으리라는 뜻으로도 쓴다. 운문(雲門) 스님이 즐겨 썼다.

  5. 拈華微笑 염화미소

    영산(靈山)의 법회에서 석가모니가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자, 모두 말이 없는데 가섭(迦葉)만 빙그레 웃었다는 이야기다. 부처는 이에 바른 법의 눈, 곧 정법안장(正法眼藏)을 가섭에게 맡겼다고 한다.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으로 법을 전한 일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6. 靈山 영산

    영취산(靈鷲山)의 준말이다. 인도 왕사성(王舍城) 곁의 산으로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곳이다. 석가가 꽃을 들자 가섭(迦葉)이 미소 지은 염화(拈花) 이야기의 무대이다.

  7. 師承 사승

    스승에게서 법을 이어받는 일, 또는 그렇게 이어 온 스승과 제자의 계보를 이른다. 선종에서는 스스로 깨쳤더라도 눈 밝은 스승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여겼다.

  8. 宗風 종풍

    한 종문(宗門)이나 한 스승이 이어 온 가르침의 기풍이다. 선문에서는 새로 법을 펴는 스승에게 '누구 집안의 노래를 부르고, 누구의 종풍을 이었는가' 하고 법을 이은 내력을 묻곤 했다.

서주 용문산 건명선원 어록 舒州龍門山乾明禪院語錄주석 1교감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8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門人 處凝 編 · 序 太原 王孜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