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39편

인서기(仁書記)에게 주는 글

示仁書記

이 편의 풀이 3
臨濟錄황벽불법무다자(黃檗佛法無多子) — 임제의현의 오도(悟道) 화두이다(臨濟錄). 원오가 벽암록(碧巖錄)에서 임제·황벽 공안의 착어(著語)로 반복 인용하였다.
金翅鳥擘海直取龍吞·峻截·大鵬金翅鳥 금시조벽해직취룡탄·준절·대붕금시조금시조벽해직취룡탄(金翅鳥擘海直取龍吞) — 원오가 준절(峻截)한 접화를 형용할 때 어록(語錄)·벽암록(碧巖錄)에서 즐겨 쓰는 대붕금시조(大鵬金翅鳥) 계열의 상투 비유이다.
臨濟錄황벽불법무다자(黃檗佛法無多子) — 임제의현의 오도(悟道) 화두이다(臨濟錄). 원오가 碧巖錄에서 임제·황벽 공안의 착어(著語)로 반복 인용하였다.
39.1
한문雪峰爲人,如金翅鳥擘海,直取龍吞。豈唯雪峰?
번역설봉(雪峰)이 사람을 대하는 솜씨는, 금시조(金翅鳥)가 바다를 갈라 곧바로 용을 잡아 삼키는 것과 같았다. 어찌 설봉뿐이겠는가?
從上大有道之士蘊兼利並照老作家手段者,莫不皆然。
예로부터 크게 도(道)를 지닌 이들, 예리함을 아우르고 두루 비추는 노련한 작가(作家)의 솜씨를 갖춘 이들은 모두 그러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蓋不直截、不盡力,如銀山鐵壁,峭㧞則鈍置去。
是故臨濟、德山行棒行喝下毒手腳,正欲大心、大器、大根者向上承當,應不令人只認目前光影、口頭聲色也。
그러므로 임제(臨濟)와 덕산(德山)은 방(棒)을 휘두르고 할(喝)을 내지르며 독한 수를 썼다. 바로 큰 마음, 큰 그릇, 큰 근기를 지닌 이가 향상(向上)의 자리에서 떠맡게(承當) 하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저 눈앞의 빛과 그림자, 입가의 소리와 빛깔만 붙들어 알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쉽게 읽기설봉이 사람을 가르치는 방식은 남달랐다. 마치 날개가 금빛인 큰 새 금시조가 바다를 갈라 곧장 용을 붙잡아 삼키는 것 같았다. 이는 설봉만이 아니다. 예로부터 도를 크게 지닌 이들은 모두 그러하였다. 그들은 날카로움을 아우르고 두루 비추는 노련한 솜씨, 곧 참된 작가의 수단을 갖춘 사람들이다. 무릇 곧바로 끊어 내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은산철벽처럼 가파르게 솟은 자리 앞에서 도리어 우둔하게 주저앉고 만다. 그러므로 임제와 덕산은 몽둥이질인 방을 휘두르고 고함인 할을 내질렀다. 이렇게 매서운 수단을 쓴 데에는 까닭이 있다. 큰 마음과 큰 그릇과 큰 근기를 지닌 사람에게, 곧장 위로 나아가는 향상의 자리에서 제 본분의 일인 본분사를 짊어지게 하려 함이었다. 사람들이 그저 눈앞의 빛과 그림자, 입가의 소리와 빛깔에만 붙들리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원문 '蓋不直截、不盡力…峭㧞則鈍置去'는, 銀山鐵壁을 뚫어야 할 관문으로 두고 직절·진력하지 못하면 鈍置에 주저앉는다고 새긴 자체역과, '완둔한 공부를 지어갔기'로 통사 구조를 달리 잡은 책의 새김이 모두 '직절·진력하지 못하면 鈍置에 떨어진다'는 취지에서 양립한다. 결정적 전거가 없어 ‘두 읽기가 다 성립함’로 유지하되, 자체역 쪽이 간명하고 정확하다.
39.2
한문所以道:向上一路,千聖不傳。若是箇漢,聊聞舉著便透徹去,終不守他窠臼、取他死語也。
번역그래서 말했다. “향상의 한 길(向上一路)은 천 명의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제대로 된 사내라면, 화두를 들어 보이는 것을 잠깐 듣기만 해도 곧 사무쳐 꿰뚫는다. 끝내 남의 틀(窠臼)을 지키지 않고, 남의 죽은 말을 붙들지 않는다.
且行棒行喝落在什麼處?若不明得直取龍吞意,則又紛紛紜紜去也。
자, 방을 휘두르고 할을 내지르는 것은 어디에 떨어지는가? ‘곧바로 용을 잡아 삼킨다’는 뜻을 밝히지 못하면, 또 어지럽게 흩어져 버린다.
大丈夫漢己靈猶不重,何況取他人路布爲自己胷襟?
대장부는 자기의 신령함(己靈)조차 오히려 무겁게 여기지 않는다. 하물며 남이 벌여 놓은 말(路布)을 가져다 제 가슴속으로 삼겠는가?
쉽게 읽기그래서 옛말에 “향상의 한 길은 천 명의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참된 사람은 다르다. 스승이 화두를 슬쩍 들어 보이기만 하여도 곧 사무쳐 꿰뚫는다. 끝내 남의 낡은 둥지 같은 소굴을 지키지 않고, 남의 죽은 말을 붙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방을 휘두르고 할을 내지름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곧장 용을 붙잡아 삼킨다’는 그 뜻을 밝히지 못하면, 다시 어지럽게 흩어져 버릴 뿐이다. 대장부는 자기의 신령한 본성조차 무겁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 남이 벌여 놓은 말을 가져다 제 가슴에 담겠는가.
풀이 2
向上事향상일로(向上一路),천성불전(千聖不傳) — 반산보적 어구(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7 '향상일로(向上一路),천성불전(千聖不傳),학자로형(學者勞形),여원착영(如猿捉影)')에서 유래하며, 원오도 벽암록(碧巖錄)·원오어록(圜悟語錄)에서 향상사(向上事)를 논할 때 상용하였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 '聊聞舉著便透徹去'에서 舉著는 語錄의 상용 구문('纔聞舉著·聊聞舉著')에 비추어 '화두가 거론됨'을 뜻하는 표준 어법이므로, '화두를 들어 보이는 것을 듣기만 하여도 곧 꿰뚫는다'로 새긴 자체역이 옳다. 舉著를 듣는 이의 별도 동작으로 끊어 '듣자마자 들어보이고'로 새긴 책은, 뒤이은 便透徹의 연속 주체와 맞지 않아 옳지 않다.
39.3
한문直須不受人瞞,昂藏特立,截卻從來依倚,擺撥理性玄妙動用,作略體本分事。
번역반드시 남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우뚝하게 홀로 서서, 지금껏 기대어 온 것을 끊어 버려야 한다. 이치와 성품(理性), 현묘함, 움직임과 작용(動用), 수단(作略)을 떨쳐 버리고, 본분사(本分事)를 몸소 체득해야 한다.
既體得到本分處,只曲肱而枕,亦是箇大快活人。
본분의 자리에 이르러 체득했으면, 그저 팔을 굽혀 베고 누워도 크게 쾌활한 사람이다.
若不了,泯然、冥然、迢然恁麼去,纔回頭覰捕,有纖毫疑間則沒關涉也。
만약 깨쳐 마치지 못한 채, 아득하게, 어렴풋하게, 까마득하게 그렇게 지내다가, 겨우 고개를 돌려 엿보아 붙잡으려 할 때 터럭만큼이라도 의심의 틈이 있으면, 곧 아무 상관이 없게 된다.
쉽게 읽기모름지기 남에게 속지 말라. 우뚝하고 드높이 홀로 서야 한다. 지금껏 기대어 온 것들을 모두 끊어 버려라. 머리로 따지는 이치와 그럴듯한 움직임과 작용, 솜씨까지 떨쳐 내라. 그러고 나서 제 본분의 일을 몸소 몸에 익혀야 한다. 이미 본분의 자리에 이르러 그것을 얻고 나면, 그저 팔을 굽혀 베고 눕더라도 크게 즐거운 사람이다. 만약 이를 환히 알지 못하면 어찌 되는가. 아득하고 어렴풋하며 까마득하게 지내다가, 겨우 고개를 돌려 엿보아 붙잡으려 할 때 터럭만 한 의심이라도 남으면, 곧 아무 상관 없는 일이 되고 만다.
풀이 2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擺撥理性玄妙動用
책은 '계략하던 행동'으로 理性을 '이치', 動用을 '계략하던 행동'으로 새겼다(과의역). 사용자는 理性·玄妙·動用을 축자적으로 병렬해 새겨 더 정확하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泯然、冥然、迢然恁麼去
泯·冥·迢 세 부사는 미혹이 지속되는 상태(아득히·어렴풋이·까마득히 그렇게 지냄)를 나타내는 병렬 수식이다. 책은 '그윽하지 못하다면'으로 冥然을 부정 조건절로 잘못 끊어 새겼다(과의역·오독). 사용자 번역이 정확하다.
39.4
한문豈不見臨濟道:元來黃蘗佛法無多子。參!
번역어찌 보지 못했는가? 임제가 말했다. “원래 황벽(黃蘗)의 불법이 별것 없구나.” 참구하라!
쉽게 읽기어찌 보지 못하였는가. 임제가 이렇게 말하였다. “원래 황벽의 불법도 별것 아니었구나.” 참구하라.
풀이 2
臨濟義玄 임제의현臨濟가 高安 大愚의 말끝에 크게 깨치고 한 말 '元來黃蘗佛法無多子'(『臨濟錄』 行錄 T47n1985_p0504c19; 『景德傳燈錄』 권12 T51n2076_p0299b28).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19
  1. 雪峰義存 설봉의존

    설봉의존(雪峰義存, 822~908)이다. 당나라 말의 선승으로 천주(泉州) 남안(南安) 사람이다. 덕산(德山)의 법을 이었고, 복주(福州) 설봉산에 머물며 많은 제자를 길렀다. 제자 운문(雲門)과 현사(玄沙)의 계통에서 운문종과 법안종이 나왔다.

  2. 作家 작가

    선가에서 솜씨와 안목을 두루 갖춘 노련한 스승을 이른다. 배우는 이의 됨됨이를 꿰뚫어 보고 자유자재로 이끄는 사람이다. 오늘날 글 쓰는 사람을 뜻하는 '작가'와는 뜻이 다르다.

  3. 銀山鐵壁 은산철벽

    은으로 된 산, 쇠로 된 벽이라는 말이다. 머리로 헤아려서는 도무지 뚫을 수 없는 꽉 막힌 관문을 비유한다. 『벽암록』은 뚫기 전에는 은산철벽 같지만, 뚫고 나면 제가 바로 그 벽이라 했다.

  4. 目前光影·口頭聲色 목전광영·구두성색

    목전광영·구두성색. 눈앞의 빛과 그림자, 입가의 소리와 빛깔. 알음알이(知解)와 언어문자에 매인 헛것을 이른다.

  5. 向上一路·千聖不傳 향상일로·천성불전

    '위로 향하는 한 길은 천 명의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깨달음의 마지막 자리는 말이나 가르침으로 건네줄 수 없고 스스로 사무쳐야 한다는 뜻이다. 반산보적(盤山寶積)의 법문에서 나왔다.

  6. 己靈 기령

    기령(己靈). 자기 본래의 신령한 성품(自己靈性), 곧 본지풍광(本地風光)(본래 면목)이다.

  7. 昂藏特立 앙장특립

    앙장특립(昂藏特立). 우뚝하고 드높이(昂藏) 그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홀로 우뚝 섬(特立). 대장부의 기상을 형용한 말이다.

  8. 曲肱而枕 곡굉이침

    팔을 굽혀 베개 삼음. 논어(論語) 술이(述而)의 '반소식음수(飯疏食飲水),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낙역재기중의(樂亦在其中矣)'에서 온 것으로, 가난 속의 안락(安樂)·무사자재(無事自在)한 삶을 이른다.

  9. 臨濟義玄 임제의현

    임제의현(臨濟義玄, ?~866)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황벽(黃檗)의 법을 이었고 임제종을 열었다. 황벽에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은 뒤 대우(大愚)의 말끝에 깨쳤다. 벼락 같은 고함으로 학인을 이끌어 임제할(臨濟喝)로 이름났다.

  10. 黃蘗佛法無多子 황벽불법무다자

    '원래 황벽(黃檗)의 불법도 별것 아니었구나'. 임제가 황벽희운 문하에서 세 번 방(棒)을 맞고 대우(大愚)에게 갔다가 돈오(頓悟)한 뒤 내뱉은 말이다(臨濟錄). 불법이 밖에 따로 대단한 것으로 있지 않음을 이른다. 벽(蘗)은 벽(檗)의 이체자이다.

  11. 德山宣鑑 덕산선감

    덕산선감(德山宣鑑, 782~865)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용담숭신(龍潭崇信)의 법을 이었다. 『금강경』에 밝아 주금강이라 불렸다. 용담이 건넨 촛불을 불어 끄는 순간 깨치고, 지니던 『금강경』 주석서를 불살랐다. 몽둥이로 제자를 다그친 덕산방(德山棒)으로 이름났다.

  12. 窠臼 과구

    새 둥지와 절구의 우묵한 자리라는 뜻으로, 굳어 버린 틀이나 판에 박힌 격식을 이른다. 선에서는 이런 틀에 매이는 것을 경계하며, 틀에 갇히지 않음을 '무과구(無窠臼)'라 한다.

  13. 行棒行喝 행방행할

    방(棒)을 쓰고 할(喝)을 한다는 말이다. 몽둥이로 치고 크게 소리쳐, 말과 생각에 매인 학인을 단번에 깨우치는 수단이다. 덕산(德山)의 방과 임제(臨濟)의 할이 이름났다.

  14. 金翅鳥 금시조

    가루라(garuḍa)의 의역이다. 대붕금시조(大鵬金翅鳥)라고도 한다. 날개로 바다를 갈라(擘海) 용을 낚아채 삼킨다는 신화의 새로, 선문에서 곧바로 핵심을 낚아채는 준절(峻截)(가파르게 끊음)한 접화(接化) 수단의 비유이다.

  15. 路布 노포

    노포(路布). 벌여 놓은 언구(言句)·시설(施設). 남이 펼쳐 놓은 말의 배치·방편을 이르는 선림 용어이다.

  16. 仁書記 인서기

    원오가 원오심요의 「인서기에게 주는 글」을 지어 준 승려 '인'이다. 서기는 선원에서 문서와 편지를 맡던 소임으로, 서쪽 줄 소임자(두수)의 하나이다.

  17. 參 참

    참(參). '참구(參究)하라'. 화두(話頭)를 붙들고 궁구하라는, 법어 말미의 당부 상투어이다.

  18. 向上一路·向上事 향상일로·향상사

    모든 단계와 언설을 넘어 곧장 위로 뚫고 오르는 한 길, 또 그 본분의 일. 盤山寶積의 上堂語 '向上一路,千聖不傳,學者勞形,如猿捉影'(『景德傳燈錄』 권7, T51n2076_p0253b13)에서 나왔으며, 圜悟도 『碧巖錄』·語錄에서 向上事를 말할 때 즐겨 쓴다.

  19. 金翅鳥擘海直取龍吞·峻截·大鵬金翅鳥 금시조벽해직취룡탄·준절·대붕금시조

    金翅鳥(大鵬金翅鳥)가 바다를 쪼개 곧장 용을 잡아 삼킨다는 말. 머뭇거림 없이 곧바로 끊어 들어가는 峻截한 接化의 비유로 圜悟가 즐겨 쓴다(『圜悟佛果禪師語錄』 권7, T47n1997_p0742c15; 『碧巖錄』 제57칙 評唱, T48n2003_p0191a25).

이 편의 풀이 3건

臨濟錄황벽불법무다자(黃檗佛法無多子) — 임제의현의 오도(悟道) 화두이다(臨濟錄). 원오가 벽암록(碧巖錄)에서 임제·황벽 공안의 착어(著語)로 반복 인용하였다.
金翅鳥擘海直取龍吞·峻截·大鵬金翅鳥 금시조벽해직취룡탄·준절·대붕금시조금시조벽해직취룡탄(金翅鳥擘海直取龍吞) — 원오가 준절(峻截)한 접화를 형용할 때 어록(語錄)·벽암록(碧巖錄)에서 즐겨 쓰는 대붕금시조(大鵬金翅鳥) 계열의 상투 비유이다.
臨濟錄황벽불법무다자(黃檗佛法無多子) — 임제의현의 오도(悟道) 화두이다(臨濟錄). 원오가 碧巖錄에서 임제·황벽 공안의 착어(著語)로 반복 인용하였다.

문단 4국역본 대조 4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19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