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34편

월선인(月禪人)에게 주는 글

示月禪人

34.1
한문昔曹山別悟本,問:向甚處去?山云:不變異處去。
번역옛날 조산(曹山)이 오본(悟本)과 헤어질 때, 오본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조산이 말했다.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 곳으로 갑니다.”
本云:不變異處豈有去耶?山云:去亦不變異。悟本領之。
오본이 말했다.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 곳에 어찌 감이 있겠는가?” 조산이 말했다. “가는 것도 변하여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본이 옳다고 인가했다.
蓋其透得綿密無間隔,得大安穩,無所不通,
대개 그는 빈틈없이 촘촘하여 조금도 틈이 없는 데까지 사무쳐 얻었다. 그래서 크게 편안함을 얻어 통하지 않는 데가 없었다.
是故機路灑落,千人萬人籠羅不住,至於發言直截,了無凝滯。
그러므로 그 기틀의 길이 시원하게 트여, 천 사람 만 사람이 그물을 씌워도 붙들어 두지 못했다. 말을 낼 때에도 곧바로 끊어, 조금도 막힘이 없었다.
若胷次稍有解會,隨處執著,則豈能句下便恁剪斷?
만약 가슴속에 조금이라도 알음알이가 있어 가는 곳마다 붙든다면, 어찌 한마디 말 아래에서 그처럼 단칼에 끊어 낼 수 있겠는가?
쉽게 읽기옛날 조산본적이 동산양개, 곧 오본과 헤어질 때였다. 오본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조산이 답하였다.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 곳으로 갑니다.”오본이 다시 물었다.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 곳에 어찌 감이 있겠는가?” 조산이 답하였다. “가는 것 또한 변하여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본이 그 답을 옳다고 인가하였다. 조산은 빈틈없이 촘촘하여 조금의 틈도 없는 자리를 사무쳐 얻은 사람이다. 그래서 크나큰 편안함을 얻어 통하지 않는 데가 없었다. 그 기틀의 작용도 시원하게 트였다. 천 사람 만 사람이 그물로 씌워도 그를 붙들어 두지 못하였다. 말을 낼 때에도 곧바로 끊어 조금의 막힘도 없었다. 만약 가슴속에 알음알이의 이해가 조금이라도 남아 곳곳마다 집착한다면, 어찌 한마디 말 아래에서 그처럼 단칼에 끊어 낼 수 있겠는가?
풀이 7
曹山本寂 조산본적悟本은 洞山良价의 諡號(『景德傳燈錄』 권15 '勅諡悟本大師'). 문답은 같은 책 권17 曹山章에 있다.
洞山良价 동산양개『景德傳燈錄』 권17 曹山本寂章: '洞山問 什麼處去 曰不變異處去 洞山云 不變異豈有去耶 師曰 去亦不變異'(T51n2076_p0336a11). 원오는 '悟本領之'(동산이 인정함)로 맺는다.
燈錄 등록曹山本寂이 스승 洞山良价(諡 悟本大師)를 하직할 때의 문답 '不變異處去…去亦不變異'. 『景德傳燈錄』 권17 曹山章(T51n2076_p0336a12)·『五燈會元』 권13(X80n1565_p0264a07).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悟本領之
領之는 알아듣고 옳다고 인가함이다. 자체역 '옳다고 인가했다'는 스승(悟本大師 洞山)이 제자 曹山의 답을 印可한 문맥을 살렸고, 책 '알아차렸다'는 領의 인가 뉘앙스가 약하나 領會의 뜻으로 보면 오역은 아니다. 어느 한쪽을 확정할 결정적 전거가 없어 양립한다.
34.2
한문善體此意,真不變異,雖千生萬劫,亦只如如頭緒紛然,一一當陽皆無變異,豈非得如空際大定耶?
번역이 뜻을 잘 몸으로 알면, 참으로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천 생 만 겁을 지나도 다만 여여(如如)할 뿐이다. 실마리가 어지러이 얽혀 있어도, 하나하나가 환히 드러나 모두 변하여 달라짐이 없다. 어찌 허공 끝과 같은 큰 선정(大定)을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所以道:妙體本來無處所,通身那更有縱由。則去亦不變異之旨明矣。
그래서 말했다. “묘한 본체는 본래 있는 곳이 없으니, 온몸에 어찌 다시 자취가 있겠는가.” 그러니 ‘가는 것도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하다.
쉽게 읽기이 뜻을 잘 몸에 새기면 참으로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비록 천 생 만 겁을 지나더라도 다만 여여할 뿐이다. 이는 언제나 한결같다는 말이다. 실마리가 어지러이 얽혀 있어도 하나하나가 밝은 햇살을 마주하듯 온전히 드러난다. 그러니 모두 변하여 달라짐이 없다. 이 어찌 저 허공 끝과 같은 큰 선정을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옛글에 “묘한 본체는 본래 있을 곳이 없으니, 온몸에 어찌 다시 자취가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러니 “가는 것 또한 변하여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하다.
34.3
한문釋迦老子道:我今爲汝保任此事,終不虗也。將知徹佛知見淵源,無不皆實。
번역석가 노인(釋迦老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그대들을 위해 이 일을 보증하니, 끝내 헛되지 않다.” 그러니 알아라. 부처의 지견(知見)의 근원을 사무치면, 모두 참되지 않은 것이 없다.
履踐到實處,凡所舉止,悉不落虗。一一透頂透底,邁古超今。
밟아 행하여 참된 자리에 이르면, 무릇 온갖 몸짓이 다 헛됨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정수리를 뚫고 밑바닥을 꿰뚫어, 옛을 넘고 지금을 뛰어넘는다.
求其形相,毫末了不可得。極其諦當,則喫飯著衣,四威儀中,全體成現。
그 형상을 찾으면 터럭 끝만큼도 끝내 얻을 수 없다. 그 참됨과 마땅함을 다하면, 밥 먹고 옷 입는 데서, 걷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몸가짐(四威儀) 속에서 온몸이 그대로 드러난다.
쉽게 읽기석가 노인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이 일을 보증하노니, 끝내 헛되지 않으리라.” 이로써 부처의 지견, 곧 부처의 지혜와 안목의 근원을 사무쳐 통하면, 모두가 참되지 않음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밟아 행하여 참된 자리에 이르면 온갖 몸짓이 다 헛됨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정수리를 뚫고 밑바닥을 꿰뚫어, 옛을 넘고 지금을 뛰어넘는다. 그 형상을 찾으려 하면 터럭 끝만큼도 끝내 얻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참됨과 마땅함을 지극히 하면, 밥 먹고 옷 입는 사이에도, 곧 걷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몸가짐 가운데 온몸이 온전히 이루어져 드러난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極其諦當,則喫飯著衣
極其諦當은 앞 구 '求其形相'과 대구를 이룬다. 求其形相이 '그 형상을 구하다'(動詞+其+목적어)이듯 極其諦當도 '그 진실합당함을 지극히 하다'로 動詞+其+목적어로 읽어야 하며, 뒤따르는 '則'이 조건절의 귀결을 표시하므로 조건으로 파싱한 자체역이 옳다. 極其를 명사구 주어('그 진실 합당함의 극치는')로 본 책은 求其/極其의 대구와 則의 구문을 함께 깨뜨려 성립하지 않는다.
34.4
한문要須保任鄭重,如獲至寶,將護長養,便得大力量。以之度世利物,靡所不堪,方爲佛子。不辜釋迦老子苦口,謂之知恩報恩也。
번역모름지기 지극한 보배를 얻은 듯 정중하게 보임(保任)해야 한다. 지키고 보살펴 오래 기르면, 곧 큰 힘을 얻는다. 그 힘으로 세상을 건지고 중생을 이롭게 하여 감당하지 못할 것이 없어야, 비로소 부처의 아들이다. 석가 노인의 간곡한 말씀을 저버리지 않는 것, 이것을 일러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다고 한다.
쉽게 읽기지극한 보배를 얻은 듯 정중하게 보임해야 한다. 보임이란 깨달은 자리를 잃지 않도록 지켜 길러 나가는 것이다. 그리하면 큰 힘을 얻는다. 이 힘으로 세상을 건지고 중생을 이롭게 하여 감당하지 못할 일이 없어야, 비로소 부처의 아들이 된다. 석가 노인의 간곡한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는 것, 이것을 일러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는다고 한다.
풀이 3
保任 보임원오(圜悟) 어록(語錄): 원오불과선사어록(圜悟佛果禪師語錄)의 여러 '시(示)○○선인(禪人)/거사(居士)' 법어에서 보임(保任)·장호장양(將護長養)·도세리물(度世利物)의 어법이 본편과 동일하게 쓰인다.
知恩報恩 지은보은'不辜釋迦老子苦口,謂之知恩報恩也'는 釋迦의 간곡한 말씀(苦口)을 저버리지 않는 것을 知恩報恩이라 한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23
  1. 洞山良价 동산양개

    당나라 선승(807~869)으로, 운암담성(雲巖曇晟)의 법을 이었고 조동종(曹洞宗)을 연 사람으로 받든다. 균주(筠州) 동산에서 크게 가르쳐 동산이라 불린다. 죽은 뒤 오본대사(悟本大師)라는 시호를 받아 오본이라고도 부른다. 조산(曹山)이 그의 제자다. 운문의 제자 동산수초(洞山守初)와는 다른 사람이다.

  2. 曹山本寂 조산본적

    조산본적(曹山本寂, 840~901)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동산양개(洞山良价)의 법을 이었고 무주(撫州) 조산에 머물렀다. 스승 동산과 함께 조동종(曹洞宗)의 조사로 받든다. 동산을 떠날 때 '변하지 않는 곳으로 간다'고 답한 문답이 이름났다.

  3. 綿密無間隔 면밀무간격

    면밀무간격. 빈틈없이 촘촘하여 조금의 틈도 없이 사무친 깨달음의 경지이다.

  4. 機路灑落 기로쇄락

    기로쇄락. 기로(機路)는 활발히 작동하는 기틀의 길이고, 쇄락(灑落)은 시원히 트여 어디에도 걸리지 않음이다.

  5. 籠羅不住 농라불주

    농라부주. 농라(籠羅)는 그물로 씌워 얽어맴이다. 천 사람 만 사람이 씌워도 그를 붙들어 가두지 못함을 이른다.

  6. 如如 여여

    있는 그대로 한결같아 변하지 않는 참모습을 이르는 말이다. 진여(眞如)와 같은 뜻으로, 차별 없이 평등한 본래의 성품을 가리킨다. 『금강경』의 ‘여여부동(如如不動)’이 잘 알려져 있다.

  7. 當陽 당양

    해를 정면으로 마주한 자리라는 뜻이다. 숨김없이 환히 드러난 바로 그 자리를 이르며, '당양하여 떠맡는다'처럼 그 자리에서 곧바로라는 뜻으로 쓴다.

  8. 如空際大定 여공제대정

    여공제대정. 허공 끝(空際)과 같이 가없고 흔들림 없는 큰 선정(禪定)이다.

  9. 妙體本來無處所·通身那更有縱由 묘체본래무처소·통신나경유종유

    '소이도(所以道)'로 인용된 게송 한 구이다. '묘한 본체는 본래 처소가 없으니 온몸에 다시 무슨 자취가 있으랴'는 뜻이다. 조동(曹洞) 계열 게송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출전은 미상이다.

  10. 佛知見 불지견

    불지견. 부처의 지혜와 안목이다. 법화경(法華經)의 개시오입불지지견(開示悟入佛之知見)(개시오입불지견)에 뿌리를 둔 말로, 그 연원을 사무치면 모두 참되다는 뜻이다.

  11. 保任 보임

    깨친 뒤에 그 자리를 잃지 않도록 잘 지키고 길러 가는 공부다. 흔히 보림이라고도 읽는다. 옛사람은 소 치는 이가 소를 지켜보아 남의 곡식을 밟지 않게 하듯 하라고 비유하였다.

  12. 將護長養 장호장양

    잘 지켜 보호하고 오래도록 길러 감. 깨달은 뒤 그 자리를 잃지 않도록 지키고 기르는 공부로, 보임(保任)과 짝지어 쓴다.

  13. 釋迦老子 석가노자

    석가노자. 석가모니 부처를 친근히 부르는 선가(禪家)의 호칭으로, '노자(老子)'는 노인이라는 뜻의 존칭이다.

  14. 知恩報恩 지은보은

    은혜를 알아 갚는다는 말이다. 대지도론은 이를 보살이 늘 생각하는 여덟 가지 법의 하나로 들고, 작은 은혜도 잊지 않는 것이라 풀었다.

  15.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6.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17. 燈錄 등록

    선종 스님들의 법의 계보와 문답을 차례로 적은 역사서를 두루 이르는 말이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을 비롯한 다섯 책이 대표적이며, 이를 하나로 엮은 것이 『오등회원(五燈會元)』이다.

  18. 四威儀 사위의

    걷고, 머물러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몸가짐이다. 곧 하루의 모든 움직임과 일상생활 전체를 이른다.

  19. 不變異處去·去亦不變異 불변이처거·거역불변이

    동산(洞山)이 하직하는 조산(曹山)에게 '어디로 가는가' 물은 데서 나온 이별 문답이다. 변하여 달라짐 없는 본체(本體)의 자리로 가되 그 감(去)조차 불변이라 하여, 거(去)와 주(住)·동(動)과 정(靜)이 둘 아님을 드러낸 공안(公案)이다.

  20. 領之 영지

    영(領)은 알아듣고 옳다고 인가(認可)함이다. 스승 오본(悟本)(동산(洞山))이 조산(曹山)의 답을 인가(印可)했다는 뜻이다.

  21. 縱由 종유

    종유. 자취·행방·종적이다. 문맥상 '종유(蹤由)(흔적)'와 통하는 말로 쓰였다.

  22. 我今爲汝保任此事終不虗也 아금위여보임차사종불허야

    부처가 '내 이제 그대들을 위해 이 일(깨달음의 자리)을 보증하니 끝내 헛되지 않다'고 한 말로 인용되었다. 보임(保任)의 확실함을 부처의 말로 뒷받침한 대목이다.

  23. 妙體本來無處所 묘체본래무처소

    '所以道'로 인용된 게송 한 구이다. '묘한 본체는 본래 처소가 없으니 온몸에 다시 무슨 자취가 있으랴'는 뜻이다. 曹洞(조동) 계열 게송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출전은 미상이다.

문단 4국역본 대조 2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3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