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65편

황성숙(黃聲叔)에게 드리는 글

示黃聲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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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한문相逢不拈出,舉意便知有。子細點檢,已是涉水拖泥,況其餘周遮,則通人分上宜乎峭絕,豈容紛拏?
번역서로 만나 집어내 보이지 않아도, 마음을 일으키기만 하면 곧 ‘그것이 있음’을 압니다(知有).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도 벌써 물을 건너고 진흙을 끄는 일입니다. 하물며 그 밖에 이러쿵저러쿵 늘어놓는 말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통한 사람(通人)의 자리에서는 마땅히 깎아지른 듯 끊겨 있어야 합니다. 어찌 어지러운 얽힘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쉽게 읽기서로 만나도 굳이 집어내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을 살짝 일으키기만 해도 곧 ‘그것이 있음’을 압니다. 그러나 이것도 찬찬히 따져 보면 벌써 물을 건너고 진흙을 끌고 다니는 꼴입니다. 하물며 그 밖에 이러쿵저러쿵 늘어놓는 군더더기 말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안목이 트인 사람의 자리에서는 마땅히 깎아지른 벼랑처럼 딱 끊겨 있어야 합니다. 어찌 어지러운 얽힘을 받아들이겠습니까.
풀이 4
知有 지유'相逢不拈出,舉意便知有'는 唐代부터 '古人有言'으로 문답에 오른 구절로, 『景德傳燈錄』 권18 長慶慧稜章 夾註에 保福이 '此是誰語'라 묻자 '丹霞語'라 했다고 한다. 『圜悟語錄』 권6 上堂에도 든다.
拖泥帶水 타니대수'已是涉水拖泥'는 拖泥帶水와 같은 뜻으로, 마음을 일으켜 '있음'을 아는 것조차 이미 군더더기라는 말이다.
65.2
한문蓋此箇獨許灑灑落落,雖電卷星馳,未免蹉過。只恁麼舉,覺過犯彌天。
번역무릇 이 일은 오직 씻은 듯 훌훌 벗어난 것만을 허락합니다. 번개가 휘말고 별이 내달리듯 빨라도, 어긋나 지나치고 맙니다. 그저 이렇게 마음을 들어 깨달으려 하기만 해도, 그 허물이 하늘에 가득합니다.
쉽게 읽기무릇 이 하나의 일은 오직 씻은 듯 훌훌 벗어나 걸림 없는 것만을 허락합니다. 번개가 몰아치고 별이 내달리듯 빠르다 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렇게 빨라도 어긋나 지나쳐 버리고 맙니다. 그저 이렇게 마음을 들어 깨달으려 드는 것만으로도, 그 허물이 온 하늘에 가득 차 버립니다.
풀이 4
電卷星馳 전권성치〔병렬용례〕 전광석화·성비전권(電光石火·星飛電卷) : 원오가 자주 쓰는 극속 비유이다. 본편 '電卷星馳'와 동형이며, 뒤의 '未免蹉過'와 결합해 '빠름조차 어긋남'을 지적하는 원오 특유의 어법이다.
舉覺 거각'只恁麼舉,覺過犯彌天'을 舉覺으로 이어 읽어, 들어 깨달으려는 그 일 자체가 이미 허물(過犯)이라 한다. CBETA의 구두는 '舉'와 '覺' 사이를 끊는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2) ‘두 읽기가 다 성립함’ 원문'舉覺'은 공안이나 마음을 들어(擧) 자각케 함(覺)을 뜻하는데, 舉의 주체가 원문에 명시되지 않는다. 학인이 스스로 마음을 일으켜 깨달으려 든다는 독법과 저자가 들어 보여 깨우치게 한다는 독법이 모두 성립하며, 어느 쪽을 확정할 결정적 전거가 없으므로 양립이독으로 둔다.
65.3
한문如未相逢、未舉意時,直下領略,存乎其人,不可更教形文彩作知解去也。珍重!珍重!
번역아직 서로 만나지 않고 아직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을 때 그 자리에서 곧장 알아차리는 일이라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달려 있는 일입니다. 다시 문채(文彩)로 모양을 지어 알음알이로 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몸조심하십시오.
쉽게 읽기만약 아직 서로 만나지도 않고 아직 마음을 일으키지도 않은 그때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아차린다면 어떻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그 사람에게 달린 일입니다. 다시 겉을 꾸미는 무늬로 모양을 내지 마십시오. 그렇게 꾸며서 알음알이에 떨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부디 몸조심하고 또 몸조심하십시오.
풀이 2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3)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원문'存乎其人'은 『周易·繫辭』의 '神而明之,存乎其人'에서 온 성어로, 그 일이 그 사람 여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현재 번역 '그 사람에게 달려 있는 일입니다'가 이 정통 관용을 따르므로 옳다. 存을 '남겨두다'로 읽어 '그 사람에게 남겨둘 것이요'로 옮긴 책은 문리는 통하나 성어 관용에서 이탈하므로 취하지 않는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4) ‘두 읽기가 다 성립함’ 원문'形文彩'는 形을 동사(문채로 모양을 지음)로 읽는 독법과 명사(형상과 문채의 병렬)로 읽는 독법이 모두 저본 '形'을 유지한 채 문리가 성립한다. 어느 한쪽을 확정할 전거가 없으므로 양립이독으로 둔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1
  1. 相逢不拈出 상봉불염출

    만나도 굳이 염제(拈提)(집어 들어 보임)하지 않음이다. 염(拈)은 염화미소(拈花微笑)의 염(拈)으로, 곧 공안을 들어 제시함이다.

  2. 知有 지유

    본래의 그 일, 곧 누구에게나 갖추어진 마음자리가 '있음'을 몸소 안다는 말이다. 남전(南泉)이 했다는 '모든 부처는 있음을 모르고, 고양이와 흰 소가 도리어 안다'는 말이 유명하다.

  3. 涉水拖泥 섭수타니

    진흙을 끌고 물을 건넘이다. 학인을 위해 낙초(落草)(방편으로 하강함)하여 스스로 더럽혀짐, 곧 군더더기 설명·노파심의 폄칭이다.

  4. 周遮 주차

    에두르며 장황히 늘어놓는 군소리·중언부언이다.

  5. 峭絕 초절

    깎아지른 절벽처럼 준절히 끊김이다. 언어·계교가 붙지 못하는 직하(直下)의 경지이다.

  6. 紛拏 분나

    어지럽게 뒤엉킨 얽힘이다.

  7. 灑灑落落 쇄쇄락락

    씻은 듯 깨끗하고 홀가분하여 아무 데도 걸림이 없는 모양이다. 마음에 한 점 티끌도 남기지 않고 시원스럽게 벗어난 경지를 이른다.

  8. 舉覺 거각

    마음이나 공안을 들어 올려 스스로 일깨우는 일이다. 화두를 놓치지 않고 들어 살피는 공부를 이를 때 쓴다.

  9. 過犯彌天 과범미천

    허물이 온 하늘에 가득 참이다.

  10. 文彩 문채

    문자적 수식·개념의 무늬이다. 선문은 '불섭문채(不涉文彩)'를 요한다.

  11.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2. 知解 지해

    알음알이, 곧 생각으로 따지고 헤아려 얻은 앎이다. 선문에서는 제 성품을 곧바로 보는 일을 가로막는다 하여 크게 경계한다. 육조혜능(六祖慧能)은 신회를 ‘지해종도(知解宗徒)’라 꾸짖었다.

  13. 珍重 진중

    ‘보배처럼 아껴 몸을 잘 돌보라’는 뜻의 인사말이다. 선원에서 법문을 마치거나 헤어질 때 하는 말로, 편지나 법어 끝에도 붙인다. 선사가 문답을 이 한마디로 끊어 맺기도 한다.

  14. 通人 통인

    도에 환히 통달하여 안목이 트인 사람이다. 겉모습에 속지 않고 참된 경지를 알아보는 이를 이른다.

  15. 拖泥帶水 타니대수

    진흙을 끌고 물을 묻힌다는 뜻이다. 말이나 방편이 군더더기로 늘어져 깔끔하지 못함을 이른다. 학인을 위해 일부러 방편에 내려오는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16. 心要·佛果圜悟真覺禪師心要 심요·불과원오진각선사심요

    원오의 서간·법어를 모은 2권이다. 제자 자문(子文) 등이 편집하였고 남송간본(동경대(東京大) 소장)이 현존한다. 각 편이 '시(示)○○'(아무개에게 보임) 형식으로 CBETA X1357에 수록되었다.

  17. 黃聲叔 황성숙

    원오가 훈시한 재가 사인으로 추정된다. '성숙(聲叔)'은 자(字)이다. 별도 전기·행장은 현존 등사(燈史)에 보이지 않아 미상이다(의심). 황정견(黃庭堅)(노직(魯直)·산곡(山谷))과는 다른 사람이다.

  18. 電卷星馳 전권성치

    번개가 말리고 별이 내달리듯 지극히 빠름이다. 전광석화(電光石火) 계열의 속도 비유이다.

  19. 蹉過 차과

    어긋나 지나쳐 버림, 곧 목전에서 놓침이다.

  20. 紛拏 분나

    어지럽게 뒤엉킨 얽힘이다.

  21. 文彩 문채

    문자적 수식·개념의 무늬이다. 선문은 '不涉文彩'를 요한다.

문단 3국역본 대조 3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1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