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59편

성연거사(性然居士)에게 드리는 글

示性然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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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
한문道山性與道合,喜恬靜,不尚藻飾,宿蘊深信,尤慕玄學。
번역도산(道山)은 성품이 도(道)와 맞아, 고요하고 담박한 것을 좋아했습니다. 겉치레를 높이 치지 않았습니다. 전생부터 쌓아 온 깊은 믿음이 있어, 특히 현묘한 배움(玄學)을 사모했습니다.
每宴寂,通宵徹夕,冥默內照,瑩徹如冰壺玉鑑,表裏洞然。
늘 고요히 앉아, 밤을 새워 새벽에 이르도록 말없이 잠잠한 가운데 안으로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 밝고 맑음이 얼음 담은 옥병 같고 옥거울 같아, 안팎이 환히 트였습니다.
而蔬食長齋,究向上宗乘,徧參知識,一以誠至,探窮有年歲矣。
그러면서 채식으로 오래 재계(齋戒)하며, 향상(向上)의 종승(宗乘)을 파고들었습니다. 두루 선지식(善知識)을 찾아뵙되 한결같이 정성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탐구한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쉽게 읽기도산은 성품이 도와 잘 맞아, 고요하고 담박한 것을 좋아했습니다. 겉을 꾸미는 일은 높이 치지 않았습니다. 전생부터 쌓아 온 깊은 믿음이 있어, 특히 현묘한 배움을 사모했습니다. 늘 고요히 앉아 좌선했습니다. 밤을 지새워 새벽에 이르도록, 말없이 잠잠한 가운데 안으로 마음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 밝고 맑음이 얼음을 담은 옥병이나 옥거울 같아, 안팎이 환히 트였습니다. 고기를 끊고 오래 재계하며, 위로 곧장 오르는 가장 높은 가르침을 파고들었습니다. 두루 선지식을 찾아뵙되 한결같이 정성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탐구한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풀이 2
玄學 현학'尤慕玄學'의 玄學은 魏晉 老莊의 현학보다 禪門의 현묘한 도리를 배우는 일로 읽힌다. 원오는 上41 「示樞禪人」에서도 '玄學之士'를 見性悟理하여 부처의 계단을 밟는 이로 쓰고(X69n1357 p0468b08), 이 편도 앞뒤로 '宿蘊深信' · 宴寂 · 冥默內照 · 究向上宗乘을 잇는다.
59.2
한문始則循見歷語句,合頭窠窟,八穴七穿,游歷築底,其志愈確。驀地脫去,直徹佛祖心性淵源,
번역처음에는 견해를 좇고 말과 글귀를 거치며, 그럴듯이 들어맞는 소굴(窠窟)에 빠졌습니다. 여덟 구멍 일곱 구멍을 뚫듯 이리저리 헤매며 밑바닥까지 파고들었습니다. 그럴수록 그 뜻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그러다 홀연히 벗어나, 곧바로 부처와 조사(祖師)의 심성(心性)의 근원에 사무쳤습니다.
深入理妙,踐履說宗二通,融攝涅槃生死,到身心一如勝淨之地,
이치의 오묘함에 깊이 들어, 몸소 밟아 행하고 종(宗)과 설(說) 두 가지에 다 통했습니다. 열반(涅槃)과 생사(生死)를 녹여 아우르고, 몸과 마음이 하나인(身心一如) 빼어나고 맑은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機智增明,頓轡自樂。久之,猶不自已,
근기(根機)와 지혜가 더욱 밝아져, 고삐를 멈추고 스스로 즐겼습니다. 그러나 오랜 뒤에도 스스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쉽게 읽기처음에는 남의 견해를 좇고 이런저런 말과 글귀를 거치며, 그럴듯이 들어맞는 말에 갇힌 소굴에 빠졌습니다. 여덟 구멍 일곱 구멍을 뚫듯 이리저리 헤매며 밑바닥까지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뜻이 더욱 굳세어져, 홀연히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그리하여 곧바로 부처와 조사의 마음자리, 그 근원에 사무쳤습니다. 깊이 이치의 오묘함에 들어 몸소 실천했습니다. 속으로 깨친 것과 그것을 말로 펴는 것, 이 두 가지에 다 통하여 열반과 나고 죽음을 원만히 아울렀습니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하나 된 수승하고 맑은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근기와 지혜가 더욱 밝아져, 잠시 고삐를 멈추고 스스로 즐겼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59.3
한문圖就諸方達道上上大機,碎佛見法見大用,明了上頭關捩展拓,烹煅鑪鞴,擺撥玄妙,擇摒廉纖,提持殺活綱宗,
번역여러 곳(諸方)에서 도를 통달한 이들의 최상의 큰 근기(上上大機)를 이루고자 했습니다. 부처라는 견해와 법이라는 견해(佛見法見)를 깨뜨리고, 큰 작용을 밝게 드러냈습니다. 가장 위의 관문(關棙)에서 화로와 풀무를 펼쳐 달구고 두드렸습니다. 현묘함마저 떨쳐 버리고, 자잘하고 미세한 것(廉纖)을 가려 치우고, 죽이고 살리는 벼리(殺活綱宗)를 들어 지녔습니다.
超脫聖賢閫域,正到辯邪正、識休咎、知進退、別機宜誠實之地。
그리하여 성현(聖賢)의 경계마저 뛰어넘었습니다. 바로 삿됨과 바름을 가리고, 길흉(休咎)을 알아보고, 나아가고 물러섬을 알고, 근기의 마땅함(機宜)을 가려내는 진실한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쉽게 읽기두루 여러 곳에서 도를 통달한 이들의 가장 뛰어난 큰 근기를 이루고자 했습니다. 부처라는 견해와 법이라는 견해를 깨뜨리고, 큰 작용을 환히 드러냈습니다. 가장 위에 있는 마지막 관문에서 화로와 풀무를 펼쳐 단련하고, 현묘함마저 떨쳐 버렸습니다. 자잘하고 미세한 것을 가려 물리치고, 죽이고 살리는 벼리를 굳게 붙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성인과 현인의 경계마저 뛰어넘었습니다. 바로 삿됨과 바름을 분별하고, 길흉을 알아보며, 나아가고 물러섬을 알고, 근기의 마땅함을 가려내는 진실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59.4
한문恰欲整安閑之車,游虗寂之境,徑直湊無爲無事,羅籠不住,呼喚不回,超毗盧,越釋迦,㽵嚴清淨自在大解脫之域。適以世緣,暫時挽綴,渠處之亦翛然。
번역바야흐로 편안하고 한가로운(安閑) 수레를 손질하여, 텅 비고 고요한 경계에 노닐려 했습니다. 곧바로 함도 없고 일도 없는(無爲無事) 자리로 나아가, 그물로도 가둘 수 없고 불러도 돌아오지 않으려 했습니다. 비로자나(毗盧)를 넘고 석가(釋迦)를 뛰어넘어, 청정하고 자재한 큰 해탈(大解脫)의 경계를 장엄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마침 세상 인연에 잠시 붙들려 얽매였으나, 그는 거기에 처하는 것도 유유자적(翛然)했습니다.
有志之士,以無量阿僧祇爲頃刻,當亦綽然遂本源爾。乘凉相過,遇紙筆作此。
뜻있는 선비는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 겁을 잠깐으로 여깁니다. 그도 마땅히 넉넉하게 본원(本源)을 이룰 것입니다. 서늘한 바람을 쐬러 들렀는데, 마침 종이와 붓이 있어 이 글을 짓습니다.
쉽게 읽기바야흐로 편안하고 한가로운 수레를 손질하여, 텅 비고 고요한 경계에 노닐고자 했습니다. 곧바로 아무 함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자리로 나아가려 하니, 그물이나 새장으로도 붙잡아 둘 수 없고, 불러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비로자나불을 넘어서고 석가모니를 뛰어넘어, 청정하고 걸림 없는 큰 해탈의 경계를 장엄하게 꾸미려던 참이었습니다. 마침 세속의 인연에 잠시 붙들려 얽매였으나, 그가 거기에 처하는 모습 또한 유유자적했습니다. 뜻있는 선비는 한량없는 아승기 겁을 순식간으로 삼습니다. 그러니 그 또한 마땅히 넉넉하게 본래의 근원을 이룰 것입니다. 서늘한 바람을 쐬며 찾아오셨는데, 마침 종이와 붓이 있어 이 글을 짓습니다.
풀이 2
羅籠不住 나롱부주'羅籠不住,呼喚不回'는 玄沙師備의 上堂語 '牢籠不肯住,呼喚不回頭'(『五燈會元』 권7)를 줄인 꼴이다. 『碧巖錄』 제62칙 평창은 이를 '玄沙云:羅籠不肯住,呼喚不回頭'로 든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7
  1. 玄學 현학

    그윽하고 오묘한 도리를 배우는 일이다. 흔히 위진 시대에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풀던 학풍을 이르지만, 선가에서는 현묘한 종지를 배우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2. 冰壺玉鑑 빙호옥감

    얼음 담은 옥병과 옥거울이다. 안팎이 맑고 투철한 심경의 비유이다(表裏洞然).

  3. 向上宗乘 향상종승

    부처와 조사의 자리마저 넘어선 그 위의 종지(宗旨)라는 말이다. 말과 단계로는 미칠 수 없는 선의 마지막 소식을 이르며, '사람과 경계는 알았으니 향상종승은 어떠합니까'처럼 문답에서 흔히 묻는다.

  4. 合頭窠窟 합두과굴

    합두어(合頭語)(그럴듯이 딱 들어맞는 말)에 안주하는 소굴이다. 참된 깨달음이 아닌 알음알이(情見)에 빠진 집착처를 폄하하는 선가 상용어이다(窠臼).

  5. 八穴七穿 팔혈칠천

    칠천팔혈(七穿八穴)이다. 언구를 이리저리 꿰뚫으며 헤매는 모습이다.

  6. 宗說二通 종설이통

    스스로 깨쳐 든 '종통'과 그것을 말로 펴는 '설통', 이 둘에 다 통함이다. 능가경에서 수행자의 두 가지 통함으로 든 말이며,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도 '종에도 통하고 설에도 통한다'는 구절이 있다.

  7. 身心一如 신심일여

    몸과 마음이 하나의 여여로 계합한 경지이다.

  8. 頓轡自樂 돈비자락

    말고삐를 멈추고 스스로 즐긴다는 말로, 공부가 어느 경지에 이르러 잠시 쉬며 그 맛을 누림을 이른다.

  9. 上上大機 상상대기

    최상근기의 큰 기용(機用)이다. 제방(諸方) 달도인(達道人)의 상상대기를 원만히 이룸이다.

  10. 佛見法見 불견법견

    '부처'라는 견해와 '법'이라는 견해이다. 부처나 진리를 붙들어 두는 생각도 미세한 집착이라 이마저 떨쳐야 한다. 남전(南泉)이 문수와 보현이 이 견해를 일으켰다며 벌한 말이 유명하다.

  11. 關捩 관열

    기관의 빗장·전환의 관문이다. '상두관려(上頭關棙)'은 최상의 전신처(轉身處)이다.

  12. 烹煆爐鞴 팽하로비

    화로와 풀무로 달구어 단련함이다. 학인을 단련하는 겸추로비(鉗鎚爐鞴)의 비유이다.

  13. 殺活綱宗 살활강종

    죽이고 살리는 솜씨를 종지의 벼리로 삼는다는 말이다. 배우는 이의 알음알이를 끊어 죽이는 칼과 다시 살려 내는 칼을 자재하게 쓰는 종사의 솜씨를 이른다. 원오는 벽암록 제12칙 수시에서 '사람을 죽이는 칼, 사람을 살리는 칼은 옛날의 법도요 오늘의 요체'라 하였다.

  14. 聖賢閫域 성현곤역

    성현의 문지방·경계이다. 그마저 뛰어넘음(超脫)을 말한다.

  15. 羅籠不住·呼喚不回 나롱불주·호환불회

    그물·새장에 갇히지 않고 불러도 돌아오지 않음이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활발발지(活潑潑地)를 나타내는 선록 상용구이다.

  16. 翛然 소연

    얽매임 없이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모양을 이른다. 『장자(莊子)』에서 참사람은 '훌쩍 가고 훌쩍 올 뿐'이라 한 데서 온 말이다.

  17. 阿僧祇 아승기

    asaṃkhya이다. 헤아릴 수 없는 무량의 겁이다. '무량아승기위경각(無量阿僧祇爲頃刻)'은 무량겁을 찰나로 삼는 향상의 시간관이다.

  18. 羅籠不住 나롱부주

    그물로도 새장으로도 가두어 둘 수 없다는 말이다. 어떤 말이나 틀, 경계에도 붙들리지 않고 자유로운 깨달은 이의 모습을 그린다. ‘천 사람 만 사람이 가두지 못한다’는 꼴로 자주 쓴다.

  19. 廉纖 염섬

    본래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를 이르는 말이다. 선어록에서는 자잘하고 번거로운 생각, 곧 미세한 분별이나 말의 군더더기를 가리킨다.

  20. 毗盧 비로

    비로자나불(毗盧遮那佛)을 줄인 말이다. 온 누리에 빛을 비추는 부처로, 진리 그 자체인 법신(法身)을 나타낸다. 선어록에서는 '비로자나를 넘어선다'처럼 부처의 경지에도 머물지 말라는 뜻으로 쓴다.

  21. 性然居士 성연거사

    원오가 원오심요의 「성연거사에게 드리는 글」을 지어 준 재가 제자이다. 글 첫머리의 '도산'이 그의 이름이나 호로 보인다. 원오는 그가 공부해 온 길을 차례로 적어 인가하였으며, 그 밖의 행적은 전하지 않는다.

  22. 道山 도산

    성연거사(性然居士)의 이름·호(號)로 읽는 것이 타당하다(문장의 주어). 지명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이하 '성여도합(性與道合)…희염정(喜恬靜)'의 서술 주체이므로 인명 주어이다.

  23. 宴寂 연적

    편안히 앉아 고요히 좌선함이다. 유마경(維摩經)의 '연좌(宴坐)'와 통하는 좌선어이다.

  24. 超毗盧越釋迦 초비로월석가

    비로자나불을 넘어서고 석가모니불마저 뛰어넘는다는 말로, 부처라는 이름에도 머물지 않는 향상의 한 길을 이른다. 한 스님이 운문 스님에게 '부처와 조사를 뛰어넘는 말이 무엇입니까' 묻자 '호떡'이라 답한 문답(벽암록 제77칙)의 '초불월조'와 같은 뜻이다.

  25. 關棙 관려

    기관의 빗장·전환의 관문이다. '上頭關棙'은 최상의 전신처(轉身處)이다.

  26. 休咎 휴구

    좋은 일과 궂은 일, 곧 길흉이다. '식휴구(識休咎)'는 길흉을 알아본다는 말로, 종사가 사람을 가려보는 안목을 들 때 '변사정(辨邪正)·지진퇴(知進退)·별기의(別機宜)'와 나란히 쓴다.

  27. 機宜 기의

    근기에 꼭 맞는 마땅함이다. '별기의(別機宜)'는 상대의 근기에 무엇이 마땅한지 가려낸다는 말로, '변사정(辨邪正)·식휴구(識休咎)·지진퇴(知進退)'와 나란히 쓴다.

문단 4낱말 27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