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45편

사선인(思禪人)에게 주는 글

示思禪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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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한문一切萬法,皆與自己無違無背,直下透脫成一片。從無始以來只恁麼,但恐當人自相違背,強生取捨,無事生事,所以不快活。
번역온갖 법(萬法)은 모두 자기와 어긋나지도 등지지도 않는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꿰뚫어 벗어나 한 조각을 이룬다. 시작 없는 옛적부터 다만 이러했다. 다만 그 사람이 스스로 어긋나고 등져, 억지로 취하고 버림을 일으키고, 일 없는 데서 일을 만들까 걱정이다. 그래서 시원하지 못한 것이다.
쉽게 읽기온갖 만법은 모두 나 자신과 어긋남도 등짐도 없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꿰뚫고 벗어나 한 덩어리를 이룬다. 시작 없는 먼 옛날부터 다만 이러하다. 걱정은 오직 그 사람이 스스로 어긋나고 등지는 것이다. 억지로 붙잡고 버리며, 일 없는 데에 일을 만든다. 그래서 시원하지 못하고 답답하다.
45.2
한문若能外絕攀緣,內忘己見,卽物是我,卽我是物,物我一如,洞然無際,則二六時中,四威儀內,一一皆壁立萬仞,何處有如許勞攘來?
번역밖으로 반연(攀緣)을 끊고 안으로 제 소견을 잊을 수 있다면, 사물이 곧 나요 내가 곧 사물이다. 사물과 내가 하나여서(物我一如), 훤히 트여 끝이 없다. 그러면 하루 열두 때,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四威儀) 가운데 낱낱이 모두 만 길 벼랑처럼 우뚝하다(壁立萬仞). 어디에 그토록 수고롭고 어지러운 일이 있겠는가.
쉽게 읽기밖으로 반연, 곧 바깥 경계에 매달리는 마음을 끊는다. 안으로 제 소견, 곧 나만 옳다는 생각을 잊는다. 이럴 수 있으면 사물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사물이다. 사물과 내가 하나로 여여한 자리에 이르면 훤히 트여 끝이 없다. 그리하면 하루 온종일 걷고 서고 앉고 눕는 낱낱이 모두 만 길 벼랑처럼 우뚝 서니, 이것이 곧 벽립만인이다. 그러니 어디에 그토록 수고롭고 어지러운 일이 있겠는가.
풀이 4
碧巖錄 벽암록'壁立萬仞'은 『碧巖錄』에도 垂示(제10칙)·著語(제28칙)·評唱(제39·49칙)에 거듭 나오고, '壁立千仞'도 여러 곳에 쓰였다(병렬용례).
碧巖錄 벽암록벽암록(碧巖錄) 제40칙(남전정전화(南泉庭前花)): 육긍대부(陸亘大夫)가 인용한 조법사(肇法師)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를 원오가 평창하였다. 본문 '즉물시아(卽物是我) 즉아시물(卽我是物)·물아일여(物我一如)'의 전거 배경(장자(莊子)·승조(僧肇) 계통의 능소불이)으로, 원오 자신이 즐겨 다루는 주제이다.
壁立萬仞 벽립만인벽암록(碧巖錄) 수시(垂示)·착어(著語)에 '벽립만인(壁立萬仞)'(헤아려 의논함을 불용하는 준초·절대의 격)이 거듭 나온다. 본문 '개벽립만인(皆壁立萬仞)'과 같은 어법·용례로, 원오 특유의 상투어임을 보인다.
物我一如 물아일여벽암록(碧巖錄) 第40則(南泉庭前花): 陸亘大夫가 인용한 肇法師 「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를 원오가 평창하였다. 본문 '卽物是我 卽我是物·物我一如'의 전거 배경(莊子·僧肇 계통의 능소불이)으로, 원오 자신이 즐겨 다루는 주제이다.
45.3
한문每見久參,凝神澄照既多時,雖然有箇入處,驀地便認一機一境,硬把住不受撥剔,此正大病也。要須銷融放下,自得大休歇處始得。
번역늘 보면 오래 참구한 이들이 있다. 정신을 모으고 맑게 비추기를 이미 오래 하여, 비록 들어간 곳(入處)은 있다. 그런데 문득 한 기틀 한 경계(一機一境)를 그것이라 여겨, 굳게 움켜쥐고 헤집어 걷어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큰 병이다. 반드시 녹여 없애고 놓아 버려, 스스로 크게 쉬는 자리(大休歇處)를 얻어야 비로소 된다.
쉽게 읽기매번 살펴보면 이런 이들이 있다. 오래 참선한 이들이다. 정신을 한데 모아 맑게 비추기를 오랜 세월 해 왔다. 비록 깨쳐 들어갈 자리는 얻었다. 그러나 문득 한 기틀 한 경계를 붙들고 굳게 움켜쥔다. 그러고는 헤집어 걷어내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큰 병이다. 모름지기 녹여 없애고 놓아 버려, 스스로 크게 쉬어 그친 자리를 얻어야 비로소 옳다.
풀이 2
大休歇處 대휴헐처원오 어록(語錄)·벽암록(碧巖錄) 평창의 '대휴대헐(大休大歇)·토(討)(득(得))개휴헐처(箇休歇處)' 류는 본문 '대휴헐처(大休歇處)'와 같은 뜻으로, 기경(機境)을 인(認)하는 것을 소융방하(消融放下)한 뒤의 구경(究竟) 안온처(安穩處)를 가리키는 원오 상용 표현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원문 '撥剔'을 책은 '뽑아냄'으로, 자체역은 '헤집어 걷어냄'으로 새겼다. 撥은 들추어 헤침, 剔은 도려내어 없앰을 뜻하여 두 글자가 함께 스승의 점검·타파를 가리키는바, 어느 한쪽으로 확정할 결정적 전거가 없어 두 새김이 양립한다. ‘두 읽기가 다 성립함’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4
  1. 無違無背 무위무배

    어긋남도 등짐도 없음이다. 만법(萬法)과 자기가 본래 일여(一如)여서 상대·배치가 없다는 뜻이다.

  2. 透脫成一片 투탈성일편

    꿰뚫어 벗어나 한 조각을 이룸이다. 능소·차별이 녹은 타성일편(打成一片)의 경지이다.

  3. 無事生事 무사생사

    일 없는 데에 일을 만듦이다. 본분 그대로면 될 것에 억지 조작(取捨分別)을 더한다는 뜻이다.

  4. 快活 쾌활

    시원스럽고 자유자재함, 곧 쇄탈자재(灑脫自在)이다. '불쾌활(不快活)'은 그 반대로 걸림에 막힘이다.

  5. 洞然無際 동연무제

    훤히 트여 끝이 없음이다. 일여(一如)의 경계가 걸림 없이 두루하다는 뜻이다.

  6. 四威儀 사위의

    걷고, 머물러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몸가짐이다. 곧 하루의 모든 움직임과 일상생활 전체를 이른다.

  7. 壁立萬仞 벽립만인

    만 길 낭떠러지처럼 우뚝 서 있다는 말이다. 알음알이나 말로는 붙을 데가 없는 깨침의 자리, 또는 그런 엄한 가르침을 이른다. 원오의 『벽암록』에도 자주 나온다.

  8. 勞攘 노양

    수고롭고 어지러움, 곧 분주한 번뇌(勞勞攘攘)이다.

  9. 久參 구참

    오래 참선한 이(老參)이다. '응신징조기다시(凝神澄照旣多時)'는 오래 정신을 모아 맑게 비추는 공부를 해 왔다는 뜻이다.

  10. 入處 입처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자리, 곧 처음 깨쳐 든 실마리를 이른다. 선에서는 입처를 얻은 뒤에도 거기 머물지 말고 끝까지 사무쳐야 한다고 가르친다.

  11. 一機一境 일기일경

    하나의 기틀(機)과 하나의 경계(境)이다. 스승이 학인을 이끌 때 내보이는 한 번의 몸짓이나 말을 가리킨다. 선에서는 그런 한 가지 작용에 매이는 것을 병으로 경계한다.

  12. 撥剔 발척

    헤집어 걷어냄이다. 잘못된 집착을 들추어 점검·타파함이다(불수발척(不受撥剔)=그 점검을 받아들이지 않음).

  13. 銷融放下 소융방하

    녹여 없애고 놓아버림이다. 집착한 기경(機境)을 소융(消融)하여 방하착함이다.

  14.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15. 二六時中 이육시중

    하루 열두 때 내내, 곧 온종일·언제나를 이른다. 옛날에는 하루를 열두 때로 나누었고, 이육(二六)은 2×6=12를 말한다. 선어록에서 일상의 모든 순간을 가리킬 때 늘 쓴다.

  16. 示思禪人 시사선인

    원오극근(圜悟克勤)이 사(思)라는 선승에게 써 준 법어의 제목이다. 선인(禪人)은 선을 닦는 수행승을 이른다. 사(思)가 어떤 사람인지는 전하지 않는다.

  17. 攀緣 반연

    마음이 바깥 대상에 기어오르듯 매달려 끌려가는 것이다. 『유마경』에서는 병의 뿌리가 이 반연에 있다고 했다.

  18. 物我一如 물아일여

    바깥 사물과 내가 하나여서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보는 나와 보이는 대상이 갈라지지 않은, 분별이 끊어진 경지를 이른다.

  19. 萬法 만법

    온갖 존재와 현상, 곧 일체제법(一切諸法)이다. '일체만법(一切萬法)'은 온갖 차별 현상을 통틀어 이른다.

  20. 無始以來 무시이래

    시작 없는 옛적부터이다. 본래 그러함(本來性)을 가리키는 상투어이다.

  21. 恁麼 임마

    '이러함/그러함'이다. 당송(唐宋) 선어록의 구어로 여시(如是)·저마(這麼)에 해당한다.

  22. 當人 당인

    당사자, 곧 바로 그 사람 자신(수행 주체)이다.

  23. 己見 기견

    자기 소견·아집, 곧 주관 망견이다. '내망기견(內忘己見)'은 안으로 자아적 견해를 잊음이다.

  24. 大休歇處 대휴헐처

    크게 쉬어 그친 자리이다. 경무사(更無事)의 구경(究竟) 안온처(安穩處)로, 대오 후의 구경휴헐(究竟休歇)이다.

문단 3국역본 대조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4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