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下 257

자복사에서 사서가 오다 — 화로 위의 눈 한 송이

資福專使持法嗣書至

257.1
한문資福專使持法嗣書至,師於法堂上受書,
번역자복(資福)에서 보낸 심부름꾼(專使)이 법을 이었다는 편지(法嗣書)를 가지고 오자, 선사가 법당에서 편지를 받았다.
쉽게 읽기자복사에서 보낸 심부름꾼이 법을 이었음을 알리는 편지를 가지고 오자, 스님이 법당에서 그 편지를 받았다.
257.2
한문拈起問專使云:「本無名字,什麼處得這箇來?」專使擬議,師云:「因誰致得?」
번역편지를 집어 들고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본래 이름이 없는데, 어디서 이것을 얻어 왔는가?” 심부름꾼이 머뭇거리자, 선사가 말했다. “누구로 말미암아 이리 되었는가?”
쉽게 읽기스님이 편지를 집어 들고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본래 이름도 글자도 없는데, 어디서 이것을 얻어 왔는가?” 심부름꾼이 머뭇거리자, 스님이 말했다. “누구 탓에 이렇게 되었는가?”
257.3
한문遂陞座,舉:「石頭問長髭:『什麼處來?』髭云:『嶺南來。』石頭云:『大庾嶺頭一鋪功德成就也未?』髭云:『成就久矣,只欠點眼在。』
번역마침내 자리에 올라 옛 이야기를 들어 보였다. 석두(石頭)가 장자(長髭)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장자가 답했다. “영남에서 옵니다.” 석두가 물었다. “대유령(大庾嶺) 마루의 불상 한 틀(一鋪功德)은 다 이루어졌는가, 아직인가?” 장자가 답했다. “이루어진 지 오래입니다. 다만 점안(點眼)이 빠졌을 뿐입니다.”
쉽게 읽기마침내 자리에 올라 옛 이야기를 들어 말했다. 석두 스님이 장자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장자 스님이 답했다. “영남에서 옵니다.” 석두 스님이 물었다. “대유령 고갯마루의 그 불상 한 폭은 다 이루어졌는가?” 장자 스님이 답했다. “다 이루어진 지 오래입니다. 다만 눈동자를 그려 넣는 일만 남았습니다.”
풀이 2
257.4
한문石頭云:『莫要點眼麼?』髭云:『便請。』石頭垂下一足,髭便禮拜,石頭云:『爾見箇什麼道理便禮拜?』髭云:『如紅爐上一點雪。』」
번역석두가 물었다. “점안을 해 주랴?” 장자가 답했다. “그리해 주십시오.” 석두가 한 발을 아래로 늘어뜨리자, 장자가 곧 절했다. 석두가 물었다. “그대는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절하는가?” 장자가 답했다. “벌겋게 단 화로 위의 한 점 눈(紅爐上一點雪)과 같습니다.”
쉽게 읽기석두 스님이 물었다. “눈동자를 그려 넣어 주랴?” 장자 스님이 답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석두 스님이 한쪽 발을 아래로 늘어뜨리자, 장자 스님이 곧 절을 했다. 석두 스님이 물었다.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절을 하느냐?” 장자 스님이 답했다. “벌겋게 단 화로 위에 떨어진 눈 한 송이 같습니다.”
257.5
한문師云:
번역선사가 말했다.
쉽게 읽기스님이 말했다.
풀이 1
257.7
한문知音瞥不瞥,
번역지음(知音)은 언뜻 알아보는가, 못 알아보는가.
쉽게 읽기소리를 알아듣는 벗은 언뜻이라도 보았는가.
257.8
한문龜毛扇子扇,
번역거북 털 부채(龜毛扇子)로 부치니
쉽게 읽기거북 털 부채로 부치니
257.9
한문泥牛一點血。」
번역진흙 소(泥牛)가 피 한 방울을 흘린다.”
쉽게 읽기진흙 소가 피 한 방울을 흘린다.”
해설자복(資福)에서 온 사자가 법사서(法嗣書, 법 계승을 확인하는 문서)를 전하는 자리에서, 법연은 '본래…

자복(資福)에서 온 사자가 법사서(法嗣書, 법 계승을 확인하는 문서)를 전하는 자리에서, 법연은 '본래 이름 없는데 이것을 어디서 얻어 왔느냐'고 물어 문서라는 형식 이전의 본분 소식을 짚는다. 이어 석두(石頭)와 장자(長髭)의 '점안(點眼)' 문답을 드는데, 석두가 발을 늘어뜨리자 장자가 절하고 '벌건 화로 위의 한 점 눈(紅爐上一點雪)'이라 답하는 대목이 핵심이다. 뜨거운 화로에 눈송이가 닿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듯 분별이 즉각 녹아버리는 소식을 가리킨다. 법연의 게송은 여기에 '거북 털 부채', '진흙 소의 피' 같은 있을 수 없는 이미지를 겹쳐, 언어로 잡히지 않는 그 자리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卷下 차례 (130단)

이 단의 낱말 11
  1. 專使 전사

    일 하나를 맡겨 특별히 보내는 심부름꾼이다. 선원에서는 새 주지를 모셔 오거나, 법을 이었음을 알리는 편지(사서)를 스승에게 전할 때 이렇게 사람을 보냈다. 받는 절에서는 정해진 예법으로 그를 맞았다.

  2. 法嗣書 법사서

    새로 절의 주지가 되어 법을 펴게 된 제자가, 자기가 누구의 법을 이었는지 밝혀 스승에게 올려 보내는 편지다. 줄여서 사서(嗣書)라고 한다. 이것을 받은 스승은 흔히 대중 앞에서 이를 알리고 법문을 했다.

  3. 石頭希遷 석두희천

    석두희천(石頭希遷, 701~791)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청원행사(青原行思)의 법을 이었다. 남악 형산(衡山)의 절 동쪽 너럭바위 위에 암자를 짓고 살아 '석두 화상'이라 불렸다. 『참동계(參同契)』를 지었고, 그 법맥에서 조동·운문·법안 세 종파가 나왔다.

  4. 長髭曠 장자광

    당나라 선승으로 석두희천(石頭希遷)의 법을 이었고, 담주(潭州) 유현(攸縣)에 머물러 장자 스님이라 불린다. 조계에서 육조의 탑에 절하고 돌아와 석두를 뵈었을 때 나눈 점안(點眼) 문답과 '벌건 화로에 떨어진 눈 한 송이'라는 말이 전한다.

  5. 嶺南 영남

    중국 남쪽 다섯 고개(오령)의 남쪽 땅, 지금의 광동·광서 일대를 이른다. 육조 혜능이 이곳 신주(新州) 사람이고, 혜능이 법을 편 조계(曹溪)도 이 땅에 있어, 선문에서 영남은 흔히 육조의 고장으로 일컬어진다.

  6. 大庾嶺 대유령

    강서(江西)·광동(廣東) 경계의 고개(유령(庾嶺)·매령(梅嶺))다. 혜능(慧能)이 남하하던 중 혜명(惠明)이 따라잡은 장소다. 전등록(傳燈錄)에는 '추축지대유령(追逐至大庾嶺), 사최선견(師最先見)'으로 나온다.

  7. 點眼 점안

    불상이나 불화를 다 만든 뒤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는 일이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참 불상이 된다고 여겨 지금도 점안식을 연다. 선문에서는 마지막 한 수로 배우는 이의 눈을 열어 주는 일에 견주어 쓴다.

  8.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벌겋게 달아오른 화로 위에 떨어진 눈 한 송이라는 뜻이다. 닿자마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 생각과 분별이 일어나는 즉시 녹아 아무 자취도 남지 않는 자리를 견준다. 석두와 장자(長髭)의 문답에서 장자가 한 말로 널리 알려졌다.

  9. 知音 지음

    소리를 알아듣는 이, 곧 나를 참으로 알아주는 벗이다. 백아(伯牙)의 거문고 소리를 종자기(鍾子期)만이 알아들었다는 옛이야기에서 나왔다. 선에서는 말 밖의 뜻을 알아보는 사람을 이른다.

  10. 龜毛兔角 귀모토각

    거북의 털과 토끼의 뿔이라는 뜻이다. 둘 다 이름만 있을 뿐 세상에 있을 수 없는 것이어서, 불경에서는 실체 없이 이름뿐인 것을 견줄 때 쓴다. 선사들은 '거북 털 불자, 토끼 뿔 주장자'처럼 있을 수 없는 물건을 들어 분별을 끊기도 한다.

  11. 泥牛 이우

    진흙으로 빚은 소다. 물에 들어가면 곧 풀어져 자취가 없으니, 선문에서는 분별이 녹아 흔적 없이 사라진 자리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견줄 때 쓴다. '진흙 소 두 마리가 싸우며 바다로 들어가 지금껏 소식이 없다'는 말이 유명하다.

황매동산연화상어록 黃梅東山演和尚語錄주석 3해설낱말 11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이 어록의 편자: 門人惟慶編.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