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57편

윤상인(倫上人)에게 주는 글

示倫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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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
한문一切有心,天地懸隔,酌然如今透關不得,只爲心多執重。
번역무릇 마음이 있기만 하면, 하늘과 땅만큼 아득히 어긋난다. 분명한 일이다. 지금 관문(關門)을 뚫지 못하는 것은, 다만 마음에 집착이 많고 무겁기 때문이다.
若脫然摒當到無心之地,一切妄染情習俱盡,知見解礙都銷,更有甚事?
만약 훌쩍 털어 치우고 무심(無心)의 자리에 이른다고 하자. 온갖 허망한 물듦과 정식(情識)의 버릇이 모두 다하고, 알음알이와 지견(知見)의 걸림이 죄다 녹는다. 그러면 다시 무슨 일이 있겠는가.
是故南泉云:平常心是道。然纔起念,待要平常,早乖差了也。
그래서 남전(南泉)께서 말씀하셨다. “평상심이 도(道)다.” 그러나 생각을 일으켜 평상을 얻으려 하자마자, 벌써 어긋나 버린다.
此最爲微細難湊處,沒量大人到箇裏踟蹰,何況學地?
여기가 가장 미세하여 다다르기 어려운 곳이다. 헤아릴 수 없이 큰 사람도 여기에 이르면 머뭇거린다. 하물며 아직 배우는 자리(學地)이겠는가.
쉽게 읽기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도와는 하늘과 땅만큼 멀리 어긋난다. 이는 분명한 일이다. 지금 관문을 뚫지 못하는 까닭은 하나다. 마음에 집착이 많고 무겁기 때문이다. 그 집착을 훌쩍 털어 없애 보라. 그러면 무심의 자리에 이른다. 온갖 헛된 물듦과 분별하는 마음의 낡은 버릇이 다 사라진다. 알음알이의 지견이 가로막던 장애까지 죄다 녹는다. 그리 되면 다시 무슨 일이 있겠는가. 그래서 남전은 "평상심이 곧 도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생각을 일으켜 평상을 얻으려 하면, 그 순간 벌써 어긋난다. 이 자리가 가장 미세하여 다다르기 어렵다. 헤아릴 수 없이 큰 사람도 여기서는 머뭇거린다. 하물며 아직 배우는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풀이 6
平常心是道 평상심시도이어지는 '纔起念,待要平常,早乖差了也'는 같은 문답에서 南泉이 '還可趣向否'에 답한 '擬向即乖'의 뜻을 풀어 쓴 것으로 보인다(추정).
南泉普願 남전보원趙州의 '如何是道'에 대한 南泉의 답(『景德傳燈錄』 권10 趙州章; 『無門關』 제19칙 「平常是道」). 뒤의 '纔起念待要平常,早乖差了也'는 같은 문답의 '擬向即乖'와 뜻이 통한다.
平常心是道 평상심시도남전(南泉)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와 병렬된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8 남전장(南泉章)과 무문관(無門關) 제19칙('의향즉괴(擬向卽乖)')이 그것으로, 본편 '전기념대요평상(纒起念待要平常), 조괴차료야(早乖差了也)'가 '의향즉괴(擬向卽乖)'와 같은 취지이다.
국역본 대조 · 이 역주를 고침蹉跎
원문'蹉跎'(대조 줄) → ‘이 역주의 번역을 고침’ → 저본(X69n1357 p0472c04)은 '踟蹰'(머뭇거림)이다. 대조 줄의 蹉跎로 읽어 '헛디디다'를 더했던 자체역은 덧붙임이라 법문 말투 원고에서 '머뭇거린다'로만 고쳤다. 책의 '주저하다'가 踟蹰의 뜻에 맞으니 책이 옳았다.
교감 · 酌然'酌然'은 '灼然'(분명히)과 같은 말로 쓰였다. 저본은 네 곳(上36 · 上57 · 下33 · 下38) 모두 '酌然'이다.
57.2
한문直須抵死謾生,咬嚼教斷,直似大死底人,絕氣息然後甦醒,始知廓同太虗,方到腳蹋實地。深證此事,
번역모름지기 죽기 살기로 씹고 또 씹어 끊어지게 해야 한다. 꼭 크게 죽은 사람(大死底人)이 숨이 끊어진 뒤에 되살아나듯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텅 비어 큰 허공(太虛)과 같음을 안다. 그제야 두 발로 실지(實地)를 밟는 데 이르러, 이 일을 깊이 증득한다.
明得徹,信得及,等閑蕩蕩地,百不知,百不會,
밝게 사무쳐 얻고 믿음이 굳어지면, 아무 일 없이 툭 트여 넓디넓다. 백 가지를 알지 못하고, 백 가지를 알아듣지 못한다.
纔至築著,便轉轆轆,更無拘制,亦無方所,
그러다 무언가에 부딪히자마자 곧 데굴데굴 구른다. 다시는 걸리거나 얽매임이 없고, 정해진 방향과 자리도 없다.
要用便用,要行卽行,更有甚得失是非?通上徹下,一時收攝,
쓰려 하면 곧 쓰고, 가려 하면 곧 간다. 다시 무슨 얻음과 잃음, 옳음과 그름이 있겠는가. 위로 통하고 아래로 사무쳐, 한꺼번에 거두어들인다.
此無心境界,豈是容易履踐湊泊?要須是箇人始得。
이 무심의 경계를 어찌 쉽게 밟아 다다를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그럴 만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된다.
쉽게 읽기모름지기 죽기 살기로 씹고 또 씹어 끊어 버려야 한다. 크게 죽은 사람을 떠올려 보라. 숨이 아주 끊어졌다가 다시 살아나는 사람이다. 온갖 분별이 완전히 끊긴 자리다. 그렇게 한 번 죽었다 살아나야, 비로소 텅 비어 큰 허공과 같아짐을 안다. 그제야 두 발이 실지를 굳게 밟고, 이 일을 깊이 증득한다. 밝게 사무쳐 얻고 믿음이 굳어지면, 아무 일 없이 툭 트여 넓디넓어진다. 백 가지를 알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무언가에 부딪히면 곧 데굴데굴 구른다. 다시는 걸리거나 얽매이지 않는다. 정해진 방향도 자리도 없다. 쓰고 싶으면 쓰고, 가고 싶으면 간다. 그러니 다시 무슨 얻음과 잃음, 옳음과 그름이 있겠는가. 위로도 아래로도 훤히 사무쳐, 모든 것을 한꺼번에 거두어들인다. 이런 무심의 경계를 어찌 쉽게 밟아 다다르겠는가. 오직 그럴 만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된다.
풀이 4
碧巖錄 벽암록'大死底人'은 『碧巖錄』 제41칙 본칙의 趙州問投子 '大死底人却活時如何'에서 나온 말이다. 제6칙 評唱에도 '如大死底人却活相似'가 있다. 여기 '絕氣息然後甦醒'은 그 '却活'을 풀어 쓴 꼴이다.
碧巖錄 벽암록벽암록(碧巖錄) 제41칙(조주문투자(趙州問投子) '대사저인각활시여하(大死底人卻活時如何)')의 수시(垂示)·착어(著語)와 본편 '대사대사저인절기식(大似大死底人絕氣息)…연후소성(然後甦醒)'이 직접 대응한다. 원오(圜悟) 특유의 사중득활(死中得活) 논법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纔至築著便轉轆轆
築著(부딪힘)은 '부딪히자마자'로 직역한 자체역이 적확하고 책의 '척척 들어맞는 경지'는 지나친 의역이나, 轉轆轆(수레바퀴처럼 자유로이 굴러 활발히 응함)의 어감은 책의 '대뜸 자유롭게 노닐면서'가 더 살렸고 자체역의 '데굴데굴 구른다'는 직역에 그쳤다. 두 구가 강약이 엇갈려 양립한다.
57.3
한문若未如此,當須放下身心,教冥然地無一毫許依倚,
번역만약 아직 이렇지 못하다면, 마땅히 몸과 마음을 놓아 버려라. 아득히 고요하게(冥然) 하여, 털끝만큼도 기대어 의지하는 데가 없게 하라.
覰來覰去,日久歲深,自然蓋天蓋地,觸處現成。
이렇게 보고 또 보아 세월이 오래 깊어지면, 저절로 하늘을 덮고 땅을 덮어 닿는 곳마다 그대로 드러난다(現成).
未有天生釋迦,自然彌勒,阿那箇在娘肚裏便會?
날 때부터 석가(釋迦)인 이도 없고, 저절로 미륵(彌勒)인 이도 없다. 누가 어미 뱃속에서 곧바로 알겠는가.
直應快著精彩,時不待人,驀然一咬,咬斷也不柰你何。大丈夫須到自得自由自在處始得。
어서 정신을 바짝 차려라. 시절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문득 한 번 콱 씹어 끊어 버리면, 무엇도 그대를 어찌하지 못한다. 대장부라면 모름지기 스스로 얻고, 스스로 자유롭고, 스스로 자재한 자리에 이르러야 비로소 된다.
쉽게 읽기아직 이렇지 못하다면, 몸과 마음을 다 놓아 버려라. 마음을 아득히 고요하게 두라. 털끝만큼도 무엇에 기대거나 의지하지 마라. 이렇게 보고 또 보며 세월이 오래 깊어져 보라. 그러면 저절로 하늘을 덮고 땅을 덮어, 닿는 곳마다 그대로 이루어진다. 날 때부터 부처인 이는 없다. 저절로 미륵이 된 이도 없다. 그러니 누가 어미 뱃속에서부터 곧바로 알겠는가. 어서 정신을 바짝 차려라. 시절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문득 한 번 콱 씹어 끊어 버리면, 그 무엇도 그대를 어찌하지 못한다. 대장부라면 스스로 얻고 스스로 자유롭고 스스로 자재한 자리에 이르러야 비로소 된다.
풀이 2
廓同太虛 곽동태허불과원오선사어록(佛果圜悟禪師語錄)에서 '곽동태허(廓同太虛)/개천개지(蓋天蓋地)/촉처현성(觸處現成)/무심(無心)' 등 무심경계(無心境界)의 상용 어구가 원오(圜悟) 법어에 반복되며, '몰량대인(沒量大人)'은 벽암록(碧巖錄) 착어(著語)에도 산견된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須到自得自由自在處
책의 경미한 축약. 자체가 오역은 아니나 책이 自得·自由·自在 세 어휘를 '자유자재'로 뭉뚱그렸다. 원문의 세 어휘를 모두 살린 내 번역이 더 충실하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16
  1. 平常心是道 평상심시도

    조주(趙州)가 스승 남전(南泉)에게 '무엇이 도입니까' 하고 묻자, 남전이 '평상심이 도다'라고 답하였다. 꾸밈없는 날마다의 마음이 그대로 도라는 뜻이다. 조주가 그리로 나아가도 되느냐고 묻자, 남전은 '나아가려 하면 곧 어긋난다'고 하였다. 본디 마조(馬祖)가 대중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2. 沒量大人 몰량대인

    헤아릴 수 없이 큰 그릇을 지닌 사람이다. 선가에서는 '이런 큰 사람도 말의 결에 휘둘린다'고 하여, 아무리 뛰어난 이라도 방심할 수 없음을 경계할 때 자주 쓴다.

  3. 學地 학지

    아직 배우는 자리(有學)로, 구경(究竟)의 무학(無學)에 대비된다. '몰량대인(沒量大人)도 실족하거늘 하물며 학지(學地)냐'는 대비 구문이다.

  4. 抵死謾生咬嚼 저사만생교작

    죽기 살기로 화두(話頭)를 씹음이다. 만생(謾生)은 만생(漫生)과 통하여 '필사적으로'의 뜻이다.

  5. 大死人 대사인

    크게 죽은 사람, 곧 분별과 알음알이가 다 끊어져 숨마저 멎은 듯한 사람이다. 조주(趙州)가 투자(投子)에게 '크게 죽은 사람이 도로 살아날 때는 어떠한가' 물은 문답이 유명하다.

  6. 廓同太虛 곽동태허

    텅 비어 태허(太虛)(큰 허공)와 같음이다. 크게 죽은 뒤 소생하여 마음이 허공처럼 걸림 없음을 비유한다.

  7. 無心境界 무심경계

    헛된 물듦과 감정의 습기, 알음알이의 걸림이 다 녹아 없어진 마음, 또는 그런 경지이다. 무엇을 붙들고 집착하는 마음(유심)의 반대이다.

  8. 觸處現成·蓋天蓋地 촉처현성·개천개지

    닿는 곳마다 조작 없이 본래 그대로 이루어져 드러남이다.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 전기(全機)의 작용이다.

  9.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0.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11. 圜悟佛果禪師語錄 원오불과선사어록

    원오극근(圜悟克勤)의 설법을 제자 소륭(紹隆) 등이 엮은 20권의 어록이다. 법당 설법과 제자에게 준 법어, 옛 공안에 붙인 평과 게송을 실었다. 『원오심요』의 몇 편이 이 책의 법어에도 실려 있다.

  12. 南泉普願 남전보원

    당나라의 선승(748~835)이다. 마조(馬祖)의 법을 잇고 남전산에 머물렀다. 속성이 왕씨여서 스스로 '왕 노사'라 했다. 고양이를 벤 일과 '평상심이 도'라는 말로 이름났고, 조주(趙州)가 그 제자다.

  13. 無心 무심

    분별하고 집착하는 마음이 쉬어 사라진 상태다. 마음이 아예 없다는 말이 아니라, 무엇에도 걸리거나 머물지 않는 마음이다. 황벽(黃檗)은 '다만 무심하면 그것이 곧 마지막 경지'라 했다.

  14. 示倫上人 시윤상인

    윤(倫) 상인에게 준 글의 제목이다. 상인(上人)은 덕과 지혜를 갖춘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윤 상인의 행적은 더 알려져 있지 않다.

  15. 天生釋迦·自然彌勒 천생석가·자연미륵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미륵보살(彌勒菩薩)이다. '나면서부터 석가이거나 저절로 미륵인 자는 없다'는 뜻으로, 후천적 참구 노력을 촉구하는 선림(禪林) 격언이다.

  16. 觸處現成 촉처현성

    닿는 곳마다 조작 없이 본래 그대로 이루어져 드러남이다.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 全機의 작용이다.

문단 3국역본 대조 3교감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16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