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傑) 선인이 홀연히 찾아와 작별을 고하며 경책의 말, 곧 정신을 채찍질하는 가르침을 청하기에, 이 글을 써서 그에게 준다.
풀이 1
풀이 5
책은 '滴水滴凍'을 '단절없이'로 옮겨 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얼어붙는 준엄·냉철한 禪機의 상투 이미지를 잃었다. 원오 저작의 관용구로 이미지가 핵심이므로 책의 오역·과의역이다. 내 번역 '물방울이 떨어지자마자 얼어붙듯'이 관용구를 정확히 살렸다.
풀이 2
책은 '他家'를 古德들(그분들)로, '通人愛'를 '남들을 틔워주는 사랑'으로 분절하였으나, 이 구는 게송으로 '우직하게 인연에 맡기면 저절로 알아보고 아껴 주는 通人이 있다'는 뜻이다. '通人'은 명사(통달한 이)이지 '通(틔우다)+人(남)'의 술목 구조가 아니며, '他家'는 '저절로·자연히'의 구어이다. 책이 게송 전체를 오독하였다. 내 번역이 표준 독법에 부합한다.
이 편의 낱말 21
- 親緣 친연
부모와 혈육 사이의 인연이다.
- 行處不生塵 행처불생진
가는 곳마다 티끌이 일지 않음이니, 실천이 청정하여 번뇌·자취를 남기지 않음을 형용한다.
- 蹔時不在·
如同死人 잠시불재·여동사인 '잠시라도 본분(本分事)을 여의면 죽은 사람과 같다'는 선문 상용구이다. 대사(大事)가 늘 있음(常在)을 강조한다.
- 滴水滴凍 적수적동
떨어지는 물방울이 방울마다 그대로 얼어붙는다는 말이다. 조금의 틈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매섭고 철저한 모습을 이른다. 공부와 몸가짐이 빈틈없이 엄정함을 나타낼 때 쓴다.
- 不與萬法爲侶 불여만법위려
방거사(龐居士)가 마조(馬祖)에게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물은 문답이다. 마조는 '그대가 서강의 물을 한입에 다 마시면 일러 주겠다'고 답했고, 방거사는 그 말끝에 깨쳤다고 한다. 원오는 이 말을 온갖 것에 매이지 않는 본래의 사람을 가리키는 데에도 자주 쓴다.
- 不與千聖同途 불여천성동도
위 구와 짝을 이룬다. '천 성인과도 길을 같이하지 않음'이니 절대적 독존을 나타내는 선문 상투('불여제성동전(不與諸聖同躔)' 계열)이다.
- 深根固蔕 심근고체
뿌리를 깊이 내리고 꼭지를 단단히 한다는 말이다. 『노자』의 말에서 왔다. 선에서는 공부의 바탕을 깊고 굳게 다져 흔들리지 않게 함을 이른다.
- 閑閑地 한한지
한가롭고 한가로운 자리라는 말이다. 깨친 사람이 아무 일도, 바라는 것도 없이 넉넉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모습을 이른다. ‘지(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끝이다.
- 任運猶如癡兀人·
他家自有通人愛 임운유여치올인·타가자유통인애 고덕(古德)의 게송으로 인용된 것이다. 인연에 내맡겨 우직하게 지내면 절로 알아보고 아껴 주는 통인(通人)이 있다는 뜻이다. 임운(任運)(등등(騰騰))류 게송 계열이며 정확한 출전은 미상이다.
-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 古德 고덕
옛날의 덕 높은 스님을 이르는 말이다. 선사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앞사람의 말을 끌어 올 때 '고덕이 이르기를' 하고 흔히 쓴다. 가리키는 사람은 인용마다 다르다.
- 叢林 총림
많은 스님이 함께 모여 수행하는 큰 절이나 선원을 이른다. 나무가 빽빽이 모여 숲을 이루듯 대중이 모였다는 데서 온 말이다. 넓게는 선문의 수행자 사회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 傑上人·
傑禪人 걸상인·걸선인 원오가 원오심요의 「걸상인에게 주는 글」을 지어 준 승려이다. '상인'과 '선인'은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원오 문하의 총림에서 지내다가 부모와의 인연으로 잠시 고향에 돌아가며 경책의 말을 청해 그 글을 받았다.
- 行腳參請 행각참청
총림을 편력하며(行腳) 선지식께 나아가 도를 물음(參請)이다. 선 수행에서 짝을 이루는 상투어이다.
- 善知識·
知識 선지식·지식 Skt. kalyāṇa-mitra의 역어이다. 수행을 이끄는 스승이다.
- 無爲·
無事· 무위·無心事業 무사· 무심사업 - 警策 경책
수행자를 경계·독려하는 훈계의 말이다. 걸선인(傑禪人)이 구경책(求警策)한 데 응해 써 준 글의 성격이다.
- 傑上人 걸상인
圜悟克勤이 「示傑上人」(『圜悟心要』, X69n1357_p0469a21)을 지어 준 승려. 같은 글이 『圜悟語錄』 권15에는 「示傑禪人」으로 실렸다(T47n1997_p0782c10). 글에 따르면 큰 叢林에서 선지식을 오래 모시다가 親緣으로 고향에 돌아가게 되자 작별하며 警策을 청하였다. 上人·禪人은 승려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 蹔時不在 잠시불재
'잠시라도 본분(本分事)을 여의면 죽은 사람과 같다'는 선문 상용구이다. 大事가 늘 있음(常在)을 강조한다.
- 任運猶如癡兀人 임운유여치올인
古德의 게송으로 인용된 것이다. 인연에 내맡겨 우직하게 지내면 절로 알아보고 아껴 주는 通人이 있다는 뜻이다. 任運(騰騰)류 게송 계열이며 정확한 출전은 미상이다.
- 無爲 무위
인연으로 지어지지 않아 생겨나고 사라짐이 없는 것(無爲法 — 有爲와 맞섬). 禪錄에서는 꾸며 하려는 마음 없이 본래대로인 경지를 이르며, 無事·無心과 함께 자주 쓴다. 永嘉玄覺 「證道歌」 '絕學無爲閑道人'(『景德傳燈錄』 권30, T51n2076_p0460a15).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