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27편

영부사(寧副寺)에게 주는 글

示寧副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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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한문古人爲此大因緣,若師弟子相見,未嘗不以是擊揚。至於食寢閑曠,靡不攝念於此。
번역옛사람은 이 큰 인연(大因緣)을 위했다. 스승과 제자가 만나면 언제나 이 일로 일깨우고 드날렸다. 밥 먹고 잠자고 한가로이 지낼 때에도, 여기에 마음을 거두지 않은 적이 없었다.
是故一言一句,迺杖迺喝,瞬揚舉動,悉可投機。
그러므로 한마디 말과 한 구절, 몽둥이와 할(喝), 눈 깜빡임과 눈썹 치켜올림 같은 몸짓이 모두 기틀에 딱 들어맞을(投機) 수 있었다.
蓋誠心專一,無許多惡知惡見污染,直截承當似不難。
대개 정성스러운 마음이 오로지 한결같아, 그 많은 나쁜 지견(惡知惡見)에 물들지 않았다. 그래서 곧바로 끊어 곧장 감당하기(承當)가 어렵지 않았던 듯하다.
쉽게 읽기옛사람은 이 큰 인연 하나를 위해 살았다. 스승과 제자가 만나면 늘 이 일로 서로 일깨우고 북돋았다. 밥 먹고 잠자고 한가로이 쉴 때에도 여기서 마음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한마디 말과 한 구절, 몽둥이질이나 고함, 눈 깜빡임이나 눈썹 치켜올림 같은 작은 몸짓 하나까지 모두 기틀에 딱 들어맞았다. 마음이 오직 한결같아 나쁜 지견에 물든 데가 없었다. 그러니 군더더기를 곧장 끊고 바로 떠맡기가 어렵지 않았다.
풀이 4
瞬揚舉動 순양거동'一言一句,迺杖迺喝,瞬揚舉動,悉可投機' — 誠心이 專一했던 古人에게는 몸짓도 모두 投機의 계기였다는 말.
瞬揚舉動 순양거동〔병렬용례〕 순양거동·투기(瞬揚舉動·投機) : 碧巖錄에 '瞬目揚眉'·'投機'의 용례가 자주 나온다. 日用의 동작이 全機로 契合한다는 본문 취지의 방증이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원문 '直截承當似不難'의 '承當'은 자체역 '곧장 감당'과 책 '똑바로 알아차렸다'가 모두 直下承當(본분사를 곧바로 감당·인가함)의 유효한 번역 범위에 들어, 우열을 가릴 결정적 전거가 없다. 따라서 ‘두 읽기가 다 성립함’로 유지한다.
27.2
한문今之兄弟,根性差鈍,而復駮雜,雖參尋知識,薰炙日久,尚懷猶豫,不能一往徹證,病在不純一長久。儻能不捨晝夜,廢寢忘餐,矻矻在道,不患不如古人矣。
번역지금 공부하는 이들은 근성(根性)이 뒤떨어지고 아둔한 데다 잡되게 뒤섞여 있다. 선지식(善知識)을 찾아 묻고 날마다 오래 가르침에 젖어도, 여전히 머뭇거린다. 단번에 곧장 사무쳐 깨닫지(徹證) 못한다. 병은 한결같지(純一) 못하고 오래가지 못하는 데 있다. 만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을 잊고 밥 먹기를 잊으며, 부지런히 도(道)에 힘쓸 수 있다면, 옛사람만 못할까 걱정할 것이 없다.
쉽게 읽기지금 공부하는 이들은 타고난 그릇이 무디고 뒤떨어진 데다 잡되게 뒤섞여 있다. 선지식을 찾아 묻고 날마다 오래 가르침을 받아도, 여전히 머뭇거리기만 한다. 단번에 곧장 나아가 사무쳐 깨치지 못한다. 그 병통은 마음이 한결같지 못하고 오래 이어 가지 못하는 데 있다. 길은 하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을 줄이고 밥 먹기조차 잊으며, 쉼 없이 부지런히 도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옛사람만 못할까 걱정할 일이 없다.
풀이 2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根性差鈍
'差鈍'의 '差'는 근기가 열등·뒤떨어짐을 뜻하고, 이 대목은 지금 사람의 둔함을 지적하는 취지이다. 책 번역 '약간 둔한'은 '差'를 조금·약간으로 완화하여 문맥의 부정적 강조와 어긋난다. 내 번역 '아둔한'은 무난하나 '差'의 열등한 뉘앙스가 약하여 '뒤떨어지고 아둔한'으로 보강해 개정하였다.
국역본 대조 · 두 읽기 다 성립원문 '病在不純一長久'에서 '不'을 純一·長久에 나누어 붙여 '不純一·不長久'로 읽는 분배 독법(자체역: 순일하지 못하고 오래 지속하지 못함)과, '不'을 純一長久 전체에 걸어 읽는 독법(책: 순일하게 오래하지 못함)이 모두 성립한다. 저본 교정 주석은 분배 독법을 권하나 두 독법의 의미가 서로 근접하여 어느 한쪽을 틀렸다고 단정할 결정적 전거는 없다. 따라서 ‘두 읽기가 다 성립함’로 유지한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17
  1. 激揚 격양

    사자(師資)가 상견하는 문답에서 기봉(機鋒)을 서로 부딪쳐 격발·고양함을 이른다. 등록(燈錄)의 상투어이다.

  2. 瞬揚舉動 순양거동

    순목양미(瞬目揚眉), 곧 눈을 깜박이고 눈썹을 치켜올리는 일과 같은 온갖 몸짓을 이른다. 몸짓 하나에도 뜻이 드러날 수 있지만, 몸짓 그 자체를 도로 여기면 어긋난다고 경계한다.

  3. 廢寢忘餐 폐침망찬

    잠자기를 그만두고 밥 먹기를 잊음. 폐침망식(廢寢忘食)과 같은 말이다.

  4. 大因緣 대인연

    『법화경』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에서 온 말이다. 부처가 중생을 깨우치려고 세상에 나온 큰 까닭을 이른다. 선에서는 스스로 깨쳐 나고 죽음을 벗어나는 큰일을 가리킨다.

  5. 投機 투기

    스승과 배우는 이의 기틀(機)이 딱 맞아떨어져 마음이 통하고 깨달음이 열림을 이른다. 이때 깨친 마음을 읊어 바치는 게송을 투기게(投機偈)라 한다.

  6. 薰炙 훈자

    향내가 배고 불기운이 스미듯, 오래 가까이 지내며 감화를 받아 몸에 밴다는 말이다. 스승 곁에서 오래 가르침을 받는 일이나, 지난 생부터 닦아 익혀 온 힘을 이른다.

  7. 惡知惡見 악지악견

    그릇된 앎과 그릇된 견해를 이른다. 이리저리 헤아려 얻은 알음알이가 마음을 더럽혀 깨달음을 가로막는다 하여 선에서 경계한다.

  8. 副寺·寧副寺 부사·영부사

    선원(禪院) 육지사(六知事)의 하나로 창고·재정을 맡는 소임이다. '영부사(寧副寺)'는 이름이 영(寧)인 부사(副寺)이다. 심요(心要) 제29편 원제 시녕부사(示寧副寺)는 이 소임자에게 준 법어이다.

  9. 迺杖迺喝·杖·喝 내장내할·장·할

    내(迺)는 내(乃)이다. 덕산(德山)의 봉(棒)과 임제(臨濟)의 할(喝)을 말한다. 언구(言句) 대신 몽둥이·고함으로 학인(學人)의 정식(情識)을 끊어 기(機)에 계합(契合)시키는 종사(宗師)의 수단이다.

  10. 承當·直截承當 승당·직절승당

    자기의 본분사(本分事)를 곧바로 짊어져 감당·인가함이다. 직하승당(直下承當)이다.

  11. 知識·善知識 지식·선지식

    학인을 이끄는 스승·선지식이다. 참심지식(參尋知識)은 선지식을 찾아 참문(參問)함이다.

  12. 純一·純一長久 순일·순일장구

    마음이 오직 한결같아 잡됨이 없음이다. 원오(圜悟)는 병통이 불순일(不純一)·불장구(不長久)에 있다고 지목하였다.

  13. 矻矻 골골

    쉬지 않고 부지런히 애쓰는 모양이다(矻矻在道).

  14. 迺杖迺喝 내장내할

    몽둥이를 쓰기도 하고 할(고함)을 치기도 한다는 말이다. 덕산 스님의 몽둥이, 임제 스님의 할처럼, 말 대신 몽둥이와 고함으로 공부하는 이의 분별을 끊어 깨우치는 선사의 수단을 이른다.

  15. 古人 고인

    옛사람이다. 선문(禪門)에서는 앞 시대의 조사(祖師)와 선지식을 이른다.

  16. 儻能 당능

    '만약 ~할 수 있다면'. 당(儻)은 당(倘)과 같아 '만약'이라는 뜻이다.

  17. 靡不 미불

    '~하지 않음이 없다'. 미(靡)는 무(無)와 같다.

문단 2국역본 대조 3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17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