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下권 26편

연선인(宴禪人)에게 주는 글

示宴禪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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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의 풀이 1
首山省念수산성념(首山省念) 竹篦話 '喚作竹篦則觸,不喚作竹篦則背'(제등록(諸燈錄)·무문관(無門關) 제43칙 등 편입)이다. 명상(名相)으로 지목하는 순간 병통이 됨을 보인 대표 용례로, 본문 '약환작불법조시중독약(若喚作佛法早是中毒藥)'와 동일 취지이다.
26.1
한문歸宗有僧來別,宗云:你但去束裝,臨行來爲汝說一上佛法。其僧如言。
번역귀종(歸宗)에게 한 승려가 하직하러 왔다. 귀종이 말했다. “너는 그저 가서 짐을 꾸려라. 떠날 때 다시 오면 너를 위해 불법을 한바탕 일러 주겠다.” 그 승려는 말대로 했다.
及至再上方丈,歸宗云:時寒塗中,善爲歸宗滿許渠說佛法。其僧虗心欲聞所未聞,而歸宗乃爾。
다시 방장실에 올라오자, 귀종이 말했다. “날이 추우니 길에서 몸조심하거라.” 귀종은 그에게 불법을 일러 주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 승려도 마음을 비우고 아직 못 들은 것을 들으려 했다. 그런데 귀종은 그저 이러할 뿐이었다.
쉽게 읽기귀종지상에게 한 승려가 떠나겠다고 인사하러 왔다. 귀종이 말하였다. "너는 그저 가서 짐을 꾸려라. 떠날 때 다시 오면 너에게 불법을 한바탕 일러 주겠다." 승려는 그 말대로 하였다. 짐을 다 꾸리고 다시 방장실로 올라왔다. 그러자 귀종은 이 말만 하였다. "날이 추우니 길에서 부디 몸조심하거라." 귀종은 불법을 일러 주겠다고 분명히 약속하였다. 승려도 마음을 비우고, 아직 못 들은 가르침을 들으려 하였다. 그런데 귀종은 그저 이럴 뿐이었다.
풀이 9
歸宗智常 귀종지상본문의 歸宗은 歸宗智常이며, 원오가 唐代의 옛 宗匠을 전거로 든 것이다.
方丈 방장'上方丈'은 방장실에 올라가 뵙는 것이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你但去束裝
但은 '다만·그저'를 뜻하는 한정 부사이지 '즉시'의 뜻이 없다. 축자적으로 '너는 그저 가서 짐을 꾸려라'가 옳으며, 책의 '지금 바로 가서'는 但을 시간부사 '즉시'로 잘못 새긴 것이므로 자체역이 정확하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滿許渠說佛法
책은 '가득히 불법을 설해 주었고'로 옮겨 滿許를 완료(이미 원만히 설함)로 읽고 許(약속·허락)의 뜻을 지웠다. 滿許는 '분명히 약속하다'의 관용구로, 앞의 '爲汝說一上佛法'을 받아 '불법을 설해 주기로 확실히 약속했다'가 자연스럽다. 뒤의 '而歸宗乃爾'(그런데 귀종은 그저 이러할 뿐)와 병립하려면 아직 설하지 않고 약속만 한 상태여야 하며, 완료로 읽으면 '그저 이러할 뿐'과 모순된다. 사용자 '분명히 약속했다'가 옳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而歸宗乃爾
책은 '…들으려 했으므로 귀종스님은 그렇게 하였을 뿐이다'로 而를 인과(…므로)로 처리했으나, 여기 而는 역접(그러나·건만)이다. '마음을 비우고 못 들은 것을 들으려 했건만, 귀종은 그저 이러할 뿐'이라야 반전의 뜻이 산다. 앞 항의 완료 오역을 인과 접속으로 봉합한 연쇄 오역이다. 사용자 '들으려 하였건만…이러할 뿐'이 옳다.
교감 · 時寒塗中'時寒塗中'의 '塗'는 '途'(길)와 같은 글자로 쓰였다.
교감 · 時寒塗中,善爲歸宗滿許渠說佛法'時寒塗中,善爲歸宗滿許渠說佛法' — 원문 구두(CBETA)는 이어 붙였으나, 귀종의 말은 '時寒塗中善爲'(날이 추우니 길에서 몸조심하라)에서 끝나고 '歸宗滿許渠說佛法'부터는 원오의 말이다 → '善爲。歸宗滿許渠說佛法'으로 끊어 읽는다.
26.2
한문須知它古德於此事綿密無間,若喚作佛法,早是中毒藥也。
번역모름지기 알아야 한다. 저 옛 큰스님(古德)은 이 일에 빈틈없이 촘촘하여 조금도 틈이 없었다. 만약 이것을 불법이라 부른다면, 벌써 독약에 중독된 것이다.
쉽게 읽기이 점을 꼭 알아야 한다. 옛 큰스님은 이 일에서 빈틈없이 촘촘하였다. 조금의 틈도 없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것을 두고 불법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벌써 독약을 먹고 중독된 꼴이다.
풀이 4
古德 고덕앞에 든 이야기는 『景德傳燈錄』 권10 芙蓉靈訓章: 歸宗智常이 떠나는 靈訓에게 '說一上佛法'하겠다 하고는 '時寒途中善為'라고만 했고, 靈訓은 이 말에 앞서의 알음알이를 잊었다(師聆此一言頓忘前解).
圜悟克勤 원오극근원오(圜悟) 어록(語錄)·심요(心要) 전반에 상용되는 '차사면밀무간(此事綿密無間)'류 표현이다. 스승의 접화(接化)가 빈틈없음을 이르는 원오 특유의 상투어로, 본문 '고덕어차사면밀무간(古德於此事綿密無間)'과 어법이 일치한다.
碧巖錄 벽암록벽암록(碧巖錄)에 반복되는 '환작(喚作)…조시(早是)…'(명명하면 이미 어그러진다)의 화법이다. 개념적 명명을 병통으로 경계하는 원오의 상투적 논법으로 본문과 궤를 같이한다.
26.3
한문晏師來別,不欲蹈古人腳迹,也亦未免從頭起。
번역안(晏) 스님이 하직하러 왔다. 옛사람의 발자취를 밟으려 하지는 않으나, 또한 처음부터 다시 일으키는 일은 면치 못한다.
쉽게 읽기안(晏) 스님도 떠나겠다고 인사하러 왔다. 그는 옛사람의 발자취를 그대로 밟으려 하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일으키는 일만은 면하지 못한다.

下권 차례 (72편)

이 편의 낱말 16
  1. 歸宗智常 귀종지상

    당나라 선승으로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을 이었다. 강서 여산(廬山)의 귀종사(歸宗寺)에 머물러 '귀종'이라 불린다. 선문에서는 그가 돌을 끈 일(歸宗拽石)을 덕산의 몽둥이, 임제의 고함과 함께 선사들의 이름난 가르침 솜씨로 꼽는다.

  2. 束裝 속장

    행장(行裝)을 꾸림이다. 길 떠날 짐을 챙기는 것이다.

  3. 時寒塗中善爲 시한도중선위

    '날이 추우니 도중(途中)에서 부디 몸조심하라'는 당송대 작별 인사이다. '선위(善爲)'는 '잘 지내라·몸조심하라'는 상투적 석별어이며, '도중(塗中)'은 도중(途中)(길 가운데)이다.

  4. 滿許 만허

    흔쾌히·분명히 약속함(허락함)이다. '만허거설불법(滿許渠說佛法)'은 '그에게 불법을 일러 주기로 확실히 약속했다'이다.

  5. 虗心 허심

    허심(虛心), 곧 마음을 비움이다. '허(虗)'는 '허(虛)'의 이체자이다. 선입견 없이 아직 듣지 못한 것을 받아들이려는 태도이다.

  6. 綿密無間 면밀무간

    촘촘하고 빈틈없어 조금의 틈도 없음이다. 선가에서 스승의 접화(接化)(근기에 맞춘 지도)가 물샐틈 없이 자상함을 이르는 상투어이다.

  7. 中毒藥 중독약

    독약에 중독됨이다. 평상의 자상한 응대(작별인사)를 굳이 '불법(佛法)'이라 명명·집착하면 그 명명 자체가 도리어 병통이 되어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다. 명상(名相)에 떨어짐을 경계한 것이다.

  8. 蹈古人腳迹 도고인각적

    옛사람의 발자취를 그대로 밟음이다. 곧 전례의 답습이다.

  9. 從頭起 종두기

    처음부터 다시 일으킴이다. 이미 말없이 완결된 이 일(此事)을 언설을 빌려 새삼스레 제기함을 이르며, 원오가 자신의 개시 행위조차 한 겹 군더더기임을 자인하는 어법이다.

  10. 圜悟克勤 원오극근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다.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으로 오조법연(五祖法演)의 법을 이었다. '원오'는 황제가 내린 호이고, 시호는 진각이다. 설두의 송고에 평을 붙인 『벽암록(碧巖錄)』을 남겼고, 제자들에게 준 글을 모은 책이 『원오심요(圜悟心要)』다.

  11.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12. 古德 고덕

    옛날의 덕 높은 스님을 이르는 말이다. 선사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앞사람의 말을 끌어 올 때 '고덕이 이르기를' 하고 흔히 쓴다. 가리키는 사람은 인용마다 다르다.

  13. 示 시

    법어(法語)를 내려 보이는 것이다. 편명 '시연선인(示宴禪人)'은 '안(宴) 선인(禪人)에게 보이다'의 뜻으로, 특정 수행자에게 준 개시(開示)이다.

  14. 宴禪人 연선인

    원오가 원오심요의 「연선인에게 주는 글」을 지어 준 선승이다. 제목에는 '연(宴)', 글 속에는 '안사(晏師)'로 적혀 표기가 갈리나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15. 一上 일상

    한바탕·한 차례이다. '설일상불법(說一上佛法)'은 '불법을 한 차례 일러 주다'이다.

  16. 方丈 방장

    절의 주지(住持)가 머무는 방이다. 백장(百丈)의 선원 규식에는 '교화하는 주인이 되면 방장에 머무니, 유마거사(淨名)의 방과 같아 사사로이 자는 방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 편의 풀이 1건

首山省念수산성념(首山省念) 竹篦話 '喚作竹篦則觸,不喚作竹篦則背'(제등록(諸燈錄)·무문관(無門關) 제43칙 등 편입)이다. 명상(名相)으로 지목하는 순간 병통이 됨을 보인 대표 용례로, 본문 '약환작불법조시중독약(若喚作佛法早是中毒藥)'와 동일 취지이다.

문단 3국역본 대조 3교감 2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16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