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上 2

주지 임명장을 받고 — 대유령에서 들지 못한 가사

師在白雲授帖

2.1
한문師在白雲授帖,拈起示眾云:「大眾!只恁麼會得,埋沒宗風,過犯不小。幸有見成公案,請維那對眾宣讀。」
번역선사가 백운(白雲)에서 첩(帖)을 받을 때, 그것을 집어 들어 대중에게 보이며 말했다. “대중이여, 그저 이렇게만 알아듣는다면 종풍(宗風)을 파묻는 것이니, 허물이 적지 않다. 다행히 이미 이루어진 공안(公案)이 있다. 유나(維那)는 대중 앞에서 읽어 주기 바란다.”
宣帖了,授法衣,提起云:「既是大庾嶺頭提不起,為什麼却在者裏?且道,者裏底是?那裏底是?」
첩을 다 읽자 법의(法衣)를 건네받았다. 선사가 그것을 집어 들고 말했다. “대유령(大庾嶺) 마루에서는 들어 올리지 못한 것인데, 어째서 도리어 여기 있는가? 자, 말해 보라. 여기 것이 옳은가, 저기 것이 옳은가?”
쉽게 읽기스님이 백운산에 있을 때 주지 임명장을 받았다. 스님은 그것을 집어 들어 대중에게 보이며 말했다. “대중이여, 그저 이렇게만 알아듣는다면 우리 가풍을 파묻는 것이니 그 허물이 작지 않다. 다행히 이미 다 드러나 있는 공안이 여기 있다. 유나는 대중 앞에서 이것을 읽어 주기 바란다.” 임명장 읽기가 끝나자 스님은 법의를 건네받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대유령 고갯마루에서는 아무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것인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가? 자, 말해 보라. 여기 있는 것이 진짜인가, 저기 있던 것이 진짜인가?”
풀이 2
2.2
한문乃云:「携瓶自汲清涼水,却著袈裟作主人。」
번역이어 말했다. “병을 들고 손수 맑고 시원한 물을 길어 오더니, 도리어 가사를 걸치고 주인 노릇을 한다.”
便披。指法座前云:「象王回,師子步,儂家看著雙眉聚。然雖如是,事到如斯難為辭讓,但有路可上,更高人也行。」便陞座。
곧 가사를 걸치고 법좌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코끼리 왕이 몸을 돌리고 사자가 걸음을 옮기니, 나는 바라보며 두 눈썹을 찌푸린다. 그렇기는 하나, 일이 여기까지 왔으니 사양하기 어렵다. 다만 오를 길이 있으면, 더 높은 사람도 그 길을 간다.” 그러고는 자리에 올랐다.
쉽게 읽기이어서 말했다. “물병 들고 손수 맑고 시원한 물을 긷던 사람이, 이제는 가사를 걸치고 주인 노릇을 하는구나.” 그러고는 가사를 걸치고 법좌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코끼리 왕이 몸을 돌리고 사자가 걸음을 옮기는데,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두 눈썹을 찌푸린다. 그렇기는 하지만 일이 여기까지 왔으니 사양하기도 어렵다. 오를 길만 있다면 나보다 높은 사람도 그 길로 가는 법이다.” 그러고는 법좌에 올랐다.
풀이 1
③ 상왕회사자보(象王回師子步)는 코끼리 왕이 돌아보고 사자처럼 걷는다는 뜻으로, 조사가 위의를 갖추어 자유자재함을 형용한 말이다.
2.3
한문僧問:「禪非意想,道絕功勳,轉身一句作麼生道?」師云:「大眾見儞。」學云:「也知和尚有此機鋒。」師云:「獨出闍黎。」學云:「今日却成造次。」師云:「捧上不成龍。」
번역어떤 스님이 물었다. “선(禪)은 뜻이나 생각이 아니고, 도(道)는 공훈(功勳)이 끊어진 것입니다. 몸을 돌리는 한마디는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답했다. “대중이 그대를 보고 있다.” 스님이 말했다. “화상께 이런 기봉(機鋒)이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홀로 뛰어나구나, 스님.” 스님이 말했다. “오늘은 도리어 경솔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떠받들어 준다고 용이 되지는 않는다.”
쉽게 읽기어떤 승려가 물었다. “선은 뜻이나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도는 공을 쌓는 일이 끊어진 자리입니다. 몸을 한 번 뒤집어 나오는 한마디는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스님이 답했다. “대중이 그대를 지켜보고 있다.” 그 승려가 말했다. “스님께 이런 날카로운 솜씨가 있는 줄은 진작 알았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대 혼자 잘났구나.” 그 승려가 말했다. “오늘은 제가 도리어 경솔했습니다.” 스님이 말했다. “떠받들어 올려 준다고 용이 되지는 않는다.”
2.4
한문問:「沙場久戰名遂今朝,不涉功勳作麼生道?」師云:「長蛇猶自可,偃月怎生當。」
번역어떤 스님이 물었다. “싸움터에서 오래 싸워 오늘 아침 이름을 이루었습니다. 공훈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답했다. “장사진(長蛇陣)은 그래도 괜찮지만, 언월진(偃月陣)은 어떻게 당해 내겠는가.”
學云:「金鏃慣調曾百戰,鐵鞭多力恨無讐。」師云:「知君不是金牙作,爭解彎弓射尉遲。」
스님이 말했다. “금 화살촉을 익히 다루어 일찍이 백 번을 싸웠습니다. 쇠 채찍에 힘이 넘치는데 원수가 없는 것이 한입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금아(金牙)의 솜씨가 아닌 줄 안다. 어찌 활을 당겨 위지(尉遲)를 쏠 줄 알겠는가.”
學云:「眼親不如手親。」師云:「新長老敗闕。」學云:「口是禍門。」
스님이 말했다. “눈에 익은 것이 손에 익은 것만 못합니다.” 선사가 말했다. “새 장로가 졌구나.” 스님이 말했다. “입은 화의 문(禍門)입니다.”
쉽게 읽기또 어떤 승려가 물었다. “싸움터에서 오래 싸우시다가 오늘 아침에야 이름을 이루셨습니다. 쌓은 공에 걸리지 않고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스님이 답했다. “긴 뱀 모양의 진이야 그래도 상대할 만하지만, 반달 모양의 진은 어떻게 당해 내겠는가.” 그 승려가 말했다. “금 화살촉은 손에 익어 일찍이 백 번을 싸웠고, 쇠 채찍은 힘이 넘치는데 맞설 원수가 없는 것이 한입니다.” 스님이 말했다. “그대가 금아의 솜씨가 아닌 줄은 안다. 어찌 활을 당겨 위지 장군을 쏠 줄 알겠는가.” 그 승려가 말했다. “눈에 익은 것이 손에 익은 것만 못합니다.” 스님이 말했다. “새로 온 장로가 졌구나.” 그 승려가 말했다.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입니다.”
2.5
한문師噓乃云:「秋風颯颯玉露垂珠,水碧山青蛩吟蟬噪,圓通門大啟,文殊普賢穿過汝諸人鼻孔,自是汝諸人當面諱却。」
번역선사가 “쉬-” 하고는 말했다. “가을바람이 우수수 불고, 옥 같은 이슬이 구슬로 드리웠다. 물은 파랗고 산은 푸르다. 귀뚜라미가 울고 매미가 시끄럽다. 원통(圓通)의 문이 활짝 열려, 문수와 보현이 그대들 콧구멍을 꿰뚫고 지나간다. 그런데 그대들 스스로 눈앞에서 숨겨 버린다.”
쉽게 읽기스님은 “쉿!” 하고는 이어서 말했다. “가을바람은 쏴아 불고 맑은 이슬은 구슬처럼 맺혔다. 물은 파랗고 산은 푸르며 귀뚜라미는 울고 매미는 시끄럽다. 두루 통하는 문이 활짝 열려 문수와 보현이 그대들 콧구멍을 꿰뚫고 지나가는데, 그대들 스스로 눈앞에서 그것을 감추어 버린다.”
2.6
한문復云:「諸佛不出世,四十九年說,未審說箇什麼?少林有妙訣,殃及子孫至今分疎不下,更說什麼妙訣?
번역다시 말했다. “‘모든 부처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데 사십구 년을 설했다’고 한다.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을 설했는가? ‘소림(少林)에 묘한 비결이 있다’고 한다. 그 재앙이 자손에게 미쳐, 지금까지도 변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또 무슨 묘한 비결을 말하겠는가?
若人識祖佛當處便超越。超越與未超越則且置,儞道,祖佛即今在什麼處?若無人道得,山僧不惜眉毛,與汝諸人拈出。」拍禪床一下。
누구든 조사와 부처를 바로 그 자리에서 알아보면, 곧 뛰어넘는다. 뛰어넘었느냐 못 넘었느냐는 잠시 놓아두자. 그대는 말해 보라. 조사와 부처는 바로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면, 산승이 눈썹을 아끼지 않고 그대들에게 집어내 보이겠다.” 그러고는 선상(禪床)을 한 번 쳤다.
쉽게 읽기다시 말했다. “‘모든 부처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도 사십구 년을 설했다’고들 하는데, 모르겠구나, 대체 무엇을 설했다는 말인가? ‘소림에 묘한 비결이 있다’고 하지만, 그 탓에 재앙이 자손에게까지 미쳐 지금껏 변명조차 못 하고 있다. 그런데 또 무슨 묘한 비결을 말하는가? 누구든 조사와 부처를 바로 그 자리에서 알아보면 곧 그것을 뛰어넘는다. 뛰어넘었느냐 못 넘었느냐는 잠시 놓아두고, 그대들은 말해 보라. 조사와 부처는 바로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면, 나는 눈썹이 빠지는 것도 아끼지 않고 그대들에게 집어내 보이겠다.” 그러고는 선상을 한 번 내리쳤다.
풀이 1
해설백운(白雲) 문하에서 주지 임명장(帖)을 받는 자리의 법문이다. 임명장을 그대로 문자로만 받아들이면…

백운(白雲) 문하에서 주지 임명장(帖)을 받는 자리의 법문이다. 임명장을 그대로 문자로만 받아들이면 '종풍(宗風)을 매몰시킨다'고 경계하며, 그 절차 자체를 하나의 공안으로 전환한다. "대유령(大庾嶺) 마루에서는 들어 올리지 못한 것"은 육조 혜능(慧能)이 전한 의발을 명(明) 상좌가 들지 못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끌어와, 법의(法衣)로 상징되는 법이 본래 무게로 잡히는 물건이 아님을 가리킨다. 이어지는 문답은 '몸을 돌리는 한 구절(轉身一句)', '공훈에 걸리지 않는 경지'를 주고받는데, 활쏘기와 창칼의 전쟁 비유를 동원해 기봉(機鋒)을 겨루다가 학인이 말에 걸려 넘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입은 화의 문(口是禍門)"이라는 학인의 말과 선사의 "쉬-" 하는 응수가 그 정점이다. 끝으로 '모든 부처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데 사십구 년을 설했다', '소림에 묘결이 있다'는 상투적 표현마저 부정하며, 조사와 부처가 '바로 지금 어디 있는가'를 되물어 각자의 현전(現前)으로 돌린 뒤 선상을 한 번 쳐서 마무리한다.

卷上 차례 (108단)

이 단의 낱말 8
  1. 白雲山 백운산

    서주(舒州)에 있는 산으로, 산속에 해회선원(海會禪院)이 있다. 양기방회의 제자 백운수단(白雲守端)이 이곳에 머물러 '백운'이라 불렸고, 그 제자 오조법연(五祖法演)도 뒤에 이 절의 주지가 되었다. 그래서 선록의 '백운'은 이 산을 가리키기도 하고, 이곳에 머문 수단이나 법연을 가리키기도 한다. 법연은 만년에 기주(蘄州) 동산(東山), 곧 오조산으로 옮겼다.

  2. 現成公案 현성공안

    이미 다 이루어져 눈앞에 드러나 있는 공안(公案)이다. 따로 화두를 들고 찾을 것 없이, 지금 드러난 이대로가 그대로 공안이라는 뜻이다. 목주(睦州) 선사가 즐겨 한 말로 이름났다.

  3. 維那 유나

    선원 대중의 규율과 수행 생활을 맡아 이끄는 소임이다. 승당의 질서를 살피고, 의식 때 글을 읽거나 백추를 하여 대중에게 알린다. 절 살림을 맡은 지사(知事)의 하나로 꼽힌다.

  4. 大庾嶺 대유령

    강서(江西)·광동(廣東) 경계의 고개(유령(庾嶺)·매령(梅嶺))다. 혜능(慧能)이 남하하던 중 혜명(惠明)이 따라잡은 장소다. 전등록(傳燈錄)에는 '추축지대유령(追逐至大庾嶺), 사최선견(師最先見)'으로 나온다.

  5. 文殊 문수

    문수사리(文殊師利) 보살이다. 지혜를 상징하는 큰 보살로,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과 짝을 이룬다. 『유마경』에서는 병든 유마거사를 문병하고, 말 없는 그의 침묵을 참된 '둘 아닌 법문'이라 찬탄했다.

  6. 普賢 보현

    보현(普賢)(Samantabhadra)이다. 행원(行願)을 상징하는 대보살이다.

  7. 少林 소림

    숭산(嵩山)에 있는 절 소림사(少林寺)다. 달마가 이 절에 머물며 날마다 벽을 마주하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로 이름나, 선종이 비롯된 곳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8. 不惜眉毛 불석미모

    '눈썹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법을 함부로 많이 말하면 눈썹이 빠진다는 옛 속설에 기대어,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자상하게 다 일러 줌을 이른다.

서주백운산해회연화상초주사면산어록 舒州白雲山海會演和尚初住四面山語錄주석 4해설낱말 8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이 어록의 편자: 參學才良編.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