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백운수단 광록 · 卷二 181

황매 양차공을 위한 상당 — 지음을 만나다

黃梅楊長官請上堂 炎雲乍捲

181.1
한문黃梅楊長官請上堂,僧問:炎雲乍捲,玉露初垂,賢宰臨筵,請師說法。師云:松柏唯高唯斂。
번역황매의 양 장관(黃梅楊長官)이 청하여 상당했다. 한 승이 물었다. “더운 구름이 막 걷히고 옥 이슬이 처음 내리는데, 어진 원님께서 자리에 오셨습니다. 스님께서 설법해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소나무 잣나무는 오직 높고 오직 여문다.”
僧云:便恁麼去時如何?師云:汝見青青見什麼?
승이 말했다. “곧 그렇게 갈 때는 어떻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푸르고 푸른 것을 보는데, 무엇을 보는가?”
僧云:歲久見人心。師云:更子細道看。僧云:却請和尚道。師云:恁麼禪客且在半途。
승이 말했다. “세월이 오래야 사람 마음을 본다.” 선사가 말했다. “더 자세히 말해 보라.” 승이 말했다. “도리어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그런 선객은 아직 길을 반밖에 못 왔다.”
쉽게 읽기황매의 양 장관이 청하여 상당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더운 구름이 막 걷히고 맑은 이슬이 처음 내리는 때, 어진 고을 원님께서 자리에 오셨으니 스님께서 법을 설해 주십시오.” 선사가 답했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오직 높이 자라고 오직 단단히 여문다.” 스님이 “그렇게 곧장 가 버릴 때는 어떻습니까?” 하자, 선사는 “너는 늘 푸른 것을 보는데, 무엇을 보았느냐?” 했다. 스님이 “세월이 오래 지나야 사람 마음을 압니다” 하자, 선사는 “좀 더 자세히 말해 보라” 했다. 스님이 “도리어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하자, 선사는 “그런 선객은 아직 길 한가운데에 있다” 했다.
181.2
한문乃云:自古自今,說理說事者如稻麻竹葦,會禪者更比比然,俱是討一箇家裏人,如天上揀月相似。
번역이에 말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치(理)를 말하고 일(事)을 말하는 사람은 벼·삼·대·갈대처럼 많다. 선을 안다는 사람은 더욱 즐비하다. 모두가 ‘한집안 사람(家裏人)’ 하나를 찾는 일이다. 하늘에서 달을 골라내는 것과 같다.
쉽게 읽기선사가 이어서 말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치를 말하고 일을 말하는 사람은 벼와 삼, 대와 갈대처럼 많고, 선을 안다는 사람도 즐비하다. 그러나 한집안 사람 하나를 찾는 일은 다들 하늘에서 달을 골라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181.3
한문黃梅賢宰楊次公聞名十載有餘,夜來忽蒙訪及,元來却是一箇本分家裏人,
번역황매의 어진 원님 양차공(楊次公)의 이름을 들은 지 십 년이 넘었다. 어젯밤 뜻밖에 찾아 주는 은혜를 입었다. 알고 보니 본분(本分)의 한집안 사람이었다.
杓柄長短、鍋子大小,雖然未曾一一點過,看他數目也甚分明,可謂如在東溪日,花開葉落時,幾擬將黃金鑄作鍾子期。
국자 자루가 긴지 짧은지, 솥이 큰지 작은지를 낱낱이 짚어 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셈이 아주 분명한 것을 보니, 이렇게 말할 만하다. ‘동쪽 시냇가에 있던 날, 꽃 피고 잎 지던 때에, 몇 번이나 황금을 부어 종자기(鍾子期)①를 만들려 했던가.’
쉽게 읽기황매의 어진 원님 양차공의 이름을 들은 지 십 년이 넘었는데, 어젯밤 뜻밖에 찾아 주었다. 만나 보니 과연 본분을 지키는 한집안 사람이었다. 국자 자루가 긴지 짧은지, 솥이 큰지 작은지를 하나하나 따져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셈이 아주 분명한 것을 보니 이렇게 말할 만하다. ‘동쪽 시냇가에 살던 날, 꽃 피고 잎 지던 때에, 몇 번이나 황금을 부어 종자기를 만들고 싶었던가.’
풀이 1
181.4
한문昨來當塗郭公甫來,曾舉上大人一徧,今日次公來,更須舉一徧。
번역지난번 당도(當塗)의 곽공보(郭公甫)가 왔을 때 ‘상대인(上大人)’②을 한 번 들어 보였다. 오늘 차공이 왔으니, 다시 한 번 들어 보여야겠다.
夜凉堂上忽聞人呌喚:黃梅楊長官,來到白雲畔,久聞竊我宗,未得當面斷。
‘서늘한 밤 법당에서 문득 누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네. 황매의 양 장관이 백운 곁에 왔다네. 오래전부터 내 종지를 몰래 엿들었다더니, 아직 얼굴 맞대고 판가름하지는 못했구나.
一夜燈火前,行過舊公案,所犯一一招,也要眾人看。
하룻밤 등불 앞에서 묵은 공안을 짚어 가니, 저지른 허물을 낱낱이 털어놓았네. 뭇사람도 보게 해야겠네.
쉽게 읽기지난번 당도 땅의 곽공보가 왔을 때 ‘상대인’을 한 번 들려준 일이 있는데, 오늘 차공이 왔으니 한 번 더 들려주어야겠다. ‘서늘한 밤 법당에서 문득 누가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황매의 양 장관이 백운 곁에 왔다네. 오래전부터 내 가풍을 몰래 엿들었다더니, 아직 얼굴 맞대고 결판을 내지는 못했네. 하룻밤 등불 앞에서 묵은 공안들을 하나하나 짚어 가니, 저지른 허물을 낱낱이 털어놓아, 여러 사람도 보게 했네.
풀이 1
181.5
한문鼻直權骨高,一箇沒量漢,何日履亨衢?吾道聊輝煥。共唱太平歌,掃盡天下亂,文章不礙他,兼能大衍筭,兩箇五伯文,依前是一貫。
번역코는 곧고 광대뼈는 높으니, 헤아릴 수 없이 큰 사내(沒量漢)라네. 언제쯤 넓은 길을 밟으려나. 우리 도도 얼마간 빛나겠네. 함께 태평가를 부르며 천하의 어지러움을 다 쓸어 내세. 문장도 그를 막지 못하고, 대연(大衍)의 셈에도 능하네. 오백 문짜리 둘은 예전 그대로 한 꿰미(一貫)라네.’”
쉽게 읽기코는 반듯하고 광대뼈는 높아, 헤아릴 수 없이 큰 사내로다. 언제 넓은 벼슬길에 오르려나, 우리 도도 덩달아 빛나리라. 함께 태평가를 부르며, 천하의 어지러움을 다 쓸어 내세. 문장도 그에게 걸림이 되지 않고, 주역의 대연 셈에도 능하니, 오백 문짜리 둘은 예전 그대로 한 관이라네.’”

광록 卷二 차례 (78편)

이 편의 낱말 6
  1. 黃梅 황매

    기주(蘄州) 황매현으로, 오조홍인(五祖弘忍)이 법을 펴던 곳이다. 선문에서는 흔히 땅 이름으로 홍인 스님 자신을 가리킨다. 육조혜능(六祖慧能)이 이곳에 찾아가 법을 이었다.

  2. 楊傑 양걸

    북송의 관리이자 거사로, 자는 차공(次公), 호는 무위자(無爲子)다. 예부의 관원 등을 지내며 여러 선사를 두루 찾았고, 만년에 천의의회(天衣義懷)를 따르다 깨쳐 그 법을 이은 이로 꼽힌다. 정토 신앙도 깊었다.

  3. 鍾子期 종자기

    거문고 명인 백아(伯牙)의 가락을 듣고 그 마음에 담긴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을 알아들은 사람이다. 그가 죽자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고 하여, 마음을 알아주는 벗, 곧 지음(知音)의 상징이 되었다.

  4. 郭祥正 곽상정

    북송의 시인이자 거사(1035~1113)다. 자는 공보(功甫), 호는 정공거사(淨空居士)로 당도(當塗) 사람이다. 백운수단(白雲守端)을 찾아가 깨우침을 얻었다 하여, 등록에서는 백운의 법을 이은 제자로 싣는다.

  5. 上大人 상대인

    옛날 아이들이 처음 붓글씨를 익히던 교본의 첫 구절이다. '상대인 구을기(上大人丘乙己)…'로 이어지는 쉬운 글자들이다. 선문에서는 누구나 아는 가장 쉬운 말로 깊은 뜻을 대신 보일 때 든다.

  6. 公案 공안

    옛 조사들이 주고받은 문답이나 깨달음의 계기를 들어, 참선하는 이가 붙들고 궁구하게 한 것이다. 본래 관아의 판결 문서를 이르던 말이다. 화두(話頭)로 들어 의심을 일으키는 재료가 된다.

서주 백운산 해회선원 어록 舒州白雲山海會禪院語錄주석 2낱말 6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門人 處凝 編 · 序 太原 王孜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