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백운수단 어록 · 卷上 5

행장 — 백운수단의 생애와 기연

師姓葛氏

5.1
한문師姓葛氏,衡陽人。幼事翰墨,及冠,依茶陵郁禪師披削,往參楊岐。
번역스님의 성은 갈(葛)씨이고, 형양(衡陽)① 사람이다. 어려서 글과 글씨를 익혔다. 스무 살 무렵 다릉(茶陵)의 욱(郁) 선사②에게 출가해 머리를 깎았다. 그 뒤 양기(楊岐)를 찾아가 참문했다.
쉽게 읽기스님의 성은 갈씨이고, 형양 사람이다. 어려서는 글과 글씨를 익혔다. 스무 살이 되자 다릉의 욱 선사에게 출가해 머리를 깎았고, 이어 양기 스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다.
풀이 2
① 衡陽 형양지금의 호남성 형양. 백운의 속성은 갈(葛)씨이다.
② 茶陵郁(다릉 욱) 선사백운이 처음 출가해 삭발한 수업사(受業師). 다릉은 호남의 지명.
5.2
한문岐一日忽問:受業師為誰?師曰:茶陵郁和尚。
번역하루는 양기가 문득 물었다. “너를 출가시킨 스승이 누구냐?” 스님이 답했다. “다릉의 욱 화상입니다.”
岐曰:吾聞伊過橋遭攧有省,作偈甚奇,能記否?
양기가 말했다. “내 듣기로, 그가 다리를 건너다 넘어지면서 깨친 바가 있어 게송을 지었는데 아주 빼어나다더구나. 외울 수 있느냐?”
師誦曰:我有明珠一顆,久被塵勞關鎻。今朝塵盡光生,照破山河萬朵。岐笑而趨起,師愕然,通夕不𥧌。
스님이 외웠다. ‘나에게 밝은 구슬 한 알 있으나 / 오래도록 번뇌에 갇혀 있었네 / 오늘 아침 티끌 다하자 빛이 나서 / 산하 만 떨기를 비추어 깨뜨리네.’③ 양기는 웃더니 일어나 가 버렸다. 스님은 어리둥절해서 밤새 잠들지 못했다.
쉽게 읽기하루는 양기 스님이 불쑥 물었다. “너를 출가시킨 스승은 누구냐?” “다릉의 욱 화상입니다.” “듣자니 그분은 다리를 건너다 넘어지면서 깨친 바가 있어 게송을 지었는데, 그 게송이 아주 빼어나다더구나. 외울 수 있느냐?” 스님이 외웠다. ‘나에게 밝은 구슬 하나 있으나 / 오래도록 번뇌의 티끌에 갇혀 있었네 / 오늘 아침 티끌 걷히고 빛이 나니 / 산과 강 만 떨기를 환히 비추네.’ 양기 스님은 웃더니 일어나 가 버렸다. 스님은 어리둥절하여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풀이 1
③ 我有明珠一顆 … 照破山河萬朵다릉 욱이 다리를 건너다 넘어지며 깨치고 지었다는 오도송(悟道頌). 진로(번뇌)에 갇혔던 밝은 구슬(자성)이 티끌이 다하자 산하를 비춘다는 뜻.
5.3
한문黎明,咨訽之。適歲暮,岐曰:汝見昨日打敺儺者麼?曰:見。岐曰:汝一籌不及渠。師復駭曰:意旨如何?岐曰:渠愛人笑,汝怕人笑。師大悟,巾侍久之,辭遊廬阜。
번역날이 밝자 그 뜻을 여쭈었다. 마침 섣달그믐이었다. 양기가 물었다. “너는 어제 나례(儺禮) 놀이 하던 광대들을 보았느냐?”④ “보았습니다.” 양기가 말했다. “너는 그들보다 한 수 못하다.” 스님이 다시 놀라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양기가 말했다. “그들은 남이 웃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너는 남이 웃을까 두려워한다.” 스님은 크게 깨달았다. 오래도록 곁에서 스승을 시봉하다가⑤ 하직하고 여산(廬山)으로 떠났다.
쉽게 읽기날이 밝자 찾아가 그 까닭을 여쭈었다. 마침 섣달그믐 무렵이었다. 양기 스님이 물었다. “어제 귀신 쫓는 탈놀이를 하던 광대들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너는 그 광대들보다 한 수 못하다.” 스님이 다시 놀라 여쭈었다. “무슨 뜻입니까?” “그들은 남이 웃어 주기를 좋아하는데, 너는 남이 웃을까 봐 두려워한다.” 이 말에 스님은 크게 깨달았다. 그 뒤로 오래도록 곁에서 스승을 모시다가, 하직하고 여산으로 갔다.
풀이 2
④ 打敺儺者세밑에 역귀를 쫓는 나례(儺禮)를 벌이는 연희자들. 남의 웃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기연의 소재가 된다.
⑤ 巾侍 건시수건을 받들어 스승을 곁에서 시봉함.
5.4
한문圓通訥禪師舉住承天,聲名籍甚。又遜居圓通,次徙法華、龍門、興化、海會,所至眾如雲集。
번역원통사의 거눌(居訥) 선사⑥가 천거하여 승천사(承天寺) 주지가 되었다. 명성이 자자했다. 다시 그 자리를 사양하고 원통사에 머물렀다. 이어 법화·용문·흥화·해회⑦로 옮겨 갔다. 가는 곳마다 대중이 구름처럼 모였다.
쉽게 읽기원통사의 거눌 선사가 천거하여 승천사의 주지가 되었는데,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얼마 뒤 그 자리를 사양하고 원통사로 물러나 머물렀고, 이어 법화사·용문사·흥화사·해회사로 옮겨 다녔다. 가는 곳마다 대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풀이 2
⑥ 圓通訥 원통 눌원통사의 거눌(居訥). 백운을 승천사에 천거하였다.
⑦ 承天·法華·龍門·興化·海會백운이 차례로 주석한 사찰들. 승천·원통·법화·용문·흥화·해회(海會)로 옮기며 교화했고, 해회 시절 오조법연이 그 문하에 들었다.
5.5
한문僧問:如何是佛法大意?師曰:水底按葫蘆。又僧問:
번역어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스님이 답했다. “물 밑에서 조롱박을 누른다.”⑧ 또 어떤 승려가 물었다.
不求諸聖,不重己靈,未是衲僧分上事。如何是衲僧分上事?師曰:死水不藏龍。曰:便恁麼去時如何?師曰:賺殺汝。
“모든 성인을 구하지 않고 제 신령함도 중히 여기지 않는 것, 이것은 아직 납승의 본분사가 아닙니다. 무엇이 납승의 본분사입니까?” 스님이 답했다. “고인 물에는 용이 숨지 않는다.”⑨ “그렇다면 곧장 그렇게 가 버릴 때는 어떻습니까?” 스님이 답했다. “너를 단단히 속인다.”
宋仁宗熈寧五年丙戌示寂,世壽四十八。
송나라 인종 희령(熙寧) 5년 병술년에 입적했다. 세수는 마흔여덟이었다.⑩
쉽게 읽기어떤 승려가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스님이 답했다. “물 밑에서 조롱박을 누른다.” 또 어떤 승려가 물었다. “여러 성인을 구하지도 않고 제 안의 신령함도 중히 여기지 않는 것, 이것은 아직 선승의 본분사가 아닙니다. 무엇이 선승의 본분사입니까?” “고여 죽은 물에는 용이 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곧장 그렇게 가 버릴 때는 어떻습니까?” “그러면 너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송나라 희령 5년 병술년(1072)에 입적하니, 세상 나이 마흔여덟이었다.
풀이 4
⑧ 水底按葫蘆 수저안호로물 밑에서 조롱박을 누른다. 누르면 곧 다른 데로 떠오르는, 붙잡히지 않고 활발발한 종지를 비유한다.
⑨ 死水不藏龍 사수부장룡고여 죽은 물에는 용이 살지 않는다. 살아 있는 기틀(活句)을 강조하는 말.
⑩ 宋仁宗熈寧五年丙戌저본의 착오로 보인다. 희령(熙寧)은 인종(仁宗)이 아니라 신종(神宗)의 연호이며, 희령 5년의 간지는 병술(丙戌)이 아니라 임자(壬子, 1072)이다. 백운의 입적을 희령 5년(1072)·세수 48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교감 · 宋仁宗熈寧五年丙戌示寂① 「宋仁宗熈寧五年丙戌示寂」: 底本의 이중 오각. ‘熙寧’은 仁宗이 아니라 神宗의 연호이므로 「神宗」이라야 하고, ‘熙寧 五年’의 간지는 壬子(1072)이므로 「丙戌」(1046)은 「壬子」의 오각이다. 세수 48·생년 1025(天聖3 乙丑)로 역산해도 입적은 熙寧 5년(1072). 『선림승보전』·『오등회원』도 神宗 熙寧 5년으로 전한다.

어록 卷上 차례 (9편)

이 편의 낱말 8
  1. 楊岐方會 양기방회

    송나라 임제종의 선승(992~1049)이다. 자명초원(慈明楚圓)의 법을 잇고 원주(袁州) 양기산에서 법을 폈다. 그 법맥을 양기파라 부르며, 백운수단(白雲守端)·오조법연을 거쳐 원오극근에게 이어졌다.

  2. 茶陵郁 다릉욱

    송나라 때 담주(潭州) 다릉에 살던 스님으로, 흔히 욱산주(郁山主)라 부른다. 나귀를 타고 다리를 건너다 판자를 밟아 떨어지는 순간 크게 깨쳤다. 백운수단(白雲守端)이 그에게서 머리를 깎았다.

  3. 廬山 여산

    강주(江州)에 있는 이름난 산으로, 여부(廬阜)·광려(匡廬)라고도 한다. 귀종사(歸宗寺)·서현사(棲賢寺)·원통사(圓通寺) 같은 선원이 많았다. 백운은 양기 스님 곁을 떠나 이 산에 노닐다가 원통거눌(圓通居訥)의 천거로 승천선원의 주지가 되었다.

  4. 圓通居訥 원통거눌

    거눌(居訥, 1010~1071)이다. 북송 운문종의 선승으로, 여산(廬山) 원통사에 오래 머물러 '원통 눌'이라 불렸다. 황제가 '조인(祖印)'이라는 호를 내렸다. 젊은 백운수단(白雲守端)을 알아보고 강주의 승천선원 주지로 천거했다.

  5. 承天禪院 승천선원

    강주(江州)에 있던 절이다. 백운수단(白雲守端)이 여산의 원통거눌(圓通居訥)에게 천거받아 처음 주지가 되어 법을 편 곳이다. 백운은 이곳에서 설법할 때 자신을 흔히 '승천'이라 일컬었다.

  6. 海會禪院 해회선원

    서주(舒州) 백운산(白雲山)에 있던 선원이다. 백운수단(白雲守端)이 승천·원통·법화·용문·흥화를 거쳐 이곳에 머물렀다. 뒤에 그의 제자 오조법연(五祖法演)도 이곳에 머물렀다.

  7. 衲僧 납승

    누더기(衲) 옷을 입은 선승이다. 참선 수행자를 가리키는 선가의 상투어다.

  8. 本分事 본분사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어 마땅히 밝혀야 할 근본의 일, 곧 제 본래 모습을 깨닫는 일이다. 또 스승이 방편을 빌리지 않고 바로 그 근본으로 학인을 이끄는 본연의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주석 10교감 1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8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語錄』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語錄』. 門人 處凝 等編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