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백운수단 광록 · 卷二 135

개당 — 북소리 울리기 전

開堂日 宣疏白槌已

135.1
한문師開堂日,宣疏白槌已,乃顧視座下云:
번역선사가 개당(開堂)하는 날, 소(疏)를 읽고 백퇴(白槌)를 마치자, 자리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
皷聲未動已前,山僧未陞座已前,好箇古佛樣子。
“북소리가 아직 울리기 전, 산승이 아직 법좌에 오르기 전— 참 좋은 옛 부처(古佛)의 모습이다.
若人向此時薦得,可謂古釋迦不前,今彌勒不後。
누구든 이때에 알아차린다면, 옛 석가도 앞이 아니고 지금 미륵도 뒤가 아니라 할 만하다.
更待聽三寸舌頭上帶出來底,早是參差,須有掃參差之手,方能救得完全。今日還有麼?出來看。
세 치 혀끝(三寸舌頭)에 실려 나오는 것을 다시 기다려 듣는다면, 벌써 어긋났다. 그 어긋남을 쓸어 내는 솜씨가 있어야 비로소 온전히 건질 수 있다. 오늘 그런 이가 있는가? 나와 보라.”
쉽게 읽기선사가 개당하던 날, 개당을 청하는 글을 읽고 백퇴를 마친 다음, 법상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 “북이 아직 울리기 전, 내가 아직 법상에 오르기 전— 바로 그때가 옛 부처의 참 모습 그대로다. 누구든 그때 알아차린다면, 옛 석가도 그보다 앞서지 못하고 앞으로 올 미륵도 그보다 뒤지지 않는다 하겠다. 세 치 혀끝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기다렸다가 듣는다면 벌써 어긋난 것이다. 그 어긋남을 쓸어 낼 솜씨가 있어야 비로소 온전히 건져 낼 수 있다. 오늘 그런 사람이 있는가? 나와 보라.”
135.2
한문僧問:世尊出世,度人已畢,和尚六度開堂,度得多少人?師云:行到水窮處,坐看雲起時。僧云:恁麼則皇帝萬歲。師云:人人盡願。僧應諾禮拜。
번역한 승이 물었다. “세존께서는 세상에 나와 사람 제도하기를 이미 마치셨습니다. 스님은 여섯 번째 개당(六度開堂)①이신데, 몇 사람이나 제도하셨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걷다가 물 다한 곳에 이르러, 앉아서 구름 이는 때를 본다.”② 승이 “그렇다면 황제 폐하 만세입니다” 하자, 선사가 “사람마다 다 바라는 바다” 했다. 승이 “예” 하고 절했다.
쉽게 읽기한 스님이 물었다. “세존께서는 세상에 나와 중생 제도를 이미 다 마치셨습니다. 스님은 이번이 여섯 번째 개당이신데, 몇 사람이나 제도하셨습니까?” 선사가 답했다. “걷다가 물이 다한 곳에 이르면, 앉아서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본다.” 스님이 “그렇다면 황제 폐하 만세입니다” 하자, 선사는 “누구나 다 바라는 바다” 했다. 스님이 “예” 하고 절했다.
풀이 2
① 六度開堂 육도개당백운이 여섯 번째로 개당함. 앞서 승천·원통·법화·용문·흥화를 거쳐 여섯째로 해회에 주석함을 이른다.
② 行到水窮處, 坐看雲起時왕유(王維) 「종남별업(終南別業)」의 명구. 막다른 곳이 곧 새 경계가 열리는 자리임을 빌려 답한다.
135.3
한문僧問:朝蓋臨筵於法會,請師不恡震雷音。師云:一琴彈古調,百里賀新聲。僧云:一句逈然去也。師云:你作麼生聞?僧云:相識滿天下。師哂之,乃云:
번역한 승이 물었다. “조정의 높은 분이 법회 자리에 오셨으니, 스님께서는 우레 같은 법음을 아끼지 마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거문고 하나로 옛 가락을 타니, 백 리 밖에서 새 소리를 축하한다.” 승이 “한 구절이 아득히 벗어나 버렸습니다” 하자, 선사가 “그대는 어떻게 들었는가?” 했다. 승이 “아는 사람이야 천하에 가득합니다” 하자, 선사가 빙긋 웃고 말했다.
쉽게 읽기또 한 스님이 물었다. “조정의 높은 관리께서 법회 자리에 오셨으니, 스님께서는 우레 같은 법문을 아끼지 마십시오.” 선사가 답했다. “거문고 하나로 옛 곡조를 타니, 백 리 사방에서 새 노래를 축하한다.” 스님이 “한 구절이 아득히 멀리 벗어났습니다” 하자, 선사는 “너는 어떻게 들었느냐?” 했다. 스님이 “아는 사람이야 천하에 가득합니다” 하자, 선사는 빙그레 웃고 이어서 말했다.
135.4
한문善言言者,言所不能言;善跡跡者,跡所不能跡。
번역“말을 잘하는 이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자취를 잘 밟는 이는 자취로 밟을 수 없는 것을 밟는다.
每日開口動舌,無非是言,作麼生說箇言所不能言?既喚作言,即便是跡,作麼生說箇跡所不能跡?
날마다 입을 열고 혀를 놀리니 말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가? 말이라고 부르는 순간 곧 자취다. 그런데 어떻게 ‘자취로 밟을 수 없는 것’을 밟는가?
到者裏,一大藏教用一字不著;到者裏,一大藏教一字用得著。
여기에 이르면 팔만대장경도 한 글자 쓸 데가 없다. 또 여기에 이르면 팔만대장경이 한 글자 한 글자 다 쓸 데가 있다.
為什麼先用不著,又却用得著?且道譊訛在甚處?
어째서 먼저는 쓸 데가 없다가 다시 쓸 데가 있는가? 자 말해 보라. 그 어긋남(譊訛)이 어디에 있는가?
쉽게 읽기“‘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자취를 잘 남기는 사람은 자취로 남길 수 없는 것을 자취로 남긴다.’ 날마다 입을 열고 혀를 놀리니 말 아닌 것이 없는데, 어떻게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겠는가? 말이라고 부르는 순간 곧 자취가 되는데, 어떻게 ‘자취로 남길 수 없는 것’을 자취로 남기겠는가? 여기에 이르면 팔만대장경도 한 글자 쓸 데가 없고, 또 여기에 이르면 팔만대장경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쓰인다. 어째서 앞에서는 쓸 데가 없다가 다시 쓸 데가 있게 되는가? 말해 보라, 그 엇갈림이 어디에 있는가?
135.5
한문不見道:千峰勢到嶽邊止,萬派聲歸海上消。
번역보지 못했는가. ‘천 봉우리 형세는 큰 산 가에 이르러 멈추고, 만 갈래 물소리는 바다로 돌아가 잦아든다.’
自古自今,向其間鑽仰者,如稻麻竹葦實,端的透徹,百千中無一二。
예로부터 지금까지 그 사이를 우러러 파고든 이는 벼와 삼, 대와 갈대처럼 빽빽하다. 그러나 참으로 꿰뚫어 사무친 이는 백천 명 가운데 한둘도 없다.
若果然透得者,十二時中不妨慶快,應機接物,利樂有情,將盡乾坤星辰日月、盡大地艸木叢林,都在一箇出入遊戲之具。
정말로 꿰뚫은 이라면 하루 열두 때 참으로 시원하고 기쁘다. 기틀에 맞춰 사람을 맞고,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한다. 온 하늘땅의 별과 해와 달, 온 대지의 풀과 나무와 숲을 모두 드나들며 노니는 놀잇감 하나로 삼는다.
쉽게 읽기이런 말을 듣지 못했는가. ‘천 봉우리의 기세는 큰 산 곁에 이르러 멈추고, 만 갈래 물소리는 바다에 돌아가 잦아든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를 우러러 파고든 사람은 논밭의 벼와 삼, 숲의 대와 갈대처럼 많지만, 참으로 꿰뚫어 사무친 사람은 백천 명 가운데 한둘도 없다. 정말로 꿰뚫은 사람이라면 하루 종일 마음이 시원하고 즐거워, 상대의 그릇에 맞게 사람을 맞이하고 중생을 이롭고 기쁘게 한다. 온 하늘과 땅, 별과 해와 달, 온 대지의 풀과 나무와 숲을 모두 드나들며 노니는 놀잇감으로 삼는다.
135.6
한문所以古者道:玉轉珠迴祖佛言,精通猶自污心田,老盧只解長舂米,何得黃梅萬古傳?
번역그래서 옛사람이 말했다. ‘구슬 굴리듯 조사와 부처의 말에 정통해도, 그 정통함이 오히려 마음 밭을 더럽힌다. 늙은 노씨(老盧)는 오래 방아 찧을 줄만 알았는데, 어떻게 황매(黃梅)의 법을 만고에 전했는가?’③
山僧在菴中亦有示徒道:直下雖然沒許般,透如未盡活還難,
산승도 암자에 있을 때 대중에게 이렇게 보인 적이 있다. ‘바로 그 자리에는 비록 이런저런 것이 없다 해도, 꿰뚫음이 끝까지 가지 못하면 살아나기가 도리어 어렵다.
海門昨夜狂風起,無限波濤一掃乾。
어젯밤 바다 어귀(海門)에 사나운 바람이 일어, 끝없는 물결을 한바탕 쓸어 말렸네.’
쉽게 읽기그래서 옛사람이 말했다. ‘구슬 굴리듯 조사와 부처의 말을 술술 꿰어도, 그 능통함이 오히려 마음 밭을 더럽힌다. 노씨 행자 혜능은 오래 방아만 찧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황매의 법을 만고에 전했던가?’ 내가 암자에 있을 때에도 대중에게 이런 게송을 보인 적이 있다. ‘바로 그 자리엔 비록 이런저런 것이 없다 해도, 꿰뚫음이 끝까지 가지 못하면 되살아나기가 어렵다. 어젯밤 바다 어귀에 사나운 바람이 일어, 끝없는 물결을 한꺼번에 쓸어 말려 버렸네.’
풀이 1
③ 老盧只解長舂米, 何得黃梅萬古傳글에 정통함(玉轉珠迴)이 도리어 마음을 더럽히거늘, 방아만 찧던 혜능이 황매(오조 홍인)의 법을 만고에 전한 역설을 든다. 문자·지해(知解)를 넘어선 선지(禪旨)의 표방.
135.7
한문恁麼地,先與人開却大路,然後兩手掇向人前,有靈利底,不用一毫頭氣力便提得去。
번역이렇게 먼저 사람에게 큰길을 열어 주고, 그런 뒤에 두 손으로 받쳐 사람 앞에 내민다. 영리한 이라면 털끝만 한 힘도 들이지 않고 곧 집어 간다.
今日還有麼?若道提不去,敢問諸人:十二時中應用施為、分賢別愚、是是非非,是箇什麼?
오늘 그런 이가 있는가? 집어 가지 못하겠다면, 감히 여러분에게 묻겠다. 하루 열두 때 응해 쓰고 움직이며,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를 가르고, 옳다 그르다 따지는 이것은 무엇인가?”
쉽게 읽기이렇게 먼저 사람들에게 큰길을 열어 주고, 그런 다음 두 손으로 받들어 사람 앞에 내민다. 눈 밝은 사람이라면 털끝만 한 힘도 들이지 않고 곧장 집어 갈 것이다. 오늘 그런 사람이 있는가? 집어 가지 못하겠다면, 감히 여러분에게 묻겠다. 하루 종일 쓰고 움직이며,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를 가리고, 옳다 그르다 따지는 이것은 무엇인가?”

광록 卷二 차례 (78편)

이 편의 낱말 6
  1. 開堂 개당

    새로 주지가 된 선사가 처음으로 법좌에 올라 설법하는 의식이다. 관원과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임명 글을 읽고, 황제와 관원을 위해 향을 사르며, 법을 이어 준 스승을 위해서도 향을 올린다.

  2. 白槌 백추

    법회를 시작하거나 마칠 때 소임을 맡은 스님이 나무망치로 받침을 쳐서 대중을 조용히 하고 알리는 일이다. 개당 때에는 이름난 스님이 이 일을 맡아 '법회에 모인 용상 대중이여, 으뜸가는 진리를 보라'고 외친다.

  3. 彌勒 미륵

    미륵보살, 곧 석가모니 다음으로 이 세상에 내려와 부처가 될 미래의 부처이다. 지금은 도솔천에 머물며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선가에서는 '석가도 미륵도 오히려 그의 종이다'처럼 부처마저 넘어서는 본분을 말할 때 자주 든다.

  4. 一大藏教 일대장교

    부처님 일대(一代)의 모든 가르침, 곧 대장경(大藏經) 전체를 이른다.

  5. 六祖慧能 육조혜능

    중국 선종의 여섯째 조사(638~713)다. 신주(新州)에서 나무를 팔던 사람으로,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황매(黃梅)의 오조 홍인(弘忍)을 찾아가 법을 이었다. 소주(韶州) 조계의 보림사(寶林寺)에서 가르침을 펴 '조계'라고도 불린다. 남종선을 열었고, 뒤의 선종 여러 갈래가 모두 그에게서 나왔다.

  6. 黃梅 황매

    기주(蘄州) 황매현으로, 오조홍인(五祖弘忍)이 법을 펴던 곳이다. 선문에서는 흔히 땅 이름으로 홍인 스님 자신을 가리킨다. 육조혜능(六祖慧能)이 이곳에 찾아가 법을 이었다.

서주 백운산 해회선원 어록 舒州白雲山海會禪院語錄주석 3낱말 6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門人 處凝 編 · 序 太原 王孜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