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백운수단 광록 · 卷二 125

시중 — 달마의 안심 법문

一言頓悟

125.1
한문僧問:一言頓悟,於當人何益?一言不悟,於當人何損?仰無諸佛,俯無眾生,轉身一句作麼生道?師云:誰知蓆帽下,元是昔愁人。
번역한 승이 물었다. “한마디에 몰록 깨치면 그 사람에게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한마디에 깨치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 무슨 손해가 있습니까? 위로는 모든 부처가 없고 아래로는 중생이 없는데, 몸을 굴리는 한마디(轉身一句)는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말했다. “누가 알았으랴, 삿갓 아래 그 사람이 본래 옛날의 시름겨운 사람일 줄을.”
僧云:恁麼則聖凡收不得,堯舜不知名。師云:只知其一,不知其二。
승이 “그렇다면 성인도 범부도 거두어들일 수 없고, 요순(堯舜)도 그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하니, 선사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했다.
僧云:謝師證明。師云:莫錯認定盤星。僧應喏。師云:三十年後更須自看。僧禮拜。
승이 “스님께서 증명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니, 선사가 “정반성(定盤星)①을 잘못 알지 말라” 했다. 승이 “예” 하고 대답하자, 선사가 “삼십 년 뒤에 다시 스스로 보아야 한다” 했다. 승이 절했다.
쉽게 읽기한 스님이 물었다. “한마디에 단번에 깨친다 한들 그 사람에게 무엇이 더해지고, 한마디에 깨치지 못한다 한들 그 사람에게서 무엇이 덜어집니까? 우러러보아도 부처가 없고 굽어보아도 중생이 없는 이 자리에서, 몸을 확 뒤집는 한마디는 어떻게 말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답했다. “누가 알았으랴, 삿갓 쓴 저 사람이 바로 옛날 그 시름겹던 사람일 줄을.” 스님이 “그렇다면 성인도 범부도 거둬들일 수 없고, 요임금 순임금도 그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하자, 선사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했다. 스님이 “스님께서 증명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하자, 선사는 “저울의 첫 눈금을 잘못 잡지 마라” 했다. 스님이 “예” 하고 대답하자, 선사는 “삼십 년 뒤에 다시 스스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했다. 스님이 절했다.
풀이 1
125.2
한문師乃云:達磨大師初來此土時,未有人相委,於少林寺端然宴坐,凡經九年。
번역선사가 이어서 말했다. “달마 대사가 처음 이 땅에 왔을 때, 아직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소림사에서 단정히 고요히 앉아 아홉 해를 지냈다.
一日,二祖立雪齊腰,達磨曰:汝當何來?二祖云:請師安心。達磨曰:汝將心來,為汝安心。
하루는 이조(二祖) 혜가가 눈 속에 허리까지 잠긴 채 서 있었다. 달마가 물었다. ‘그대는 무엇 하러 왔는가?’ 이조가 말했다. ‘스님께서 마음을 편안케 해 주십시오(安心).’ 달마가 말했다. ‘그대 마음을 가져오라. 그대에게 편안케 해 주겠다.’
二祖良久,對曰:覓心了不可得。達磨曰:與汝安心竟。大眾,
이조가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 ‘마음을 찾아도 끝내 얻을 수 없습니다.’ 달마가 말했다. ‘그대에게 마음을 편안케 해 주기를 마쳤다.’② 대중이여!
쉽게 읽기선사가 이어서 말했다. “달마 대사가 처음 이 땅에 왔을 때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소림사에 단정히 앉아 아홉 해를 보냈다. 어느 날 이조 혜가가 허리까지 차오른 눈 속에 서 있었다. 달마가 ‘무엇을 구하러 왔느냐?’ 묻자, 혜가가 ‘스님,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십시오’ 했다. 달마가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안하게 해 주마’ 하니, 혜가는 한참 있다가 ‘마음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찾을 수 없습니다’ 했다. 그러자 달마가 ‘네 마음을 이미 편안하게 해 주었다’ 했다.
풀이 1
② 達磨安心 달마안심혜가가 눈 속에 서서 안심을 구하자 달마가 ‘마음을 가져오라’ 하고, ‘찾아도 얻을 수 없다’는 대답에 ‘안심을 마쳤다’ 한 선종 최고의 공안.
125.3
한문且道什麼處是達磨為二祖安心處?若言覓心了不可得,無一法可當情處,是為他安心處。祇如恁麼道底消息從什麼處來?
번역말해 보라. 어디가 달마가 이조를 위해 마음을 편안케 해 준 곳인가? 만약 ‘마음을 찾아도 끝내 얻을 수 없어, 한 법도 마음에 걸릴 것이 없는 곳’이 그를 안심시킨 곳이라 한다면, 이렇게 말하는 이 소식은 또 어디서 오는가?
若言恁麼道底,是為他安心處。不見道:意為大患,理為大障。直得意理掃盡,豁然便是本鄉。
만약 ‘이렇게 말하는 그것’이 그를 안심시킨 곳이라 한다면— 보지 못했는가. ‘뜻(意)은 큰 근심이 되고, 이치(理)는 큰 장애가 된다.’ 뜻과 이치를 곧장 다 쓸어 내어 훤히 트이면, 그것이 바로 본향(本鄕)이다.
쉽게 읽기대중이여, 말해 보라. 달마가 혜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곳은 어디인가? ‘마음을 찾아도 끝내 찾을 수 없어, 마음에 걸리는 법이 하나도 없는 그 자리’가 바로 안심시킨 곳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말하는 그 소식은 또 어디서 나오는가? 또 ‘그렇게 말하는 그것’이 바로 안심시킨 곳이라고 한다면— 이런 말을 듣지 못했는가. ‘뜻은 큰 근심이고, 이치는 큰 걸림돌이다.’ 뜻도 이치도 남김없이 쓸어 내어 활짝 트이면, 그곳이 바로 본래 고향이다.
125.4
한문山僧有頌云:終始覓心無可得,寥寥不見少林人。滿庭舊雪重知冷,鼻孔依前搭上唇。正當恁麼時,乾坤大地都是箇解脫門,釋迦老子向者裏無措手分。
번역산승에게 게송이 하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찾아도 얻을 수 없으니, 쓸쓸히 소림 사람도 보이지 않네. 뜰 가득한 묵은 눈에 거듭 추위를 알겠고, 콧구멍은 예전대로 윗입술에 얹혀 있네(鼻孔依前搭上唇).’③ 바로 이러할 때, 하늘과 땅, 온 대지가 다 하나의 해탈문이다. 석가 노인도 여기서는 손쓸 자리가 없다.
쉽게 읽기나에게도 게송이 하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 없고, 쓸쓸히 소림의 그 사람도 보이지 않네. 뜰 가득한 묵은 눈에 추위를 거듭 알겠고, 콧구멍은 예전 그대로 윗입술 위에 붙어 있네.’ 바로 이럴 때, 하늘과 땅과 온 대지가 모두 하나의 해탈문이니, 석가 노인도 여기서는 손쓸 데가 없다.
풀이 1
③ 鼻孔依前搭上唇 비공의전탑상순콧구멍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윗입술 위에 얹혀 있다 — 안심 이후에도 본래면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일상의 몸으로 가리킨 백운의 게(頌).
125.5
한문一大藏教祇下得箇注脚,然後移身換步,應物投機,却能流出一大藏教。
번역온 대장경의 가르침도 여기서는 주석(注脚) 하나 다는 것일 뿐이다. 그런 뒤에 몸을 옮기고 걸음을 바꾸어, 사물에 응하고 근기에 맞춘다. 그러면 도리어 온 대장경을 흘려 낼 수 있다.
所以道:善言言者,言所不能言;善跡跡者,跡所不能跡。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말을 잘하는 이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자취를 잘 밟는 이는 자취로 밟을 수 없는 것을 밟는다.’
要放行也,萬卉常春;要把定也,大地無塵。
놓아 주려 하면 온갖 풀이 늘 봄이고, 잡아 두려 하면 온 대지에 티끌 하나 없다.
쉽게 읽기팔만대장경 온 가르침도 여기에 각주 하나 다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다음 몸을 옮기고 걸음을 바꾸어, 일을 만나면 일에 맞추고 사람을 만나면 그 그릇에 맞추어 응하니, 도리어 온 대장경을 줄줄 흘려 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자취를 잘 남기는 사람은 자취로 남길 수 없는 것을 자취로 남긴다.’ 풀어 놓으려 하면 온갖 풀이 늘 봄이고, 꽉 붙들려 하면 온 대지에 티끌 하나 없다.
125.6
한문然雖如是,未稱衲僧家風。且道如何是衲僧家風?良久,云:千峰勢到嶽邊止,萬派聲歸海上消。
번역그렇지만 이것으로는 아직 납승의 가풍에 걸맞지 않다. 말해 보라. 무엇이 납승의 가풍인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천 봉우리의 형세는 큰 산 가에 이르러 멈추고, 만 갈래 물소리는 바다로 돌아가 사라진다.”
쉽게 읽기그렇지만 이것으로는 아직 납승의 가풍이라 하기에 모자란다. 말해 보라, 무엇이 납승의 가풍인가?” 한참 잠잠히 있다가 말했다. “천 봉우리의 기세는 큰 산 곁에 이르러 멈추고, 만 갈래 물소리는 바다에 돌아가 잦아든다.”

광록 卷二 차례 (78편)

이 편의 낱말 10
  1. 堯舜 요순

    중국 옛 전설의 어진 임금 요(堯)와 순(舜)이다. 두 임금이 다스리던 때를 가장 평화로운 세상, 곧 태평성대의 본보기로 꼽는다.

  2. 定盤星 정반성

    저울대(秤)의 기준 눈금, 곧 영점(零點) 별표이다. 착인정반성(錯認定盤星)은 기준점 자체를 잘못 앎, 곧 근본에서 어긋난 착오를 뜻한다.

  3. 三十年後 삼십년후

    '삼십 년 뒤'라는 말로, 선사들이 문답을 맺으며 흔히 썼다. 지금은 알아듣지 못해도 오랜 세월 공부한 뒤에야 알게 되리라는 뜻이다. 때로는 훗날 이 말을 들어 널리 펼 사람이 있으리라는 뜻으로도 쓴다. 운문(雲門) 스님이 즐겨 썼다.

  4. 菩提達磨 보리달마

    보리달마(菩提達磨)다. 남인도에서 중국에 와 선(禪)을 전한 첫 조사로, 중국 선종의 초조라 부른다. 양나라 무제를 만났으나 뜻이 맞지 않아 위나라로 가서, 소림사에서 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눈 속에서 제 팔을 끊고 법을 구한 혜가(慧可)에게 법을 전했다.

  5. 少林 소림

    숭산(嵩山)에 있는 절 소림사(少林寺)다. 달마가 이 절에 머물며 날마다 벽을 마주하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는 이야기로 이름나, 선종이 비롯된 곳을 상징하는 말로 쓰인다.

  6. 二祖慧可 이조혜가

    중국 선종의 둘째 조사(487~593)로, 달마(達磨)의 법을 이었다. 처음 이름은 신광(神光)이다. 눈 속에 서서 팔을 끊어 법을 구했다는 '입설단비(立雪斷臂)'와, 달마에게 마음을 편안케 해 달라고 하자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하여 깨친 '안심(安心)' 문답이 전한다. 그 법은 삼조 승찬(僧璨)에게 이어졌다.

  7. 二祖安心 이조안심

    혜가(慧可)가 달마(達磨)에게 '제 마음이 불안하니 편안케 해 주십시오' 하자, 달마가 '마음을 가져오너라, 편안케 해 주리라' 했다. '찾아도 얻을 수 없습니다' 하니, 달마는 '이미 편안케 해 주었다'고 했다.

  8. 釋迦老子 석가노자

    석가노자. 석가모니 부처를 친근히 부르는 선가(禪家)의 호칭으로, '노자(老子)'는 노인이라는 뜻의 존칭이다.

  9. 一大藏教 일대장교

    부처님 일대(一代)의 모든 가르침, 곧 대장경(大藏經) 전체를 이른다.

  10. 衲僧 납승

    누더기(衲) 옷을 입은 선승이다. 참선 수행자를 가리키는 선가의 상투어다.

서주 흥화선원 어록 舒州興化禪院語錄주석 3낱말 10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門人 處凝 編 · 序 太原 王孜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