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67편

여학사(呂學士)에게 드리는 글

示呂學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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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
한문初祖達麼到梁見武帝,合下只用箇頂𩕳上一著子,而武帝不薦,使人到今扼腕。
번역초조(初祖) 달마(達磨)께서 양(梁)나라에 가서 무제(武帝)를 만나셨습니다. 처음부터 그저 저 정수리 위의 한 수(一著子)를 썼을 뿐입니다. 그런데 무제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까지도 사람들이 안타까워 손목을 부여잡습니다.
쉽게 읽기선종의 첫 조사이신 달마께서 양나라에 오셔서 무제를 만나셨습니다. 달마께서는 처음부터 오직 저 정수리 위의 한 수만 쓰셨습니다. 그러나 무제는 그것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그 일이 안타까워,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손목을 부여잡고 아쉬워합니다.
풀이 3
達磨廓然無聖 달마확연무성'初祖達麼到梁見武帝…而武帝不薦'은 이 공안의 일이다. '不薦'은 『碧巖錄』 제1칙 본칙의 '帝不契'(T48n2003_p0140a18)와 같은 뜻.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扼腕' —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책오역(경미). 책 '팔뚝을 걷어붙이게'는 분발·의욕의 몸짓으로 오해될 소지가 크다. 扼腕은 제 손목을 움켜쥐는 안타까움·분함의 관용 몸짓이므로 '안타까워 손목을 부여잡게'가 정확하다.
67.2
한문後來多少人汩泥汩水,去它腳迹尋卜度作百千異解,要且不曾夢見,只是機緣上生機緣、見解上起見解,所以道:劒去遠矣,爾方刻舟。
번역그 뒤로 숱한 사람이 진흙과 물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의 발자취를 좇아 찾고 헤아리며 백천 가지 다른 해석을 지어냈습니다. 그러나 끝내 꿈에서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기연(機緣) 위에 또 기연을 낳고, 견해 위에 또 견해를 일으켰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칼은 멀리 떠나갔는데, 그대는 이제야 뱃전에 자국을 새긴다(刻舟).”
쉽게 읽기그 뒤로 수많은 사람이 진흙과 물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들은 달마의 발자취를 좇아 이리저리 찾고 헤아리며 백천 가지 해석을 지어냈습니다. 그러나 끝내 꿈속에서조차 참뜻을 엿보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그저 기연 위에 또 기연을 얹고, 견해 위에 또 견해를 쌓은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이르기를, “칼은 이미 멀리 떠내려갔는데 그대는 이제야 뱃전에 자국을 새긴다”라고 한 것입니다.
풀이 3
碧巖錄 벽암록벽암록(碧巖錄) 제일칙(第一則) 수시(垂示)·평창(評唱): 원오가 무제의 불계(不契)와 후인이 일으킨 사량(思量)·이해(異解)를 논한 대목('당두일착(當頭一著)' 류 표현)으로, 본편 '정상상일착자(頂顙上一著子)'·'불천(不薦)'·'생기연기견해(生機緣起見解)'와 상통한다.
刻舟求劍 각주구검각주구검(刻舟求劍) 전고(여씨춘추(呂氏春秋)·찰금(察今)) 및 선문(禪門) 상용: 실기의 비유로 등록(燈錄)·어록(語錄)에 두루 쓰이며, 원오도 '각주(刻舟)'로 지해의 뒷북을 조롱하였다.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要且不會夢見' —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책오역. 책 '핵심은 꿈에서도 보지 못하고'는 송대 구어부사 '要且'(필경·그러나·도리어)를 '要(핵심)'+且로 오독한 것이다. 문맥은 그토록 애써도 끝내 꿈에도 보지 못한다는 반전이므로 '그러나 끝내 꿈속에서조차 보지 못했다'가 옳다.
67.3
한문當時能截斷箇胡漢,則不到帶累人處,所謂知恩方解報恩,且作麼生截得它斷?
번역그때 저 오랑캐(胡漢)를 단칼에 끊어 버릴 수 있었더라면, 남을 얽어매어 누를 끼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른바 ‘은혜를 알아야 비로소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것입니다. 자, 어떻게 해야 그를 끊어 버릴 수 있겠습니까?
쉽게 읽기만약 그때 저 오랑캐 중, 곧 달마를 단칼에 끊어 버릴 수 있었더라면, 남을 얽어매어 폐를 끼치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른바 은혜를 알아야 비로소 그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말입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그것을 끊어 버릴 수 있겠습니까?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2
  1. 不薦 불천

    천득(薦得)(알아차림)의 부정이다. 선가(禪家)에서 '계회(契會)하지 못함'을 뜻하며 벽암(碧巖) 제일칙(第一則) '제불계(帝不契)'와 상응한다.

  2. 扼腕 액완

    손목을 부여잡음이다. 안타까움·분함의 관용 표현이다.

  3. 汩泥汩水 골니골수

    진흙과 물에 빠져 허우적댐이다(골(汩)=빠질 골). 언구(言句)·갈등(葛藤)에 매몰됨의 비유이다.

  4. 機緣 기연

    스승과 학인이 부딪는 계기·상황. '기연에 떨어지지 않는다(不落機緣)'는 그런 작용의 자취에 걸리지 않음을 이른다.

  5. 截斷 절단

    단칼에 끊음이다. 정해(情解)·갈등(葛藤)을 끊는 선기(禪機)이다(절단중류(截斷衆流) 계열).

  6. 帶累人 대루인

    남에게 누(累)(폐·얽매임)를 끼침, 곧 후인을 갈등에 빠뜨림이다.

  7. 知恩方解報恩 지은방해보은

    '은혜를 알아야 비로소 갚을 줄 안다'는 선가(禪家) 상용구이다. 조사의 뜻을 참으로 천득(薦得)함이 곧 보은(報恩)이라는 반어이다.

  8. 作麼生截得它斷 작마생절득타단

    '어떻게 그것을 끊어낼 수 있는가'(작마생(作麼生)=어떻게, 타(它)=타(他), 그것)라는 화두식(話頭式) 결어이다.

  9. 碧巖錄 벽암록

    송나라 설두중현(雪竇重顯)이 옛 공안 100칙을 골라 붙인 게송에,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머리말(수시)·짧은 평(착어)·자세한 풀이(평창)를 더한 책이다. 원오가 협산에 머물 때 강설한 것을 엮었으며 10권이다.

  10. 示呂學士 시여학사

    학사(學士) 벼슬을 지낸 여씨(呂氏) 사대부에게 준 글의 제목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11. 初祖達麼 초조달마

    보리달마(菩提達磨)로 남천축(南天竺) 출신 선종(禪宗) 초조(初祖)이다. 양(梁) 보통(普通)연간에 바다를 건너 광주(廣州) 거쳐 금릉(金陵)에서 무제(武帝)를 만났다. 원오 법맥의 최상류 조사이며, 원오는 벽암록(碧巖錄) 제일칙(第一則)의 본칙(本則)으로 이 만남을 삼았다.

  12. 梁武帝 양무제

    소연(蕭衍)(464~549)으로 남조 양(梁)의 개국황제이다. 숭불제(崇佛帝)로 유명하며 달마(達磨)에게 성제제일의(聖諦第一義)를 물었으나 알아차리지 못하였다(벽암(碧巖) 제일칙(第一則)의 '제불계(帝不契)').

  13. 頂顙上一著子 정상상일착자

    정수리 위에 두는 '한 수(一著)'이다. 바둑·병법의 착수 비유로, 언설·계교를 넘어선 최상승(最上乘) 직지의 수단이다. 정상(頂顙)은 이마 꼭대기, 곧 당두(當頭)·최상(最上)을 뜻한다.

  14. 合下 합하

    송대 구어로 '애당초·처음부터(당장)'이다. '합하지용(合下只用)'은 처음부터 오직 ~을 썼을 뿐이라는 뜻이다.

  15. 卜度 복도

    헤아려 짐작함으로, 정식(情識)의 사량분별(思量分別)이다. 선가(禪家)가 배격하는 '사량복도(思量卜度)'이다.

  16. 機緣上生機緣·見解上起見解 기연상생기연·견해상기견해

    기연 위에 또 기연, 견해 위에 또 견해를 덧쌓음이니, 갈등(葛藤)을 재생산하는 지해병(知解病)이다.

  17. 劍去遠矣·爾·方刻舟 검거원의·이·방각주

    각주구검(刻舟求劍)(여씨춘추(呂氏春秋)·찰금(察今)) 전고의 원오식 도치이다. 원문 '주행검불행(舟行劍不行)'을 '칼은 이미 멀리 갔거늘 이제야 뱃전에 새긴다'로 뒤집어, 실기 뒤의 헛된 추적을 조롱하였다.

  18. 胡漢 호한

    호(胡)(오랑캐)+한(漢)(사내), 곧 '벽안호(碧眼胡)' 달마를 낮춰 이른 '이 오랑캐 놈'이다.

  19. 機緣上生機緣 기연상생기연

    기연 위에 또 기연, 견해 위에 또 견해를 덧쌓음이니, 葛藤을 재생산하는 知解病이다.

  20. 劍去遠矣爾 검거원의이

    刻舟求劍(呂氏春秋·察今) 전고의 원오식 도치이다. 원문 '舟行劍不行'을 '칼은 이미 멀리 갔거늘 이제야 뱃전에 새긴다'로 뒤집어, 실기 뒤의 헛된 추적을 조롱하였다.

  21. 刻舟求劍 각주구검

    배에서 칼을 떨어뜨리고 뱃전에 표를 새겨 두었다가 배가 멈춘 뒤 그 자리에서 칼을 찾았다는 『呂氏春秋』 察今篇의 고사. 때와 형편이 바뀐 줄 모르고 낡은 표지에 매달리는 어리석음의 비유로 禪門 語錄에도 두루 쓰인다. 圜悟는 '劍去久矣爾方刻舟'(『圜悟佛果禪師語錄』 권14, T47n1997_p0777c13)라 하였고, 『碧巖錄』 著語에도 '多遇刻舟人'이 있다(T48n2003_p0189a06).

  22. 達磨廓然無聖 달마확연무성

    양나라 무제(武帝)가 달마(達磨)에게 '거룩한 진리의 첫째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달마는 '텅 비어 거룩하다 할 것도 없다(廓然無聖)'고 답했다. 무제가 '내 앞에 있는 그대는 누구냐'고 다시 묻자 '모른다'고 했다. 뜻이 통하지 않자 달마는 강을 건너 위(魏)나라로 갔다. 『벽암록』 첫째 칙으로 널리 알려진 공안이다.

문단 3국역본 대조 2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2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