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앞머리

서문 — 중봉명본이 원오심요에 부친 글

이 서(序)는 원(元)나라 천목산(天目山)의 중봉명본(中峰明本, 1263~1323) 선사가 「심요」에 부친 글로, 원제는 「제원오화상심요(題圜悟和尚心要)」이며 그의 문집 『천목중봉화상광록(天目中峰廣錄)』에 실려 있다. 아래에 한문 원문을 그대로 싣고 번역을 붙인다. (원문 서명: 元 天目 中峰禪師 明本 題)

少室不傳之妙,就當人正體上舉揚,無形段可指、無方隅可示,無言說可詮、無道理可陳,虛洞洞、空牢牢,絕毫芒、離朕兆,圓滿湛寂、真正妙明,通貫十虛、包含法界,不可得有、不可得無,空由之而空、空不可混,色依之而色、色不可齊,入凡夫之迷、如水中鹽味,同聖人之悟、似色裏膠青。雪山大沙門之智辯,雖淵深廓徹、廣大無涯,當三百餘會之發機,其詞源袞袞、放肆汪洋,開合卷舒、具大自在,幽秘微密靡不揭揚,獨於此事不能加一元字腳,可謂「極聖之大猷」、「至神之玄府」者也。

소실(少室, 곧 달마)에게서 말로 전할 수 없는 묘(妙)를, 사람마다 지닌 바른 본바탕(正體) 위에서 그대로 들어 보인다. 그것은 가리켜 보일 형체도, 짚어 줄 자리도 없고, 설명할 말도, 늘어놓을 이치도 없다. 텅 비어 훤하고 속이 꽉 차 있으며, 털끝만 한 자취도 조짐도 없이, 온전하고 고요하며 참으로 밝다. 시방의 허공을 꿰뚫고 온 법계를 품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공(空)도 이것을 바탕으로 공이 되지만 공과 뒤섞이지 않고, 색(色)도 이것에 기대어 색이 되지만 색과 나란하지 않다. 범부의 미혹 속에 들어가면 물에 녹은 소금 맛처럼 보이지 않게 배어 있고, 성인의 깨달음과 함께하면 빛깔 속에 갠 아교처럼 스며 있다. 설산의 큰 사문, 곧 부처의 지혜와 말솜씨가 아무리 깊고 넓어 끝이 없어서, 삼백여 번의 설법에서 그 말이 도도히 넘쳐흐르고 마음대로 펴고 거두어 온갖 그윽한 이치를 다 드러냈어도, 오직 이 하나(此事)에는 한 글자도 더 보탤 수 없었다. 그러니 '더없는 성인의 큰 법'이요 '더없는 신묘함의 깊은 곳간'이라 할 만하다.

圜悟和尚得法於東山演祖,其眼明、其機活、其意透、其語圓,不守一方便而開示參徒,溢為巨編,目曰「心要」。於無言中顯言、無象中垂象,應機隨器解其所縛、去其所重,多不病繁、少不病簡,縱橫得要、左右逢原。其痛快直捷,貴馬師一口吸盡西江;細密操持,重巖頭只守閑閑、德嶠於心無事;其為初機,必使其真參實究、廢寢忘餐、雙泯愛憎、兩忘身世、機輪活脫、不滯一隅、捩轉面門、一口咬斷,返擲踞地,豈容湊泊?譬如大雲倏忽變化、彌綸六合、降注甘雨、潤滋草木、流布江河、頃焉開霽,覓其去來了不可得,非得法自在疇克爾耶?一種是說法之師,雖臨濟、德山亦將斂衽。蓋嘗於般若種智積劫熏鍊,故獲如是圓轉無礙者也。

원오 화상은 동산(東山)의 법연(法演) 조사에게서 법을 이은 분으로, 안목이 밝고 기틀이 살아 있으며 뜻이 꿰뚫리고 말이 원만하였다. 한 가지 방편만 고집하지 않고 배우러 온 이들을 이끄니, 그 가르침이 흘러넘쳐 한 권의 큰 책이 되었고 이름을 「심요(心要)」라 붙였다. 말 없는 가운데 말을 드러내고 모양 없는 가운데 모양을 보여, 저마다의 근기와 그릇에 맞추어 얽매인 것을 풀어 주고 무거운 짐을 덜어 주었다. 많아도 번거롭지 않고 적어도 엉성하지 않으며, 어디로 가나 요점을 잡고 어디서나 근원과 만난다. 통쾌하고 곧바른 점에서는 '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들이켜라'던 마조(馬祖)를 높이 사고, 세밀히 지켜 나가는 점에서는 '그저 한가로움을 지킨다'던 암두(巖頭)와 '마음에 아무 일 없다'던 덕산(德山)을 무겁게 여겼다. 처음 배우는 이에게는 반드시 참되게 파고들게 하여, 자고 먹는 것도 잊고, 좋아함과 미워함을 함께 없애고, 제 몸과 세상을 다 잊고, 마음의 수레바퀴가 활발하게 굴러 어느 한구석에도 걸리지 않게 하며, 정면으로 틀어 단번에 물어 끊고, 도리어 몸을 던져 땅을 딛고 서게 하였으니, 어찌 머뭇거리며 달라붙어 있게 두겠는가. 마치 큰 구름이 순식간에 변하여 하늘과 땅을 두루 덮고, 단비를 뿌려 풀과 나무를 적시고, 강물로 퍼져 흐르다가 문득 개어 그 오간 자취를 찾아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법을 얻어 자유로운 이가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 이야말로 진정한 설법의 스승이니, 임제(臨濟)나 덕산(德山)이라도 옷깃을 여밀 것이다. 아마도 오래도록 반야의 지혜를 갈고닦은 까닭에 이처럼 걸림 없이 원만하게 된 것이리라.

本伏讀再過,乃拜手書此以識之。固不敢望師橫點首於大寂定門,期不孤其所教者矣。 — 元 天目 中峰禪師 明本 題

나 명본(明本)은 이 책을 엎드려 두 번 거듭 읽고, 두 손 모아 이 글을 써서 남긴다. 스승께서 크나큰 선정의 문(大寂定門)에서 고개를 끄덕여 주시기를 감히 바라지는 못하지만, 그 가르치신 뜻을 저버리지 않기를 다짐할 따름이다. — 원(元) 천목산 중봉명본(中峰明本)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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