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원오심요 · 앞머리
해제 — 원오심요란 어떤 책인가
『원오심요(圜悟心要)』는 원오극근(圜悟克勤) 선사가 평생에 걸쳐 여러 사람에게 준 편지글을 제자들이 모아 엮은 서간집이다. 원제는 「불과극근선사심요(佛果克勤禪師心要)」이며, 법을 묻는 선승 제자들과 참선에 뜻을 둔 사대부·거사들에게 답으로 써 보낸 글이 대부분이다. 실린 글 가운데 건염(建炎) 3년(1129년), 곧 그가 예순일곱 되던 해에 단하 불지유(丹霞佛智裕) 선사에게 보낸 편지까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만년 또는 입적한 뒤에 엮인 것으로 보인다. 문집을 엮은 이는 그의 문인 자문(子文)이라 전한다.
책 이름의 '심요(心要)'가 말해 주듯, 이 글들은 하나같이 곧바로 마음을 가리켜 단번에 전하는 직지단전(直指單傳)의 종지를 드러내는 데 힘을 쏟는다. 원오는 교리적인 설명이나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가장 경계하였다. 옛 조사들의 기연(機緣)과 공안을 종지를 이해하는 착안점으로 끌어오되, 그것을 하나의 정답으로 획일화하지 않고 여러 공안을 함께 들어 스스로 근원에 사무치게 하였다. 이는 그가 『벽암록(碧巖錄)』에서 보인 방법과 그대로 통한다.
이 책을 읽을 때 실마리로 삼을 만한 몇 가지 열쇠말이 있다. 원오는 되풀이하여 향상일착(向上一著), 곧 지금 이 자리에서 한 걸음 더 곧장 뚫고 오르는 한 소식을 가리키고, 누구에게나 본래 갖추어져 있는 본분사(本分事)로 돌아갈 것을 강조한다. 또 살아 있는 말인 활구(活句)를 참구하고 죽은 말인 사구(死句)에 매이지 말라 하며, 깨친 뒤에도 더욱 갈고닦는 오후수행(悟後修行)을 거듭 당부한다. 편지마다 말은 달라도 결국 이 한자리를 곧바로 가리키는 데로 모이니, 이 열쇠말들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각 편이 한결 또렷해진다.
선(禪)의 역사에서 이 책이 놓인 자리도 짚어 둘 만하다. 스승 오조 법연이 '무(無)'자 화두를 참구의 요체로 강조한 데서 공안 참구의 체계화가 본격화되었고, 그의 손제자 대혜 종고(大慧宗杲)에 이르러 오직 무자 화두 하나로 안신입명(安身立命)의 자리를 찾는 간화선(看話禪)이 확립되었다. 원오의 「심요」는 바로 법연에서 대혜로 이어지는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서 교량 구실을 한 법어들이라 할 수 있다.
송대에는 사대부들 사이에 참선이 크게 유행하였으므로, 이 책에도 사대부에게 준 편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같은 시대의 다른 저술과 달리, 여기에는 재가와 출가를 가리지 않고 오로지 화두 참구로 일관된 이야기만 있을 뿐, 염불이나 기도, 당시의 사회·교단 문제에 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이 「심요」는 임제종 선승들 사이에서 종안(宗眼)을 판가름하는 지침서로 읽혀 왔으며, 형식으로 보면 대혜 스님의 편지 모음집인 『서장(書狀)』과도 서로 통한다.
〔이 역주본에 관하여〕 원문은 만속장경(卍新纂續藏經) 수록본(X69, 제1357번)을 확정 저본으로 삼았고, 편(篇)의 차례는 저본의 표제(示·寄·答 등)에 맞추어 재편성하였다(상권 68편, 하권 72편). 번역은 인명·전거·공안을 고증한 학술 각주본과, 대중을 위한 읽기 쉬운 현대어판 두 갈래로 나누어 실었다.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대조하여 판정한 재판정(裁定)은 학술 각주본의 해당 구절에 각주로 달았다.
〔선림고경총서 원간본의 앞머리에 관하여〕 이 책이 실린 선림고경총서 원간본에는 위 중봉명본의 원서(原序) 밖에, 성철(退翁 性徹) 스님의 서 「선림고경(禪林古鏡)에 씀」(불기 2532년, 1988년, 가야산)과 백련선서간행회(白蓮禪書刊行會)의 「간행사」(원택 圓澤 화남, 1988년, 해인사 백련암), 그리고 역자의 「해제(解題)」가 실려 있다. 이들은 현대의 저작이므로 이 합본에서는 그 출처만 밝히고 원문을 옮겨 싣지 않았으며, 위 해제와 아래 행장은 그 사실 내용을 참고하되 새로 작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