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上 76

태평사에서 해회사 첩을 받고 법좌에 오르다

師在太平受帖

76.1
한문師在太平受帖,拈起,示眾云:
번역선사가 태평(太平)에서 첩(帖)을 받고, 그것을 집어 들어 대중에게 보이며 말했다.
쉽게 읽기스님이 태평사에 있을 때 임명 첩을 받았다. 스님은 그것을 집어 들어 대중에게 보이며 말했다.
76.2
한문「恁麼會去,早是鈍漢。何也?若憑說,五千四十八卷豈不是說?若不憑說,又如何辨白?請維那分明拈出。」
번역“이렇게 알아들으면 벌써 둔한 놈이다. 어째서인가. 말에 기댄다면, 오천사십팔 권인들 어찌 말이 아니겠는가. 말에 기대지 않는다면, 또 어떻게 가려 밝히겠는가. 청하니, 유나(維那)는 분명하게 집어내 보라.”
쉽게 읽기“이렇게 알아들었다면 벌써 둔한 녀석이다. 왜 그런가? 말에 기댄다면 오천사십팔 권 대장경인들 어찌 말이 아니겠는가. 말에 기대지 않는다면 또 무엇으로 가려 밝히겠는가. 유나는 똑똑히 집어 읽어 보라.”
풀이 1
76.3
한문讀疏了,遂陞座,乃云:
번역청하는 글(疏)을 다 읽고 나서, 마침내 법좌에 올라 말했다.
쉽게 읽기청하는 글을 다 읽고 나자, 스님은 마침내 법좌에 올라 말했다.
76.4
한문「祖令當行,十方坐斷。其中莫有不惜性命者麼?出來與老僧相見。」
번역“조사의 명령이 행해지면, 시방(十方)이 그 자리에서 끊긴다. 그 가운데 목숨을 아끼지 않는 이가 있는가. 나와서 노승과 마주해 보자.”
쉽게 읽기“조사의 명령이 시행되면 온 세상이 그 자리에서 딱 끊어진다. 이 가운데 목숨을 아끼지 않는 이가 있는가? 나와서 이 늙은이와 마주해 보라.”
풀이 1
② 조령당행 시방좌단(祖令當行十方坐斷)은 조사의 명령이 시행되면 시방세계를 끊어 앉힌다는, 종문의 절대적 종령(宗令)을 드러내는 선어다.
76.5
한문時有僧出云:「日月易見,好事難逢。」
번역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말했다. “해와 달은 보기 쉬워도, 좋은 일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쉽게 읽기그때 어떤 승려가 나와서 말했다. “해와 달은 보기 쉬워도, 좋은 일은 만나기 어렵습니다.”
76.6
한문師云:「令人疑著。」
번역선사가 답했다. “사람을 의심스럽게 하는구나.”
쉽게 읽기스님이 답했다. “사람을 미심쩍게 만드는구나.”
76.7
한문問:「公牋已至師今受,祖意西來願舉揚。」
번역또 물었다. “공문(公牋)이 이미 이르러 선사께서 이제 받으셨습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부디 들어 드날려 주십시오.”
쉽게 읽기다시 어떤 승려가 물었다. “관청의 공문이 이미 왔고 스님께서 이제 받으셨으니,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부디 들어 보여 주십시오.”
76.8
한문師云:「雲從龍,風從虎。」
번역선사가 답했다.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쉽게 읽기스님이 답했다. “용이 가는 데 구름이 일고, 범이 가는 데 바람이 분다.”
76.9
한문學云:「人天既獲聞真諦,更有尖新事也無?」
번역스님이 말했다. “사람과 하늘이 이미 참된 진리를 들었습니다. 다시 더 새로운(尖新) 일이 있습니까?”
쉽게 읽기그 승려가 말했다. “사람과 하늘 무리가 이미 참된 진리를 들었습니다. 그보다 더 새롭고 신선한 일이 있습니까?”
76.10
한문師云:「有。」
번역선사가 답했다. “있다.”
쉽게 읽기스님이 답했다. “있다.”
76.11
한문學云:「如何是尖新底事?」
번역스님이 말했다. “무엇이 더 새로운 일입니까?”
쉽게 읽기그 승려가 말했다. “무엇이 새롭고 신선한 일입니까?”
76.12
한문師云:「蹉過也不知。」
번역선사가 답했다. “어긋나 지나쳐 놓고도 모르는구나.”
쉽게 읽기스님이 답했다. “엇갈려 지나쳐 놓고도 모르는구나.”
76.13
한문問:「白雲長老,太平禪師,於其中間,未審如何辨的?」
번역또 물었다. “백운(白雲) 장로이시고 태평 선사이십니다. 그 사이에서 어떻게 가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읽기다시 어떤 승려가 물었다. “스님은 백운산의 장로이시자 태평사의 선사이십니다. 그 둘 사이에서 어떻게 분명히 가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풀이 1
③ 백운장로 태평선사(白雲長老太平禪師)는 백운산의 법연과 이전 태평의 법연을 나란히 든 말로, 두 자리를 오간 자신을 문답으로 삼은 것이다.
76.14
한문師云:「儞試定當看。」
번역선사가 답했다. “그대가 한번 정해 보라.”
쉽게 읽기스님이 답했다. “그대가 한번 정해 보라.”
76.15
한문學云:「莫是月無來去影現千江。」
번역스님이 말했다. “달은 오고 감이 없는데, 그림자는 천 강에 나타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쉽게 읽기그 승려가 말했다. “달은 오고 감이 없는데 그림자는 천 개의 강에 비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76.16
한문師云:「一任鑽龜打瓦。」
번역선사가 답했다. “거북 등딱지를 뚫든 기왓장을 두드리든, 마음대로 하라.”
쉽게 읽기스님이 답했다. “거북 등딱지를 뚫고 기왓장을 깨서 점을 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
76.17
한문遂云:
번역마침내 말했다.
쉽게 읽기마침내 말했다.
76.18
한문「法不孤起仗境方生,明鏡當臺好醜自現,久參上士言下知歸,晚學初機當須子細。是以古人道:法無去來無動轉者。輒成山頌舉似大眾:
번역“법(法)은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경계를 기대어야 생긴다. 밝은 거울이 거울대에 걸리면, 고운 것 미운 것이 절로 나타난다. 오래 참구한 뛰어난 이는 말끝에 돌아갈 곳을 안다. 늦게 배우는 초심자는 반드시 자세히 살펴야 한다. 그래서 옛사람이 말했다. ‘법은 가고 옴이 없고, 움직이고 구름도 없다.’ 이에 산중 게송(山頌)을 지어 대중에게 들어 보인다.”
쉽게 읽기“법은 홀로 일어나지 않고, 마주하는 경계를 만나야 비로소 생긴다. 밝은 거울이 거울대에 걸리면 고운 것 미운 것이 저절로 드러난다. 오래 공부한 뛰어난 사람은 말끝에 돌아갈 곳을 알지만, 늦게 배우기 시작한 사람은 반드시 자세히 살펴야 한다. 그래서 옛사람이 ‘법은 가고 옴도 없고 움직이고 바뀜도 없다’고 했다. 이에 서툰 산골 게송 하나를 지어 대중에게 들려준다.”
76.19
한문觸目光明處處新,
번역눈 닿는 곳마다 광명이라 곳곳이 새로우니
쉽게 읽기눈 닿는 곳마다 빛이요 곳곳이 새로우니
76.20
한문其中那箇辨疎親,
번역그 가운데 무엇이 멀고 가까움을 가리랴.
쉽게 읽기그 가운데 무엇을 멀다 가깝다 가리겠는가.
76.21
한문祇園枝上千花秀,
번역기원(祇園)의 가지 위에 천 송이 꽃이 빼어나니
쉽게 읽기기원정사 나뭇가지 위에 천 송이 꽃이 피어나니
76.22
한문一度芬芳一度春。」
번역한 번 향기로우면 한 번 봄이다.
쉽게 읽기한 번 향기 풍길 때마다 봄이 한 번 온다.
해설앞의 개당과 짝을 이루는 수첩(受帖, 임명장 받음) 법문이다. 임명장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알면 벌써…

앞의 개당과 짝을 이루는 수첩(受帖, 임명장 받음) 법문이다. 임명장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알면 벌써 둔한 놈"이라 하는데, 설함에 의거하면 일체 경전[五千四十八卷]도 다 설이요 설을 떠나서도 가려낼 길이 없다는 딜레마를 던져, 언어에 걸리지도 언어를 버리지도 못하는 자리를 겨눈다. 문답 가운데 "백운 장로이자 태평 선사"라는 두 이름 사이를 어떻게 가리느냐는 물음은 스승의 정체를 시험하는 것인데, "달은 오고 감이 없되 그림자는 천 강에 나타난다"는 학인의 답을 "거북 등딱지 뚫고 기왓장 두드리는 헛짓"이라 물리친다. 마무리에서 "법은 경계를 의지해 생기고 거울에 곱고 미움이 절로 비친다"며 근기에 따른 접인을 말하고, 눈에 닿는 곳마다 광명이라 성기고 친함을 가릴 것 없다는 평등무차별의 게송으로 맺는다.

卷上 차례 (108단)

이 단의 낱말 5
  1. 太平興國寺 태평흥국사

    서주에 있던 절로, 흔히 '태평'이라 부른다. 오조법연이 사면산 다음으로 주지가 된 곳이며, 그보다 앞서 부산법원이 머물렀고 뒤에는 법연의 제자 불감혜근(佛鑑慧懃)이 주지가 되었다.

  2. 五千四十八卷 오천사십팔권

    대장경 전체의 권수를 이르는 말이다. 당나라 지승(智昇)이 『개원석교록』을 엮으며 경·율·논을 오천사십팔 권으로 정리한 뒤로 이 수가 굳어졌고, 선문에서는 부처님의 온 가르침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3. 維那 유나

    선원 대중의 규율과 수행 생활을 맡아 이끄는 소임이다. 승당의 질서를 살피고, 의식 때 글을 읽거나 백추를 하여 대중에게 알린다. 절 살림을 맡은 지사(知事)의 하나로 꼽힌다.

  4. 白雲山 백운산

    서주(舒州)에 있는 산으로, 산속에 해회선원(海會禪院)이 있다. 양기방회의 제자 백운수단(白雲守端)이 이곳에 머물러 '백운'이라 불렸고, 그 제자 오조법연(五祖法演)도 뒤에 이 절의 주지가 되었다. 그래서 선록의 '백운'은 이 산을 가리키기도 하고, 이곳에 머문 수단이나 법연을 가리키기도 한다. 법연은 만년에 기주(蘄州) 동산(東山), 곧 오조산으로 옮겼다.

  5. 祇園 기원

    기원정사(祇園精舍), 곧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준말이다. 인도 사위성(舍衛城)의 부자 급고독 장자가 기타 태자의 숲을 사서 부처님께 바친 절로, 부처님이 오래 머물며 많은 경을 설했다.

차주해회어록 次住海會語錄주석 3해설낱말 5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이 어록의 편자: 參學景淳集.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