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中 136

상당 — 있음인가 없음인가, 석가와 영가

上堂 · 一代時教五千四十八卷

136.1
한문上堂云:「一代時教,五千四十八卷,空有頓漸,豈不是有?永嘉道:『亦無人,亦無佛,大千沙界海中漚,一切聖賢如電拂。』豈不是無?
번역상당하여 말했다. 한 시대의 가르침은 오천사십팔 권이다. 거기에 공(空)과 유(有), 돈(頓)과 점(漸)이 있으니, 어찌 있음이 아니겠는가. 영가(永嘉)가 말했다. “사람도 없고 부처도 없다. 대천사계(大千沙界)는 바다 가운데 물거품이요, 모든 성현은 번갯불이 스치는 것과 같다.” 어찌 없음이 아니겠는가.
쉽게 읽기상당하여 말했다. 부처님이 한평생 편 가르침은 오천사십팔 권이다. 거기에는 공과 유, 단박 깨침과 차츰 닦음이 다 있으니, 이것이 어찌 ‘있음’이 아니겠는가. 영가 스님은 “사람도 없고 부처도 없다. 온 우주는 바다 위의 물거품이요, 모든 성인과 현인은 번갯불이 스쳐 가는 것과 같다.” 하고 말했으니, 이것이 어찌 ‘없음’이 아니겠는가.
136.2
한문大眾!若道是有,違他永嘉;若道是無,又違釋迦老子。作麼生商量得恰好?
번역대중이여, 있다고 하면 저 영가를 어긴다. 없다고 하면 또 석가 노인을 어긴다. 어떻게 헤아려야 꼭 알맞겠는가.
若知落處,朝見釋迦暮參彌勒;若也未明,白雲為儞點破:
그 떨어지는 자리(落處)를 안다면, 아침에 석가를 뵙고 저녁에 미륵을 찾아뵐 것이다. 아직 밝지 못하다면, 백운(白雲)이 너희를 위해 짚어 깨뜨려 주겠다.
道無不是無,道有不是有,東望西耶尼,面南看北斗。」
없다 해도 없음이 아니요, 있다 해도 있음이 아니다. 동쪽을 바라보며 서구야니(西耶尼)를 보고, 남쪽을 향한 채 북두를 본다.
쉽게 읽기대중이여, 있다고 하면 영가 스님을 거스르고, 없다고 하면 이번에는 석가 노인을 거스른다. 어떻게 따져야 꼭 알맞겠는가? 그 귀결처를 안다면 아침에는 석가를 뵙고 저녁에는 미륵을 찾아뵐 것이다. 아직 밝히지 못했다면, 이 백운산의 내가 그대들을 위해 짚어 주겠다. 없다고 해도 없는 것이 아니고, 있다고 해도 있는 것이 아니다. 동쪽을 바라보며 서쪽 땅 야니를 보고, 남쪽을 향한 채 북두칠성을 본다.
해설일대시교(一代時敎)에 공(空)·유(有)·돈(頓)·점(漸)이 있으니 '있음'이요, 영가현각(永嘉玄覺)의…

일대시교(一代時敎)에 공(空)·유(有)·돈(頓)·점(漸)이 있으니 '있음'이요, 영가현각(永嘉玄覺)의 '증도가(證道歌)' 구절처럼 사람도 부처도 없으니 '없음'이라, 있다 하면 영가를 어기고 없다 하면 석가를 어긴다는 진퇴양난을 세운다. 법연은 그 낙처를 알면 아침저녁 부처를 뵙는 것과 같다 하면서, '없다 해도 없음이 아니고 있다 해도 있음이 아니다'라며 유무의 양변을 함께 부순다. 마지막의 '동쪽 보며 서쪽 대륙(西瞿耶尼)을 보고 남향한 채 북두를 본다'는 어긋난 방위의 비유로, 유무의 논리로는 잡히지 않는 경계를 드러낸다.

卷中 차례 (95단)

이 단의 낱말 6
  1. 五千四十八卷 오천사십팔권

    대장경 전체의 권수를 이르는 말이다. 당나라 지승(智昇)이 『개원석교록』을 엮으며 경·율·논을 오천사십팔 권으로 정리한 뒤로 이 수가 굳어졌고, 선문에서는 부처님의 온 가르침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2. 永嘉玄覺 영가현각

    영가현각(永嘉玄覺, 665~713)이다. 당나라 선승으로 천태 지관을 닦다가 조계로 육조혜능을 찾아갔다. 문답 끝에 인가를 받고 하룻밤 묵고 떠나 일숙각(一宿覺)이라 불렸다. 그가 지었다는 「증도가(證道歌)」 구절이 선문에서 널리 인용된다.

  3. 落處 낙처

    말이나 행동이 떨어져 닿는 자리, 곧 그 말이 참으로 가리키는 속뜻을 이른다. 선에서는 한마디를 듣자마자 그 낙처를 알아채는 것을 눈 밝은 사람의 일로 친다.

  4. 彌勒 미륵

    미륵보살, 곧 석가모니 다음으로 이 세상에 내려와 부처가 될 미래의 부처이다. 지금은 도솔천에 머물며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선가에서는 '석가도 미륵도 오히려 그의 종이다'처럼 부처마저 넘어서는 본분을 말할 때 자주 든다.

  5. 五祖法演 오조법연

    오조법연(五祖法演, ?~1104)이다. 송나라 임제종 양기파의 선승으로 백운수단(白雲守端)의 법을 이었다. 사면산·백운산을 거쳐 기주(蘄州) 오조산에 머물러 오조라 불린다. 원오극근(圜悟克勤)의 스승이다.

  6. 耶尼 야니

    서구야니(西瞿耶尼)를 줄인 말로, 불교의 세계관에서 수미산 서쪽 바다에 있다는 큰 땅이다. 소를 재물로 쓴다 하여 서우화주(西牛貨洲)라고도 한다. 선문에서는 동쪽 땅·남쪽 땅과 함께 들어 온 세계를 말할 때 쓴다.

서주백운산해회연화상어록 舒州白雲山海會演和尚語錄해설낱말 6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