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백운수단 광록 · 卷二 151
상당 — 극빈 유나의 보은
上堂 興化和尚向克賓維那道
151.1
한문上堂,云:興化和尚向克賓維那道:汝不久當作唱導之師去。
번역상당하여 말했다. “흥화(興化) 화상이 극빈 유나(克賓維那)에게 말했다. ‘그대는 머지않아 대중을 이끄는 스승(唱導之師)이 될 것이다.’
克賓云:我不入你這保社。興化云:會了不入?不會了不入?克賓云:總不恁麼。興化便打,
극빈이 말했다. ‘나는 당신의 그 모임(保社)에 들지 않겠소.’ 흥화가 말했다. ‘알고서 안 드는가, 몰라서 안 드는가?’ 극빈이 말했다. ‘도무지 그런 게 아니오.’ 흥화가 곧바로 쳤다.
그러고는 말했다. ‘대중이여! 극빈 유나가 법의 싸움(法戰)에서 이기지 못했으니, 벌금 다섯 관을 물려 온 대중에게 밥을 내게 한다.’ 이튿날 재(齋) 때가 되자, 또 그의 자리를 거두어 절에서 쫓아냈다. 극빈은 뒷날 세상에 나와, 도리어 흥화를 위해 향을 살랐다.①
쉽게 읽기상당하여 말했다. “흥화 화상이 극빈 유나에게 ‘너는 머지않아 대중을 이끄는 스승이 될 것이다’ 했다. 극빈이 ‘저는 스님의 그 모임에는 들지 않겠습니다’ 하자, 흥화가 ‘알고서 안 드는 것이냐, 몰라서 안 드는 것이냐?’ 했다. 극빈이 ‘둘 다 아닙니다’ 하자, 흥화가 곧바로 때리고 말했다. ‘대중이여, 극빈 유나가 법을 겨루는 싸움에서 졌으니, 벌금 다섯 관을 물려 온 대중에게 밥을 내게 하라.’ 그리고 이튿날 공양 때가 되자 그의 자리를 거두고 절에서 내쫓았다. 극빈은 뒷날 세상에 나와 법을 펴게 되었을 때, 도리어 흥화를 위해 향을 사르고 그 법을 이었다.
풀이 2
① 興化燒香 흥화소향극빈이 뒷날 흥화를 위해 향을 사른 일을 두고, 백운은 ‘은혜를 알았기에 은혜를 갚을 줄 알았다’는 총림의 통설을 물리치고 극빈 스스로가 하늘을 그을리고 땅을 달굴 그릇이었음을 든다.
교감 · 飯저본 글자: 「飯」 — CBETA 조자 CB01366([飢-几+(〡/下)])는 유니코드에 없어 전사본에 PUA(U+F0556)로만 남았다. CBETA 정규자 ‘飯’으로 씀(喫粥喫飯).
151.2
한문叢林自古自今,盡道克賓維那知恩方解報恩,恁麼說話,可謂埋沒古人,土上加泥。且道作麼生見得克賓維那?要會麼?雖為興化燒香,要且自要熏天炙地。
번역총림에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다들 ‘극빈 유나는 은혜를 알았기에 은혜를 갚을 줄 알았다’고 한다. 이런 말은 옛사람을 파묻는 것이다. 흙 위에 진흙을 덧바르는 꼴이다. 말해 보라, 어떻게 해야 극빈 유나를 알아보겠는가? 알고 싶은가? 흥화를 위해 향을 사르기는 했지만, 실은 제 스스로 하늘을 그을리고 땅을 달군 것이다(熏天炙地).
151.3
한문更聽一頌:明明熱處為斯人,若為斯人即陸沈,要見賓公拈起處,熏天炙地到如今。
번역게송 하나를 더 들어라. ‘환히 뜨거운 곳에서 이 사람을 위했으니, 이 사람을 위했다면 곧 뭍에 잠긴 것(陸沈)이다. 극빈(賓公)이 들어 일으킨 곳을 보려는가, 하늘 그을리고 땅 달굼이 지금까지 이른다.’”
쉽게 읽기게송 하나를 더 들어 보라. ‘환히 뜨거운 자리에서 이 사람을 위해 주었으니, 이 사람을 위한다 하면 곧 자취가 묻혀 버리리. 극빈 스님이 들어 올린 그 자리를 보려는가, 하늘 그을리고 땅 달구는 기세가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 편의 낱말 5
- 興化存獎 흥화존장
당나라 말의 선승(830~888)이다. 임제(臨濟)의 법을 잇고 위주 흥화사에 머물러 '흥화'라 불린다. 할(喝)을 주고받던 승려를 쳐서 내쫓은 일과, 극빈(克賓) 유나에게 벌을 물린 일이 알려져 있다.
- 克賓 극빈
흥화존장(興化存獎) 문하에서 대중의 규율을 맡은 유나(維那)였다. 흥화가 '머지않아 대중을 이끄는 스승이 되리라' 하자 그 모임에 들지 않겠다고 맞섰다가, 법을 겨루는 싸움(법전, 法戰)에 졌다 하여 벌금을 물고 절에서 쫓겨났다. 뒷날 흥화의 법을 이었다.
- 維那 유나
선원 대중의 규율과 수행 생활을 맡아 이끄는 소임이다. 승당의 질서를 살피고, 의식 때 글을 읽거나 백추를 하여 대중에게 알린다. 절 살림을 맡은 지사(知事)의 하나로 꼽힌다.
- 叢林 총림
많은 스님이 함께 모여 수행하는 큰 절이나 선원을 이른다. 나무가 빽빽이 모여 숲을 이루듯 대중이 모였다는 데서 온 말이다. 넓게는 선문의 수행자 사회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 土上加泥 토상가니
흙 위에 진흙을 더함이다. 알음알이(解會)를 보태 도리어 본분을 더럽힘을 나무라는 상투어이다. 두상안두(頭上安頭)(머리 위에 머리를 얹음)와 뜻이 같다.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門人 處凝 編 · 序 太原 王孜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