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원오심요 · 上권 40편

실상인(實上人)에게 주는 글

示實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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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한문古人念此大事,雖處深山幽谷村落間,未嘗斯須違背,
번역옛사람은 이 큰일(大事)을 마음에 두어, 깊은 산 그윽한 골짜기나 시골 마을에 있어도 잠시도 어긴 적이 없었다.
遇境逢緣,若色若聲,動作施爲,無不回轉,令就自己分上,與從上來透徹之士所履踐,無二無別。
경계를 만나고 인연을 만나, 빛깔이든 소리든 움직이고 행하는 일마다, 돌이켜 자기 몫(分上)으로 나아가게 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예로부터 사무친 이들이 밟아 온 길과 둘이 아니고 다르지 않았다.
所以根本牢強,不隨境界風轉,靜然安閑,不落聖凡情量,直下大休大歇,得坐披衣。
그러므로 뿌리가 굳세어 경계의 바람을 따라 구르지 않았다. 고요하고 편안하여 성인이니 범부니 하는 헤아림(情量)에 떨어지지 않았다. 곧바로 크게 쉬고 크게 그쳐, 자리를 얻어 앉고 옷을 걸쳤다.
쉽게 읽기옛사람은 이 큰일을 늘 마음에 두었다. 깊은 산이든 그윽한 골짜기든 시골 마을이든, 어디에 머물러도 잠시도 이 마음을 놓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경계를 만나고 인연을 만날 때, 빛이든 소리든, 무엇을 움직이고 행하든, 그 모두를 돌이켜 자기 자리, 곧 분상으로 삼았다. 이는 예로부터 곧게 뚫고 지나간 이들이 걸어온 길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뿌리가 굳고 단단하여, 바깥 경계의 바람에 휘둘리지 않았다. 마음이 고요하고 느긋하여, 성인이니 범부니 가르는 헤아림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곧바로 크게 쉬고 크게 내려놓아, 자리를 얻어 앉고 옷을 걸치게 되었다.
풀이 3
不隨境界風轉 불수경계풍전'遇境逢緣,若色若聲…無不回轉,令就自己分上'을 받아 '不隨境界風轉'이라 한다. 경계를 굴리되 경계에 굴려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楞嚴經』 권2의 '若能轉物,則同如來'(T19n0945_p0111c26)와 같은 취지다.
국역본 대조 · 이 역주를 고침원문'得坐披衣' — ‘이 역주의 번역을 고침’ 자체역 오류이다. '得坐'와 '披衣'를 '자리를 얻어 앉고, 옷을 걸침'으로 나눔이 정확하다. '앉아 옷을 걸치는 자리를 얻었다'는 坐를 목적어로 흡수해 뜻이 흐려졌으므로, 책 '자기 자리를 얻고 옷을 입었다'가 정확하다. 개정하였다.
40.2
한문今汝既還鄉井,能如昔人覰捕,使無間然,與鐘山方丈搥拂之下,以至三條椽下、七尺單前,何以異哉?
번역이제 그대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옛사람처럼 살피고 다잡아(覰捕) 끊어짐이 없게 할 수 있다면, 종산(鐘山) 방장의 망치와 불자 아래, 나아가 세 서까래 아래 일곱 자 자리 앞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쉽게 읽기이제 그대는 이미 고향으로 돌아갔다. 옛사람처럼 늘 살피고 다잡아 끊어짐이 없게 할 수 있다면, 종산 방장에서 나무망치를 치고 불자를 세워 드시던 그 아래에서부터, 세 개의 서까래 아래 일곱 자 자리 앞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다르겠는가.
40.3
한문若稍違背,及有間斷,打入沒交涉處。臨岐切記斯言,異時前程,不可逆料矣。
번역조금이라도 어기거나 끊어짐이 있으면, 아무 상관없는 곳으로 떨어져 들어간다. 갈림길에서 이 말을 꼭 새겨 두라. 훗날의 앞길은 미리 헤아릴 수 없다.
쉽게 읽기만약 조금이라도 이 마음을 어기거나 끊어짐이 있으면, 아무 소용도 없는 곳으로 떨어져 들어가고 만다. 갈림길에 서서 이 말을 간절히 기억하라. 훗날의 앞길은 미리 헤아릴 수 없다.
풀이 1
국역본 대조 · 국역본을 바로잡음원문'不可逆料' — ‘국역본의 번역을 바로잡음’ 책의 오역이다. 책은 '거꾸로 헤아리지 말라'로 옮겨 逆을 '거꾸로', 不可를 금지명령으로 읽었으나, '逆料'는 '미리 예측하다'(逆=미리)의 고정 복합어이므로 '不可逆料'는 '미리 헤아릴 수 없다'는 서술이다. 고증 주석(前程不可逆料=앞길은 미리 헤아릴 수 없음, 방심을 경계하는 결어)도 이 번역을 지지하니 책 쪽이 오독이다.

上권 차례 (68편)

이 편의 낱말 26
  1. 從上來透徹之士 종상래투철지사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철저히 투과한 조사·선지식들이다.

  2. 不隨境界風轉 불수경계풍전

    경계(六塵)의 바람을 따라 굴러가지 않음이다. 도리어 경계를 굴린다(回轉)는 취지와 짝을 이룬다. 팔풍불동(八風不動)과 통한다.

  3. 大休大歇 대휴대헐

    크게 쉬고 크게 그친다는 말이다. 찾고 헤아리던 마음이 다 쉬어, 더 구할 것 없이 편안해진 깨침의 자리를 이른다.

  4. 得坐披衣 득좌피의

    자리를 얻고 옷을 입는다는 말로, 깨달음에 들어 제 자리를 얻었음을 이른다. 앙산(仰山)이 한 스님에게 '자리를 얻어 옷을 입었으니 이제부터 스스로 살펴라(向後自看)'고 한 말로 널리 쓰였다.

  5. 還鄉井 환향정

    고향·향리(정전제(井田制)의 정(井)→촌리)이다. 환향정(還鄉井)은 고향으로 돌아감이다.

  6. 搥拂 추불

    백추(白椎)를 치고 불자(拂子)를 드는 일이다. 선사가 법을 보일 때 쓰는 두 가지 도구로, '추불지하(搥拂之下)'는 스승이 법을 보이는 그 자리 아래, 곧 그 문하를 이른다. 판본에 따라 '건불(揵拂)'로도 적는다.

  7. 三條椽下·七尺單前 삼조연하·칠척단전

    '서까래 세 개 아래, 일곱 자 자리 앞'이라는 말이다. 승당(僧堂)에서 한 스님에게 주어진 좌선 자리를 가리키며, 곧 저마다 공부하는 바로 그 자리를 이른다.

  8. 沒交涉 몰교섭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요점과 전혀 맞닿지 않아 헛짚었다는 뜻으로, 선가에서 그릇된 견해를 물리칠 때 흔히 쓴다.

  9. 打入沒交涉處 타입몰교섭처

    조금이라도 어기면 전혀 교섭 없는 딴 곳으로 떨어져 들어감이다.

  10. 前程不可逆料 전정불가역료

    앞길은 미리 헤아릴 수 없음이다. 방심을 경계하는 결어이다.

  11. 三條椽下 삼조연하

    '세 개의 서까래 아래'라는 말이다. 승당(僧堂)에서 한 사람에게 주어진 좌선 자리를 가리킨다. 흔히 일곱 자 자리 앞(칠척단전, 七尺單前)과 짝지어, 제자리에 앉아 참구하는 공부를 이른다.

  12. 大事 대사

    큰일이라는 말로, 선문에서는 나고 죽는 문제를 깨쳐 벗어나는 일을 이른다. 『법화경』에서 부처가 '하나의 큰일의 인연'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한 말과 통한다.

  13. 示實上人題 시실상인제

    실(實)이라는 승려에게 준 법어이다. '상인(上人)'은 덕 있는 승려의 존칭이다. 원오가 종산(鐘山)(장산(蔣山)) 방장 시절 지도한 제자 실(實)이 귀향할 때 준 송별 법어로 추정된다.

  14. 分上·自己分上 분상·자기분상

    각자에게 본래 갖춰진 자기 본분의 자리이다. 선어록에서 '향자기분상(向自己分上)'으로 상용된다.

  15. 情量·聖凡情量 정량·성범정량

    성인·범부를 나누는 분별의 헤아림, 알음알이(情識計量)이다.

  16. 鐘山方丈 종산방장

    금릉(金陵)(남경(南京))의 장산(蔣山)(=종산(鐘山)·자금산(紫金山))이다. 원오극근이 방장으로 주석하던 곳으로, 여기 '방장(方丈)'은 지도자였던 원오 자신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내 불자 아래서 배우던 때와 틈 없게 하라'는 뜻이다.

  17. 拂子 불자

    총채 모양 법구이다. 선사가 설법·거량 시 들어 종지를 나타낸다.

  18. 單·七尺單 단·칠척단

    승당에서 각 승려에게 배정된 좌복·자리(單位)이다.

  19. 無間然 무간연

    틈·흠이 없게 함이다. 논어(論語) 태백(泰伯) '우(禹), 오무간연의(吾無間然矣)'(흠잡을 데 없음)에서 온 표현이다.

  20. 臨岐 임기

    갈림길에 임함, 곧 이별의 자리이다.

  21. 鄉井 향정

    고향·향리(井田制의 井→촌리)이다. 還鄉井은 고향으로 돌아감이다.

  22. 揵拂 건불

    불자를 세워 듦이다. 선사가 拂子를 들어 종지를 보이는 상투 동작이다(竪起拂子·拈起拂子).

  23. 七尺單 칠척단

    승당에서 각 승려에게 배정된 좌복·자리(單位)이다.

  24. 臨岐 임기

    갈림길에 임함, 곧 이별의 자리이다.

  25. 境界 경계

    마음과 감각이 마주하는 대상. 빛깔·소리·냄새·맛·촉감·법의 六塵이 그것이며, 수행으로 다다른 자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禪에서는 境界에 끌려 구르지 말고 도리어 境界를 굴리라고 한다 — 『楞嚴經』 권2 '迷己爲物,失於本心,爲物所轉…若能轉物,則同如來'(T19n0945_p0111c26).

  26. 回轉 회전

    돌이켜 굴림이다. 깨친 이는 소리와 빛깔 같은 경계를 따라 굴러가지 않고(不隨聲色轉) 도리어 그것을 돌이켜 굴린다(而能回轉之)는 뜻으로, 원오 어록과 벽암록에서 자주 쓴다.

문단 3국역본 대조 2 · 깊이 읽기에서 봄낱말 26저본 《卍新纂續藏經》

저본

卍新纂續藏經 佛果克勤禪師心要(CBETA 전자판). 국역본 대조는 선림고경총서 국역본과 견준 것으로, 대조에 필요한 구절만 출처를 밝혀 인용합니다.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