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초감

역주 · 오조법연 · 卷上 56

상당 — 사람과 경계를 빼앗는 네 가지

上堂 · 僧問如何是奪人不奪境

56.1
한문上堂,僧問:「如何是奪人不奪境?」
번역상당하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사람은 빼앗되 경계는 빼앗지 않는 것(奪人不奪境)입니까?”
師云:「秋風吹渭水,落葉滿長安。」
선사가 답했다. “가을바람이 위수(渭水)에 불어오니 / 지는 잎이 장안(長安)에 가득하다.”
學云:「如何是奪境不奪人?」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경계는 빼앗되 사람은 빼앗지 않는 것(奪境不奪人)입니까?”
師云:「路上逢人半是僧。」
선사가 답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 절반이 스님이다.”
學云:「如何是人境俱不奪?」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사람과 경계를 다 빼앗지 않는 것(人境俱不奪)입니까?”
師云:「少婦棹輕舟,歌聲逐流水。」
선사가 답했다. “젊은 아낙이 가벼운 배를 저으니 / 노랫소리가 흐르는 물을 따라간다.”
學云:「如何是人境俱奪?」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사람과 경계를 다 빼앗는 것(人境俱奪)입니까?”
師云:「高空有月千門掩,大道無人獨自行。」
선사가 답했다. “높은 하늘에 달이 떠 있고 일천 문은 닫혔다 / 큰길에 사람 없어 홀로 간다.”
쉽게 읽기상당하자 어떤 승려가 물었다. “사람은 빼앗고 경계는 그대로 두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스님이 답했다. “가을바람이 위수에 불어오니, 지는 잎이 장안에 가득하다.” “경계는 빼앗고 사람은 그대로 두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절반이 승려다.” “사람도 경계도 다 그대로 두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젊은 아낙이 가벼운 배를 저으니, 노랫소리가 흐르는 물을 따라간다.” “사람도 경계도 다 빼앗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높은 하늘에 달 떠 있는데 집집이 문을 닫아걸었고, 큰길엔 사람 하나 없어 홀로 걸어간다.”
풀이 1
56.2
한문乃云:「數日已來連綿大水,所到之處皆有損傷,曹源一滴彌滿人間,衲僧一吸鼻孔遼天。且道名字既同,為什麼損益有異?誰知遠煙浪,別有好思量。」
번역이어서 말했다. “며칠째 큰물이 이어져, 이르는 곳마다 모두 상하고 부서졌다. 조원(曹源)의 물 한 방울은 인간 세상에 가득 넘치고, 납승이 한 번 들이마시면 콧구멍이 하늘에 닿는다. 자, 말해 보라. 이름은 같은데, 어째서 손해와 이익이 다른가? 누가 알겠는가, 먼 안개 물결에 / 따로 좋은 생각거리가 있음을.”
쉽게 읽기이어서 말했다. “며칠째 큰물이 그치지 않아, 물이 닿는 곳마다 다 상하고 부서졌다. 그런데 조계의 근원에서 흘러나온 물 한 방울은 사람 사는 세상에 가득 넘치고, 선승이 그것을 한 번 들이마시면 콧구멍이 하늘까지 치솟는다. 말해 보라. 똑같이 물이라 부르는데, 어째서 하나는 해를 끼치고 하나는 이로운가? 누가 알랴, 아득한 안개 물결 저 너머에 따로 곰곰이 생각해 볼 좋은 거리가 있음을.”
풀이 1
해설임제(臨濟)의 사료간(四料揀)—탈인불탈경·탈경불탈인·인경구불탈·인경구탈—을 각각 한 폭의…

임제(臨濟)의 사료간(四料揀)—탈인불탈경·탈경불탈인·인경구불탈·인경구탈—을 각각 한 폭의 시경(詩境)으로 답한 대목이다. 사람(주관)과 경계(객관)를 어떻게 빼앗고 남기는가에 따라 '가을바람 위수·지는 잎 장안', '길에 만나는 이 절반이 승려', '젊은 아낙의 뱃노래', '천문이 닫힌 밤 홀로 가는 큰길' 등 서로 다른 풍광을 배치하여 네 경지를 형상화한다. 이어 큰물(홍수)과 조원일적(曹源一滴, 조계 한 방울로 상징되는 법의 근원)을 대비시켜, 같은 물이라도 손상과 이익이 갈리듯 이름은 같아도 작용이 다름을 물으며, '아득한 안개 물결 저편에 따로 사량거리가 있다'는 여운으로 맺는다.

卷上 차례 (108단)

이 단의 낱말 2
  1. 四料簡 사료간

    임제의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인경구탈(人境俱奪)·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 등 네 가지 접인 방편이다.

  2. 曹源一滴水 조원일적수

    '조계(曹溪)(혜능(慧能))의 근원에서 흘러나온 한 방울 물'이다. 덕소(德韶)가 법안(法眼) 회하에서 이 문답을 듣고 앞선 알음알이가 얼음 녹듯 풀렸다. 출전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25 천태덕소(天台德韶)장이다.

차주태평어록 次住太平語錄주석 2해설낱말 2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이 어록의 편자: 參學清遠集.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