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 · 오조법연 · 卷中 122
상당 — 귀신 굴속에 차린 살림
上堂 · 佛祖生冤家
122
한문上堂云:「佛祖生冤家,悟道染泥土,無為無事人,聲色如聾瞽。
번역상당하여 말했다. 부처와 조사(祖師)는 원수를 낳고, 도를 깨치면 진흙이 묻는다. 함도 없고 일도 없는 사람은, 소리와 빛깔 앞에서 귀먹고 눈먼 이와 같다.
且道如何即是?恁麼也不得,不恁麼也不得,恁麼不恁麼總不得。
자, 말해 보라. 어찌해야 옳은가? 이래도 안 되고, 이러지 않아도 안 된다. 이러든 이러지 않든 다 안 된다.
忽有箇漢出來道:恁麼也得,不恁麼也得,恁麼不恁麼總得。則向伊道:我也知儞向鬼窟裏作活計。」
그런데 문득 어떤 놈이 나와서 “이래도 되고, 이러지 않아도 되고, 이러든 이러지 않든 다 된다”고 한다면, 나는 그에게 말하겠다. “나도 안다. 네가 귀신 굴속에서 살림을 꾸리고 있다는 것을.”
쉽게 읽기상당하여 말했다. 부처니 조사니 하면 원수가 생기고, 도를 깨쳤다 하면 진흙이 묻는다. 함도 없고 일도 없는 사람은 소리와 빛깔 앞에서 귀먹고 눈먼 사람 같다. 자, 말해 보라. 어떻게 해야 옳은가? 이래도 안 되고, 이러지 않아도 안 되고, 이러든 이러지 않든 다 안 된다. 그런데 문득 어떤 녀석이 나와서 “이래도 되고, 이러지 않아도 되고, 이러든 이러지 않든 다 된다.” 하고 말한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겠다. “나도 안다. 네가 귀신 굴속에 들어앉아 살림을 차리고 있다는 것을.”
풀이 1
① 鬼窟裏作活計 귀굴리작활계귀굴리작활계(鬼窟裏作活計)는 '귀신 굴 속에서 살림을 차린다'는 뜻으로, 죽은 지견과 분별에 안주함을 꾸짖는 선어다.
해설긍정과 부정, 그 둘을 아우름과 아우르지 않음까지 모두 부정하여 개념적 판단이 발붙일 곳을 없애는…
긍정과 부정, 그 둘을 아우름과 아우르지 않음까지 모두 부정하여 개념적 판단이 발붙일 곳을 없애는 사료간(四料揀)식 논법이다. '부처와 조사는 원수를 낳고 깨달음은 진흙에 물든다'는 역설은, 부처·도(道)라는 명목에 집착하면 도리어 얽매인다는 경계이다. 마지막 대목은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며 걸림 없음을 흉내 내는 자를 '귀신 굴속 살림(鬼窟裏作活計)'이라 꼬집은 것으로, 무애(無礙)를 표방하는 알음알이가 실은 어둠 속의 헛된 안주임을 지적한다.
이 단의 낱말 1
- 鬼窟裏作活計 귀굴리작활계
'귀신 굴속에서 살림을 차린다'는 말이다. 캄캄한 굴에 틀어박혀 사는 것처럼, 알음알이와 분별이나 죽은 듯한 고요함에 머물러 거기서 살림을 꾸리는 잘못된 공부를 꾸짖을 때 쓴다. 『벽암록』에 자주 보인다.
저본
大正藏 『法演禪師語錄』 3卷의 CBETA 전자판을 저본으로, 글자와 표점을 따르고 다른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대교본: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0~22.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